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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틈을 두고 짚는: 김우상, 이대규

사진
최은화(별도표기 외)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김우상, 이대규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 김예람 기자 

 

 



서로이기에 함께 시작했죠

김예람: 많은 사람들이 사무소의 이름을 궁금해할 것 같아요. ‘카인드’가 ‘종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친절하다’는 뜻 역시 가지고 있잖아요. 이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김우상: 대부분 카인드를 친절하다는 뉘앙스로 먼저 이해하시는데요. 기자님이 카인드를 종류로 바라본 몇 안 되는 분들 중 한 분이에요. (웃음) 타 영역의 예술가와 달리, 건축가는 매번 대지와 클라이언트가 바뀌니까 항상 새로운 형태와 프로그램을 다루잖아요.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이름을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이하 카인드 건축)로 지었어요. 저희 건축에 다양한 형태, 기능 간의 관계, 재료, 분위기가 담기기를 바라면서요.

 

김예람: 2017년, 카인드 건축을 개소하기 전에 ‘아틀리에 엠오티’를 먼저 시작하셨어요. 

김우상: 아틀리에 엠오티는 사진작가, 패션 디자이너와 작업실 개념으로 공간을 공유하던 모임인데요. 각자 방향성을 정립하면서 흩어졌어요. 저는 일 년 정도 쉬는 기간을 가지다가 카인드 건축을 시작했는데, 때마침 독립을 생각하던 이대규 소장님이 사무실을 공동 운영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이대규: 건축가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 사무실을 차리는 것을 꿈꾸는데, 사실 혼자 세상에 나서야 한다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 고민을 김우상 소장님과 이야기하다 파트너 제안을 했죠. 같은 대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뉴욕에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한집에 살기도 했어요. 틈틈이 여러 공모전도 함께 참가하고 여행도 다녔는데,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어요. 

 

김예람: 예전부터 호흡이 잘 맞았군요.

김우상: 저는 작업할 때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이 소장님은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자신과 주변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졌어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상호 보완이 잘 되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김예람: 두 분 혹시 MBTI(성격유형 검사) 해보신 적 있으세요?

김우상: 동료 건축가와의 모임에서 해본 적이 있는데, 제가 그런 테스트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서 검사 결과를 잊어버렸어요. 

이대규: 저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ISFP)였어요.

 

김예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 ‘7377 하우스’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김우상: 이 집에 살고 있는 건축주 부부는 손편지로 설계를 의뢰하셨는데, 그게 저희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아마 세어보면 마흔 통 정도 될 거예요.

이대규: 기존 건물을 허물고 건축법에 맞게 집을 새로 지으면 지금 같은 중정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태였어요. 그래서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택했어요.

 

김예람: 프로젝트 이름에 있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김우상: 7377 하우스는 두 가지 형태의 주거 공간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곱 개의 레벨을 가진 주택이 이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고, 각각 일곱 개의 공간과 계단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김예람: 자주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데, 건축주들의 불만은 없었나요?

김우상: 계절이 바뀌는 걸 경험하면, 몸이 집에 적응하면서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설명했어요. 다행히 이곳에 익숙해지셨는지, 오르내리며 보이는 풍경이 좋다고 말씀하세요. 건축주분들이 자주 연락을 주시는데, 겨울에는 첫눈이 올 때 저희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면서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웃음)

 

 

'7377 하우스' 실내 

 

 

소박한 정서를 담아요

김예람: 7377 하우스의 중정과 계단처럼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기능을 연결하는 요소를 중요하게 다루고 계세요. 경기도 김포에 지어지고 있는 ‘벤디드 하우스’에는 어떠한 사이공간이 있나요?

이대규: 프리랜서이자 재택근무를 하는 건축주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주거와 작업 영역을 분리하여 마치 출근하는 듯한 동선을 계획했는데, 결과적으로 두 공간의 사이에 있는 테라스가 작업 중간에 잠깐 나와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됐죠.

김우상: 작은 차이지만 바닥 재료에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한 공간 안에서 재료가 달라지면 사용자가 두 발의 감각을 통해 공간 변화를 느끼고, 그에 맞게 마음가짐도 달리 가질 테니까요. 

 

김예람: 프로그램이 전이되는 영역을 ‘정서적 공간’이라고 표현하시던데, 재료 말고도 이런 공간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나요?

김우상: 섬세한 비례와 스케일은 환경 변화를 인지하는 데 큰 영향을 주잖아요. 일종의 감각이 확장되는 순간을 주는 거죠. 저희가 처음으로 정서적 공간을 언급한 건 7377 하우스를 설계할 때였어요. 골목과 마당 사이에 낮은 층고의 출입부를 만들고, 2m 떨어진 곳에 대문을 설치했어요. 이게 건축주의 일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어요. 서가의 책을 그곳으로 옮겨 이웃들과 독서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집 안 복도의 폭도 30cm 늘렸는데,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까 건축주가 그곳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자주 밖을 내다보고 창문에 좋은 글귀를 적어 두시더라고요. 정서적 공간을 통해 유발되는 이런 생활이 건축을 채워간다고 느끼고 있어요.

 

 

TRVR 프로젝트 시공 현장 /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제공

 

 

무리하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죠

김예람: 지금 진행하고 계신 프로젝트가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김우상: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일에 쫓겨서 쉼과 여유가 줄어들고 있어요. 저희 사무실은 건축의 개념만큼 최종 완성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퀄리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업무가 일상까지 침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듯해요. 저희는 설계 단계보다 착공 이후의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요. 아마 “그냥 도면대로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작업을 끝내왔다면, 지금 카인드 건축과 저희 프로젝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없었을 거예요.

