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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공동체, 그 배경을 만드는 일: 청운광산

사진
양성모, 텍스처 온 텍스처
자료제공
구보건축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서촌의 끝자락, 궁정동에 공유주택 ‘청운광산’이 들어섰다. 5층 규모의 건물에는 식당 겸 카페 ‘큔’, 11m2 크기의 개인실 11개와 공유주방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방 크기 그 너머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은 기꺼이 이곳의 입주자가 됐고, 현재 모든 방은 입주가 완료됐다. 청운광산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김민철, 설계를 담당한 조윤희와 홍지학, 가구를 디자인한 서동한을 만나 공동체 생활의 배경을 만드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김민철(서울소셜스탠다드 공동대표), 서동한(스튜디오 프레그먼트 대표), 조윤희(구보건축 대표), 홍지학(충남대학교 교수) × 최은화 기자 

 

ⓒtexture on tex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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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의 지속가능성과 이상향

 

SPACE 청운광산은 서울시 토지임대부사회주택 사업으로 진행됐다. 민간사업 시행자가 공공의 토지를 빌려 건물을 짓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임대를 내놓는 사업으로, 공공적 성격이 크다. 

김민철(김) 기획, 설계, 운영을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해야 했다. 큰 회사라면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 제안서를 만들 수 있겠지만, 서울소셜스탠다드(이하 삼시옷)의 포지셔닝은 기획과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록 삼시옷이 사업 전체를 총괄했지만 우리와 함께 기획설계를 맡아 줄 건축가가 필요했다.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가 있다며 구보건축을 꼬드겼다. 

홍지학(홍) 그 꼬드김에 넘어갔다. 사회주택은 공공적 성격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주택에서 수익은 임대료다. 삼시옷이 구보건축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한 사항이 별로 없는데 개인실은 꼭 12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비록 지금은 11개가 됐지만 말이다. 

불가능한 걸 부탁하긴 했다. (웃음) 

SPACE 삼시옷은 2013년부터 통의동집, 소담소담, 어쩌다집@연남 등 공유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청운광산에서는 어떤 삶의 방식을 그리고자 했는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선정한 여러 사업부지 중 주변 환경을 고려해 궁정동을 선택했다. 해당 대지는 남쪽으로 무궁화공원, 북쪽으로 북악산, 서쪽으로 인왕산, 동쪽으로 청와대가 있다. 주변에 건물도 많지 않고 풍경이 워낙 좋아서 처음에는 개인실마다 발코니가 있는 집을 상상했다. 발코니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산을 바라보는, 그런 장면을 꿈꿨다. 근처에 마트, 식당, 카페 등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1층에는 음식을 담당할 무언가가 필요하겠다 정도의 생각을 했다. 공유주택 안에 있는 주방과는 별개로 1층에 식당 겸 카페가 있다면 입주자들이 보다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발코니 집과 1층 식당 겸 카페, 이 두 가지로 출발했다. 비록 발코니는 사라졌지만 집은 남았고 또 1층에는 큔이 들어왔다. 

대지의 건폐율, 용적률이 크지 않은데 방은 많이 넣어야 하고 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과는 다른 무언가를 설계해야 했다. 비록 공간은 협소할지라도 입주자들이 넓고 여유로운 공간을 누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개인실은 크지 않을지라도 방문 손잡이를 잡기까지의 시퀀스가 풍성하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윤희(조) 물리적으로 방은 작은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 그거 사기 아닌가? (웃음) 

같이 설계하지 않았나. (웃음) 

통의동집 입주자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살 때와는 달리, 통의동집에서는 ‘내 영역’이 확장된다고 말했다. 방 안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골목길에 들어설 때부터 내 집이라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동네 산책도 많이 하게 되어서 내 영역이 도시까지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Yang Sungmo ​

 

ⓒYang Sungmo ​​

 

타인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


SPACE 어떤 사람들이 청운광산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나? 

타깃을 특정하진 않았다. 입주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 이하, 즉 월 소득이 총 378만 원 이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 생활이 가능한지만 물었다. 

공유주택이 보편적인 주거 유형은 아니다. 청운광산에 들어올 입주자 또한 기꺼이 타인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일부 사람들일 거라고만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그들이 누구일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공유주택을 찾는 사람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뿐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청운광산에도 40대 초반의 입주자가 있다. 

