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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보편적 재료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사진
박윤, 최원서
자료제공
최원서
진행
최은화

​최원서는 각기 다른 산업 재료에서 저마다의 특별함을 발굴해낸다.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가구를 만들 때는 단면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기능에 감춰져 있던 형태적 아름다움을 부각한다. 영원히 묵직할 줄 알았던 콘크리트도 가벼운 인상을 띠고, 이삿짐 박스도 가위 하나로 스툴로 탈바꿈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택배용 비닐봉투에 주목해 분자요리 하듯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며 플라스틱 크래프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올해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공모 당선을 시작으로, 그룹전 <병치>와 <을지로 라이트웨이>에 참여했고, 12월에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홈테이블데코페어에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원서, ‘PF80_스툴(패턴 오브 인더스트리)’,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350×360×760mm, 2019 (©최원서)


최원서, ‘PF60_사이드 테이블(패턴 오브 인더스트리)’,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아크릴, Ø450×500mm, 2019 (©최원서)

 

 

 

인터뷰 최원서 × 최은화 기자

 

최은화: 현재 한양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과정까지 마치고 휴학해 가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휴학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최원서: 학교 작업의 대부분은 가상의 클라이언트를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컴퓨터 모델링으로 완성해 친구들과 교수님과 공유하는 것으로 끝난다. 클라이언트도 실존 인물이 아니고, 결과물도 실물로 제작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혼자서 발명품을 만드는 기분이다. 이러한 디자인 과정이 과연 졸업 후에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은화: 하고 싶던 일들을 지금 충분히 하고 있는가? 

최원서: 우선 디자인 회사 두 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학교는 디자인을 순수한 목표로 삼는 반면, 회사는 단순히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휴학 시작과 함께 ‘패턴 오브 인더스트리’를 제작했다. 스툴, 벤치, 테이블, 화병, 조명 등으로 시리즈를 발전시키고 있다. 

 

최은화: ‘패턴 오브 인더스트리’의 재료는 알루미늄 프로파일이다.

최원서: 주로 사다리, 창틀, 진열대, 공장 작업대에 사용되는 산업 재료다. 을지로를 돌아다니다가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봤고 그 단면에 주목했다. 단면의 형태는 철저히 기능에 기인한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홈이 나 있고 나사 구멍이 일정 간격마다 있고 경량화를 위해 부재 중앙이 비어 있다. 필연적 결과물로 나온 형태가 아름답게 다가왔다. 부재를 조합했을 때 나오는 문양은 단청을 연상시켰다. 기능에 의해 간과된 아름다움에 주목하고자 현장과 인터넷을 오가며 규격을 조사했고 디지털 목업을 거쳐 작업에 사용할 몇 가지를 추렸다. 현재 다섯 가지 규격을 사용한다.  

 

최은화: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사용 방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 

최원서: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는 패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부재를 빼곡하게 쌓아 올렸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 보니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굳이 볼륨을 가득 채울 필요가 없었다. 다음으로 작업한 벤치는 다리와 좌판으로 구성해 재료 소비량, 가격, 무게를 낮췄다. 테이블은 날카로운 단면이 손에 닿지 않도록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다리를 세우고, 투명 아크릴 상판으로 덮어 패턴은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사용성은 개선했다. 최근에는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형태가 아닌 기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중이다. 홈에 전구를 넣어 조명을 만들고, 텅 빈 구멍을 화병으로 만드는 식이다. 

 

최은화: 그보다 앞서 작업한 ‘케이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최원서: 당시 콘크리트 가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레퍼런스를 살펴보니 덩어리감이 묵직한 가구가 많았다. 콘크리트 가구의 매력은 그 덩어리에 있지만, 예를 들어 중간에 구멍을 뚫어서 일부분이 없어지면 더 경제적일 거라 예상했다. ‘패턴 오브 인더스트리’와 맞닿는 부분이다. 그런데 콘크리트를 이용해 비정형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듯한 모양의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굳힌 다음 조각하듯이 콘크리트를 깨내는 방식을 사용하더라. 재료 손실도 크고 억지스러워 보였다. 이런 고민을 안고 콘크리트 스튜디오 ‘미콘’과 논의하던 중에 클레이 타입 콘크리트를 알게 됐다. 타설하지 않고 손으로 점토를 붙이듯 작업할 수 있어서 비정형의 거푸집을 만들 필요도, 후가공으로 콘크리트를 깰 필요도 없다.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형태를 얻을 수 있고, 산업 재료지만 수공예적이라는 반전 매력도 있다. ‘케이브’는 수작업이기 때문에 작업할 때마다 동굴 형태가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최은화: 폴리프로필렌 박스를 스툴로 바꾸는 ‘박스툴’도 진행했다. 

