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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업을 크리틱하다] 출발선에 서 있는: 취업준비생 이야기

진행
윤예림 기자

「SPACE(공간)」 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출발선에 서 있는: 취업준비생 이야기

 

권남형 건국대학교, 김지현 동아대학교, 손효지 성균관대학교, 정우승 홍익대학교

×​ SPACE

 

 

스물일곱 번의 마감을 거치며

 

SPACE  건축설계업을 함께 크리틱하는 첫 번째 자리에, 설계사무소 취업 준비가 한창인 건축학도들이 모였다. 건축학과에 입학해 거친 수많은 마감과 크리틱을 떠올려보자.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우승(정)  솔직히 말하자면 맨땅에 헤딩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 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법이 없다. 일단 해야 한다. 그런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살면서 해내지 못할 것이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손효지(손)  배우리라 기대했던 것들을 배우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건축학도라면 당연히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캐드나 3D 프로그램 같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 무엇을 배웠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세어보니 1학년 때 한 첫 설계부터 졸업설계까지 5년간 총 스물일곱 번의 설계 마감을 했더라. 마감을 하다 보면 많고 많은 아이디어 중 중요한 것을 선별하고 하나의 결과물로 수렴시키는 법을 배운다.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됐다.

권남형(권)  스토리텔링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스토리텔링은 설계를 시작하는 첫 단추였고,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설계를 끝까지 잘 끌고 나갈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 담긴 이야기와 콘셉트가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는지에 따라 성적도 달라졌다. 그리고 잘 정돈된 이야기를 시각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 맞았다. 오기로 해냈던 것 같다. 그래도 본인 프로젝트에 애정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김지현(김)  작업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밤을 새우게 됐고, 동기나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 것이 많다. 자신감, 도전하는 태도, 끈기 같은 것들 말이다.

 

SPACE  대부분의 건축학과에서 5년제 건축학교육 인증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는 4년제 교육을 유지 중이다. 인증제도와 건축사 자격제도의 현 위치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있지만, 그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학생들의 생각이 듣고 싶다.

  우선 5년이라는 시간으로 인한 부담감이 분명히 있다. 4년제를 졸업한 타과 친구들이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등록금을 비롯해 재료비, 기숙사비 등 적지 않은 금액이 1년 더 드니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증을 위해 들어야 하는 수업이 많아 타과 강좌나 교양과목 수업을 듣는 데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수전공을 하기에도 무척 까다로워서 포기한 친구들이 많다. 그럼에도 멀리 본다면 인증제도가 득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인증제도가 없다면 건축사 자격을 얻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인증제도가 건축사 자격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니 갈팡질팡하는 건축학도들에게는 오히려 설계 이외의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 기댈 곳이 있으니 말이다.

  4년제 건축학과 졸업생으로서 5년제 건축학도들의 애환을 전혀 모른다. 수업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복수전공이 어렵지 않은 구조였고, 듣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들었다. 건축사 예비시험이 폐지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4년제인 점이 좋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4년제 건축학과 졸업생은 건축사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반드시 건축전문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4+2년제의 장점을 강조하고 홍보하지만, 건축사 자격 취득을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나의 경우 학비 마련을 위해 곧바로 대학원에 가지 않고 사무소에 입사할 예정인데, 실무수련 신고 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경력이 사장되는 상황이다. 여러 사무소 면접을 보면서 ‘4년제’, ‘비인증’이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붙는 것을 느꼈다. 5년제 건축학과 졸업생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복수전공까지 하느라 학교를 6년 다녔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이 아깝거나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건축이 그만큼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만 5년제 교육의 커리큘럼이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실무 교육에 치우쳐 있어 건축의 역사, 이론, 비평 등의 수업이 현저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론 수업이 없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배울 수 없었다. 설계 수업 외에는 인증기준에 따라 구색 맞추기에 그쳤던 수업이 많았던 것 같다. 늘 이론과 역사 같은 인문학에 갈증이 있었고 나의 설계가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그 갈증을 채워보겠다고 복수전공을 했다. 인증제도가 설계 교육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축교육의 커리큘럼을 섬세하게 평가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준이 되어주면 좋겠다.

