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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꼭 맞는 듯하면서도 느슨한: 이세웅, 최연웅

이세웅, 최연웅 × 김예람
사진
최은화(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이세웅, 최연웅 아파랏.체 대표 × 김예람 기자 

 

 

 

꽤 오랜 시간 봐왔죠


김예람(김): 아파랏.체가 독일어로 기계장치를 뜻한다고 들었어요. 발음만큼이나 그 의미도 독특한 것 같아요.

이세웅(이): 사무소 이름을 들었을 때 뜻이 아닌 소리로 전달되기를 바랐어요. 이름이 지닌 의미가 제일 먼저 가닿아 사무소의 정체성으로 고정되지 않게 말이에요. 그래서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독일어로 이름을 지었죠. 다소 주관적이고 우발적이지만, 작명할 때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가 예술을 세상 속 숨겨진 질서를 드러내는 도구로 표현하는 걸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최연웅(최): 각인되기 어려운 이름이기 때문에 인지도를 쌓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대신 작업으로만 오롯이 평가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김: 이세웅 소장님이 2013년에 개소한 다음에, 최연웅 소장님이 합류하셨어요. 독일에서 같이 유학하던 두 분이 공동 사무실을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이: 대학생 시절뿐만 아니라 군생활까지 같이 한 사이예요.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중에 사무소를 같이 운영하자고 말했는데 유학도 같은 나라, 같은 대학교로 갔죠. 저는 타지 생활이 조금 지루해졌을 무렵에 귀국해서 바로 사무실을 열었는데, 일 년 반을 혼자 정말 고생하면서 보냈어요. 그래서 최 소장님한테 얼른 한국으로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죠. (웃음)


김: 연락을 받고 바로 귀국하셨나요?

최: 독일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이라 바로 합류하지는 못했어요. 아마, 이 소장님의 전화를 받은 지 6개월 후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가까이에 홍제천이 있어요


김: 첫 사무실은 어디에 있었나요?

이: 연남동이요. 운 좋게도 지인의 다세대주택을 설계한 다음, 그 건물 1층에 입주했어요. 

 

김: 그게 연남동 고깔집(2014)이죠?

이: 맞아요. 다섯 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서 2018년도까지 지냈어요.


김: 지금 사무실은 홍은동에 있어요. 이곳으로 이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이: 개소할 때와는 다르게 연남동이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너무 비싸졌어요. 안 그래도 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사할 곳을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그중 홍은동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김: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나요? 

최: 포근한 동네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더라고요. 사무실 근처 골목을 자주 걷곤 하는데, 이런 공간은 집을 짓는 건축가에게 큰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저는 아내와 홍제천을 걸으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데요. 여기가 아니었다면 운동을 거의 안 했을 것 같아요.


김: 이세웅 소장님은 사무실 건물 3층에 살고 계시니까, 거의 모든 활동을 홍은동에서 하시겠어요.

이: 계단만 내려가면 직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단축됐지만, 허리 건강은 왠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하루에 500보도 걷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거든요. (웃음) 


김: 그래도 직접 설계한 건물에서 지내면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사무실을 디자인할 때 어떠한 부분을 특히 신경 쓰셨나요? 

최: 면적이 엄청 넓은 게 아니다 보니 층고를 최대한 확보해서 공간의 쾌적성을 높였어요.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톤의 색상을 사용해서 눈에 거슬릴 만한 요소를 줄였죠. 

이: 벽면에 있는 아이디어 보드를 열어보시면 책장이 숨겨져 있는데요. 사무실에 손님이 방문하면 슬쩍 열어서 보여주곤 해요.








숨을 고르고 있어요


김: 곳곳에 식물이 있네요.

이: 장모님이 하나둘씩 가져다주시면서 키우게 됐는데 은근 재미가 있더라고요. 덕분에 예민함도 줄어드는 것 같고요. 확실히 나이가 점점 드니까 자연이 좋아지나봐요. (웃음).


김: 고정적인 행위가 주는 안도감이 있죠. 식물을 기르는 것 말고 또 다른 루틴이 있으신가요?

이: 유학생 시절에는 생존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만들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요리를 거의 안 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집밥을 잘 안 먹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요리를 다시 시작했죠. 배달 메뉴를 고르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웃음) 근데 다양한 촉감의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면서 소소하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최: 저는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한 뒤, 집 근처에 있는 산을 올라가요. 등산하면서 공기를 들이마실 때 기분이 참 좋거든요. 험준한 산이 많았던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상이죠.


김: 루틴을 반복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고민이 있으신가요?

이: 요즘에는 사무소의 명맥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규모를 크게 늘리고 싶은 건 아니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해야 하고 직원은 몇 명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어요. 일종의 숨고르기죠. 운이 좋게도 2년 전부터 체결된 계약이 많이 없어서 생각할 시간이 꽤 주어졌거든요. 


