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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

한은주(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자료제공
한은주(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한국건축가협회에서는 작년 11월부터 매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도시재생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열린 세 번째 시간에는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앞선 두 자리가 건축, 건축가와 도시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이번 자리는 기술과 사회변화의 적용을 함께 살펴본 시간이었다.  

 


 

발제: 한은주(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새로운 도시정책의 두 방향

도시는 유기체다. 이 표현에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을 담는 도시는 공간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의미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에 관한 논의는 우리의 생활양식에 따라 변화해왔고, 건축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예술, 각종 공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층위로 확대되고 있다. 근래 정부가 정치와 경제적 의미에서 도시에 관한 두 가지 화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후 도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과 대규모 신도시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시티’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변천에서 건설로 대변되던 국토개발시대에 지어진 시설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 노후화,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도시 프로그램 비활성화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노후 주거지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어왔다. 일괄개발은 투자자의 경제적 효과나 도시 정비의 효율성이 장점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도시 일상의 켜가 쌓여 만들어진 공간의 특성이 하루아침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생활 인프라의 불균형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일괄개발에 대한 반작용과 도시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도시는 변화해 왔다. 다양한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재원과 방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이 일어났다. 도심 공장이 카페나 예술가의 작업실로 바뀌면서 이색적인 경관으로 사람을 모으고, 좁은 골목길의 특색 있는 작은 상점이나 지역축제가 낡고 고즈넉한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대부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하여 만들어낸 도시재생의 모습이다. 후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수면으로 떠 올랐지만, 일괄개발의 폐해를 몸소 느끼던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간 경험은 절실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도시공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정부는 도시재생을 국토관리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공포하기에 이른다. 정책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은 하향식 도시재생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많은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 도시에 관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스마트 시티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의 유용한 적용을 모토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가 스마트 시티를 현재와 미래의 도시 패러다임이자 새로운 성장 요소로 삼고 부지런히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십여 년 전 스마트 시티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었다. ‘유비쿼터스 시티(U-city)’가 그것이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단어의 의미만큼 그 적용방식이 유비쿼터스 하지도 스마트하지도 못했다. 도시공간과 인간 생활의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의 개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시티는 그저 통신망을 장착한 도시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는 데 집중했고, 결국 도시 일상과 괴리되는 요소 기술의 대부분은 거의 사장되었다. 따라서 다시 스마트 시티를 화두로 내밀었을 때 많은 사람이 기존에 보아온 기술잉여의 억지가 또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이 스며드는 도시재생

이 두 가지 도시정책 주제는 정치적 의미를 차치하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존에는 도시를 주로 시설과 설비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물리적 노후를 경제적 환원 가치의 관점에서 따져 수익성 위주의 일괄개발을 지향해 왔다. 이와 달리 도시재생은 곳곳의 누적된 시간과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게 했고, 스마트 시티는 도시공간의 발전 방향성을 고민하게 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커다란 주제는 각각 낡은 도시에 대한 처방과 미래도시에 대한 기술적 사안으로 나뉘어 서로 섞일 수 없는 주제인 양 다뤄진다. 두 주제에 관한 개별적 논의는 활발하다. 그러나 두 주제를 유기적인 도시의 방향성에서 함께 하는 논의는 매우 드물다. 우리가 지향하는 도시개발의 방향에서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우리의 생활양식과 도시공간의 미래를 다루고 있고, 공간의 기억, 정주성의 연속과 같은 시간 관련 사안을 다루거나 일상에 스며있는 기술을 도시공간과 체계 있게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의 도시개발에서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에서 물리적 노후화나 장소성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를 메운다고 할지라도 이미 일상 속으로 깊이 확산된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점점 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분야에서 기술에 대한 새로운 경험의 격차가 사회적 격차를 크게 벌려놓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고, 이것이 새로운 계급화를 낳아 인간해방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우리 도시 일상의 불합리한 박탈이나 소외를 줄이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획단계에서부터 일상과 기술의 관계를 다루지 않는 도시재생이라면 너무나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다. 

 

도시에는 자연지형, 도로, 건축물 등의 물리적 요소 위에 기지국이 커버하는 전파영역 등 비물리적 요소도 포함되어있다.  