 

김예람: 합사의 권경민, 박천강 소장님이 다음 인터뷰이로 카인드 건축을 지목한 이유도 건축물의 완성도 때문이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 그 가운데서 어떻게 결과물의 퀄리티를 확보하셨는지 궁금해요​.

이대규: 소규모 건축시장의 잘못된 관성인지, 현장 작업자들이 건축도면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사실 좋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읽히지 않는 도면은 의미가 없으니, 작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도면을 작성하고 3D 이미지로 공간의 디테일을 설명하죠. 시공 현장의 업무를 시공사만의 것이라고 단정 지으면 결과물의 완성도를 더욱 보장하기 힘들어질 뿐, 저희에게 돌아오는 건 없어요.

 

김예람: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셔야 하니 몸이 많이 상할 것 같아요. 혹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챙기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김우상: 제가 취미가 진짜 많은 사람이었는데, 2~3년 전부터 스트레스가 늘어날 때마다 취미가 하나둘씩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어느 순간 음악조차 듣지 않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이렇게 잃어버리면 안 될텐데 말이에요.

이대규: 저는 요새 김우상 소장님의 건강을 염려해요. 갑자기 쓰러질까봐 걱정돼요.

 

김예람: 이대규 소장님은 건강을 잘 챙기시는 편인가요? 요즘에도 두유를 자주 드시는 것 같던데요.

이대규: 아침식사를 두유로 대신하고 있어요.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면서 마시기에 간편하잖아요. (웃음) 원래 저는 흔히 말하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 있는 편이었어요. 퇴근하면 스위치를 끄듯이 업무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삶의 균형이 깨진 것 같아요. 큰 설계조직에서 시간 관리 방법을 잘 체득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팬데믹과 사무실 이전 때문에 업무 시간을 조율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그래도 오후 여섯 시에는 외부 업무를 끝마치고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어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 이대규(왼쪽)와 김우상(오른쪽)

 

 

단정하면서 편한 게 좋죠

김예람: 그 시간에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이대규: 작업과 사무실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아마 옷이지 않을까 싶어요. 둘 다 옷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오늘 저희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왔는데 눈치 채셨나요?

 

김예람: 소재와 디테일이 같아 보이는데, 혹시 동일 브랜드가 아닐까봐 말 못하고 있었어요. (웃음)

김우상: 저희가 입고 있는 재킷은 티알브이알이 르 몽생미셸과 협업해서 만든 옷이에요. 

 

김예람: 평소에 옷을 고르실 때 어떠한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김우상: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사하고 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엔지니어드 가먼츠,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울리치, 필슨을 좋아해요. 옷에 관심이 많아서 워크웨어 브랜드 빌더굿과 종종 협업도 하고 있어요. 최근 진행하는 스테이 프로젝트에서는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스태프의 유니폼도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고요.

 

김예람: 옷이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기도 하잖아요. 암홀의 크기, 바지의 신축성 정도에 따라서 활동 반경이 좌우되니까요. 두 분은 일하실 때 어떤 옷을 입으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이대규: 김우상 소장님은 공사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하자를 직접 고치는 편이라 워크웨어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김우상: 현장에서 뒷짐지고 지시하듯이 감리하는 건 성향에 맞지 않아요. (웃음) 설계한 대로 잘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석구석 돌아다니니까, 오염이 잘 되지 않으면서 수납이 용이한 옷을 선호해요.

이대규: 저는 단정한 옷차림을 좋아해요. 언제 어디서 건축주를 만날지 모르니까 멀끔한 모습을 유지해야죠. (웃음)

 

 

후암동에 마련 중인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사무공간 /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제공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 가요

김예람: 요즘 용산구 후암동에 사옥을 계획하고 계시잖아요. 언제쯤 완공이 되는 건가요?

이대규: 사옥은 거창한 표현이고요. 원래 입주 계획은 작년이었는데, 클라이언트 프로젝트가 우선이다 보니 완공일이 점차 미뤄지고 있네요. (웃음) 그래도 아마 한두 달 정도 더 공사하면 입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예람: 다른 팀과 사무실을 함께 쓰실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김우상: 카인드 건축 개소 첫해에 있던 직원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스튜디오 램’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는데요. 그 팀과 사무실을 공유할 계획이에요. 가구, 그래픽, 제품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협업하면서 많은 도움과 자극을 받고 있어요.

 

김예람: 사람들의 일상에서 감각을 깨우는 공간을 만들고 계시는데, 이 사옥에는 두 분의 감각을 자극할 만한 공간이 있나요?

이대규: 아주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있는데요. 저희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쉽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구조를 정리하면서 의도치 않은 공간들이 발견되는데, 그걸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파생시키고 있어요. 특히 옛 건물의 평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천장이 아주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이 저희에게는 아이디어의 환기를 일으키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클라이언트에게는 카인드 건축의 감각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김예람: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무실 풍경이 아니기에 더욱 기대가 되네요.

김우상: 저희 사무실이니까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예산의 한계와 더불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에서 테스트를 하기에는 제약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디테일들도 적용해보고 있어요. 일종의 목업 공간인 셈이죠. (웃음)

 

 

김우상과 이대규는 5월호에서 김효영(김효영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김우상, 이대규
카인드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을 이루는 다양한 유형(스케일, 분위기, 경험)의 고민을 바탕으로 2017년에 만들어졌다. 김우상, 이대규는 건축의 개념이 실제적 구축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외부의 관계에 주목하고 섬세한 공간적 경험을 도출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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