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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깨우는 건축 살아난 도시: 저층 노후주거지에서의 삶, 재생, 희망

나권희(㈜엠플래닝건축사사무소 대표)
자료제공
나권희(㈜엠플래닝건축사사무소 대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저층 노후주거지에 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관련 실무자는 많지 않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저층 노후주거지의 개선방식과 관련한 내용을 개괄하여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발제: 나권희(㈜엠플래닝건축사사무소 대표)

 

저층 노후주거지에 대한 문제의식

지속가능성: 도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도시는 탄생과 성장, 쇠퇴를 거친 후 재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저성장시대가 도래하고 수익성 기반, 고밀도 지향의 도시재개발 방식이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도시개선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

주거환경 기반의 악화: 그동안 전면철거형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과 노후화된 저층주택이 이원화됐고, 이로 인해 커뮤니티 단절, 주거 획일화, 주거유형 양극화, 원주민 재정착률 저하 등 주거환경의 기반이 매우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주거환경 개선 효과 미미: 소규모 정비기법을 포함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저층 노후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에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저층 노후주거지 현황

주택공급의 획일화: 2017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총 주택 재고 대비 저층주택 비율은 약 38.1%(단독주택 396만호, 연립∙다세대주택 257만호)이고, 저층주택 비율이 70% 이상인 곳은 대부분 지방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아파트의 대량공급으로 총 주택 재고 대비 아파트 비율이 2000년 47.8%에서 2017년에는 60.6%로 약 12.8%가 증가한 반면, 단독주택의 비율은 2000년 37.2%에서 2017년에는 23.1%로 약 14.1%가 감소했다. 단독주택이 줄어든 만큼 아파트의 비율이 증가한 것은 주택공급정책이 대부분 아파트 위주로 획일화됨을 보여준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격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서울의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약 2.2배 상승한 데 반해,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5배가량 상승했다. 또한 단독주택 거주자 중 중위소득 미만자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에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거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중∙장년층, 즉 40~50대가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단독주택에는 20대, 60~70대 노인가구, 그리고 1~2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어 저층 노후주거지의 슬럼화 현상이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활인프라의 노후화: 대부분 형성된 지 오랜 시간이 경과한 저층 주택지는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 인프라가 심각하게 노후하였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공원 등 생활인프라 전체시설에 대한 평균 접근거리가 약 2.7km이고, 문화시설까지의 도달거리 평균은 약 8km에 이르므로 저층 노후주거지에서 생활인프라 공급이 매우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 부족과 보행 불편: 저층 노후주거지는 비좁은 내부 도로 등으로 인해 주차장 부족과 보행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 주차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거주자우선 노상주차를 실시하면서 도로면 주차를 합법화했다. 이로 인해 보행공간이 줄어들고 주민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사라져 가로변이 주차공간으로 바뀌는 원인이 되었다. 서울시 노상주차장 비율은 55%로 거주자우선 노상주차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방범 및 치안 문제: 부정형 필지, 좁고 어두운 골목길 등으로 인해 골목길 방범 및 치안 문제가 심각하다. 2014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저층주거지 실태와 개선방향 조사를 살펴보면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주민의 약 30% 정도가 여전히 불만족을 표현하고 있다. 

내부지역 슬럼화 등 이원화: 같은 블록 안에서도 접도 조건이 좋은 외곽 필지들을 대상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신축되는 반면, 내부 이면 부분에서는 더욱 슬럼화되어 전면 가로와 이면의 이원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저층 노후주거지 관리정책이 전면철거 후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결과, 아파트 아니면 사업성이 부족한 노후화된 저층주거지만 남게 되었다. 따라서 더는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저층 노후주거지 개선을 진행할 수 없으며, 그동안의 문제점을 거울삼아 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종합적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GettyIamagesBank 

 

저층 노후주거지의 재생 - 도시정비사업

도시정비사업은 1976년 도시재개발법이 만들어진 이후 민간자본에 의존한 대규모 전면철거, 물리적 정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공이 주도하는 협력적 방식의 소규모 점진적 재생으로 변화하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이 제정되었고, 2013년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도시정비사업 관련 체계: 기반시설이 매우 불량하고 하위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노후주거지는‘주거환경개선사업’에 의해,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중산층이 거주하는 노후주거지는 ‘주택재건축사업’에 의해 도시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사이에 해당하는 지역은 주로 ‘주거환경관리사업’과 ‘주택재개발사업’에 의해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추진 현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주택재개발사업 1,065개소, 주거환경개선사업 980개소, 재건축사업 935개소, 주거환경관리사업 60개소, 가로주택정비사업 41개소 등 총 3,081개소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됐다.

