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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

천경환(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노경
자료제공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미묘한 긴장감과 생동감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이하 아이디알)는 설계공모 당선으로 언북중학교와 압구정초등학교, 두 학교의 다목적강당을 설계하게 됐다. 대형 사무소는 이렇게 작고 귀찮은 일에 덤벼들려 하지 않고, 소규모 사무소는 이렇게 재미있을 법한 일이 있는지 모르던 시기였다. 설계공모에 당선한 기쁨과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른바 선수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던 ‘판’은 젊은 건축가에게 상냥하지 않았다. 교육청 발주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은 낯설고, 건축가의 정성과 소신은 발주처의 고함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은 평범한 학교 건물 이상의 세련된 스타일과 높은 완성도를 성취했다. 앞서 말한 어려움들을 극복한 결과다.

아이디알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운다며 알록달록한 원색을 쓰거나 아기자기한 장식을 다는 게 아니라, 두어 개의 단정한 재료로 물성의 섬세함과 단아함을 보여주고자”했다. 그리고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내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단순한 톤의 공간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원색의 요소, 곡선의 모티브 등을 끌어와 건축물에 ‘디자인을 덧씌우는’ 수법은 아이들을 어른들의 세계로부터 격리하고 싶은 학부모들의 욕망과 투입한 예산 대비 높은 성과를 내려는 관료들의 바람, 건물을 편하게 짓고 싶은 시공사의 안일함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건축가가 믿는 ‘건축의 가치’와 건축가가 집중하고자 하는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은 아이들이 쓸 건물이라고 해서 가릴 만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특정한 형태적 어휘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아이디알의 작업에서 분명 일관된 흐름이 보인다. 이들은 ‘해야 하는 말’의 틀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뽑아내며, 설명될 필요가 없거나 설명될 수 없는 말은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장스팬의 대공간’을 형성하는 과제에 대해 ‘참신한 구조 시스템’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생동하는 공간감을 창출한다. 없어도 되는 무언가를 무의미하게 덧붙이기보다 굵직굵직하게 벽면을 접고 자르고 겹쳐서 스케일이 주는 부담감을 극복하려고 하며, 이러한 디자인 과정에서 생긴 매스의 균열을 내부 공간을 연출하는 유력한 단서로 삼는다.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에서는 기다란 직육면체 윤곽으로 짜인 트러스가 적용됐다. 이는 넓은 지붕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체이자 어두운 체육관 내부에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장치다. 이 ‘빛의 상자’는 무뚝뚝하고 거대한 벽돌 덩어리를 적절히 갈라놓는 동시에 이들을 긴밀하게 묶어낸다. 빛의 상자는 다목적강당의 지붕 위로 톱니처럼 튀어나왔는데, 박공이나 볼트와 사뭇 다른 기념비적이고 단호한 표정의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건물 내부에서는 균열된 틈을 통해 공간감을 확장하고, 거대한 공간의 윤곽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은 미묘한 긴장감과 생동감을 형성해내고 있다.

다목적강당은 필로티 구조로, 현재 주차 공간으로 사용되는 1층에는 급식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촘촘히 늘어선 루버가 빛의 상자 하단부에서부터 지면까지 내려오는데, 루버는 밝게 빛나는 빛의 상자와 어두운 필로티 사이의 어색함을 세련되게 풀어주고 있다.

이 건축물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건축가가 추구하는 ‘건축의 가치’ 속에서는 기존 맥락에 대한 배려가 자리 잡을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건축가는 기존 학교 건물에서 ‘건축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새로운 다목적강당을 디자인하면서 모듈, 패턴, 건축적 어휘, 재료 등 옛 건물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건축적 가치가 ‘건물’이 아닌 보는 이의 ‘시선’ 속에 있다고 믿는, 비평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물론 엄격한 모더니스트로서 당연한 태도일 수 있고, 어쩌면 그런 단호함 덕분에 관료주의와 이에 따른 학교 건축의 타성을 돌파해 이만큼 성취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디알이 형편없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나름의 가치를 찾아내려고 하는 따스함까지 갖추게 되었을 때,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보며 배우고 싶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희망1. 건축가는 이번 프로젝트의 과정과 교훈을 일일이 정리한 뒤 매뉴얼로 묶어냈다. 그리고 이 ‘판’에 들어오고자 하는 건축가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고 한다. 건축가는, “그새 설계공모 경쟁률이 높아져서 이제는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웃는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또 하면 더 잘할 자신이 있느냐”는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2. 건축의 가치에 아이들은 반응한다. 건축가에 따르면, 어느 날 언북중학교 학생 한 명이 막무가내로 설계사무소에 찾아왔다. “공간이 너무 좋아 시간 날 때마다 체육관 안에 들어가 서성거린다”며 건축가를 붙잡고 건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서없이 이어지던 건물 이야기가 어느새 진로 상담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진행_이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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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림, 이승환
전보림, 이승환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국내 아틀리에 사무실에서 실무를 경험한 뒤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귀국해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2017년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울산광역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공건축과 건축설계 현실에 대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각각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와 디지털 텍토닉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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