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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에서도 여전히 종이책을 만들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출판사는 대중에게 문화적 소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가를 느끼게 되었다.
설계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으며, 공사 과정 내내 이미 계획된 의도도 다시 관찰되었고 반성하게 되었고, 재논의되었다. 그럼에도 작업에 참여한 모두가 분쟁 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낸 근거에는 건축주의 긍정적인 욕심이 주요했던 것 같다. 빅토르 위고가 “책이 건축을 죽였다” 했다는데, 건축주는 건축을 통해 다시 ‘책’을 살리겠다고 작심한 듯했다.
지하층에서 3층까지 전시장, 카페, 공중정원으로, 4층에서 7층까지는 출판사 본사와 건축주의 단독주택으로 구성됐다. 면적상으로도 절반 이상이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됐다. 지하 공간으로 커다란 진입구가 있으며, 1층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됐으며, 1층과 2층은 슬래브 오프닝을 통해 연계됐으며, 2층과 3층에는 여기저기에 옥외 공간이 분포됐다.
고벽돌은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결정된 재료였다. 벽돌은 따듯하며 친숙하며 안정감을 주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겉에 부착되는 재료가 아니고 위로 쌓이는 양상이므로 무게감 있으며 의욕적인 재료다. 한 장 한 장 구축된 벽돌 면들은 다시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며 이 덩어리들은 하늘과 도시를 향해 뭉쳐지고 쌓여진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 덩어리 속의 내부 기능은 계단실, 진입구, 광정, 테라스, 카페, 심지어는 화장실로 쓰인다. 서로 다른 용도의 볼륨들이지만 모두 높은 직육면체의 고벽돌 덩어리다. 전면에서 볼 때, 12개의 덩어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높이를 달리하며 땅 위로 솟아 있다. “하늘로 치솟은 새로운 문화 공간 플랫폼, The 3rd Space"라고 건축주는 준공패에 새겼다.
대지는 큰 블록 속에 있지만, 양화로에서 북쪽으로 뚫린 길을 통해, 대로에서도 인지가 되는 길 끝에 위치하고 있다. 이 길은 북쪽으로 계속 관통되지 않고 서로 직각이 아닌 세 개의 다른 골목과 교차한다. 대지의 앞쪽은 예각의 삼각형이고 뒤쪽은 긴 직사각형이다. 양화로에서 더 잘 보이도록 대지를 약간 왼쪽으로 밀고, 예각 코너는 각을 더 벌렸으면 했다. 물론 가능하지 않다. 주어진 형상과 입지에 서서 건축물은 주장을 해야 한다. 건축의 목적에 연관해 쉽게 적응되지 않는 대지였다. 눈, 코, 입이 돌아간 요상하게 생긴 광어가 생각났다.
오리엔테이션 설정이 다른 다양한 매스를 스터디했다. 건축물이 어떤 자세와 표정을 가져야 할지 하는 고민은 이 땅을 잘 아는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중요한 어젠다이다. 3m 정도의 폭을 갖는 높은 사각형 타워들의 묶음은 주어진 입지에서 건축물이 갖고자 했던 형태의 해결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번은 전면으로 높은 게이트이고, 2번은 하늘로 깊은 구멍을 갖고 있으며, 3번은 제일 높은 중심이며 띄어쌓기 된 벽돌 면을 통해 빛이 산란되며, 4번은 1, 2층 카페의 출입구이며, 5번은 속이 꽉 찬 덩어리이며, 6번은 다락으로 통하는 통로이며, 7번은 옆으로 얼굴을 돌린 듯하고, 8번은 위아래로 다 뚫린 작은 광정이며, 9번은 제일 아래 숨겨진 입을 가지고 있으며, 10번은 7번과 마주하고 있으며, 11번은 머리에 주택 정원을 이고 있으며, 12번은 제일 멀리서 동측을 경계하고 있다. 모두 붉은 고벽돌 조적 작업을 통해 서로서로 뭉쳐 있다. 각각 다른 역할을 갖고 있지만 모두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섬네일, 상단 사진_건축사사무소 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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