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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꾸준히 성장하는 매듭에 대하여

사진
이의록
자료제공
원앤제이 갤러리, 작가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이광호는 어머니가 뜨개질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전선, 호스, PVC 튜브를 땋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조명과 의자는 국내외 매체와 디자인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펜디, 디올, 스와로브스키, 오니츠카 타이거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오설록과 남해 사우스케이프를 비롯한 여러 공간에 작품을 수놓았다. 매듭짓기로 탄생한 가구는 이광호가 지닌 아이덴티티를 응축해놓은 완결판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한발 더 나아간다. 적동, 짚, 스티로폼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루고, 작은 오브제부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파빌리온까지 스케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작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 2월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힙합 뮤지션 엑스엑스엑스(XXX)와의 협업 전시 <세컨드 랭귀지>를 통해 손으로 꼬는 방식이 아닌 3D프린터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의자를 제작했다. 이어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밀물과 썰물을 주제로 신작을 발표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다지며,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이광호를 만났다.

 

이광호, ‘사무직’, 바이올렛 실크 3D 프린팅, 495×330×685mm, 2019

 

인터뷰 이광호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선을 꼬아서 만든 매듭 시리즈(knot series)와 집착 시리즈(obsession series)가 인상적인데, 선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는가? 

이광호(이):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다. 선이라는 요소 자체가 흥미로웠다기보다는 다양한 재료 중 선을 먼저 선택해 작업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졌다. 선을 꼬는 기법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재료의 조합, 다양한 형태와 비례 등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을 관심 있게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최: PVC, 나일론, 가죽, 전선, 호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재료마다 작업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는가? 너무 얇거나 두꺼운 재료는 맨손으로 작업하기 힘들 것 같다. 

이: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재료의 물성과 크기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라진다. 얇고 날카로우면 손이 다치는 경우가 있고 두껍고 무거우면 작업할 때 힘이 많이 든다. 얇으면 얇은 대로, 두꺼우면 또 그것대로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최: 선을 재료로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매듭을 묶어 면을 만들고, 다시 면을 적층시켜 입체를 만든다. 형태를 계획할 때 어떤 고민을 하는가? 서서히 형태를 쌓아나가는 방식이니 당초 생각과는 다른 형태나 치수가 되진 않는가? 

이: 대략적인 형태는 예상하지만 정확한 치수와 형태에 민감한 편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치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초기 계획과는 다른 형태가 나오기도 한다.  

 

최: 스티로폼, 적동, 대리석, 나무 등 익숙한 재료들이 이광호의 작업에서는 새로운 인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이 독창적인데, 각 재료를 다루는 각각의 기법들은 어떻게 찾는 편인가? 

이: 이미 거의 모든 방법으로 각각의 재료가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내 기법이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슷한 방식으로 재료를 다루더라도 어디에 놓일지, 어떤 용도로 쓰일지, 어떻게 보일지 등을 고민하며 각 재료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작업 방식을 찾아나간다. 그 시간은 나에게 무척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재료의 물성, 재료를 다루는 방법, 구축된 형태와 비례가 한데 모여 시너지를 일으켜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최: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재료는 무엇인가? 

이: 아직 다뤄보지 못한 재료가 많다. 특정 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눈여겨보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가공 방식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 조명, 가구, 파빌리온,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을 다룬다. 스케일에 따라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는가? 또한 본인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스케일은 어느 정도인가? 

이: 접근 방식을 달리 한다기보다 협업의 인원이 달라지는 게 맞겠다. 특히 스케일이 커졌을 때는 동료들과의 의논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작업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진다. 스케일에 대한 편하고 어렵고의 기준은 따로 만들어놓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협업의 인원이 적고 많고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최: 집착 시리즈는 현대판 수공예운동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지난 전시 <세컨드 랭귀지>에서 선보인 작품은 모두 3D프린터로 제작됐다. 그간의 이광호의 작업은 수고스러운 제작 과정이 특히 매력으로 다가왔는데, 과감한 시도처럼 보인다. 

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3D프린팅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작업의 결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했다. 물론 손으로 꼬는 작업 방식은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3D프린팅을 접하면서 손작업에도 더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 앞으로 손작업과 디지털 작업의 극명한 대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최: 3D 설계사와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 특별히 요구한 점은 무엇인가? 

이: 전문가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내가 결과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이외에는 모든 조언을 수용하고자 노력했고 전문가 또한 나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협업의 과정이 있었기에 결과도 기대한 만큼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최: 사람이 손으로 만들면 매듭마다 디테일이 다르지만,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면 그것들이 단일화될 것 같기도 하다. 3D로 작품을 구현하는 데 세운 원칙이나 개념이 있는가? 

이: 이때까지 줄곧 손으로 작업을 해왔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때도 수작업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처음 시도하는 만큼 ‘해당 기술만이 가능한 표현을 구현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손으로는 만들 수 없는 두꺼운 굵기의 매듭을 제작할 수 있었다.

 

최: 3D프린터로 작업할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다. 

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할 때의 설렘과 긴장감을 좋아한다. 3D프린터로 의자를 제작한 지난 작업의 경우, 출력에 들어갔을 때부터는 기계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했기 때문에 3D프린터를 마치 인격체로 생각하고 기다리던 시간들이 묘하게 다가왔다. 

 

이광호, ‘스케일 모델’ 설치 전경

 



 

 


이광호
이광호는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 디자인을 전공했다. PVC와 전선을 꼬아서 만든 조명과 가구 시리즈가 해외 디자인 매체에 소개되며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커미세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국, 벨기에, 일본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소개했고 몬트리올 장식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007년 자신의 이니셜을 딴 klo(kwangho lee office)를 설립해 조명, 가구, 공간 등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www.kwangho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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