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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4: 원도심과 주변부

박소현
진행
최은화 기자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1. 생성배경과 현재상황

2. 계획도시의 면면 

3. 먹거리와 지역활성화 

4. 원도심과 주변부 

5. 좌담: 오늘의 세종 이해 ​ 

 

월요일 아침, 오송역에서 세종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 (©최은화)

 

세종으로의 연결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는 천안시, 청주시, 공주시, 대전광역시와 경계가 맞닿아 있다. 전국 타 도시로부터 세종으로 연결되는 대표 교통 접점인 오송역은 경부선의 일부로 행정구역상 청주시에 속한다. 오송은 세종에서 생활하며 반복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이동수단의 중심부다. 건설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공주시를 지나 세종시 장군면으로 연결될 계획이고, 세종역은 주변 도시의 반대로 아직까지 건설 전망이 불확실하다. 

세종에 오려면 오송역의 고속열차나 세종터미널의 고속버스를 선택하지만, 조치원역의 새마을호 혹은 무궁화호 기차도 종종 이용한다. 고속열차가 대중화된 지금, 누가 느린 열차를 탈까 싶겠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조치원역으로 향한다. 고맙게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어 준 조치원역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그 나름의 특색이 있다. 세종 이야기에서 조치원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연재는 온통 새것밖에 없을 것 같은 세종의 오래된 생활환경을 조명하며 도시에서의 균형, 시간, 변화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점은 헌법에 명시된 내용으로, 이는 세종의 주요 생성 배경이 되었다.▼1국토균형이라는 국가적 목표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균형 실현 대상지의 주변 지역에 상대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지역 간의 특이한 대립 구도를 동반한다.▼2​ 발전 재원이 어느 한곳으로 몰리게 될 때, 주변부에서 갖게 될 상대적 박탈감은 균형의 실현을 다 함께 골고루 나누어 갖기 식으로 치닫게 할 우려도 있다.▼3 국토균형발전의 목표로 탄생한 세종시의 관문인 고속열차 역이 세종이 아닌 오송으로 결정된 것도, 최근 다시 불거진 세종역 신설 논의가 여전히 주변 도시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는 것도 지역균형발전의 복잡한 명분 때문이라니, 도대체 균형의 계획 원리를 어떻게 갈래 잡아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1월 1일에 개통한 오송역은 건축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 세종으로 왔을 때 그 짜임새 없는 역사 내외부 공간의 엉성함에 놀랐는데, 이용한 지 네 달을 넘어가는 시점부터 무감각해졌다. 디자인은 차치하고서라도,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고속열차로 40~50분 소요되는데, 오송역에서 세종 근무지까지 다시 25분이 걸리는 도시 이동의 기이하고 비효율적인 교통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지만 지난 9년간 오송역 주변이 역세권으로 활성화된 것 같지 않고, 오송과 세종의 연결도로변 경관 역시 농촌 생산지역의 모습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송역의 이용자수는 매년 증가하여 2019년 5월 일일 이용객이 2만 4천여 명으로 전국 44개 고속열차 역 가운데 아홉 번째로 많이 활용되는 역사다. 이는 잦은 서울 출장으로 업무 비효율에 불만을 토로하는 세종시 공무원의 이용증가도 큰 몫을 한 결과일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4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그리고 주중 서울 회의를 위해 무리지어 움직이는 오송역의 공무원과 연구원 집단은 세종 특유의 진풍경이다. 검은 백팩을 맨 김과장과 김박사는 오늘도 오송역에서 이동 중이다. 

 

 

 

1910년대 조치원역 (이미지 제공: 세종의 소리) 

 

세종전통시장 (©강태수 / 이미지 제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조치원역과 시장 

개통한 지 겨우 10년이 된 새내기 오송역에 비해 1905년 개통한 이후 지금도 꾸준히 이용되고 있는 조치원역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자랑할 만한 장소다. 사진으로 본 옛 조치원역 건물은 아름답다. 오래된 기차역은 그리운 대상이 된다. 새 철도역 건물이 세워졌고 기차를 타고 내리는 기차역의 역할도 건재하지만, 옛 건물에 대한 애틋한 향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세종의 새로운 건설지역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새것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만큼, 시간의 켜가 쌓인 조치원의 오래된 공공건축물은 반사적으로 그 역사적 가치를 한층 더 발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사라졌다.▼5 게다가 개발의 시대인 1970년대를 견디고 1990년대까지도 존재하다가 세종시 건설 논의가 시작되기 불과 몇 년 전에 새 건물로 변신하였으니 더욱 아쉽다. 현재 조치원역 건물은 1999년 10월에 신축되었다. 지금의 조치원역은 오늘날 유행하는 철도역 외관을 한껏 표방하고 있지만, 해당 장소의 100년 넘은 기차역의 시간성을 담지는 못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최근 철도역이라는 건물 유형이 시간이나 장소의 힘을 감동적으로 표출한 사례가 존재했던가? 어디에나 기능과 효율을 앞세운 날렵하고 획일적인 유리건물이 가득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역, 부산역, 동대구역, 신경주역, 그리고 오송역. 건축적 감동이 없기는 비슷비슷하다. 