서동한(서)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살지 않더라도 다른 부분이 만족스러우면 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집을 고를 때 1순위로 삼는 것은 방의 크기가 아니다. 누워서 휴식하는 공간, 적당한 수납공간 등 필수 사항 몇 가지만 개인 공간에서 충족되면 된다. 주거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활동이 있는데, 그 모두를 개인 공간에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 공유 공간이라는 확장된 영역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면 그들은 충분히 만족한다.  

SPACE 공유주택, 셰어하우스, 코리빙 등 주거 유형이 다종 다양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만 입주자로 받기도 하고, 고급화 전략을 펼치기도 하며, 2인 1실을 원칙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2013년부터 공유주택 사업을 진행한 삼시옷은 줄곧 1인 1실을 고수하고 있다. 입주자의 사생활을 보장하고 공동체 생활을 강요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어떤 곳은 커뮤니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래야 공유주택에 사는 의미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취향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유주택은 2인 1실을 하기도 한다. 저렴한 임대료로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삼시옷은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몇 년 사이에 다양한 모습의 공유주택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공유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종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생태계는 더 건강해졌다고 본다. 

SPACE 경쟁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11개 방 모두 입주가 완료됐다. 비결이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입주 신청을 받기 전에, 청운광산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어슬렁 스테이’를 진행했다. 청운광산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미리 공간을 직접 체험하기를 바랐다. 현재 입주자 중에 절반가량이 어슬렁 스테이를 경험한 뒤 입주 의사를 밝혔다. 어슬렁 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입주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공간을 꼭 직접 보고 결정하라고 말한다. 집 이곳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창 밖 풍경이 좋다’는 장점은 물론이고 ‘신발장이 협소하다’, ‘샤워실이 층마다 한 개다’ 등의 불편한 점을 세세하게 짚어준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들어오겠냐”고 물어본다. 마이너한 주거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청운광산의 주거 임대료는 월세 42만 원이다. 다른 곳보다 비싼 건 아니지 않은가? 

비용은 상대적인 것이다 보니 사회주택이란 인식에서는 조금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운광산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료가 책정되어 있다. 

 

 

 

 

 


2nd floor plan ⓒGUBO Architects


Section ⓒGUBO Architects

 

 

개인 공간, 공용 공간, 그리고 그 경계


SPACE 초기 설계안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6층짜리 건물을 계획했다. 1~2층은 공용 공간으로 계획했고, 개인실마다 발코니가 있고, 옥상에는 정원을, 지하에는 커뮤니티룸을 두었다. 천창을 통해 하늘을 보며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도 계획했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처음에 100을 계획했다면 단계별로 하나씩 깎이면서 70을 포기해야 했고 지금은 30정도 남은 것 같다. 나는 아쉬움이 큰데, 30만으로도 여전히 “공유주택인데 너무 고급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수준이 열악하다는 데 대한 반증인 듯하다.

설계안이 여러 번 바뀌는 와중에도 놓지 않고 계속 고민한 부분이 ‘느슨한 경계’다. 처음에는 개인실과 공용 공간 사이에 버퍼 공간을 계획했다. 그 중간 영역에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을 배치했다. 그러나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당시에 파악했던 것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대지면적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작아지면서 건물 볼륨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중간 영역을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에 눅(nook)을 더했다. 계단실을 비교적 넓게 계획하고 중간중간 아담한 자투리 공간을 두어서 입주자들이 휴식할 수 있고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눅은 2층과 3층 사이의 중간층에 배치했다. 눅은 1.5개층 높이로 수직으로 길게 배치했는데, 모든 층에서 눅을 인지해 사람들이 쉽게 모이도록 유도했다. 

건축가가 눅과 같은 공간적 여지를 주었기 때문에 입주자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쓸까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다도가 취미인 사람은 처음 방문하자마자 눅에서 차 마시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눅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사람도 있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쌀쌀해서 잘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공사비가 한정적이라 눅에 바닥 난방을 깔지 못해 아쉽지만, 곧 봄이 되면 활기를 띠지 않을까 예상한다. 

SPACE 느슨한 경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주방의 위치도 중요하다. 공유 주방을 최상층인 4층에 위치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공유 주방은 다 함께 식사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에 맞게 층고를 높게 계획하고자 했다. 사선제한으로 층고를 가장 높게 확보할 수 있는 곳이 4층이었다. 전망이 가장 좋기도 하다. 