도시정비사업의 쟁점: 도시정비사업의 추진 상황을 살펴보면 사업 시행 전에 53.9%가 지연되었으며, 준공 단계에서도 33.4%가 지연되었다. 대부분의 지연 사유는 사업성 및 주민 내외부의 갈등으로 정비사업 자체가 주민의 갈등을 유도하는 경우이다. 사업성 위주의 고층∙고밀 개발, 개발구역단위 위주의 개발, 이해관계자 중심의 정비사업이 도시정비사업의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저층 노후주거지의 재생 -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사업 추진 배경: 2017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3%,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3.3%이다.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남는 집이 생기고 주거환경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여건변화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소유자, 세입자, 시행자, 공공 등 다양한 주체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주민의견에 따라 245개소를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또한 인구감소와 저성장기조의 지속 등으로 대규모 개발에서 소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개발로 주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 1~2인 가구증가, 노인가구 증가, 주택인식 및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주거유형의 다양화 및 임대주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형주택에 대한 공급 및 소규모 정비사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주거복지 실현이 주요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도시재생사업 추진 현황: 도시재생사업은 2014년 13개 지역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33개 지역을 도시재생 일반지역으로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68개 사업지역을 지정했고, 2018년 99개 지역을 추가 지정했다. 서울시도 2015년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선도모델 1단계 13개소, 2017년 2단계 17개소를 지정했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경제기반형과 근린재생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린재생형은 다시 중심시가지형과 일반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형은 노후 주거지역을 선정해 지역당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체를 다 합치면 약 250여 개소에서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사례: 창신∙숭인 도시재생 시범사업의 1단계가 완료되었지만, 전면철거 형태와 같이 눈에 띄게 변화된 것은 아직 많지 않다. 도시재생사업의 취지가 골목길 정비 및 주민 공동이용시설 건설이 중심이고, 마중물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을 시행한 결과다. 또 초창기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리봉 일대 도시재생 시범사업도 주거 기반시설 정비 및 주민 공동이용시설 건립에 치중한 결과 노후주택 개량을 위한 예산이 부족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 도시재생사업의 한계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사업의 쟁점: 저층 노후주거지의 주택개량 등 노후화에 따른 주거환경의 개선은 물론, 다양한 주민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현실적인 주민참여 방식과 공동체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하여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GettyIamagesBank

  

저층 노후주거지에서의 희망

마을단위 재생 마스터플랜과 소단위 재생사업: 마을 내 자원, 소규모 정비사업, 마을공동체 기반 확보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업을 종합적으로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는 소단위의 아이템이나 블록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진행계획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하나씩 시행하여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주민밀착형 재생사업이 될 수 있다. 주민의 참여 경험을 축적하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이슈, 주민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소단위의 재생사업을 발굴하여 우선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주거복지와 유형별 주택개량: 주민의 주택개량을 제외하고 공공부문에 한정된 노후주거지 재생사업은 궁극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은 국가복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주거복지 차원에서 주택개량의 범위를 주거지와 거주자 유형별로 구분하고 지원범위에 대한 다양성을 확보하여 구체적인 주택개량에 지원과 방법이 제공되어야 한다. 

주민역량 강화 및 전문가의 사회적 역량 강화: 주민의 역량 강화는 주민의 사적 재산의 경계 부분에 있는 공공부문의 재생이 주민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고 주민참여와 공동체 경험이 축적된다. 주민의 참여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분리되어 진행되는 현재의 재생사업은 복지나 교육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컨설팅 형태의 피상적인 역량 강화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단지 몇 명의 지역 컨설턴트만을 길러내기 위한 비효율적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주민과의 협력 과정이 중요시되는 재생사업에서 전문가의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주민과 소통하는 사회적 역량도 매우 중요한 자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주민의 역량 강화만큼이나 전문가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사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층 노후주거지를 재생하여 자생적인 주거지로 정착시킬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정비방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주민참여와 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는 매우 지난한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70~90년대의 정비사업은 헌 집 주고 새집 받는 방식으로 사업이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자신의 주택에서 거주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공공의 역할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결과론적인 정책의 실현을 서두르기보다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주민과 함께 거주 및 생활 환경을 하나씩 개선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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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과의 질의 응답

패널: 권혁삼(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박성남(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배재만(건축사사무소 배김 대표)

 

청중: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권혁삼: 도시재생사업은 2013년 도시재생법이 제정되면서 본격 시행되었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기존 도시재생사업에서 나타난 장기계획의 부재, 주택정비 미흡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한 것이다. 특히 전문적 지식이나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주택을 개량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어 공공의 다각적 지원과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공의 선도사업, 기초생활인프라 확충, 주민주도 개발, 마을관리 운영의 네 단계로 추진된다. 먼저 공공에서 선도사업을 추진하여 공공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기초생활인프라 시설을 확충한 후, 주민들이 자력으로 주택개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하여 마을관리, 집수리 등 지속가능한 재생기반을 마련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되, 실제 체감도 높은 사업성과를 위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청중:​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어떤 갈등요인이 존재하는가?

