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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업을 크리틱하다] 서투름을 딛고 뛰어넘어: 1~2년차 이야기

진행
한가람 기자

「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서투름을 딛고 뛰어넘어: 1~2년차 이야기

 

민성홍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박세현 라이프건축사사무소, 이주은 이소우건축사사무소, 채승빈 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 

× SPACE 



설계판에 첫발을 내딛으며


SPACE  졸업하고 설계 일에 몸담은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본격적으로 설계판에 첫발을 내딛던 때를 떠올려보자. 각자 왜 설계를 하려 했고, 구직 시 무엇을 고민했으며,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었나?

민성홍(민)   대학 입학 당시에는 건축학과에 무지했으나 입학 후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설계로 밥 벌어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설계를 진로로 택했다. 흔히들 설계를 업으로 삼을 때 회사 규모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소형, 대형 건축사사무소 두 곳에서 인턴을 했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있었을 때 아틀리에 여러 개가 모인 느낌을 받았고 그 덕에 아틀리에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나오다 보니 회사는 소위 말해 ‘네임 밸류’가 있길 원했다. 따라서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우선으로 결정, 그다음 연봉과 프로젝트 스타일을 비교했다. 스타일은 회사 홈페이지를, 그 외 자세한 정보는 ‘연봉을 알려주마!!!’라는 다음 카페를 참고했다. 해당 카페에는 건축업의 전반적 얘기가 오고 가는데, 그중에서도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순위, 연봉, 면접 후기 위주로 찾아봤다. 또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있었다. 실효성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오픈채팅방보다 카페가 월등했다. 요즘에는 ‘블라인드’ 플랫폼을 통해서 현직자의 리뷰를 더욱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물론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한하겠지만 말이다.

박세현(박)   중학교 때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었다. 대학 입학 전까지만 해도 유명 건축가를 찾아보며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으로 가득 찼었는데, 졸업할 때쯤엔 ‘5년 동안 설계를 배웠고 딱히 다른 진로도 생각해보지 않아서 일단 설계를 해보자’는 마음에 가까웠다. 첫 직장은 설계 수업에서 만난 교수이자 1인 사무소 소장의 제안으로 들어갔고 현재는 7인 규모의 아틀리에를 다니고 있다. 첫 건축사사무소는 골라서 간 게 아니었지만, 반대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감도 안 왔을 것이다. 어떤 직장이 나와 맞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설계업에 대한 기준은 일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이직할 때는 사람, 돈, 야근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사람은 잘 맞는 성격의 동료뿐만 아니라 적절한 인원을 뜻한다. 나는 소규모 사무실에 지원하는 만큼 객관적 정보 못지않게 실제로 함께 일할 소장들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사무실을 추렸다. 앞서 민성홍이 말한 카페도 봤지만 SNS도 이용했다. 회사 혹은 소장의 개인 SNS를 통해 직원수, 분위기, 게시글 내용, 말투 등을 봤다. 두 번째인 돈은 단순히 급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봉이 높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의 보상, 예를 들면 인센티브, 식대 지급 등을 아우른다. 마지막으로 야근은 아틀리에 중 야근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곳이 종종 있어서 아예 야근이 적은 곳에 가자는 의도였다. 추가로 작품성은 요즘 아틀리에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다 잘하니까 0순위이기도 하고 기본값이기도 하다.

이주은(이)   인턴 경험이 없어서 교육과 실무의 간극을 체험하며 직업으로서 설계 일이 나와 맞는지를 가늠하고 싶었다. 본가가 창원이라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며 자취를 했었다. 앞으로 계속 서울에서 자취할 경우에 드는 생활비까지 고려했을 때, 구직 범위를 굳이 서울에만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창원을 포함한 근처 도시의 건축사사무소도 함께 고려했다. 회사 규모 또한 크게 경계를 두지 않았다. 프로젝트 퀄리티와 스타일은 중요했는데 일을 빨리 배워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의 영향이 컸다. 이에 연장선으로 돈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택했다. 커리어를 쌓아서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경우에 연봉이 중요할 수 있어도 낮은 연차에 연봉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회사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야근 역시 업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 대신 긴 시간을 한 공간에서 동료들과 일해야 하니 구성원 간의 ‘케미(chemistry)’를 봤다. 이 부분은 사전에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면접 때 회사 분위기를 파악했다.

