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오늘의 건축가] 그렇게 어른이 되어: 김진휴, 남호진

김진휴, 남호진 × 김예람
사진
최은화 (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김남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김진휴, 남호진 건축사사무소 김남 공동대표 × 김예람 기자

 

 

저희가 디자인한 건물에서 작업 중이에요


김예람: 신사동에 자리를 잡으셨네요.

김진휴: 이 동네에서 지낸 기간을 합치면 삼십 년 정도 될 거예요. 다녔던 고등학교, 학원도 근처에 있어 추억이 많은 곳이죠. 아직까지 가족들 대부분이 근방에 살아서 자연스럽게 신사동으로 오게 됐어요. 그냥 이 동네에 있는 게 제일 자연스러운 사람인 것 같아요. 다른 데는 지리도 잘 몰라요.

 

김예람: 직접 설계한 건물, 쿼드(2019)에서 생활하고 계신데요. 여기는 원래 주거 공간으로 계획되지 않았나요?

남호진: 맞아요. 저희가 지내고 있는 5층은 원래 가정집으로 사용하려던 곳이에요. 가로수길 인근에는 펜트하우스 수요가 꽤 있어요. 그래서 건물이 잡지(「SPACE(공간)」 621호 참고)에 게재될 때만 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여기를 임대하려고 했었죠.

김진휴: 그런데 클라이언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는 사람이 여기에서 지내면 간혹 공간에 들를 수 있는데 안면이 없는 임차인이 오면 그러질 못하니까요. 그래서 1층에 입주하려던 저희가 5층을 사무실로 쓰게 됐어요.

 

김예람: 5층으로 올라오면 된다고 문자를 주셨잖아요. 그래서 이곳이 사무실이자 집인 줄 알았어요.

김진휴: 집을 공개하는 줄 아셨군요. (웃음) 저희는 아주 평범한 전셋집에 살고 있어요.

 

김예람: 주거 용도로 설계된 곳을 어떻게 사무실로 사용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남호진: 사무용 책상이 안쪽에 놓여져 있는데 거기는 원래 침실로 사용되려던 공간이에요. 그래서 좀 어두운 편인데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김진휴: 주방과 샤워 시설이 있어서 숙식도 가능해요.

 

김예람: 간간이 낮잠도 주무신다고 들었는데요.

김진휴: 가장 안쪽에 높은 층고를 가진 아담한 공간이 있는데요. 이사 초기에는 직원들이 없어서 거기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질 못하네요. 정 자고 싶으면 숨어서 자야죠. (웃음)

 

 


건축사사무소 김남의 공동대표 남호진(왼쪽)과 김진휴(오른쪽)

  


프라콩뒤 주택(2012~) / 건축사사무소 김남​ 제공

 

 

무모하게 시작했죠


김예람: 첫 사무실은 어디에 있었나요?

남호진: 사무실 없이 스위스에서 시작했어요. 회사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집을 작업 공간으로 쓰면서 저희 일을 시작했죠.

김진휴: 프라콩뒤 주택(2012~)이라는 산 속의 아담한 집이 첫 작업이었는데요. 차로 4시간을 운전해야 할 정도로 먼 곳이었는데, 오고 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짐을 정리하고 현장 근처로 이사했어요. 짐가방 두 개랑 아이맥을 들고요.

 

김예람: 용단을 내리셨군요.

김진휴: 그렇죠. 처음에는 2주 단위로 빈집을 계약하면서 지냈는데, 나중에는 건축주가 내어준 별채에서 작업을 했어요.

 

김예람: 당시에 아드님도 같이 있었죠?

남호진: 그때 아이가 세 살이었어요. 셋이 스위스 산속에서 살다가 귀국한 뒤, 나름 제대로 된 사무실을 얻었죠.


김예람: 거기가 어디였죠?

