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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깨우는 건축 살아난 도시: 마을카페 너의 이름은?

김종대(하남시 도시재생센터 센터장)
자료제공
김종대(하남시 도시재생센터 센터장)

최근 도시재생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카페다. 한국건축가협회 도시재생 세미나 네 번째 시간을 맞아 마을 카페를 조명하고, 지역 커뮤니티 시설로서 카페의 역할과 생활SOC에 대해 알아봤다.

 

 

발제: 김종대(하남시 도시재생센터 센터장)

토론: 이준형(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대표), 정민룡(광주 북구문화의 집 관장), 김홍규(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김종대: 마을 공동체의 재구축은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마을 공동체 조성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이 마을 카페다. 마을 카페는 공동체를 기초로 하는 마을 단위의 생활SOC로 주민 생활에 밀접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며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에 조성되는 시설들은 마을 창작소, 마을 역사관, 기념관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동체 카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공간의 운영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 공간조성까지만 공적자금이 들어가고 이후 운영은 주민들이 해결해야 하므로 적당한 수입의 발생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의 수단이 된 마을 카페를 통해 도시재생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려 한다.

 

마을 카페의 등장과 그 가치

김종대: 동네에 등장한 마을 카페는 마을 공동체의 결과물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마을의 공통관심사를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 카페가 발생하게 된 사회적인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마을 카페는 목2동 카페마을이다. 젊은 디자이너 두 명이 작업실을 얻으려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목2동의 작은 동네가 마음에 들어 작업실 겸 카페를 열었다. 이 카페에 문화 활동을 하는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서울시의 마을예술창작소 지원사업은 이들의 활동에 기폭제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축제를 만들고 공동주택을 확보하는 등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두 예술가가 시작했던 카페는 주민들이 카페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었던 인천 배다리에 위치한 요일가게다. 요일별로 운영자가 다른 공유카페로 운영자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가게를 열어 기타 교실, 양초 공예, 공동밥상, 주말 카페 등의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 임대료를 여러 사람이 나누니 운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장소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어 공유하는 공간의 성공적인 사례로 제주도와 속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요일가게가 생겼을 정도다. 운영자는 주로 지역주민들로 요일가게를 중심으로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 사례인 후암동의 후암주방과 후암서재는 이 공간들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형 대표에게  직접 설명을 부탁한다.

 

이준형: 창업 5년 차 건축가이다. 우리 팀은 모두 건축가들이지만 건축 설계나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 재생을 위해 출발했다. 지금은 마을과 지역 재생을 하면서 거기서 파생된 작은 공간이나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에 한 일은 오래된 집을 기록하는 마을 아카이빙이었다. 그리고 마을에 대한 고민으로 셰어하우스, 사회주택, 특히 청년주거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원룸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때로는 나만의 서재 같은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은 친구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러한 형태의 공유공간들을 한 마을에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걸어서 5~10분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그것들이 네트워크화되면 동네 자체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 시작으로 2년 전 후암주방이라는 공유주방을 만들었다. 모든 인테리어를 직접 했고 적은 돈으로 실험 삼아 해본 것이라 마감이 훌륭하진 않지만, 다행히도 수요가 있었고 지금은 사전예약을 해야 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주방을 운영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마을에 좀 더 파급효과를 주기 위해서 그해 연말 후암서재라는 조금 더 큰 공간을 만들었다. 후암주방은 3평 정도이고 서재는 8평 정도 되는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다. 후암서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용히 책을 보거나 독서 모임을 하거나 카페처럼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마을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했을 때의 생각은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오랫동안 비어있는 상가, 주차장, 창고 등 버려진 공간을 임대해서 만들면 주변 주거환경에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으로 동네를 뒤졌다. 하지만 용산구는 도심이라 그런지 마땅한 공간이 없었고 몇 달 비어있는 작은 상가를 빌렸다. 그렇게 지금까지 2개의 공간을 1~2년 가량 운영하고 있다. 그 다음 공간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래된 집을 기록하는 작업을 전시할 수 있는 3평짜리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고 있다. 오고 가는 주민들이나 주말에 후암동이 좋아서 놀러온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집 그리고 마을의 이야기를 보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공유공간 형태로 창작자들에게 쇼룸이나 전시관으로 저렴하게 대관할 계획이다.

 

사진: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김종대: 개인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살 수 없는 정주 환경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사회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 같다. 마을 카페는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작은 마을 공간들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들처럼 경우에 따라 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고 주민편의시설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공간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을 통해서 주민공동체가 단단해지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멀리 있는 화려하고 큰 시설보다는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간들이 소중한 이유다. 이준형 대표는 후암동 사례처럼 마을 속 작은 공간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토론자들은 작은 공간의 가치와 역할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

 