 

 

첫 직장 첫 출근 날의 첫인상


SPACE  초두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심리학에서 쓰는 말인데 ‘첫인상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설계판에 뛰어든 사회 초년생의 설계업 첫인상은 어떤 모습일까.​

채승빈(채)   첫 직장은 세 명으로 구성된 건축사사무소였다. 첫 출근 날에 가만히 앉아서 작품집과 도면 관련 자료를 봤던 게 생각난다. 캐드 CTB, 레이어 등 해당 사무실의 도면 양식을 익힐 수 있어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1년 넘게 근무하다가 현재 15~20명 규모의 사무실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입사 첫날부터 이제 막 실시 단계에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받았다. 수습 기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선배, 상무 등 여러 사람을 찾아가면서 물어보고 확인받으며 일해온 기억이 난다.

   아틀리에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들 바쁘고 신입이 실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나 역시 첫날에 도면집을 봤다. 그러다 도면을 하나씩 도와주다가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 새로운 프로젝트의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되어 있었다. 팀장이라는 명함과 함께. (웃음)

   내가 다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첫날부터 2주 동안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회사 문화나 비즈니스 예절 등의 교육, 신입 간 멤버십 트레이닝이 주목적이다. 설계 업무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그때 각자 원하는 본부를 써서 제출하고 추후 본부가 배치되면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다. 인수인계 과정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팀마다 다르다. 나 역시 초반에는 일이 없어서 할 일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그렇게 2주 정도가 흐르고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5개월 내내 야근하게 됐다. (웃음)

 

나 역시 첫날에 도면집을 봤다.

그러다 도면을 하나씩 도와주다가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

새로운 프로젝트의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되어 있었다.

팀장이라는 명함과 함께. (웃음)

 

학교에서 난 무엇을 배웠던가


SPACE  학교를 막 벗어나 교육과 실무 사이에서 어떤 괴리를 느끼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 간극 속에 건축 교육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숨어 있을 것이다.

   홍익대학교의 설계 수업은 계획 단계, 즉 디자인에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아틀리에의 경우 1~2년차일 때부터 실시도면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방수, 단열 등을 포함한 여러 디테일을 이해하고 그려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디테일을 학교에서 이론상으로 배웠다 하더라도 정확히 직접 그려본 적이 많지 않으니 그 교육은 결국 겉핥기식과 다름이 없다. 어쩌면 5년 중 4년은 기존 교육을 받고 1년은 실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화여자대학교는 디테일 도면을 배우는 3학점 수업이 있다. 학생 때는 실시도면이라고 생각하면서 과제를 했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돌이켜보니 여기저기서 디테일 도면을 찾아 옮겨 붙인 느낌이 강하다. 수업 효과에 대한 의문은 디테일뿐만 아니라 법규 검토에도 해당한다. 용도, 대지마다 법적 규제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무엇을 신경 써야 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더욱 체계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

   반대로, 서울시립대학교는 실시도면을 가르치는 6학점 설계 수업이 있다. 수업 내용은 예전에 했던 본인의 설계 프로젝트를 실시도면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5년제 교육 중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고 현재에도 큰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이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본인 프로젝트에 한해서만이 아니라 디자인별 재료별 등의 디테일을 다양하게 배우면 좋을 듯하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기본/계획 단계 설계팀이 하는 일은 비교적 괴리가 적은 편이다. 대략적인 방향을 잡는 단계여서 설계 변경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실시 단계 수준의 도면을 그릴 필요가 없다. 당연히 학생 때보다 상세하게 그리지만 도면을 일정 수준으로 그린다면 충분히 실무에서도 통용된다. 설계공모에 당선되더라도 실시설계팀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 실무 사이의 차이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대학교 4학년만 되어도 대형 건축사사무소 저연차 업무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만약 학교에서 1년을 더 가르치고자 한다면 실시 단계에서 통용되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디테일을 학교에서 

이론상으로 배웠다 하더라도

정확히 직접 그려본 적이 많지 않으니 

그 교육은 결국 

겉핥기식과 다름이 없다.

어쩌면 5년 중 4년은 기존 교육을 받고

1년은 실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아보고 둘러볼 여유


SPACE  업무환경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고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이상과 현실은 어떠한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기대와 달랐던 부분도 있었을 듯하다.