김진휴: 충무로에 첫 사무실을 마련했어요. 공간은 4×5m 크기였고, 거기에 책상과 벤치 같은 가구가 있었죠. 그 벤치에는 주로 건축주를 앉혔어요. (웃음)

남호진: 식사하러 나가면서 목공소와 철공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목업이나 제작 가구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되었죠. 

 

 

서로에게 기대고 있어요


김예람: 설계할 때 의견이 잘 일치되는 편인가요?

김진휴: 저희에게는 둘 다 동의한 것만 행동으로 옮기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어요. 오늘 새벽에 공사 현장을 다녀왔는데 온수분배기함에 달린 문을 기존 디자인과 다르게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라서 잠깐 상의 좀 해보겠다고 하니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이 시간에 누구랑 의논을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남 소장이랑 통화해야 한다고 했죠. (웃음)

남호진: 설계하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참 많은데 옆 사람한테 물어보면 생각이 쉽게 정리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도 별로인 게 김 소장의 눈에도 별로면, 그 디자인은 정말 아닌 거니까요.

 

김예람: 디테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서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혹시 설계 파트너로서 상대방이 지닌 장점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남호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웃음) 

김진휴: 다른 사람한테는 싫은 소리를 못하면서 저한테는 되게 잘해요. (웃음) 농담이고, 남 소장은 무언가의 가치가 비등비등할 때 우선순위를 주저없이 정하는 결단력이 있어요. 저는 재료를 선택할 때 비용이 올라갈까봐 걱정하는데, 남 소장은 완성도를 높이는 재료라면 비싸도 그걸로 결정해요. 

 

김예람: 반대로 김진휴 소장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남호진: 성실함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아이를 돌보는 일 때문에 사무실이나 현장에 없을 때가 종종 있어요. 상대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데 그 부족한 부분을 김 소장이 채워주고 있죠. 자면서도 설계를 놓지 않을 정도예요.

 

김예람: 오늘도 건축에 관한 꿈을 꾸셨나요?

김진휴: 그럼요.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 공사 현장을 가는데 거기서 일어난 여러 문제가 꿈속에 모두 나타났어요. 엘리베이터의 개구부가 계획보다 크게 시공되어 있고, 온 건물의 창문이 도면과 다르게 만들어져 있는 아주 끔찍한 꿈이었어요.

 

 

꿈을 가졌던 때가 있었죠

 

김예람: 자면서 꾸는 꿈 말고, 마음속으로 품었던 꿈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남호진: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꿈은 바로 스위스로 떠난 거예요. 미국에서 3년 정도 시저 펠리 사무실을 다니면서 새로움에 목마를 때가 있었는데요. 그 시기에 아이도 태어나고 뭔가 복잡한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으로 가서 생활도, 생각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컸죠.

 

김예람: 그렇게 뛰어든 스위스 생활은 어땠나요?

남호진: 스위스의 설계회사는 야근이 잦은 편인데 그만큼 휴가로 보상해줘요. 돈은 없는데 시간만 남아도는 셈이죠. 어디라도 가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 이곳저곳 다녔는데, 그때 많이 보고 들은 것들이 지금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김예람: 김진휴 소장님은 유학생활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김진휴: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안 가도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적어도 제 경우에는 가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주변을 좀 더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건축에 몰두했기 때문에 얻었던 게 참 많아요. 덕분에 일본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스위스에서 일할 수 있었죠.

 

김예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아쉬움은 없나요?

남호진: 프라콩뒤 주택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방문해서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김예람: 2012년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아직 완공이 안 됐나요?

김진휴: 대지가 스키 타운에 위치해 있는데 거기는 여름에만 공사를 할 수 있어요. 겨울에는 관광 때문에 손님들을 받아야 하니까요. 지금 프라콩뒤 주택에 창호가 붙여지고 지붕이 올라간 상태인데, 마음 같아서는 외장 마감과 인테리어 공사를 하러 가고 싶어요.

 

 


데칼코마니(2019) / 건축사사무소 김남​ 제공​ 

 

라이터 댄 컬러스(2020) / 건축사사무소 김남​ 제공

 

 

몇 번의 성장통을 겪게 될까요?


