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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문화마을과 융합재생

황준호((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사)
자료제공
황준호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작년 11월부터 매월 마지막 목요일 '깨우는 건축, 살아난 도시' 도시재생 세미나를 주최해왔다. 도시재생이라는 큰 틀 안에서 리모델링 건축과 같은 익숙한 주제부터 기획자로서의 건축가, ​도시재생과 기술의 융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온 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이 지난 4월 25일 홍대 앞 청춘마루에서 열렸다. ‘마을’을 주제로 최근 도시재생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인 공동체의 단위와 구성에 관해 토론했다. 

 

 

발제 및 사회: 황준호((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사)

토론: 이광희(전 제주국제개발센타 이사장), 김미자(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 김용만(품마을주식회사 대표​), 김하나(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황준호: 마을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이고 지역적인 특성을 담고 있는 하나의 작은 시스템이다. 도시에는 도시마을이, 전원에는 지역마을이 있다. 옛날부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있는 한편 전통마을, 생태지향 마을, 그리고 스마트마을 등으로 계획된 마을이 있다. 시대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마을의 형태가 겹쳐지기도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마을의 새로운 모습을 ‘문화마을’이라 부르고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청년들의 공유주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 속 문화마을로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혼자이지만 함께하는 집’이라는 주제로 청년 공유주택을 개발하고 있는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의 의견을 듣고 싶다.

 

김하나: 공유주택, 셰어하우스를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일단 주택이기 때문에 1인 1실을 원칙으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공동사용 시설에 대해서는 특화된 계획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부엌을 계획하는데 있어서, 부딪히지 않는 최소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마주 보고 설거지를 하면 훨씬 더 즐겁게 가사노동을 할 수 있더라’ 이런 공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 탐구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주택으로서 공유주택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입주자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주방에서 나를 위해 음식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남을 위해 음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돌봄의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아가 주거의 기능이 주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의 많은 기능이 점점 도시로 확장되고 있으며, 결국 도시가 곧 집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통의동 집'에는 세탁실이 있지만 어떤 입주자는 세탁을 할 수 있는 카페에 가서 세탁을 한다. 집에 세탁실이 잘 되어있는데 왜 저런 시설에 갈까 궁금했다. 지하에 공유주방이 잘 갖춰져 있는데 바로 집 건너편에 있는 요리학원에 가서 친구들과 요리를 해 먹고, 거실처럼 쓸 수 있는 라운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 앞에 있는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의동 집 주변의 여러 공간을 아지트처럼, 내 집처럼 쓰는 모습을 보면서 통의동 집에 사는 사람들은 이 집이 위치한 서촌이라는 동네를 너무 좋아하고, 서촌을 확장된 자신의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집 하나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이 좋아야 거주자들에게 '좋은 집'이 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는 좋은 마을, 내가 살고 싶은 마을, 특히 1인 가구가 생각하는 그런 마을의 기준이 무엇일까, 어떤 마을의 요소를 좋아할까, 이런 것들을 요즘은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소담소담 신림동 공유주택 


황준호:​ 도시의 마을을 이루는 공유주택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어서 지역의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용만 품마을주식회사 대표의 문화마을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용만: 도시의 공유주거를 설명해 주셨는데, 저는 원래부터 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품마을'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문화이장 마을리더 응원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의 모임공간을 구성하고, 그리고 이런 활동내용을 신문으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교류를 활성화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마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야기하면 돈이 되는지부터 먼저 물어보더라. 그래서 10년 전부터 '행복집짓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건축주들을 교육했다. 집이 왜 필요하고, 마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공간을 설계할 당시부터 같이 공감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집 공간, 마당 공간, 마을 공간 등의 개념을 설계할 당시부터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함으로써 변화가 나타나기를 바랬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문화마을이라는 것이 생각은 좋으나 리더가 없다. 결국 움직여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고 좋은 공간을 준들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지역 사람들이 해결하려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활용한 것이 귀농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귀농 인구가 늘어나는데, 그들과 같이 공감하면서 지역에 내려가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커뮤니티를 조성할지 등을 고민했고, '문화 이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문화적으로 같이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생각으로 이주한다면 아마 더 좋은 마을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강화도에 있는 '화수가'라는 집을 예로 들어본다. 이 집의 주인은 집을 다 짓고 나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 집들이 음악회를 하고 지속해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행사 및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입주한 지 2년이 된 지금 마을에 변화가 왔다. 그 마을의 문화를 토론하고 지역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은 이주민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어울려 놀아주지도 않고 관망만 한다. 하지만 새로 온 사람들이 자기 집 마당에 터를 놓고 초대하고 대접하고 계속 관계를 하니까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도 하고 토론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마을을 가꾸기 위해 같이 꽃도 심고 나무도 심으니 많이 변화되더라. 결국은 한 사람이 들어가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마을의 새로운 문화가 생성된다. 그동안 행복집짓기 프로그램과 품마을을 통해서 연결된 커뮤니티가 다른 지역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기도 하며 마을문화 만들기의 분위기를 지속하고 응원한다. 

 

 

황준호: 마을을 개발할 때 건축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용만: 집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이렇게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활동도 마당 문화에서 출발한 것이다. 마당과 같은 가교역할을 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자극을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황준호​: 다시 도시의 사례로 돌아와 서대문구에서 문화도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미자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김미자: 홍제동은 서대문구에서 낙후된 동네이다. 예전에 화장터가 있던 동네라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홍제동을 가자고 하면 "화장터요?"라고 지금도 이야기한다. 그런 이미지를 바꿔보자 해서 제안한 것이 홍제문화예술축제다. 매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성공사례 중 하나가 전주 팔복동 마을이다. 팔복동에는 카세트테이프을 생산하던 공장이 있었는데 이제 더는 필요가 없어져 낙후된 그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마을마다 건강청소년센터를 설립하고 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광희: 문화마을에 대해 여러 가지 개념의 분화 발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의 인구 규모와 스케일에 대한 개념도 더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아파트에서도 품마을 같은 문화 활동,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고 집합주택이나 빌라 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작은 단위의 마을들이 도심 안, 또는 농촌이나 산촌에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청중: 을지로 3가의 노가리 호프 골목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데,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호프 마을을 만드는 것을 본다. 6시가 되면 모두가 퇴근하고 빈 골목에 테이블을 놓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것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40년 정도 이어졌는데, 3년 전 중구청에서 공식적으로 영업허가를 내줬다. 이후 지속해서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며 점차 확장되어 가고 있다. 정주 인구는 없지만, 고정적으로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유동 인구가 주민화되고 이 동네가 하나의 맥주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황준호: 노가리 골목의 성공사례가 새로운 마을의 개념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옥이다.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공간사옥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졌다. 건축설계 일을 하면서 거기서 문화·예술을 같이 나누기도 했던 그곳을 나는 업(業), 학(學), 락(樂)의 융합이라고 이야기한다. 건물만 지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주체가 되는 사람이 의지를 갖춘다면 그 공간에 콘텐츠와 스토리가 생길 수 있다. 

 

오늘 토론은 도시재생의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았다. 최근 도시재생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인 공동체의 단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 참석해 주신 분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한국건축가협회 도시재생 세미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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