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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2: 계획도시의 면면

박소현(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1. 생성배경과 현재상황 

2. 계획도시의 면면

3. 먹거리와 지역활성화

4. 원도심과 주변부 

5. 좌담: 오늘의 세종 이해

 

신도시: 개념과 구현, 건축가와 계획가, 간극의 현장 

특정 도시 아이디어를 현실의 물리적 환경으로 구현할 때 우리가 적용하는 계획 기법 혹은 설계 방식은 어디서 그 당위성을 확보할까? 진보적 지리학자로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하비까지 도시 아이디어 심사에 초청하며 추구했던 세종의 개념은 민주주의와 평등이었다. 공모전을 통해 건축가들이 형상화한 도시 아이디어가 계획가들의 기본계획, 개발계획, 실시계획을 거치며 현실화 및 제도화 됐던 세종의 도시생산 구조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신도시 논의에는 건축 분야와 도시 분야 간의 불협화음이 늘 존재한다. 건축가는 계획가가 디자인 감각이 부족해서 도시를 망쳤다고 말하고, 계획가는 건축가가 작가 마인드로 만든 오브제적 작품으로는 도시를 작동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도시 아이디어 및 설계 공모전에 관련된 문헌들과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두 분야 간의 간극이 표상하는 우리의 도시 짓기 행태를 새삼 추적해본다. 

서울의 부족한 주거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주택 200만 호 건설’을 목표로 추진된 분당은 수도권의 침상도시로 기능한다. 반면 세종은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의 국가 목표에 의해 서울의 주요 기능을 강제로 이주시킨 신도시이다. 분당과 세종은 추진 시점, 배경, 목표가 모두 다르지만 얼핏 외양이 유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도시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얼마나 이해하는가? 기획, 계획, 설계, 시공, 그리고 분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동체계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덧 3기 신도시 시대를 맞고 있다. 나는 분당과 세종으로 대변되는 도시건설 시스템이 지난 40년간 크게 변하지 않고 유사 골격을 유지해왔다는 의구심이 든다. 어떤 사회 이슈가 대두되고, 정치권에서 국가 과제화하고 관료조직이 움직이고, 추진/자문위원회가 구성되고, 토지/주택공사가 사업주체가 되어 순식간에 도시 건설이 진행된다. 이 과정의 전반부 어디쯤에서 도시계획가/도시설계가가 마스터플랜 성격의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을 작성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개인 작업보다는 관련 학회 혹은 연구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후 민간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해 지구단위계획으로 실시계획화 되곤 한다. 이 구조에서 건축가의 참여 기회는 희박하다. 누군가는 건축가가 꼭 참여해야 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왜 건축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시스템이 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견고하게 지속되는 이 시스템은 짧은 기간 내에 도시 건설을 이루어낸다는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세종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먼저 신행정수도건설을 앞두고, 우리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그 개념을 공식적으로 모색했다는 점과, 이를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를 통해 건축가들의 제안으로부터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도시건설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배제되었던 건축가 집단에게 도시 아이디어를 내보라 한 것은 이전 행보와 차별되는 큰 변화였다. 한편 설계공모 공고일이 2005년 5월 27일, 건설기본계획 착수일이 2005년 5월 26일이었음을 되짚어보면, 아이디어 공모는 해도 이로 인해 기존의 도시 생산방식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운 구조였음도 알 수 있다. 2005년 11월 15일 공모전 수상작이 최종 선정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로부터 건설기본계획을 의뢰받은 국토연구원은 세종의 기본 도시 구상을 동시에 진행한다. 공모전 기간 동안 당연히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고 준비해야 할 일들은 병행할 수 있으나, 건설기본계획 수립체계도를 보면, 획기적이라 생각했던 도시 아이디어가 우리의 도시 생산 구조에 개입하여 제 역할을 하기에는 매우 힘든 위치였음을 알 수 있다. 

선정작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중심 없음, 중심 비움, 자연환경 보존, 환상형 순환체계, 25개 소도시의 동일 위계 집합 등의 어휘로 제시된다. 공모전 이후 이들 어휘를 건축가와 계획가가 모두 공유하지만, 당선작 아이디어의 신선함, 섬세함, 복합성은 건설기본계획의 구상안에서 다른 감도로 번역되고,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에서 안전함, 익숙함, 그리고 동시에 진부함으로 치환된다. 내가 이해한 이 시퀀스가 우리 도시건설의 현실화 혹은 사업화의 본질일까? 여기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무엇일까? 