김예람: 개인적으로 김진휴 소장님의 SNS를 꾸준히 보고 있는데요. “2018년도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 해였다”고 말씀하신 게시글이 떠올라요. 

김진휴: 준공된 건물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으로 왔는데요. 그 이후로 2~3년 동안 새로운 건물을 설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2018년, 쿼드가 지어지는 걸 보고 다른 곳으로부터 일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완공 작업이 하나둘씩 생겼어요. 리소건축사사무소와 함께 단독주택 프로젝트인 데칼코마니(2019)를 완성했고, 강남구 논현동에 오피스 건물 KNO(2020)도 디자인했죠. 그전까지는 도면도 못 쳐다볼 때가 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실제로 지어진 건물이 생기니까 “나도 쓸모가 있는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김예람: 그 이후 사무실에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나요?

김진휴: 지금 논현동에 짓고 있는 건물에 구조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요. 이 작업 이후부터 구조를 문제해결의 중요한 도구로 다루기 시작했어요. 작은 필지에 건물을 지을 때 매번 필로티의 기둥이 주차에 방해가 되는 게 문제잖아요. 저희 역시 이걸 해결하려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구조 엔지니어가 기둥을 그냥 없애면 된다는 거예요. 그 말 덕분에 벽이 보처럼 기능하고, 두 쌍의 벌어진 젓가락 같은 구조가 건물을 받치게 되었죠. 

 

김예람: 그 구조를 보니 전시 〈최소의 집〉(2019)을 통해 공개하신 가상주택 ‘보물상자’가 생각나네요.

김진휴: 그것보다 더 구현하기가 어려워요. 보물상자는 박스 형태로 된 매스인데, 논현동 건물은 그것보다 폭이 길거든요. 클라이언트가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꼼꼼하게 정해놓은 조건을 충족하려다 보니, 다가구주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구조가 나왔죠.

 

김예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라이터 댄 컬러스(2020), 미모사(2020) 등의 작업을 보면, 모노톤이었던 포트폴리오가 점차 다양한 색을 지니는 것처럼 느껴져요.

김진휴: 자기 복제를 못 견디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부분이 마음에 들면 그걸 적재적소에 활용해도 되는데, 저희는 그러질 못해서 프로젝트마다 재료의 비중을 달리 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호진: 모든 건축에 적용되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태도를 유지해서 다양성을 오랫동안 중요한 가치로 이어가고 새로운 어휘를 늘려가고 싶어요.


김예람: 작년 10월, 일곱 번의 시도 끝에 유치원 설계공모에 당선되셨어요.

김진휴: 참 힘든 과정이었죠.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클라이언트의 바람이 특정 시점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잖아요. “이런 게 왜 필요한가요?”, “이런 지침은 무슨 이유로 넣으셨나요?”라고 물어보고 싶은데 질문할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 많이 헤맸었죠. 저희는 설계를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데 이런 태도가 공공건축에서는 혼란을 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의 취향을 설계안에 반영하고자 하는 마음을 접고, 공공에 적합한 다수의 선호를 찾아나섰죠. 다행스럽게도 보편적인 의견에 공감하며 디자인을 조정하다 보니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요.


김예람: 앞으로 김남건축에게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까요?

김진휴: 몇 번의 변화가 더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희가 더 많은 프로젝트를 보여드리는 시기가 되어야, 그 작업들을 묶고 변화가 찾아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진휴, 남호진은 8월호에서 김한중(그라운드 아키텍츠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진휴
김진휴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위스의 헤르조그 앤 드 뫼롱, 일본의 SANAA, 미국의 SO-IL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양대학교에 겸임교수로 출강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학교에 출강했다.
남호진
남호진은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펠리 클라크 펠리 아키텍츠, 한국의 남산 에이엔씨 종합건축사사무소, 스위스의 헤르조그 앤 드 뫼롱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양대학교에 겸임교수로 출강했고, 2019년에 서울시립대학교에 출강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