 

일상에 녹아드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시티의 관점에서 기존 도시를 고려하지 않고 신도시에만 사업을 집중하는 것은 반쪽에 불과한 사업이며 결국 기형적인 국토개발로 귀결될 수 있다. 기존 도시공간에는 이미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의 일상을 담는 공간과 시간적 형식이 신도시의 상황과는 다르다. 말쑥한 길에 다양한 반응형 가로등과 쓰레기 진공처리 기능이 있다고 스마트 시티일까? 전혀 아니다. 스마트 시티의 본질은 데이터에 있고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호환하면서 도시의 본질적 방향성(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등)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마지막 단계에 적용되는 요소기술들이 도시의 목표나 목적과 상관없이 난무하는 것은 오히려 예산의 낭비이며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지금 진행 중인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들은 구도심의 인프라에 적용하기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신도시에만 우선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정책 수립에 있어 도시, 사람, 일상에 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 정부와 기술관계자들은 도시의 발전 방향성에 관한 사회적 논의 없이 눈에 보이는 요소기술이나 거대 인프라 구축 물량만을 가지고 도시를 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무지함을 아직도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유력한 정치인들이 통일의 비전은 북한의 스마트 시티 개발에 있다고 계획을 밝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스마트 시티에 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알 수 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고 IT 강국이 아니다. 아직 우리는 스마트 시티 세계표준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가 스마트 시티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그저 기술적 인프라를 어떻게 깔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각 도시별로 도시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의 취급전략과 기술적용의 방향성을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은 여전히 반응형 가로등이나 몇십 년 된 개념인 전자 키오스크, 전자 폴리 등 몇몇 요소기술로 꾸며진 휘황찬란한 가로 이미지 구현에 쏠려있는 듯하다. 최근 한 스마트 아파트 단지에서 세대의 조명과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전기요금 변동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사람의 동작 하나로 조명을 켜고 끄고 세대 내의 모든 전자기기가 통합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은 스마트 시티의 본질적 개념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오래전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으로 주거공간과 기술을 엄격한 검증단계 없이 결합하여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의 현주소다. 도시발전 나아가 인류발전의 방향성에 관한 근본적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만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가 유효해짐에도 불구하고 목적 없는 전략들이 여기저기 난무하다.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2~3km 범위 내의 도시공간정보와 텔레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업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공간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파악한다. 스마트 시티는 이 비물리적 요소의 데이터를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토론: 양도식(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 센터장), 양수인(삶것 대표)​​

 

한은주: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에 관한 의견을 먼저 발표했다. 스마트 시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 양도식 센터장과 재생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삶것건축사사무소 양수인 대표, 두 전문가는 우리의 도시계획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도식: 도시계획 관련자들이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내고자 해야 한다. 도시재생의 객체는 공공재다. 민간 차원의 개발사업은 재생을 통해 이익을 남긴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공적 자본을 투자해서 취약계층에게 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한다. 스마트 시티 기술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해방이다. 

도시재생은 선진국에 접어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변화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해서 발생하는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 시티는 지속가능성과 같은 맥락에 있다 보니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고, 기술이 어떻게 도시에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꼭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는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대의민주주의로 변화할 수 있다. 빅데이터, IoT, AI 등을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경계가 완화되고 있다. 이 경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스마트 시티와 도시재생이 어떻게 연결될 것이냐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기술이 도시재생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한은주:​ 우리 사회가 지금은 신도시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도시를 재생하고, 메우고, 바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기술사회로 가는 변화는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서 기술을 베이스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양수인 대표는 최근에 도시재생 작업을 하였는데 이 둘을 접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양수인: 최근 인천에 천 평쯤 되는 공장을 리모델링했다. 큰 공단이 이주했는데 그중에 폐수, 폐 화학 물질을 처리하는 공장 한 동이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다. 동네 청년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 공장에 들어와 보고 ‘우리 동네에 이런 멋진 공장이 있었구나’ 해서 결국에는 문화시설로 바꾸어 나간 프로젝트다. 자본을 끌어내고, 구청장을 설득하고 협의도 하면서 동네를 두 청년의 힘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에 같이 참여했다.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흔히 매우 큰 규모에 아주 큰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프로젝트일지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거기서부터 다른 변화가 시작된다. 민간주도의 상향식(bottom-up)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똑똑한 보행 도시’라는 섹션에서 여러 아티스트, IT 관련자를 만났다. 이들과 스마트 모빌리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땅은 어떤 행위에 가깝기 때문에 비싸고 멀수록 그 행위에 도달하는 시간을 낭비해야 하므로 싼 것인데, 자율주행차는 사용자가 다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지금은 낙후된 도시, 지역을 재생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15년, 20년 후에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아주 다른 부분들이, 다른 이유에서 재생이 되어야 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재생도 해야 하지만 어떤 것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건축가라고 해서 꼭 건물을 낳는 산파 역할만 할 게 아니라 장의사 역할도 해야 한다. 어딘가는 죽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건강하게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재생, 도시재생이다.