  막상 들여다보면 역사, 이론 등의 수업이 있어도 학생들이 듣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수업에 출석만 하고 구석에 앉아 설계 스튜디오 준비를 하기도 한다. 설계 중심의 교육은 결국 설계 중심의 평가로 이어진다. 그러니 성적이 중요한 학생 입장에서는 학기 성적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설계 수업에 한정적인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증제도로 인해 교육 환경과 질이 어느 정도 향상된 것은 맞다. 홍익대학교는 내년 인증실사를 앞두고 낡은 건축대학 건물의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건축설비 분야의 교수를 새로 초빙하기도 했다. 학교가 계속 나아지고 발전하는 방향을 찾도록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 인증제도의 필요성을 느낀다.

 

5년제 교육의 커리큘럼이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실무 교육에 치우쳐 있어

건축의 역사, 이론, 비평 등의

수업이 현저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설계 수업 외에는 인증기준에 따라

구색 맞추기에 그쳤던 수업이

많았던 것 같다.


설계업 맛보기, 인턴 경험

 

SPACE  인턴 경험은 학생 신분으로 설계업을 맛볼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그간의 건축교육과 인턴으로 경험한 설계업은 어떻게 맞닿아 있었나.

  1학년 때부터 조성룡 교수의 팬이었는데, 3학년쯤 조성룡도시건축에서 1년 정도 일할 기회가 생겼다. 솔직히 설계에 뜻이 없었지만 팬심으로 시작했다. 조성룡은 설계에 매우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프로젝트에 투입됐을 때 먼저 한 일은 구청에 가서 지명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시각적인 결과물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학교 수업에 회의감을 느끼던 차였다. 그런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배움을 쌓으며 설계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이런 것이 건축이라면, 더 해봐도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오히려 반대다. 학교에서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대상지와 용도 등을 원론적으로 탐구하며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가 더디게 진행돼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무소에 가니 초반의 과정을 모두 소거해주고, 주어진 마감 기한 내에 필요한 개념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내가 한 학기 내내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보다 몇 십 배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한 달 만에 마무리 짓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단계별로 체계적이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통해 학교와는 다른 실무적 접근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학교 교육이 실무와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설계공모를 두 차례 경험했다. 학교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대규모 아파트 프로젝트였고, 아파트 단지의 배치 스터디를 하면서 정말 많이 헤맸다. “학교에서 이런 것 배운 적 없느냐”며 혼도 많이 났다. 정말 배운 적이 없었다.

 

SPACE  한 번의 인턴 경험에서 얻은 인상이, 진로를 고민 중인 건축학도에게는 중대한 결정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에서 기초적인 도면, 모형 작업은 물론이었고 디자인 회의에도 참석하면서 설계 과정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인턴이었지만 사무소의 시스템과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나의 경우 운 좋게 이상적인 사무소를 만났기 때문에 진로 고민을 덜 수 있었지만 반대로 실망스러운 인턴 경험을 한 친구들을 보면 만족스러운 사무소를 찾을 때까지 두 번, 세 번까지도 인턴을 시도하는 것 같다. 곧바로 단념하지는 않더라.

  첫 인턴은 대학교수의 사무소에서 했다. 한 아틀리에를 이끄는 대표로서, ‘경영자’의 면모가 강한 교수였다.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능력, 일을 수주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배움의 기회가 적었다. 그곳에서 일할 당시에는 설계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에서 인턴을 했는데, 한 달 내내 도면 2천 장을 인쇄하고 도장만 찍다가 끝이 났다. 신입사원도 인턴인 나와 똑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 입사한다면 내 미래가 어떨지 상상이 됐다. 세 번째로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아틀리에 인턴을 다시 한 번 했다. 이때 처음으로 재미를 느꼈고, 설계를 진로로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첫 인턴 때와 규모는 비슷한 사무소였지만 디자인 철학이 확고했던 소장에게 배울 점이 많았고, 미래에 저런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설계를 계속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건축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SPACE  건축학을 전공했다고 설계만이 길인 것은 아니다. 풍문으로 들려오는 설계사무소에 대한 이야기들에 설계업으로의 진입을 주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설계보다 건축직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건축과 관련된 주변 분야의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들이 많다. 더러는 설계사무소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건축사 취득만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5년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일단 건축사 취득을 한 뒤 다른 일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탈건축’보다 ‘탈설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건국대학교의 특징이다. 졸업 학년 무렵이 되면 구조사무소, 건설사, CM(Construction Management) 등의 주변 분야는 인기가 많지만 설계를 업으로 삼으려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4년제 건축학과 졸업생은 건축사 자격을 위해 대학원 진학이 불가피하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다. 더불어 건축학과 학생들은 학기마다 새로운 설계 프로젝트를 다루며 성큼성큼 성장하는데, 4년제 졸업생은 5년제 졸업생보다 기본적으로 1년 부족한 채로 출발하는 셈이니 그로 인한 패널티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같은 졸업 스튜디오 여덟 명 가운데 건축을 하려는 사람이 둘, 그중에서도 설계를 하려는 사람은 나 하나다. 연도마다 분위기 차이가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영화, 패션, 순수예술 등 아예 다른 직종을 준비 중인 동기가 많다.