초고속으로 신행정수도를 완성한다는 빠른 속도의 우위성을 과감히 버릴 수 없다면, 신도시 건설의 관행적 골격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속도 담론에는 여러 의미의 이익과 이해충돌이 함축되어 있다. 계획가의 디자인 감각 없음이나 건축가의 작가주의 허점을 논하기 이전에 도시 생산 시스템의 존속을 보장하는 ‘빠르게 짓기’구조의 전면 해체를 우리 모두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타진해봐야 하지 않을까? ‘천천히 해도 된다’, 더 나아가 ‘천천히 해야 한다’라는 집단적 공감대가 자연스레 우리 사회의 일상으로까지 스며들기 전까지는 속도로 대변되는 지금의 견고한 도시 건설 문화가 쉽게 바뀌기 어렵지 않을까? 변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의 시점이 언제일까? 그때가 오기는 할까? 혹시 ‘빠르게 짓기’ 자체를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빠르게 가난에서 벗어났고, 빠르게 성장한 지난 시대의 ‘성공’ 방식에는 분명 그 대가를 천천히 제대로 치러야 하는 반대급부가 있을 텐데, 이조차도 뒤로하고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속도 강박에 또 사로잡히게 되니, 그 아이러니를 세종에서 다시 마주한다. 

 

본지 620호 발췌 

 

자연: 녹지율과 도시계획, 환경보존과 조경설계 

계획도시로서 세종의 외양은 분당, 일산 등 기존 신도시 모습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세종 특유의 속성들도 여기저기 존재한다. 행복도시의 공원녹지 비율을 50% 이상으로 계획한 점도 그중 하나다. 참고로 신도시 녹지율을 비교해보면 분당 27%, 동탄2 32.2%, 판교 36.8%, 광교 41,8%, 그리고 행복도시 52.8%다.▼1 우리나라 신도시 조성에서 녹지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하천 및 천변 녹지면적을 포함하여 숫자가 커진 면도 있지만 세종에서 녹지율이 드디어 50%를 넘은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 생각한다. 지표면적의 반 이상을 공원녹지로 할애하며 도시를 구상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인 도시는 근원적으로 자연과 대립관계에서 존재한다. 특히 근대도시는 자연을 장악하며 도시 공간을 가공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주장처럼 빛나는 미래도시는 전근대의 비효율적 도시 공간을 합리적으로 개조하여 새로운 집합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쾌적한 조망과 녹지 공간을 모든 시민이 향유하게 한다. 그의 “공원 속의 고층주거” 비전에는 계획도시의 존재 당위성과 인공녹지의 애매한 정체성이 공존한다. 신도시는 매우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자연담론을 내포한다. 빠른 속도로 신도시를 건설하며 자연을 파괴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녹지율을 상승시켜온 것은 아닐까? 건설문화 특유의 도시관과 자연관이 왜곡된 상태로 녹지율 증가 속도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주거의 고층고밀화로 더 많은 녹지가 보장되는지 아니면 더 많은 녹지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 형태가 더욱 고층고밀화 해가는지 그 선후 관계를 종잡기 어렵다. 세종의 주거 형태를 모색하던 초기 단계에 5층 이하의 타운하우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거 유형으로 저층고밀하게 계획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건설 가용지의 부족과 이른바 사업성의 여부에 밀려 관철되지 못한다. 그 결과 세종은 고층의 공동주택이 즐비한 모습으로 귀결된다. 높은 공원녹지율을 갖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숨은 비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신도시는 녹지율 게임을 통해 매번 나아지고 있음을 인정받고자 하는 건 아닐까? 재질문이 필요하다. 

한편 이토록 높은 공원녹지율을 제공하는 도시지만 이를 일상 가까이에서 느끼기보다 특정 지역에서 과하다 싶을 만큼 방대하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정량적으로 50% 이상의 공원녹지율을 갖는다는 것과 잘 설계된 녹지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 이후 2007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 녹지 공간 국제설계공모를 한다. 이를 통해 제시된 대규모의 중앙공원, 수목원, 호수공원 클러스터는 세종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당선작인 ‘오래된 미래’에서 그 기조가 마련되었는데, 중심 비움의 환상형 도시체계 중앙에 대규모의 녹지 공간을 제안한다. 강과 평야를 끌어들이고, 주변 지역을 특정 기능과 연계시키며, 도시와 자연의 동반 성장을 제시하고, 녹지를 넘어 농지를 생산적 공원의 대상으로 구현한다는 새로운 방향은 신선하다. 2011년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금개구리가 발견되며 초기 계획이 변경되고 환경단체, 시민모임, 공공 등이 협의체를 이루어 대안을 모색하고 있어, 완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에 이 이야기는 순연한다. 한편 먼저 완공된 호수공원은 세종의 대표명소로 지목되고, 시민과 방문자들에게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근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방문한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는 “세종은 도시 자체가 역동적이라 매우 흥미롭지만 호수공원 디자인 방식은 환경친화 측면에서도 경관설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크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내가 느낀 세종의 녹지 경험은 오히려 주요 가로 이면에 위치한 복합커뮤니티센터, 종합복지센터, 그리고 상가와 내부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보행로 겸 녹도 축에서 선명했다. 풍요로운 보행녹지 공간은 식재 방식이나 바닥재의 디테일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휠체어를 탄 분들이나 노약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이 녹지 공간은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바람직한 풍경을 제공하고 있다. 