 

한은주:​ 건축가의 장의사 역할을 언급했는데 사실 여러 여건의 변화를 통해서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가의 역할은 물리적인 장치를 디자인하기보다는 공간 경험, 시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시 큰 관점으로 돌아가면, 보통 도시재생은 동시대 생활양식과 도시의 장치들, 물리적 환경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를 새롭게 만들 때 ‘현재’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예를 들어 설계 의뢰가 들어와서 건축을 할 때 반 스텝 앞서서 보고 작업을 한다. 그런데 도시는 더 큰 규모의 문제이다 보니 그것을 다루는 시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딥러닝, AI 등 기술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 갱신이 가능한 형태가 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어떠한 방식인가? 

 

양도식: 디지털 토이(게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미래의 사건을 컴퓨터를 통해 재현해서 국가프로젝트, 도시 계획, 건설, 보상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내가 느낀 것은 마치 양자역학 이론에서 전자가 양자가 되었다가 광자, 전파로 바뀔 수 있듯이 인간 존재에 대한 정의가 의지에 따라서 결정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란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 디지털 토이에서 재구성이 가능하다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을지 과거에 일어났던 흔적들을 시뮬레이션해서 위 세 가지 요소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시간 변수는 주체라기보다는 의사결정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한은주:​ 컴퓨팅 기술이 급속히 확산될수록 인간, 도시,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도식 센터장의 의견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양수인 대표는 도시재생과 데이터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양수인:​ 물리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거나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 도시재생 계획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스마트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주도 공무원이 가장 사랑한 맛집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굉장히 스마트하게 도시를 잇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지자체는 예산 사용 결과를 발표하는데 한 기자가 지난 10년의 데이터를 모아서 제주도 공무원이 돈을 제일 많이 쓴 식당을 1위부터 20위까지 정리한 내용이었다. 또한, 10년 전쯤 미세먼지 수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을 작업한 적이 있는데, 실시간으로 모든 구의 미세먼지 정보를 공표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재가공하여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딱히 막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 데이터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었다.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제 그런 정보들을 쉽게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가공하고 다른 조합을 통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도시재생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는 오픈소스 데이터를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조금만 더 잘 생각하면 도시계획 차원에서 충분히 스마트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은주:​ 양도식 센터장은 빅데이터가 새로운 차원의 민주주의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역으로 이 데이터를 얼마나 어떤 범위까지 어떻게 오픈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구도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조차 시스템적으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성숙한 협조, 원활한 연결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스마트 시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방된 사회가 되지 않으면 인간해방의 길로 가기 어렵다. 정책적 유연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양도식 센터장이 많이 경험하고 있을 것 같다.

 

양도식:​ 스마트한 프로세스가 스마트한 도시를 낳는다. 도시재생 사업도 스마트한 프로세스로 갈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반영되고,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민주적으로 결정되었음을 알아보기 쉽게 한다.

공익을 위하여 스마트 시티 펀드를 조성해서 도시 전체에 적립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합의를 거쳐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할 수도 있다. 즉 스마트 이퀄리티, 평등의 문제가 중요하다. 건축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결론은 디자이너로서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디자인 감각과 거기에 담길 내용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데이터 플래닝, 즉 데이터를 디자인한다는 마인드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은주:​ 20세기 말에 타계한 앙리 르페브르는 유고작 『리듬분석』​을 통해 작금의 세상에 대한 예언을 남겼다. 그는 미래의 중요한 직업으로 리듬분석가를 언급했다. 리듬분석가는 우리 몸, 환경과 시간을 감지하여 리듬을 분석해내야 한다. 이는 도시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과 닿아있다. 스마트 시티의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보다 깊은 고찰이 선행되어야 우리는 정보사회를 인간해방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인간과 생활양식의 공간화를 다루어온 건축가는 작금의 도시기술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직능을 발휘해야 한다. 도시계획가는 네트워크 단위를 다루지만, 개별 요소기술이 접목되는 부분은 건축가가 인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이다. 건축가의 공간분석과 디자인 사고역량이 스마트 시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지점이다. 도시재생도 스마트 시티도 결국은 인간, 도시, 일상을 엮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분야인 건축은 스마트 시티를 그저 피곤한 요소기술의 부산물 정도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이 일상에 깊게 스밀수록 인간과 공간, 시간에 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하다. 기술이든 재생이든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행_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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