  우리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의지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설계를 하고자 하고, 서울에서 취업하기를 원한다. 교내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회사의 인턴을 지원할 수 있으니 두세 군데 경험해보고 잘 맞는 회사로 취업을 준비하는 편이다. 간혹 설계가 힘들고 안 맞는 것 같아도 휴학을 하는 등 쉼과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도전하지, 다른 직종으로 가는 경우는 적다. 한편 지방에 계속 머무르려는 친구들도 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사무소 개업을 목표로 지역에서 기반을 닦고자 하는 경우도 꽤 있다.

 

SPACE  여기 모인 넷은 설계사무소에 취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고민이 더 남았다. 설계사무소는 많고 규모도 프로젝트 성격도 제각각이다. 구직 시 설계사무소의 어떤 점을 우선으로 보았나?

  학교 수업에서는 사업성 검토, 시공 이후 운영 계획이 없이 설계를 하기 때문에 ‘이게 그림이지, 건축이 맞나?’ 하는 답답함과 의문이 뒤따랐다. 그래서 건축업의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았다. 대형 설계사무소는 CM이나 시행사와 관계를 깊게 맺고 있을 테니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복지를 고려했다. 특히 여성으로서 결혼과 출산 이후 커리어가 어떻게 보장되는지를 중요하게 봤다.

  6개월간 일했던 곳은 5인 이하의 직원을 둔 작은 사무소였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큰 역할을 하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의 규모가 큰 곳, 즉 직원수가 많은 곳을 원했다. 업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교류할 때 폭넓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언젠가 독립을 한다면 인맥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대형 설계사무소가 인맥을 넓히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입장이라 연봉과 복지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완전히 융화되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살폈다. 인턴 경험이 이를 파악할 때 도움이 됐다.

  내가 그곳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형 설계사무소가 아닌 아틀리에를 선택한 것은 개인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곳에서 더 많은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우에서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으며 이 회사에 나 하나쯤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웃음) 다음으로 고려한 것이 워크-라이프 밸런스(이하 워라밸)인데, 거창한 밸런스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준다면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감수할 수 있다.

  워라밸 같은 경우, 개별 사무소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설계공모라는 경쟁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감 기한이 있는 한, 직원 규모가 한정적인 일반적인 설계사무소에서 밤샘 작업은 기본일 것이다. 밤샘과 주말 출근, 어쩔 수 없다는 것 이해한다. 다만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바란다.  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의 보상이 있으면 일을 얼마나 하든 상관없다고들 한다. 업무 강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직문화다. 강압적이지 않고 평등한 조직문화와 업무환경이 마련되면 일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연봉이나 업무 강도가 생각보다 그리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그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성룡도시건축에서 일할 때 내가 이렇게 많이 배우는데 돈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웃음)

 

대형 설계사무소가 아닌

아틀리에를 선택한 것은

개인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곳에서

더 많은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고려한 것이 워라밸인데,

거창한 밸런스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준다면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감수할 수 있다.

 

취업 시장으로 다이브

 

