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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후후 불어서 만드는 가구

사진
지요한
자료제공
양승진
background

양승진은 풍선을 불어서 조명과 의자를 만든다. 블로잉 시리즈(Blowing Series)는 풍선 특유의 동글동글한 형태, 혹시 터지지 않을까 하는 시각적 긴장감, 여러 겹으로 쌓인 에폭시의 견고함이 한데 모여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가나아트센터, 디뮤지엄, 모어댄레스 등 국내 기관에서 그룹전과 개인전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더퓨처퍼펙트에서 <의자>전과 <양승진과 보워 스튜디오>전을 선보이며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주문제작 가구, 전시용 가구,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단단하게 쌓아간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그의 작업실에는 형형색색 통통한 풍선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 마치 소시지 가게를 연상시켰다. 공업용 방음 귀마개, 수십 통의 에폭시, 박스 채로 놓인 풍선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양승진을 만났다. 

 

양승진, ‘블로잉 체어2’, 풍선에 에폭시 레진, 58×48×65cm, 2018 (©지요한)

 

인터뷰 양승진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블로잉 시리즈는 실제 풍선을 사용해 의자와 조명을 만드는 만큼 제작 과정도 일반적인 가구와는 차이점을 보일 것 같다. 

양승진(양): 풍선을 불어서 원하는 크기와 길이의 부재를 만들고, 구부리거나 말아서 모양을 잡은 뒤, 에폭시를 여러 번 발라 단단하게 굳혀 가구를 제작한다. 나무를 자르거나 흙을 덧대어 만드는 방식과는 달리,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고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형태를 시도할 때는 스케치, 렌더링, 작은 풍선을 이용한 목업을 거쳐 실제 크기로 제작하는데, 사전 작업을 꼼꼼하게 해도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최: 이전 인터뷰에서 “풍선이라는 새로운 소재의 사용보다 불어서 형태를 만드는 제작 기법에 더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불어서 만드는 방식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양: 풍선을 불면 하루 정도는 형태도 잘 유지되고 광택도 반짝이지만 곧 바람이 빠지고 광이 죽는다. 바람을 불어 넣은 직후의 상태를 보존시키는 게 시작이었다. 풍선에 에폭시를 바르니 형태와 광택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속에 텅 빈 공간도 고정되더라. 풍선을 이용해 가구를 만든다는 것은 빈 공간으로 가구를 만드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공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은 내 작업에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꼭 풍선이 아니더라도 불어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면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풍선이라는 재료를 형태적으로만 봤다면 조각처럼 깎아서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내 작업은 빈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풍선은 기성제품을 사용하는가? 

양: 그렇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풍선이다. 주로 두 종류의 풍선을 사용하는데, 작은 직경의 풍선으로 스툴과 조명을 만들고, 큰 직경의 풍선으로는 암체어를 제작한다. 암체어에 사용하는 풍선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직경이 가장 크다. 

 

최: 기성제품 풍선을 사용한다는 건 부재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기성제품 사용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양: 물론 큰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더 굵은 풍선이 있으면 새로운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풍선은 내 작업의 훌륭한 모듈러가 된다. 풍선 세 개를 이어 붙인 길이는 인체 치수에 꼭 맞는 앉는 너비가 된다. 네 개를 이어 붙일까 하다가도 미적으로도 실용적으로도 아니라는 판단에 하지 않았다. 이렇듯 내 작업에 서 풍선의 두께와 길이는 가구를 제작하는 데 표준이 된다. 

 

최: 블로잉 시리즈는 조명으로 시작해 이후 의자로 발전했다. 의자와 조명을 제작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양: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해 가장 간단한 형태로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의자에는 앉는 부분, 등받이, 다리 등 필수적 요소가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제약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디자인의 근거이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부재 하나를 덧붙일 때 그것이 장식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이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의자 작업을 이어왔다. 반면 조명은 제약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진다. 블로잉 시리즈의 조명은 전구를 감싸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떠올려 똬리를 튼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요소가 추가되면 장식이 된다. 조명 또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지만 억지스러운 형태가 나오는 것 같아 쉽지가 않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조명과 의자는 다른 점이 있다. 조명은 일반적으로 다섯 번 정도 코팅하는 반면 의자는 더 높은 강도를 내야 하므로 열 번 정도 코팅을 한다. 보통 조명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이 소요되는 반면 의자는 이주일이 걸린다. 

 

최: 의자 중에 다리가 세 개밖에 없는 스툴과 암체어가 있어서 놀랐다. 풍선으로 만들다 보니 금방이라도 팽창해 터질 것 같은 소재의 긴장감이 큰데 다리 수까지 모자라 구조적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양: 구조 또한 가장 단순하게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네 개가 필요 없어서 세 개가 됐다. 사실 의자 다리가 네 개면 바닥이 완전히 평평해야만 흔들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세 개일 때는 세 꼭지점만 바닥에 닿으면 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다. 그래서 초기에 작업한 스툴과 암체어는 모두 다리가 세 개다. 그런데 바닥에 닿는 면적이 매우 작다 보니 가끔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 이후에 다리가 네 개인 의자도 추가했다. 하지만 초기작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뺄 요소가 없도록 디자인했다. 

 

최: 빈 공간, 고무풍선, 여러 겹의 에폭시로 이루어진 부재로 가구를 만들었는데 내구성은 어떠한가? 

양: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고 또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우선 강도는 초기보다 훨씬 좋아졌다. 떨어트린다거나 다른 물건과 세게 부딪히는 등의 큰 충격이 가해지면 깨질 위험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손상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완파가 되지 않는 이상 수리도 가능하다. 부재가 떨어지거나 부분적으로 파손되는 경우 애프터서비스를 해드리고 있다. 모든 부재가 하나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변형이나 뒤틀림에도 강하다. 비를 맞아도 되고 썩지 않아서 나무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자외선에 노출되면 다른 재료들처럼 색이 살짝 변할 수가 있다. 또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부재가 약간 말랑해지는데 식으면 다시 단단하게 굳는다. 이러한 이유로 야외에 두고 사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최: 2013년부터 시작해 7년 동안 단일한 소재와 동일한 기법으로 한결 같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블로잉 시리즈 외에 다른 시도는 없었나? 

양: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하고 있어서 신작을 하기에 버거운 점도 있다. 힘들어서 ‘신작은 나올 때가 되면 나오겠지’ 하는 조금은 게으른 생각도 들곤 한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편이라 공식적으로는 블로잉 시리즈만 존재한다. 지금 당장은 이 작업을 더 발전시켜서 보다 단단하게 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작업 범위를 확장하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작업을 또렷하게 보여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양승진, ‘블로잉 암체어2’, 풍선에 에폭시 레진, 75×72×75cm, 2018 (©지요한)

 

양승진, ‘블로잉 스툴1’, 풍선에 에폭시 레진, 38×38×48cm, 2018 (©지요한)

 

양승진, ‘블로잉 스툴2’, 풍선에 에폭시 레진, 50×37×46cm, 2018 (©지요한)

 


양승진
양승진은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했다. 그는 풍선을 사용하여 강렬한 색과 실험적 형태가 돋보이는 블로잉 시리즈를 선보인다. 금호미술관, 밀라노 문화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시립미술관, 밀라노 XXI 트리엔날레, 두바이 디자인데이스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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