단순히 바닥 면적을 나누는 게 아니라, 볼륨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비약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 호텔은 최상층을 로비로 사용하지 않는가. 청운광산도 마찬가지다. (웃음) 

입주자들이 1층부터 4층까지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교통정리를 했다고 느꼈다. 개인실 안에서만 생활하는 게 아니라 청운광산의 모든 공간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밀도를 분산시켰다고 봤다. 

SPACE 청운광산의 개인실 또한 궁금하다.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부터 짚어보자면 우선 창문이 저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삼청동과 서촌의 단아한 특성을 반영하여 단순한 구조 체계를 사용했고 이를 입면에까지 반영해 계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회주택이 지역에서 환영받는 유형의 건물이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사회가 건립을 반대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회주택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집단적 느낌을 지양하고자 입면에 변주를 주고 창문의 크기와 방향도 각기 다르게 계획하는 것으로 설계안을 바꿨다. 사실 처음에는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인까지 했다. 방마다 각기 다른 가구를 계획해서 입면, 창, 가구가 연결되도록 했다. 입주자들마다 선호하는 주거 공간이 다를 것이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다 다르게 디자인하니까 가구제작에 필요한 비용이 너무 크더라.  

 

ⓒYang Sungmo ​

 

ⓒYang Sungmo ​

 

ⓒYang Sungmo ​

 

작지만 큰 디테일 


구보건축이 디자인한 가구는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스튜디오 프레그먼트에게 처음부터 새롭게 가구 디자인부터 제작까지를 의뢰했다. 

스튜디오 프레그먼트는 건물이 거의 다 지어질 때쯤 합류했다. 이렇게 긴 서사를 나는 오늘 처음 들었다. 홍지학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디자인한 가구는 과연 다양한 생활 방식을 잘 담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한다. 

서동한은 가구의 유형을 몇 가지로 단순화했지만 중요한 점들은 놓치지 않았다. 난 이렇게 하지 못했는데. (웃음)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튼튼하게 만들 것, 과하지 않은 형태로 디자인할 것, 관리가 용이할 것, 하나의 가구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할 것 등을 목표로 삼았다. 

SPACE 개인주택이 아닌 공유주택에 놓이는 가구이기 때문에 특별히 고민한 점이 있는가?

범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누군가는 개인 공간에 책상이 꼭 필요한 반면 어떤 사람은 책상은 필요 없고 화장대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든 가구가 접이식 책상 겸 화장대다. 저마다 다른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상호 보완성도 중요하다. 공유주택은 개인실에서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면 공용 공간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서 개인실에 두지 못한 널찍한 테이블을 공유 주방에는 두는 식이다​.

삼시옷이 공유주택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여러 조언을 해줬다. 그중 하나가 캐리어에 대한 것이다. 공유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이사할 때 용달차를 부르는 게 아니라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개인실마다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수납공간을 두었다. 천장과 가까이 위치시켜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가구의 사용연한을 6년으로 정확하게 요구한 점도 가구를 디자인하고 재료를 선정할 때 도움이 됐다. 개인실 가구는 파티클보드에 LPM으로 마감했고, 공유 주방 가구는 합판에 HPM 마감을 했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형태와 재료가 다르다.

SPACE 침대 머리맡에 있는 전기 콘센트는 휴대폰 충전기를 꽂기에 적절하다. 또한 옷장 바로 옆에 별도의 행거가 있어서 자주 입는 옷을 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청운광산은 작은 디테일들이 살아 있는 가구들로 채워졌다. 생활과 맞닿은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떠올렸나? 

내 집에서 사용하던 걸 그대로 들고 왔다. (웃음) 이제는 무선충전기가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선충전기밖에 없어서 벽면의 전기 콘센트에 충전기 여러 개를 꽂아놓고 생활했다. 

나만 해도 아직까지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침대에서 휴대폰으로 넷플릭스, 유튜브를 보다가 잠든다고 하더라. 매체가 바뀌고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가구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Yang Sungmo ​

 


Hybrid structure ⓒGUBO Architects

 

기본에 충실할 것


SPACE 청운광산의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나무의 사용이다. 구조로 나무와 콘크리트 두 가지를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주거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방의 크기, 집으로 가는 길목, 공용 공간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좋은 재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자연재료가 주는 효과가 크다. 나뭇결과 따뜻한 색감을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향긋한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공간은, 곰팡이를 대충 쓸어내고 그 위에 벽지를 덧바른 공간과는 다르지 않겠는가. 남쪽에 위치한 아홉 개 개인실은 목구조를 이용했고 나무를 그대로 마감으로 노출시켰다. 화장실, 주방 등이 위치한 북쪽은 콘크리트조로 시공했다. 