SPACE  맨몸으로 취업 시장에 던져졌다. ‘어디서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구직 정보를 어떻게 얻었으며, 정말 필요하지만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부산에 위치한 대학교들의 건축 연합 동아리가 있는데, 선배를 초청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멘토링을 받는 자리나 강연을 마련하는 등 취업 준비에 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또 학교에서 포트폴리오 특강을 개최하기도 했다. 대형 설계사무소의 임원, 아틀리에의 소장 등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방문해 직접 조언을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포트폴리오 특강이라니, 부럽다. 나는 취업 준비도 맨땅에 헤딩 중이다. 「SPACE(공간)」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구직 공고를 하루 종일 봤다. 아틀리에는 정보를 얻을 길이 회사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정도뿐이다. 어떤 사무소가 좋은 사무소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웠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나마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참고했다. 그만으로 턱없이 부족해 설계 스튜디오 교수에게 찾아가 묻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는 건축학과가 공과대학 소속이다. 채용 시즌이 되면 학교에서 채용행사가 크게 열린다. 정말 많은 기업에서 채용설명회를 나오는데, 공과대학의 다른 계열 학생들을 겨냥한 설명회가 대부분이고 건축 분야 기업의 설명회는 추진되지 않는다. 삼성물산 설명회는 있는데 삼우 설명회는 없는 식이다. 대신 건축학과 학생회 추진하에 열린 설명회는 있었다. 삼우의 지난 기수 선배 세 명이 와서 채용 일정 등을 설명해주는 자리였다. 물론 도움이 됐지만 인사 담당자가 아니니 자세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학 계열의 기업들처럼 학교 차원의 채용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감한다. 건국대학교는 설계를 하고자 한다면 대학원이나 유학을 준비하기 때문에 졸업 학년에 사무소 취업을 준비하는 인원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동아대학교처럼 학교 차원의 취업 지원이나 특강은 일절 없었다. 학교에 의지할 수도 없고 검색에도 한계가 있으니 직접 부딪혔다. 설계사무소들의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 비전이 무엇인지,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등을 질문했다. 웬 수상한 사람인가 싶을 텐데 의외로 무시하지 않고 성실히 대답해준다. 결국 본인이 정보를 얻는 데에 얼마나 의지가 있고 문을 두드리는지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SPACE  고민 끝에 설계를 선택한 마음 한편에 자신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들이 보인다. 기대하고 상상하는 미래의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아틀리에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젝트가 완공될 때마다 크레딧이 올라온다. 정말 소소하지만, 디자인 담당에 내 이름이 쓰여 있는 미래를 상상하곤 한다. 5년 이후의 미래에는 독립을 꿈꾸고 있다. 내 이름을 건 설계에 로망이 있다.

  건축사 자격을 위해 언젠가는 다시 대학원생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의 건축전문대학원은 건국대학교가 유일해 다른 선택지가 없다. 실은 단순히 건국대학교에서 석사 과정까지 밟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3, 4년 후 대학원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건축이 아닌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려나갈 건축가로서의 커리어에 건축사 자격이 그만큼 중요한 기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계속 설계를 할지 말지, 적어도 1년은 해보고 결정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됐든 건축을 기반으로 두고 개척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갔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고, 계속 발전하는 나를 발견했다. 앞으로도 설계를 쭉 할 생각이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설계업 안에서 계속될 나의 성장이 기대된다.

 

SPACE  설계업으로 향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여러분이다. 걸어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길다. 더 나은 설계업을 위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설계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회가 되기를, 설계비의 합리적인 책정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미 건축업계에 대해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더 나은 설계업을 위해서는 그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설계업에 뛰어드는 양질의 인력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관점에서 건축사 취득의 기회와 여건이 확장되길 바라고, 설계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보다 열린 인프라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젊은 직원의 성장이 곧 설계업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무소에서 직원들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축가 자신도 건축가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를린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설계 수업에서 유토피아를 다룬 공상과학소설을 읽고 이와 관련된 실제 건축 사례를 찾아보는 과제가 있었다. 건축과 관련이 없는 소설은 왜 읽는 것이며 유토피아는 왜 찾나 의아했다. 돌이켜보니 건축가가 유토피아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애써야 함을 알려주려 한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나 실무에서나 그런 태도를 배우기가 쉽지 않다. 건축가의 이상대로 설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스스로라도 그런 현실에 익숙해지기보다 가능성과 진가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진행 윤예림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권남형
권남형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업을 마쳤다. 작년 초 졸업을 유예하고 유엠건축사사무소에서 6개월 정도 실무를 경험했으며 현재는 해안건축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김지현
김지현은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재학 중이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까지 다녔지만 취업은 서울에서 할 생각이다. 4학년 여름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에서 인턴을 했고, 현재 같은 사무소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손효지
손효지는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재학 중이다. 조성룡도시건축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탈건’을 꿈꾸며 컬처앤테크놀로지 전공에도 발을 들여놓고 전시, 출판 등 건축 바깥의 여러 활동을 시도했다. 언젠가 탈건을 하더라도 실무 경험 후 결정하고 싶어 설계사무소 취업을 준비 중이다.
정우승
정우승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재학 중이다. 설계를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며 아틀리에에서 두 번,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한 번 인턴을 경험했다. 현재 아틀리에로 취업 진로를 정하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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