학자들은 조치원 지역의 역사를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언급하고 있지만, 조치원이라는 지명이 기록에 등장하는 시점은 통상적으로 조선 후기로 본다. 한편 조치원이 갖는 철도도시, 상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은 근대기를 거치며 형성됐다.▼6 20세기 초 경부선 철도가 처음 개설되어 조치원역이 1905년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1911년 호남선 철도 분기점 경합에서는 대전에 밀렸으나, 1921년 충북선이 연결되며 조치원은 충청권 물류의 중심도시로 기능했다. 이후 1970년대 고속도로 시대가 열리며 기차에서 자동차로 이동수단이 전환될 때까지 조치원은 대전과 더불어 충청도 육상교통의 거점으로 작동했다. 한편 철도역 개설 전까지 조치원의 장터는 ‘한적한 농촌지역의 장시’에 불과했으나 1905년 조치원역이 개통되고 1920년 시가지가 정비되며 역전 부근에 장시가 새로이 신설되었다. 이 ‘신시장’을 현재의 조치원 재래시장인 ‘세종전통시장’으로 해석한다.▼7 고속도로 개통과 대형마트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반까지 조치원 재래시장은 ‘농촌의 오일장’을 유지하며 활기를 띠었다.▼8 지금도 조치원 재래시장에 가면 즐거운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조치원 재래시장은 주변의 유사 소규모 시장과 함께 2013년 4월 ‘세종전통시장’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재탄생했다.▼9 조치원 재래시장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데, 조치원읍을 포함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2012년 출범 그리고 전통시장을 법정용어로 지정하는 「전통시장 및 상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2009년 개정으로 인하여, ‘세종전통시장’이 적법한 공식 용어가 된다.▼10 조치원 재래시장이 세종전통시장으로 변신한 사실은 세종과 조치원 간의 미묘한 장소권력 관계도 상징한다. 

지역의 재미난 농담 중에는 조치원에서 세종시에 어떻게 가냐고 묻는 질문이 있다. 조치원은 몇 백 년 넘게 조치원이었는데, 2012년 이후에는 신흥 세종시의 특이한 부분집합이 되었다. 대전, 공주, 청주에 밀려 이미 쇠퇴의 길로 접어든 조치원이 세종의 자원과 활력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더욱이 세종이 신도시의 강점을 한껏 누리면서도 짧은 역사성에 아쉬움을 느낄 때 ‘원도심’이라 칭하며 조치원의 오래된 장소가치를 부각할 수 있으니, 조치원과 세종은 분명 상생 관계일 수 있다. 쇠퇴지역의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선정하는 여러 시상대회에서 신도시 세종이 ‘청춘조치원’ 사업으로 우수상을 여러 번 받고 있는 최근의 기이한 상황도 이 연장선상에서 섬세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11 조치원 현상은 소위 ‘균형’이라는 화두를 도대체 어떤 복잡계의 구도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납득이 될지, 매우 혼돈스러운 질문을 안고 있다. 

한편 양적으로 급속히 커가는 세종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장소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최근 실시한 주민설문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예로, 세종시민들이 자주 가는 장소에 대해 물었을 때, 세종의 114개소가 도출되었고 그 가운데 상위 10개소는 순서대로, 이마트세종점, 세종호수공원, CGV세종, 코스트코세종, 홈플러스세종, 국립세종도서관, 조치원 재래시장, 메가시티, 나사볼링장, 홈플러스조치원이었다.▼12 세종시민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로 대형 할인마트가 주를 이룬다는 것도 우울하게 놀랍지만, 조치원 재래시장이 상위에 올라 있는 점도 새삼스레 놀랍다. 도시생활이 새것만으로 충족되지 않고 오래된 것으로 채워져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리 섣부른 해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세종은 새로운 건설지역이나 오래된 주변지역이나 모두 아직까지는 대형 마트나 전통시장이 주요 방문지가 되고 있다는 생활양식의 조금은 서글픈 현실, 아울러 양 지역 모두 공공에서 제공해야 할 문화생활 장소가 턱없이 모자란 안타까운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도담동 도램마을 가로벽 (©최은화) 

 

조치원역 앞 간판들 (©최은화) 

 

에브리선데이 봉암점 (©최은화) 

 