   운 좋게도 회사를 고를 때 우선시했던 작품성, 성장 가능성, 회사 분위기에 다 만족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회사 역시 새 프로젝트의 규모나 퀄리티가 점점 성장하고 있어서 좋다. 최근에는 창원시립미술관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뉴욕을 다녀왔다. 아틀리에에서 미술관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기념비적인 만큼 모두가 ‘꼭’ 그리고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해외의 미술관 사례를 조사하던 와중에 소장이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직접 보러 가자고 해서 전 직원이 7박 9일간 뉴욕으로 떠났다. MoMA를 포함한 건축 답사가 큰 목적이어서 보통의 관광지보다는 루이스 칸의 건물같이 외곽에 있더라도 기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난 곳까지 둘러봤다. 물론 매일 이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협력 업체와 통화를 하다 보면 경리나 데스크 직원으로 오해받거나 “아가씨”라 불릴 때도 있다. 아까 우스갯소리로 입사하자마자 팀장을 달았다고 했지만 이럴 때 팀장 직급이 확실히 필요하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주거본부에서는 일반 아파트만 설계하는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달리 고급 오피스텔이나 고급 공동주택 프로젝트들도 많이 접했다. 결과물이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 만큼 좋은 성과를 냈지만, 고생한 만큼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특성상 인원이 많으니 직원 개개인의 애로 사항까지 신경 쓰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2년차 정도 되니 입사 동기끼리도 길이 나뉘기 시작했다. 벌써 법규 검토를 하는 사람도 있고 3D 모델링을 잘해서 입면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다. 자아실현이나 폭발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회의감을 가지기도 한다.

   내가 체감하기에 아틀리에와 대형 건축사사무소 저연차 직원의 큰 차이는 책임감에서 비롯한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업무를 여러 사람과 분배하고 신입이 중간 연차의 직원에게 배우며 체계적으로 익혀나간다면, 아틀리에는 비교적 적은 인원과 이른 시기에 PM을 맡다 보니 체계보다는 책임감을 빨리 배운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는데 실무를 하다 보니 더욱 와닿는다. 그 당시 연봉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우선하여 아틀리에를 선택했다. 야근비도 기대를 안 했는데 막상 올해부터 야근 수당이 생기니 너무 좋다. (웃음) 그런데 아직도 아틀리에 중에는 야근 수당이 없는 곳이 더 많다.

 

 

신입은 들어오고 선배는 나간다?


SPACE  2년에 다다른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내채공)의 만기 시점은 다가오고 1년만 버티면 건축사 시험의 응시 자격이 충족된다. 또 신입은 들어오고 선배는 나가는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껴안고 있나?

   내채공은 사회 초년생에게 거의 종교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토로하면서도 늘 대화의 마지막은 “그래도 내채공이 있으니까”로 끝난다. 그만큼 내채공은 신입에게 중요한 요소이고 때로는 내채공 만기가 이직하는 기점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설계업계의 초봉이 급상승해서 올해 우리 회사에 들어온 신입은 내채공 가입을 못한다.

   내 첫 퇴사가 내채공을 한 달 만에 취소하고 나온 경우다. 내채공 때문에 버틴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내채공 없이도 만족스러운 회사를 찾고 싶었다. 현 회사는 3~4년차의 직원 대신에 7~8년차 팀장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중간 직원이 없다면 소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첫 회사는 1인 사무실이었지만 소장이 기본 단계에서 준공까지의 다음 과정을 미리 파악하고 현 단계에서 어떻게 일하면 좋은지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덕분에 큰 그림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선배가 필요한 이유는 경험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법규 검토로 예를 들면, 신입은 다섯 개 항목을 충족하는지 아닌지가 헷갈리는 게 아니다. 검토할 게 다섯 개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 중간에서 커버해주면 좋은데 선배가 자꾸 소멸되니까 소장한테 여러 번 물어볼 수밖에 없다. 선배 부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신입이 들어왔을 때 드러난다. 업무를 알려줘야 하는데 선배에게 배워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신입은 나만 바라보고 있지만 나 역시 확신이 없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체계 없이 알려주게 된다. 회사가 얼마나 힘이 있는가를 파악하려면 3년차 라인이 얼마나 두터운지 보면 된다.