 

세종호수공원 (Image courtesy of National Agency for Administrative City Construction)

 

세종 중심부에 위치한 녹도 (©Park S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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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민주적 시민친화적 아이디어, 폐쇄적 정부청사, 즐거운 옥상정원 

지난 1년간 내가 체험한 세종의 공원녹지 중 가장 재미있는 곳은 뜻밖에도 정부세종청사의 옥상정원이었다. 길이 3.6km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세상에서 제일 긴 옥상정원이라고 자랑도 하지만, 이 특이한 산물이 있기까지의 노정이 흥미롭다. 행복도시로서의 정체성은 역시 중심행정타운 건물에서 도드라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 2007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국제공모가 있었고, ‘플랫 시티, 링크 시티, 제로 시티’가 선정된다. 민주주의와 평등을 도시 개념으로 내세운 세종에서 이번에는 중심행정타운 국제공모의 설계 지침으로 민주적이고 시민친화적 정부청사를 내세우며, 기존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단지형 청사를 탈피하여 시민 접근성이 높고 청사 주변의 주거, 상업, 문화 시설과도 혼재하는 저층의 복합용도계획을 요구했다. 이 설계 지침을 다시 읽어보니 당시 정부세종청사 개념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이었는지 새삼 놀랍다. 무릇 정부청사는 국민과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며, 여러 부처가 소통하는 협력의 공간으로, 또 도시의 다양한 용도와 섞이며,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저층의 분산된 오피스이어야 한다는 획기적인 제안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이 개념으로 지어진 건물에서 민주적으로 시민친화적으로 개방적으로 일상의 관료 업무를 우리 공무원들이 수행할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을 이미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생각한다. 지어진 정부세종청사가 외양은 초기 마스터플랜의 저층 곡선의 형상을 띠고 있어도, 현재 얼마나 닫힌 공간으로, 얼마나 좁은 공간으로, 접근 금지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지, 그 현실이 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최근 불거진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의 파행도 결국 같은 답을 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의 도시 아이디어와 행정타운의 초기 비전을 존중했다면, 총괄건축가가 수건을 던지고 나왔어야 할 시점은 최종심사 날이 아니라, 신청사의 입지와 규모가 정해진 날, 더 늦더라도 설계공모 지침이 마련되던 그날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추구하는 도시・건축・조경의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한 물리적 환경과의 간극, 더 나아가 개념과 이용 사이의 간극을 정부세종청사는 표출한다. 지금도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이구동성 정부청사의 불편함을 호소한다. 정부청사가 행정타운 중앙에 입지하며 고층의 효율적이고 익숙한 업무 공간으로 회귀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은 어쩌면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마스터플랜인 ‘플랫 시티, 링크 시티, 제로 시티’에 이어 2007년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 정부청사 1단계 건립 국제설계공모에서 ‘순성환상곡’이 당선되며 실시설계에 들어가고, 이후 변형, 타협, 왜곡을 거치며 현재의 정부청사 모습이 된다. 온데간데없이 증발해버린 행정타운의 감동적이었던 초기 설계 개념이 유독 일부 흔적이라도 작게 남아 여운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곳이 옥상정원이다. 복잡한 논의를 뒤로 하고, 예약 대기를 기다려 걸어 올라가 본 옥상정원은 그 자체가 그저 대책 없이 재미있다. 잘 손질된 꽃과 나무가 옥상의 구릉지를 따라 성실히 식재, 관리되는 모습도 좋았지만, 구불구불한 옥상 길을 걸으며 각각의 조망점에서 바라본 세종의 모습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이 옥상정원도 세종시의 높은 공원녹지 비율에 포함되었을까?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Roh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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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지율은 다음 기관과 문헌을 참고로 하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 LH 행복도시 세종 전시관; 오성훈・임동근, 『지도로 보는 수도권 신도시 계획 50년 1961 - 2010』,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4. 


박소현
박소현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이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우리 도시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장소 특성과 의미를 해석하고 보다 나은 생활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도시보존, 근린보행, 공동체 계획을 주제로 하는 연구기반의 설계를 추구한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오레곤 대학교에서 역사보존학 석사, 워싱턴 대학교에서 도시설계·계획학 박사를 받았고, 콜로라도 대학교 건축도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 도시재생특별위원, 문화재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술로 그동안의 보행 연구를 정리한 『동네 걷기 동네 계획』(공간서가, 2015), ‘아이러니 서울 길, 다섯 이야기’ (「SPACE(공간)」, 2017. 3. ~ 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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