이준형: 덧붙여 설명하자면, 후암주방과 후암서재는 마을 단위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마을주민은 아니다. 주방 이용자 중 마을주민은 20% 정도로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서재는 반반 정도로 주민들이 이용하는 비율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서재는 한번 이용한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걸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안에서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공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후암주방에 올 때 각자 사 온 식자재가 남으면 다음 사람이 잘 쓰면 좋겠다면서 두고 가는데, 그러면 다음 사람은 그것을 쓰고 난 후 다음 사람을 위해 또 다른 식자재를 두고 가는 순환구조가 되었다. 예전에는 이용자들이 주로 서울역, 용산역에서 장을 봐왔는데 이제는 주방에 남아있는 재료가 많아지면서 조금 일찍 와서 냉장고를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주변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이 시장 활성화나 지역경제에 기여할 정도는 아니지만, 후암주방을 찾는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소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정민룡: 농촌에도 마을 카페라는 이름의 공간들이 제법 많지만 농촌에서는 마을 카페가 잘 안 된다. 서울에서는 잘되는 것 같은데 농촌에서는 왜 안 될까? 나는 마을 카페의 등장 배경에는 라이프스타일과 결핍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도시재생의 흐름을 보면 모든 주민이 커뮤니티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은데,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나 공동체적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결핍을 마을 카페로 해소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을 카페의 등장이 좋은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결핍의 소산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결핍이 많은 서울이 마을 카페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김홍규: 마을 카페가 도시재생사업의 한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먼저 도시재생사업이 나오게 된 경위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면서 비어있는 건물들이 발생했고 이를 포함한 도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신규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재개발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재생을 부동산 정책의 연착륙 정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살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택, 동네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발생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형성된 마을 카페나 커뮤니티 공간은 도시재생 측면에서 활용하기 좋다. 정민룡 관장의 지적처럼 지역마다 다른 부분이 있지만, 쇠락한 도시, 지역의 어떤 이야기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마을 카페는 외부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마을 카페의 등장은 부동산적인 측면에서 지역 활성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종대: 오늘 우리가 언급하고 있는 마을 카페는 상업적인 카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조성,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근간으로 하는 카페 역시 수익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다양한 공동체 공간들이 조성되지만 지원이 끝나면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조성은 지자체에서 해주지만 운영은 주민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공간의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입이 없으면 바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간의 수익성을 높여 공간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탄생한 것이 마을 카페다. 다른 공간들에 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생존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상업적인 해결책 외에 이런 공간들이 정말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냐 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절실하게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돈을 내서라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주 환경에 있어서 공간의 결핍을 충족해주는 대안으로서의 마을 카페 또는 작은 공간들에 대한 가능성을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준형: 도시재생이나 주거재생을 하면서 앵커시설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자율운영을 강조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이 행정기관에서 사회적 자본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라면 그 운영 및 관리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는 완벽히 운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주민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수익을 제대로 내게끔 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앵커시설의 경우 사회적 측면과 마을의 경제적 측면을 다 녹여내려고 하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고 주민들의 운영이 어려워진다. 우리가 운영하는 공간의 경우 분명한 단일 용도이다. 주방이면 주방, 서재면 서재, 콘셉트가 명확한 것이 주민들이나 이용자들에게 더 확실하게 전달되고 수요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뮤니티 성격의 공간과 단일의 목적이 있는 공간을 구분해서 만들고 운영도 확실하게 구분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주민들에게 운영을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결핍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돈을 내고 이용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다. 청년들이 자기들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핍을 다양성을 통해 채워주는 것이 큰 키워드이다. 후암서재에서 벌어지는 행위만 볼 때는 카페와 똑같지만, 카페가 아닌 다른 공유공간 형태를 만듦으로써 이들이 마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을 넓혀 준 것이 청년들의 결핍을 채워준 것이 아닐까 한다.

 

사진: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마을 카페와 생활SOC의 역할

김종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카페는 생활SOC의 한 부분이다. 올해 정부에서는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생활기반시설에 대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생활SOC는 무엇이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는 서대문구 천연동의 마을활력소 천연옹달샘이다. 이곳은 예전에 상수도 가압장이었는데 상수도 사정이 좋아지면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공간을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었다. 설계 전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마을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자 했다. 옹달샘은 두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층은 공동 주방과 비슷한 형태의 카페와 다목적홀로 사용되고, 2층에는 작은 방들이 있어서 주민들의 활동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주부 공동체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인천 아트플랫폼 내에 있는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이다. 아트플랫폼은 고급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고급문화의 공간 안에 생활문화센터가 입주하게 된 것은 생활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생활문화센터 안의 카페에는 ‘마주침 공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서로의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공연과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공간의 형태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수용한다.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창의적인 활동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주 북구문화의 집은 정민룡 관장이 직접 소개하겠다.

 

정민룡: 북구문화의 집이 위치한 곳은 문화근린공원 외곽으로 주로 공원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지역문화보다는 근린문화라는 용어를 쓰기를 좋아하는데 근린 활동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간이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문화의 집은 작은 모임 공간이다. 칠통마당 내 마주침 공간처럼 기능을 비워 놓고 생각하려 했지만 비워 놓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았다. 주민들이 기능을 잘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간 운영자의 가장 큰 역할인 것 같다. 처음엔 목공소가 로비에 있었다. 목공소를 들일 때 구청에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분명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5년 전에 만들어진 이 공간이 발전되어 지금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되었다. 또한 실내 공간에서는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다양한 야외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외부 활동 범위 모두를 문화의 집 공간으로 포괄해서 보고 있다. 