세종~조치원 지방도로 풍경 

세종 건설지역의 대표 도시 이미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디자인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중앙 버스차로 양변 가로에서 보여주는 시내의 가로벽 모습이라 답하고 싶다. 그곳에는 세종의 도시 정체성을 담아내고자 애쓰는 가로변 디자인의 통일된 경관이 미세하게 표출되고 있다. 간판정리와 같이 가로의 입면을 단순하게 처리했다는 정도로 지레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획지규모, 용적률, 건폐율은 물론 가로변 건물의 높이, 아케이드 조성, 맞벽, 1층 입구처리, 입면차폐율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촘촘히 연동하여 함께 조정해야 하는 것이 가로벽 디자인 관리다.▼13 가로벽은 결국 활기 있는 대중교통 중심도로를 실현하고 동시에 조화로운 가로경관을 형성하여 보행환경의 질을 높이며 상업을 활성화한다는 여러 목표를 지향하는데, 이 모두를 담아내야 하는 디자인 지침의 개별 전략들은 서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협적으로 실행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세종에서 보이기에, 여전히 갈등은 존재하지만 더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세종 건설지역에서 조치원으로 향하는 연결도로는 길가 양쪽에 마구잡이로 들어선 상점들이 제각각의 모습을 띠어 무질서한 풍경의 최대치를 보인다. 임시방편적 건물의 볼품없는 모양새, 걷기 불가능한 접근로의 마감, 간판의 무신경한 크기와 모습 등 도로변 풍경은 자동차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에 그나마 참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단 조치원 연결도로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도 지방도 어디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길가 풍경이기도 하다. 세종 가로벽의 지나친 디자인 규제를 원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조치원 연결도로의 대책 없는 건축 방임을 나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매우 크다. 

다행히, 조치원 가는 길 연결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조금만 들어가면, 오래된 미곡창고가 커피집으로 변해 있는 장소, 에브리선데이 봉암점을 만나게 된다. 그리 대책 없는 날것의 거친 도로 모습 뒤켠에 상큼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변신한 창고 건물이 존재한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외진 곳에 위치한 이 창고 건물에 갈 때마다 사람들로 꽉꽉 차 있는 모습을 보면, 균형발전, 도시재생, 도로환경 개선, 지역활성화, 상업가로 활성화, 가로벽 디자인 등의 복잡한 난제들도 언젠가 조금씩은 나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1. 헌법 120조, 122조, 123조에서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의 국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강현수 외 7인, 『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2013, 사회평론, 6쪽. 

2. 강경태, 「지방분권, 주민자치 및 균형발전: 개념과 함의」, 한국정치학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치학자들의 관찰』, 2018, 푸른길, 26쪽. 

3. 변창흠,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쟁점들」, 강현수 외 7인, 『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2013, 사회평론, 80쪽. 

4. 뉴시스, 2019-6-22.; 중앙일보, 2018-7-7. 

5.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조치원읍 공공건축물 재배치 연구』, 2017, 11~16쪽. 

6. 오석민·이동정, 『철도도시 조치원의 역사와 장시』, 세종특별자치시·국립민속박물관. 2016.; 오석민, 「금강 옛 뱃길의 종점, 세종시의 옛 포구와 장시」, 세종특별자치시·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의 민속문화 제 4권』 2016. 

7. 오석민·이동정, 80쪽. 

8. 오석민·이동정, 81쪽. 

9.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전통시장, [https://www.sejong.go.kr/ kor/sub04_030101.do]. 

10. 박하나, 「활성화된 소규모 전통시장의 도시·공간 특성」,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계획계, vol. 33, no.12, 2017-12, 73쪽. 

11.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 일원 도시재생 선도지역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2018-6.; 세종특별자치시, ‘청춘조치원 사업’ 도시재생 분야 최고상 수상, 2019-4-17. 

12. 이종민, 「세종시민의 일상생활과 장소인식」, 세종특별자치시·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9 세종학포럼 발표자료, 91쪽. 

13. 건축도시공간연구소, 『행정중심복합도시 가로벽 디자인 지침 연구』, 정책연구보고서, 2017, 3~5쪽. 


박소현
박소현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이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우리 도시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장소 특성과 의미를 해석하고 보다 나은 생활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도시보존, 근린보행, 공동체 계획을 주제로 하는 연구기반의 설계를 추구한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오레곤 대학교에서 역사보존학 석사, 워싱턴 대학교에서 도시설계·계획학 박사를 받았고, 콜로라도 대학교 건축도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 도시재생특별위원, 문화재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술로 그동안의 보행 연구를 정리한 『동네 걷기 동네 계획』(공간서가, 2015), ‘아이러니 서울 길, 다섯 이야기’ (「SPACE(공간)」, 2017. 3. ~ 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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