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파빌리온의 변주: 페이스 갤러리 서울 | 매스스터디스

「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Pace Gallery Seoul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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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중정’은 상업 가로, 주거지, 문화시설과 남산 녹지가 수렴되는 복합적 도시 조건을 지닌 이태원로 북동단에 위치한다. 2009년 지하 구조만 시공된 채 멈춰 있던 건물의 설계를 이어받아 지상부를 새로이 구상해 2012년 완공한 근린생활시설이다. 단일 건물이었던 원안을 주변 스케일과 지형에 맞도록 지상 두 동으로 분리했다. 후면 남산과 접한 기존 옹벽을 활용해 정원을 품은 중정을 만들고, 2층의 ㅁ자 중정과 지하 두 개 중정, 총 네 가지의 특징적인 외부 공간들이 건물과 함께 이태원 도시 조직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Exterior view of Lawrence Weiner, PEELED PAST THE CORE, 2016, Language + the materials referred to, Dimensions variable ©Lawrence Weiner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Pace Gallery Seoul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2019년부터는 세 차례에 걸쳐 전면 건물 1~3층(페이스 갤러리 서울)과 후면 건물 1층(전시 공간을 겸한 티하우스인 페이스 오설록)의 인테리어 설계에 관여했다. 건물설계의 출발점이 기존 토목 옹벽의 전유였다면, 실내 공간은 기존 건물 외부의 공간적 특성과 물질성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연장하는 또 다른 전유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개방적인 1층 두 공간의 바닥은 외부 전벽돌의 모듈이 검은 화강석으로 연결되어 도시의 공공 영역을 내부로 연장시켰고, 2~3층 갤러리는 외부 데크의 바닥재를 실내로 끌어들여 공간감을 확장했다. 1층 갤러리는 기존 블랙 콘크리트 천장을 유지했고, 티하우스는 현장에서 검은 밧줄로 직조한 천장으로 마감해 어둡고 차분한 전체 분위기를 지속하면서 미세하게 촉감적 변화를 주었다. 

(왼쪽) Pace Gallery/Osulloc Tea House, Seoul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오른쪽) IInstallation view of Robert Nava, Pace Gallery Seoul, 2023 ©Robert Nava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갤러리 2~3층은 기능상 꼭 필요했던 3m 이상의 천장고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벽체 매립 설비를 설치했다. 내부 벽체는 전시를 위한 고정벽과 함께 가변적으로 회전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벽을 두어 전시마다 다양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또한 모시 소재의 차양 스크린, 롤업 블라인드, 암막 커튼으로 자연광에도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자 했다. 티하우스 내부는 전면 중정에 면한 슬라이딩 유리문을 통해 외부 중정으로 공간이 확장된다. 도시와 자연이 충돌해 생긴 부산물인 옹벽에서 출발해 건축과 내부 공간으로 수렴되는 긴 과정이었다.​

Pace Gallery Seoul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Installation view of Sam Gilliam, Pace Gallery Seoul, 2021 ©Sam Gilliam /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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