“구질구질한 데서 살게 하지 말자”는 모토가 분명했다. 청운광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무였다. 목구조의 단점은 가격이다. 독일산 스프러스를 사용했고, 부자재도 수입했다. 국내에서는 구조용 목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공장에서 필요한 부재를 다 재단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도 치밀하게 해야 한다. 

보통 건물의 퀄리티 걱정은 건축가가 하고 돈 걱정은 건축주가 한다. 청운광산은 반대였다. 오히려 나와 홍지학이 공사비 걱정을 하고 김민철은 나무를 고수하는 상황이었다. 감동적이었다. 두 가지 재료를 사용하면 사실 공정이 효율적이지는 못하다. 특히나 청운광산은 콘크리트와 나무를 수평적으로 섞지 않고, 내부 프로그램에 맞게 수직적으로 섞었다. 덕분에 콘크리트 골조를 4개층 모두 올려야 해서 공기를 줄이지 못한 채 목구조 공사만 추가되는 상황이 됐고, 한 가지 재료만 사용할 때보다 비용도, 공기도 늘어났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포기한 것들이 많다. 계단실의 창문이 대표적이다. 창문 없앤다고 얼마나 아낄 수 있겠냐 만은 티끌까지 모았다. 나무 재료의 대략적 사이즈는 설계 단계에서 나왔기 때문에 미리 수입해서 확보해놓았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골조가 완성된 후에, 최종 실측을 진행하고 그에 맞추어 목구조 자재를 재단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은 더 걸려도 두 재료가 만나는 부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중량충격음, 경량충격음, 기밀테스트를 진행했다. 1층 현관은 외부 벽돌 바닥 재료가 그대로 들어오면서 기밀 성능이 조금 낮게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통 수준으로 나왔다. 목구조라서 층간소음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방간소음도 걱정이었다. 청운광산은 법적으로 한 세대가 사는 다중주택이기 때문에 방을 구획하는 벽을 세대구획 벽으로 설계할 필요가 없지만, 실제로는 옆방에 가족이 아닌 타인이 산다.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도 소음분쟁이 있는데 나무로 만드는 벽을 사이에 두는 게 괜찮을까, 고민이 많았다. 나무는 흡음에는 유리하지만 차음에는 불리하다. 따라서 2×6인치 크기 경골목 자재를 서로 엇갈려 세워서 소음이 벽을 통해 다른 쪽으로 전달되는 것을 줄였다. 또한 소음은 벽 전체가 아니라 틈새를 통해 전달되므로 전기 콘센트나 배관이 벽에 구멍을 만드는 일이 없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체크했다. 

작은 건물이지만 고민이 참 많았다. 건축이 그래서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입주자들이 계속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고 있다. 

SPACE 앞으로 청운광산은 어떻게 운영될 예정인가? 

토지 임대는 기본 30년에 추가로 10년을 받을 예정이라 총 40년 계약이다. 현실적으로는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공실 관리가 최우선이긴 하지만 10년 장기계약을 한 큔과 청운광산 입주자들과 함께 이 동네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다. 

 

ⓒtexture on texture  

 


김민철
김민철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다양한 규모의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3년 성나연, 김하나가 설립한 서울소셜스탠다드에 합류했다. 빠르고 밀도 높은 성장의 역사를 가진 서울을 배경으로 사람과 시간, 공간이 만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지해야 할 표준은 무엇인지 발굴해나가려고 한다. 현재, 사용자 중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속가능한 1인 가구 근린복합 공유주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서동한
서동한은 건국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쿼츠랩의 공동대표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8년 스튜디오 프레그먼트를 설립하여 장소의 연결성, 공간과 프로그램의 맥락에 대한 포괄적 연구를 바탕으로 은유적 방법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조윤희
조윤희는 2015년부터 구보건축을 설립하여 건축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의 이로재와 미국의 하월러 플러스 윤 아키텍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2016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홍지학
홍지학은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건축, 미국 보스턴의 센터 포 어드밴스드 어바니즘(CAU)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5년 구보건축을 설립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아키텍추럴 어바니즘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전후 교외개발이 현대건축에 미친 영향을 다룬 건축역사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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