 

선배 부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신입이 들어왔을 때 드러난다. 

업무를 알려줘야 하는데

선배에게 배워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신입은 나만 바라보고 있지만 

나 역시 확신이 없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체계 없이 알려주게 된다.

 

그다음 발걸음을 준비하며


SPACE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설계를 계속할 예정인가? 설계판에 발을 들이기 전에 꿈꿨던 최종 목표에는 어떤 변화가 있고 이를 위한 그다음 발걸음은 무엇인가?

   설계를 진로로 택했을 때 회사의 다양한 규모와 환경을 두루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적어도 5년은 설계를 하지 않을까. 다음 이직에는 현 건축사사무소와 완전히 상반된 조건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 해외로 취직한다면 효율적으로 일하는 체계를 배우고 싶다. 네덜란드에 있는 건축사사무소에서 학생 인턴을 했을 때 레빗을 썼다. 지금 한국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캐드와 스케치업을 사용하다 보니 실시도면을 치거나 협력사의 수정 사항을 반영할 때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게 안타깝다.

   학생 때는 최종적으로 고향에 내려가서 동네 건축가로 일을 하고 싶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2년을 몸담으며 건설사 설계팀, 시행사, 신탁사 등을 만나며 다양한 직업군을 알게 됐다. 지금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흔들리는 시기다. 실제로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위와 같은 회사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다.

   독립하고 싶다는 결심에는 변화가 없다. 처음부터 건축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해보니까 점점 흥미가 생기고, 전문직이어서 평생 할 수 있고, 건축을 바탕으로 곁가지를 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서다. 따라서 미래에 설계뿐만 아니라 시행, 기획 등을 아우르는 회사를 차리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유학을 재도전하는 것이다. 사실 이직 전에 유학을 준비했었는데 첫 시도는 결과가 좋지 않았고, “유학을 다녀오면 저연차 때 익혀야 할 것을 익히기도, 알려달라 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조언을 듣고 고심 끝에 계획을 미뤘다. 국가는 미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장이 크다 보니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프로젝트도 접할 수 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같은 대학원에 다녔던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도 미국이 더 많다고 들었다.

   학생 때도, 실무를 하고 있는 지금도 독립을 해서 나만의 건축사사무소를 차리고 싶다는 욕구가 크지는 않다. 아직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실무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지만 3년의 실무수련을 쌓고 바로 건축사 시험을 준비할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SPACE  더 나은 설계업을 위해 우리는, 건축계는,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까?

   건축가는 5년 교육을 받고 3년 실무수련을 한 후에 건축사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전문직이다. 그에 반해 일의 형태는 서비스업에 가깝다. 발주처가 수정 사항과 함께 내일까지 보내 달라고 요구하면 밤을 새워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전문직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낮은 설계비만을 탓하기 전에 건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중이 건축을 얼마나 더 좋게 보냐에 따라서 그만큼 투자가치도 올라간다. 건축가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된다. 어느 대학교의 건축 교수가 방송에 나오고 유명해지면서 학과에 고액의 모형 제작비를 지원 받았다고 들었다. 건축가가 대중 앞에 서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학교를 넘어 사회에서도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동감한다. 건축을 부동산 가치나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에서 건축 분야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여전히 가설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가설계 또한 디자인을 비롯해 법규 검토까지 전문성과 시간, 노동 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데 아무런 대가 없이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를 수용하는 것 역시 건축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잠시 설계가 아닌 IT 분야에 관심이 있던 때가 있다. IT 업계의 커뮤니티에서는 업무나 개인 프로젝트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자유롭게 오고 간다.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는 것에 놀라고 내심 부러웠다. 건축계도 소통 창구가 마련되어 건축인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화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민성홍
민성홍은 2021년 1월부터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주거본부에 재직 중이다. 충남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아틀리에와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인턴을 거쳤다.
박세현
박세현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고 네덜란드에 있는 아틀리에 프로에서 약 4개월 동안 인턴으로 있었다. 졸업 후 적정건축을 다니다가 현재는 라이프건축사사무소를 다니고 있다.
이주은
이주은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창원으로 내려가 이소우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를 하고 있다.
채승빈
채승빈은 EH9이로재 건축사사무소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으로 일터를 옮겼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교수의 사무실과 푸하하하프렌즈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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