최원서: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프로젝트를 하나 제안했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담는 이삿짐 박스는 현지에서 버려지는데 그 폴리프로필렌 박스 하나를 스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했다. 함께 봉사활동을 가는 사람들 중에는 디자인 비전공자도 있어 매뉴얼을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공구도 최소한으로 했다. 가위로 박스를 잘라 부재끼리 끼우면 끝이다. 방법은 내가 고안한 게 맞지만, 적절한 구조와 형태를 찾을 때는 여러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또 차용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열두 개의 스툴을 제작했다. 

 

최은화: 열두 개 다 만들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최원서: ‘박스툴’은 내 초기작 중 하나인데, 내 작업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사용되는 걸 처음으로 목격한 사례라 의미가 크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현지 사람들이 정말로 스툴을 필요로 할까? 박스인 상태가 더 유용하진 않을까? 자기만족을 위한 작업은 아니었을까? 등의 의심과 자책이 이어졌다. 항상 스스로의 작업을 돌아보는 편이다. 내가 이걸 왜 했지, 이게 과연 필요할까 등을 늘 생각한다.  

 

최은화: 플라스틱을 녹여서 트레이를 만든 ‘트레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은 어떤 종류를 사용하는가? 

최원서: 성분으로 따지자면, 폴리프로필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사용한다. 병뚜껑과 세제 용기로 사용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재료를 줍기 위해서 한동안 계속 돌아다녔다. 여러 개를 섞다가 망치기도 하고, 병뚜껑에 묻은 음료를 확인하지 못하고 바로 녹였다가 색이 탁해지기도 했다. 그러다 발견한 재료가 택배용 비닐봉투다. 많이 생산되지만 쉽게 버려지고 오염도 적고 색깔까지 다양하다. 

 

최은화: 택배용 비닐봉투라니 상상도 못했다. 가열하고 압착하는 과정은 어떤가? 

최원서: 열풍기를 쬐기도 오븐으로 굽기도 했지만 냄새와 연기가 심했다. 시행착오를 겪다 다리미에 정착했다. 택배 봉투를 찢어서 종이 호일을 얹은 다음, 다리미로 누르면 녹는다. 1차 프레스로 두께감을 형성하고 2차 프레스로 트레이 모양을 만든다.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플라스틱 사출물과는 전혀 다른, 이 제작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형태와 색깔은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온도와 압력만 동일하다면 일정 퀄리티 이상의 제품을 꾸준히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은화: 작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산업 재료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최원서: 돌과 나무 같은 자연 재료도 멋지지만, 비싸기도 하고 이미 많은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이 다룬 재료다. 그 대척점에 산업 재료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저렴하고, 가구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재료라 새로운 인상을 주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전공이 산업디자인인 것도 재료 선택에 영향을 준 듯하다.  

 

최은화: 작업들이 다양한 결을 가지는데, 그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최원서: 재료, 제작 과정, 결과물, 이 세 가지가 항상 긴밀해야 한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된 형태와 기능이 결과물로 이어져야 한다. 

 


최원서, ‘케이브’, 콘크리트, Ø300×420mm, 2018 (©최원서)​​

 


최원서, ‘박스툴’, 폴리프로필렌, 350×350×400mm, 2018 (©최원서)​​

 


최원서, ‘트레이스’, 폴리프로필렌, 고밀도 폴리에틸렌, 가변크기, 2018 (©최원서)​​ 

 


최원서
최원서는 한양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산업 재료인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단면 문양을 이용한 가구 시리즈 ‘패턴 오브 인더스트리’를 통해 국내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로서 첫 평가를 받았다.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www.oneseocho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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