김: 운이 좋은 게 맞나요? (웃음)

이: 웃기면서 슬프긴 한데, 타의적으로라도 그런 시간이 확보되니까 문제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내밀함을 디자인하는 것과 다름없죠


김: 그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아파랏.체의 디자인 관심사가 형태에서 기능으로 옮겨갔다고 들었어요.

이: 개소 초기에는 눈에 보이는 형태를 잘 디자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그 시기 즈음부터 기능의 조합에 대해 깊이 생각했어요.

최: 설계를 건물의 외형에서부터 시작할지, 아니면 내부 프로그램으로부터 출발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거죠. 지금은 사는 공간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실내에서 일어나는 활동에서 디자인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김: 명료하게 설계된 실내 동선을 보면 정말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는 짐작이 들어요.

이: 파주뜰(2017)과 연희공단(2018)에 그런 고민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두 프로젝트에는 막다른 길, 그리고 그 끝에 침실이 위치해 있어요. 침실은 도시 안의 사적인 영역인 집에서도 가장 내밀한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기다란 복도 끝에 방을 두어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표현했죠. 


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를 반드시 거쳐야 하잖아요. 예전에 현관을 일종의 의식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네요.

이: 현관은 사용자가 하루를 보내면서 적어도 한두 번은 드나드는 공간이잖아요. 동선상 너무 중요한 전이 공간이니 개방감과 폐쇄성에 관한 여러 실험을 해봤는데, 매번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일물일어설처럼 각자 건물마다 딱 맞는 현관이 있나봐요.


김: 하나를 예로 들자면요?

최: 외부를 차단함으로써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데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망설여질 때가 있잖아요. 연희공단은 그 접점을 찾으려고 했던 프로젝트예요. 건물 매스가 성채처럼 육중하고 현관에 창이 없을 정도로 폐쇄성이 높지만, 외부 계단을 올라가면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마당이 있죠.

 

김: 마당도 현관만큼이나 아파랏.체의 건축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해요.

최: 항상 사람이 하나의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지 않잖아요. 돌이켜보면 마당을 사람처럼 모순을 가진 상대로 대했던 것 같아요. 원시에 가까운 자연이기를 바라면서도 마냥 정돈되지 않은 풍경을 원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이: 마당처럼 다양한 모습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한 가지 경험만 다루고 있는 건 너무 촌스러운 것 같아요. 오세득 셰프가 스테이크를 서빙하기 전에 대파를 검게 그을린 칼솟타다를 핑거푸드로 주는데요. 탄 부분을 떼어내면서 에피타이저를 즐기는 과정이 코스 요리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저희는 집을 향유하는 경험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현관은 물론이고, 마당, 발코니, 테라스를 적극적으로 디자인하려고 해요.







연희공단(2018) /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제공




우유부단한 건축가가 되어보려고요


김: 많은 건축가가 홀수 연도마다 사무실에 고비가 찾아온다고 말하잖아요. 이 이야기가 두 분에게도 유효한가요?

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요. 들인 노력에 비해 큰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사무실 상황이 가라앉기도 해요. 또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프로젝트 문의가 너무 많이 오기도 하고요. 저희가 뭘 잘하고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시간이 그런 흐름을 만드는 것 같아요.


김: 예전에 만드셨던 포트폴리오를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봤어요. 한 가지 소재를 다각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설치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말을 인용하셨던데요?

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생각으로 뚜렷하게 읽히는 작업에는 흥미가 덜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해석의 여지가 없는 작업은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겉으로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작업에 더 관심이 가요. 왠지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더라고요.

최: 그런 재미도 사실은 치밀하게 설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말 많은 지식을 이해하고 결과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이야기 같거든요. 


김: 부단히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두 분을 치밀한 건축가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이: 결과물은 치밀하지만 그 과정은 좀 우유부단하면 좋겠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빨리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오랜 고민 끝에 뚜렷한 결론을 짓고 싶어요. 그리고 다작하지 않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최 소장님에게 동의를 구하진 않았지만, 프로젝트 두 개 정도 진행하면서 매달 300만 원 정도 받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최: 저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에요. (웃음)


김: 지금 다루고 계신 프로젝트가 두 개보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토도건축과 함께 해남 오시아노 리조트 호텔의 설계 납품을 올해 말까지 완료해야 하고요. 울산에 텐트처럼 생긴 카페가 머지않아 준공될 예정이고, 주변에 부속 공간을 몇 개 더 계획하고 있어요. 서울 구기동에도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2~3개월 안에 완공될 거고요. 


김: 작업량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이: 다작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 생존해야 하니까요. (웃음) 




이세웅, 최연웅은 7월호에서 김진휴, 남호진(건축사사무소 김남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이세웅
이세웅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슈투트가르트 건축대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알만 자틀러 바프너 아키텍튼에서 다양한 공모전과 실무를 경험했다. 이후 2013년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최연웅
최연웅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슈투트가르트 건축대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불프 아키텍튼에서 다양한 공모전과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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