 

김종대: 나는 공간의 가치는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전에 다른 장소에서 생활SOC에 대한 대담을 하면서 정민룡 관장이 생활SOC와 사회적 여가라는 재미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사회적'과 '여가'는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고 반론했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공적인 개념인데 여가는 개인의 자유로운 시간으로 굉장히 배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구문화의 집과 같은 생활기반시설이 추구하는 활동에 관해 묻고 싶다.

 

정민룡: 사회적 활동과 여가는 분명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가를 개인적으로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마을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새로운 여가가 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사회적 여가는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했을 때 더 가치 있는 활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다.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독서 토론을 할 때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듯이 말이다. 이처럼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며 그것을 소통하고 공유했을 때 여가는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정말 사회적 여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은 공직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여가를 더는 개인의 영역으로 떠넘기지 말고 공공에서 사회적 여가를 즐기기 위한 공간, 시설을 확장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개인적 여가가 사회적 여가로 전환 되었을 때 커지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 

 

이준형: 생활SOC, 커뮤니티 공간이나 마을 카페를 통해 주민 공동체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마을에서 동일하게 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자기 집 앞이 깨끗해지고 안전해지기를 바랄 뿐 사회적으로 모여서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해야 사업을 지원해준다는 조건이 생김으로써 공동체 활성화가 부담스럽고 달갑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재생을 다 똑같이 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어려움인 것 같다. 

 

김종대: 나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생활SOC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활SOC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고 주민들이 의견을 내고 반영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매우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고 이를 통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를 배운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하고 있다. 

 

사진: 북구문화의 집 

 

도시재생과 생활SOC

김종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대상지의 면적에 따라 5가지 형태로 나뉜다. 우리동네살리기는 5만㎡ 이하 면적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작은 규모의 사업으로 주로 집을 고쳐주고 CCTV나 무인 택배함, 소규모 생활 편의시설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주거정비지원형은 5만~10만㎡의 저층 단독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도로정비, 주택정비, 공공임대주택사업이 포함된다. 일반근린형은 10만~15만㎡의 면적을 대상으로 주거지역 골목 상권이 포함되며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 공간이 설치된다. 중심시가지형은 20만㎡ 규모의 상업지역으로 노후 시장개선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기반형은 아주 규모가 큰 산업 지역의 복합지식 산업센터, 공유지 활용 개발 등이다. 

사업 지역이 매우 많지만 아직 잘 됐다고 보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이미 사업이 끝난 곳에 주민들이 나타나 주차장이 왜 없냐고 항의하는 등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있다. 생활SOC 사업이 뉴딜사업보다 진일보했다고 보는 것은 면적이 아닌 거리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생활SOC 사업을 통해 반경 400~500m 안에 주민들이 필요한 도서관, 체육시설, 생활문화센터 등을 마련한다고 하니, 이 사업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김홍규: 기존의 문화시설과 생활문화시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다. 1974~76년 박정희 정권 시절 문예진흥법이 시행됐다. 당시에는 문화는 곧 문예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따라서 서울이나 외국에 있는 좋은 것들을 지방에 이식시키는 중앙집권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80년대 민주화 과정, 90년대 문민정부를 거치며 문화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된다. 문화는 곧 예술이었던 개념이 지금은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박물관, 미술관 등 고유목적사업을 정해두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건축적 사양을 갖추었을 때만 문화시설로 봤다. 그런데 생활문화시설은 그 안에서 행해지는 활동이 매우 다양해졌고, 그 가운데 정부에서도 생활SOC, 생활문화시설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60년대 지방문화사업법에 따라 지방 문화원이 등장했고, 김영삼 정부 때 문화의 집, 뒤를 이어 생활문화센터가 나왔다. 이처럼 정부가 계속해서 생활문화 쪽으로 지원을 많이 하려 하고 있다.

 

이준형: 도시재생 지역에서 주체별로 다양한 주민 공동이용시설, 앵커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현장에서 이러한 기존 시설들과 생활SOC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새 정부에서 브랜딩 전략으로 생활SOC라고 이름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민룡: 생활이라는 용어를 정책으로 가져오면서 생기는 혼란이라고 본다. 생활은 아주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영역인데, 생활의 결핍을 마치 국가가 해소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화되어 있는 것들을 하나의 주머니에 넣고 나서 여기서 생활을 즐기라고 하는 것 같아 언짢다. 공유를 이것저것 다 같이 쓰자는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그런 관점에서는 공유됨으로써 더 안 좋은 것들도 많다. 생활과 공유의 기본적인 개념 없이 모든 것을 기능적으로 맞춰 분리하고 나서 국민들이 거기에 들어가면 결핍이 해소되고 만족한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이 정책으로 나온 것 같다.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마을 카페 같은 것이 생활SOC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 행정, 법률 여러 방면에서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종대: 오늘 토론을 통해 마을 카페와 생활SOC에 대해 알아보고 그 나아갈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 보았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도입되는 많은 SOC 공간들의 비전과 그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매월 마지막 목요일 홍대 앞 청춘마루에서 열리는 도시재생 세미나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면서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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