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수직으로 나열된 환대의 공간: 르디투어

곽희수 × 김예람
사진
김재윤
자료제공
이뎀도시건축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건축가 곽희수가 설계한 르디투어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굽이진 도로를 여러 차례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수원의 교외 카페다. 도시로부터 꽤 먼 거리에 있어 ‘누가 이런 곳까지 찾아올까?’ 싶지만, 건물의 문을 열면 여기저기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곽희수는 카페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방문자를 맞이하고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르디투어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살펴보자.   

 

 

 

  

 

인터뷰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김): 르디투어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가? 

곽희수(곽): 건축가에게 물리적 환경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노래의 대상이 아닐까. 어떠한 조건에서도 세심하게 주의만 기울인다면 누구나 대지의 특별한 울림을 발견할 수 있다. 건축가는 매의 눈으로 그 순간을 포착하고 새로운 장소성을 일궈낼 뿐이다. 그다음은 SNS 속 다량의 정보에 흡수된 ‘좋아요’에 있지 않을까. (웃음) 새로운 공간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도시인에게 지정학적 위치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김: 도심에도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카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교외에 있는 카페를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곽: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다양한 유형의 카페를 선호한다는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카페가 접근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우면서 가맹점을 증식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경향이 있다. 르디투어는 이러한 관습적인 접근으로부터 탈피한, 사람들과 커피 그리고 건축이 만나는 장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다. 실제로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의 SNS를 들여다보면 공간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저마다 감상평을 적은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 이곳은 커피숍에서 벗어난 새로운 놀이와 문화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이러한 방문자의 소소한 체험 기록들은 건축가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물론 매서운 채찍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웃음)

 

김: 이 베이커리 카페의 콘셉트를 ‘환대’로 정했다고 들었다. 어떠한 건축적 장치를 통해 콘셉트를 표현하고자 했는가?

곽: 손님을 대접하는 주인의 마음이 르디투어의 내외부를 아우르는 공간개념이다. 과거 대문이 집주인의 조예와 성품을 드러내는 요소였던 것처럼 오늘날 카페에 진입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신중히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물 앞에 소정원을 마련하고 입구로 이어지는 접근로를 길게 풀어서 방문자가 초대받는 느낌이 들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수공간과 계단형 평상을 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그렇게 들어간 공간에는 거대한 보이드와 그것을 따라 도는 순환형 계단이 있다. 여기서 계단을 큰 스케일로 도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곽: 계단을 만나기 전에 리셉션 공간과 판매 공간이 있다. 그 옆에 분주한 제빵실도 보일 것이다. 30년간 양질의 빵을 생산해온 클라이언트답게 그의 제빵실은 소공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곳에서 빵과 커피를 받아 들고 위층으로 향하면 모든 층이 한눈에 담기는 보이드와 얼기설기 얽힌 계단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보이드는 방문자가 여러 층을 관통하도록 만들면서, 층마다 펼쳐지는 풍경과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계단을 층계라고도 하는데, 르디투어의 계단 하나하나는 플로어(floor)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의 다층적 구조는 비탈에 눕고, 앉고, 서는 행위를 가능케 한다. 그렇게 올라간 옥상은 전체 바닥이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방문자는 이 오름의 클라이맥스에서 구름, 하늘 그리고 바람을 만나게 된다. 르디투어의 부제를 ‘계단정원’이라고 지은 것도 이러한 동선 때문이다. 

 

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메자닌에 넓은 콘크리트 평상이 있다.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닌데, 이러한 공간을 마련한 까닭은 무엇인가?

곽: 카페는 쉬고 놀고 수다 떠는 일상 공간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공동체의 여가가 평상에서 이뤄졌는데, 신발을 벗고 평상에 누우면 낙원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현대 사람들은 입식 가구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전통 가구의 편안함을 잃어버렸다. 그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르디투어에 한국인이 본래 가지고 있던 좌식의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하는 평상을 디자인한 것이다. 계단과 일체화된 평상은 각각 높이가 달라서 앞을 가리는 것 없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고, 방문자의 숫자와 유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수용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사람들이 카페를 자유롭게 점유하도록 만드는 것도 환대의 일부인가?

곽: 그렇다. 방문객을 환대하는 집주인은 손님에게 “내 집처럼 생각하세요”라고 말한다. 이 말을 풀어보면 “당신은 이 공간을 잠시 점유하지만 소유한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는 뜻이다. 결국 내 집처럼 편안하게 즐기려면 적어도 유사 소유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들린다. 방문자가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면 공간이 환대의 영역으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생물학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건축 안에서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환대할지 많이 고민했다. 

 

김: 외부 좌석을 갖춘 카페는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옥상에 온돌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곽: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온돌을 통해 건축과 몸을 맞대고 온도를 나눠왔다. 르디투어의 옥상에 만들어진 온돌형 평상은 선조의 건축적 지혜를 차용한 것인데, 덕분에 실내에 국한되던 겨울철 공간 사용의 한계가 외부 공간으로 확장됐다. 추운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입김을 불어가며 온돌 평상에 눕고 앉아서 공간을 즐긴다.

 

김: 옥상 한 켠에 놓여진 비정형 콘크리트 가구에 대한 설명도 부탁한다.

곽: 평상의 독립된 버전으로 설계했다. 이 가구는 앉는 바닥과 조경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유선형의 단위 조직이 서로 형태적으로 맞물리면서 크기를 키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본래 계획은 나무를 심고 그늘진 평상에 앉아 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즐기는 것이었는데, 운영을 하다 보니 화병처럼 쓰이게 됐다. 그래도 사람과 식물의 소박한 대화는 성사된 듯하다. 이 비정형 유닛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로 제작되었는데 정밀하게 마감된 모습이 현장의 노출콘크리트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최근 건축물은 물론이고, 다양한 옥내외 가구에 이 재료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김: 대도시 외곽에 대형 카페가 여전히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건축가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곽: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과 건축가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도시 기반시설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정 지역에 다중 이용시설이 밀집하게 되면 그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도시 현상으로 확장된다. 특히 소도시의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지역 규모에 적합하게 지어진 도로와 시설이 외지인에 의해 과도하게 점유되어 교통체증이 생기는 경우가 그렇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주민의 생활환경을 해칠 수 없으니, 건축가를 포함한 여러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곽희수
곽희수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뎀도시건축을 개소했다. 그는 「중앙일보」 ‘건축가 곽희수의 단편도시’의 칼럼니스트이며, 끊임없이 발생되는 도시현상에 주목하고 해독이 필요한 문제를 발췌하여 새로운 형식의 건축, 전시, 만평, 기고 등을 통해 발표해오고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2016년 아메리칸 건축상 골드 프라이즈, 제22·24·25회 세계건축상, 2017 아레나 옴므 플러스 에이 어워드, 2016 자랑스런 홍익인상, 제39회 한국건축가협회상,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2008·2012·2018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