박성남: 첫 번째로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사회적 문제의 해결 사이의 갈등이 있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다 보면 사회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 재생을 위한 실행요소와 소규모 재생을 위한 실행요소 간에 갈등을 겪게 된다. 대규모 재생은 결국 사회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급진적인 변형을 가져오게 된다.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건축가나 도시설계자에 대한 인식이다. 보통 사람들은 건축가나 도시설계자를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으로만 인식하는데, 커뮤니티와의 상관작용에서는 협력자, 조정자의 역할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병행인식에 문제가 발생한다.

 

청중: 도시재생에서 계획적이고 종합적인 재생을 유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권혁삼: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정비사업과 달리 정비계획의 수립이나 정비구역의 지정 절차가 없어 난개발이나 기반시설 부족 우려가 있다. 주거지 전체 차원의 생활권 계획을 수립하여 계획적, 종합적 재생을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도시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주거유형 개발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건축가의 역할이 요구된다.

베를린의 경우 시 정부가 비법정계획인 도심전략적 권역계획을 수립하여 건축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에 따른 개발지구의 하나인 베를린 프리드리히베르더(Friedrichswerder) 지구는 유휴 시유지를 필지 단위로 분양하면서 설계공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베를린의 전통적인 타운하우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중정형의 새로운 주거유형이 제시되었고, 이를 ‘베를린 타운하우스’라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저층주거지 재생과 공공의 역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중: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소규모 정비사업이지만 사업 시행결과는 고층 아파트와 같다. 대규모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도입된 가로주택 정비사업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혁삼: 2012년 8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도입될 당시 건축물의 층수를 7층 이하로 제한하여 가로에 대응하는 중층고밀 아파트의 건설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조례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15층 이하로 층수 기준을 완화하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도시밀도 문제를 고층화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해 왔지만, 중층의 형태로도 충분히 도시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나 지역의 장소성과 주거의 거주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 앞으로 접지성이 높은 중층고밀의 새로운 주거유형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건축가의 역할이 기대된다. 

 

청중: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배재만: 금천구청 보린주택의 사례를 보면 지역 내 저소득 홀몸 노인에게 저렴하게 주거공간을 임대한다.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 노노케어(老老care)로 고독사를 방지한다. 또한 이 건물의 필로티 주차장은 주변 주택가의 주차난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충신동 연극인 두레주택은 재개발 정비구역 직권해제 이후 서울시가 노후주택을 매입, 리모델링하여 주변 연극인들에게 셰어하우스 형식으로 임대한다. 공사비용이 예상보다 크지만,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저층 노후화된 마을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둑판을 뒤엎듯 매번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기보다는 고심 끝에 의미 있는 바둑돌을 두어 주변 집을 살리고 그 집이 오래 살아남아 도시를 이루는 모습이 마땅해 보인다.

 

청중: 도시재생사업에서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권혁삼: 저층주거지 재생은 단기간에 끝날 수 없고 공공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공에서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재생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정비지원 기구, 마을관리 협동조합, 터 새로이 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소규모 주택정비법에 신설된 자율주택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감정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상담,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에서 전국의 개별 사업을 모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건축가, 우량 중소 건설사 및 집수리 업체 등을 육성하여 재생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경제적 재생과도 연계된다. 저층주거지 재생은 현재 사업 초기 단계이므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공공, 민간,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모으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청중: 시에서 지원을 해줘도 자생적인 도시재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진 재산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소규모 건물에서 자생적인 도시재생을 할 수 방안이 있는가?

배재만: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시청이나 구청에서는 대상이 되는 노후 주거지를 수리하는 데에 1~2천만 원을 지원해 주거나 최대 6천만 원까지 3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을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지원과 개개인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서 살아있는 마을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도시경관을 이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성남: 영국의 경우 집수리 업체들이 공공에 등록되어있다. 공공 집수리 지원센터 같은 곳에 전화하면, 평점이 매겨진 수리 업체를 알려주거나 직접 연결해준다. 등록된 업체들이 서비스 후 평가를 받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버와 같은 시스템이 된다. 우리나라는 집수리 지원업체와 같은 정비 지원기구가 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뿐이며 개인의 요구사항 중 상당수가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 이외의 것이다. 중간지원 조직이 없으며 또한 집수리를 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지원군들이 어디에 어떤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보를 찾기 어렵다.

 

나권희: 도시재생사업에는 건물을 세우는 것 말고도 건축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세심한 손길을 기다리는 다양한 분야가 많이 있다. 오늘 이 자리가 도시 곳곳에서 건축가의 참여를 기다리는 저층 노후주거지에 관한 관심의 필요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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