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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가끔은 독특한 낯을 하고: 김효영

김효영 × 김예람
사진
최은화(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상단 이미지 제공_김효영건축사사무소

  

인터뷰 김효영 김효영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예람 기자 

 

 


 
 


이태원에서 지내요

 

김예람: 사무실이 제일기획 본사 옆에 있어요. 언제 이곳에 자리를 잡으신 건가요? 

김효영: 2011년에 파트너십으로 케이스 아키텍츠라는 설계사무소를 시작했어요. 이태원은 2015년에 독립을 하면서 오게 됐고요. 

 

김예람: 어떤 의미를 담아서 케이스 아키텍츠라는 사무소명을 지으셨는지 궁금해요.

김효영: 상황에 주목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 태도는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유효하게 가져오고 있고요.

 

김예람: 건축은 클라이언트, 대지,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긴 하죠. 

김효영: 여러 상황에 의해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환경에서 제가 그것에 이입할 수 있는 성격을 찾기를 바랐거든요. 그런 것을 찾고, 주목하자는 다짐이 담긴 이름인 거죠.

 

김예람: 사무실에 직원이 두 명 있어요. 지금 몇 개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계신 건가요?

김효영: 작은 프로젝트가 많은데, 현재 다섯 개 정도인 것 같아요. 한 프로젝트만 계속 붙잡고 있지 않고 약간의 텀을 두고 여러 작업을 하고 있죠. 공사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여덟 개 정도 되겠네요.

 

김예람: 그러면 지방 출장도 잦겠어요.

김효영: 프로젝트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강원도 인제에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요즘은 그것 때문에 자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김예람: 그래서인지 SNS가 프로젝트 현장 사진으로 빼곡하더라고요. 일이 아닌 일상은 잘 챙기고 계신가요?

김효영: 일상을 챙긴다기보다는 술을 잘 마시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도 약속이 있는 걸요.

 

김예람: 그럼 오전에 근무하기가 버거우시진 않은가요? (웃음)

김효영: 그래서 가급적이면 오전에 일정을 잡지 않아요. (웃음) 사무실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할 때쯤 나오죠.

 

 


문경 복터진집(2020) 현장 /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제공 

 


자화상을 그리는 게 설계가 아닐까요

 

김예람: 최근 인스타그램에 문경 복터진집(2020)의 완공 사진을 올리셨더라고요.

김효영: 그 집 근처에 벚꽃길이 있는데 봄에 촬영하면 예쁠 것 같아서 다녀왔어요. 

 

김예람: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효영: 복어요릿집을 운영하는 건축주가 건물을 새로 짓는데 그 자체가 광고판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어요. 특이한 걸 부탁하기 위해 데려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복터진집의 초안은 ‘포켓몬스터’ 피카츄처럼 생겼어요. 사실 모형을 보여주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건축주가 좋아하더라고요.


김예람: 취향을 제대로 맞추셨네요.

김효영: 그런데 아래층을 임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무난한 형태로 바꾸면서 저층부에 있던 과함이 머리 위로 올라갔어요.

 

김예람: 그럼 머리에 얹어진 게 부풀어오른 복어인가요? (웃음)

김효영: 여러 모습을 연상케 하는 형태를 의도했으니, 그 해석도 틀린 건 아니겠네요. (웃음)

 

김예람: 그동안 해오신 작업의 이름을 살펴보면 점점 관용어구가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건축물도 평범한 일상과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들어요. 

김효영: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됐나봐요. 저는 설계할 때 건축물에 이입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설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내가 건물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자화상을 그려”라고 주문하거든요. 

 

김예람: 최근에 소장님께서 작업한 자화상 같은 건물은 어떤 건가요?

김효영: 강원도 동해에 있는 옛 채석장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어요. 산업이 쇠퇴하면서 남겨진 시설이 웅장하면서도 쓸쓸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명예퇴직을 앞둔 중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고갱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던 시기에 그린 자화상도 생각났고요.

 

 

 

자람터 어린이집(2016) 모형

 


생소한 건축을 하고 싶어요

 

김예람: 평소에 미술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대학원 석사 논문 주제도 르네 마그리트와 관련이 있잖아요​. 

김효영: 작품보다는 미술 개론서 보는 걸 좋아해요. 작가가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태도를 알 수 있잖아요. 대학원생 때 썼던 논문은 사물과 현상을 낯설게 만드는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을 설계 프로젝트에 반영한 거예요. 

 

김예람: 편안하고 익숙한 게 아닌, 낯선 건축에 주목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김효영: 일상을 지속하다가 가끔씩 주의를 환기시킬 때 세상을 대하는 관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낯섦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설계해오고 있는데, 평범하기를 요구받는 일상의 건축 안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기가 참 어려워요. 마그리트에 주목한 건 회화 안에 있는 요소의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낯섦을 표현해내기 때문인데요.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대상을 왜곡하여 어디서도 보지 못한 형태를 만드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죠.

 

김예람: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주제였네요.

김효영: 당시 박헬렌주현 선생님이 지도교수였는데, 마그리트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괜히 이 주제를 골랐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웃음) 

 

김예람: 그때 쓰신 논문의 내용이 요즘 하고 계신 작업에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나요?

김효영: 아직까지 그런 듯해요. 특히 어린이 관련 시설에서는 도형을 많이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어서 작업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죠. 오히려 그런 풍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받기도 하고요. 

 

김예람: 자람터 어린이집(2016)의 입면에도 도형을 많이 사용하셨어요.

김효영: 건물 옆면에 설치된 창의 패턴이 마그리트 그림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어요.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주변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지가 궁금했거든요. 

 

김예람: 입면 패턴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너무 예쁠 것 같아요. 

김효영: 실제로 벽지나 포장지를 두른다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김예람: 나중에 키티버니포니 같은 패브릭 브랜드와 협업해서 제품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김효영: 구매자가 있을까요? (웃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수연관 환경개선 프로젝트(2019)​ /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제공  

 

추산초등학교 ‘다함께 꿈터’​(2019) /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제공 


입면에서 마음이 드러나요

 

김예람: 곧 완공될 신사동 근린생활 시설의 입면도 인상적이에요. 건물과 입면이 마치 분리된 것처럼 보여요.

김효영: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던 건축주가 압구정 뒷골목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게 된 케이스인데요. 뉴욕의 벽돌 건물에 붙어 있는 철제 계단과 발코니, 주택을 상가로 개조하면서 생긴 스킵 플로어 등 여러 아이디어를 전달해주셨어요.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주변 지역을 둘러보니 그런 욕심을 부리는 게 당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욕심을 한데 뭉쳐서 건물로 만들었죠. 

 

김예람: 건축주의 의견이 십분 반영됐군요. 점촌 기와 올린 집(2018)의 의뢰인도 요구가 아주 분명했다고 들었어요.

김효영: 설계를 의뢰하면서 무조건 기와지붕으로 집을 지어 달라고 했어요. 건축주에게는 기와지붕이 번듯한 집의 표상이었나봐요. 그런데 실내는 한옥이 아닌 아파트식 평면을 원하셨어요. 취향과 일상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거죠. (웃음) 그래서 몇몇 요소를 삐죽삐죽 뺀 듯한 모습으로 평면을 설계하고, 그 위에 딱 들어맞지 않는 기와지붕을 얹었어요. 

 

김예람: 기와지붕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별히 팔작지붕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효영: 건축주가 팔작지붕을 제일 마음에 들어했어요. 당시에 맞배지붕으로 된 시안도 있었는데 뱃집 같다면서 손사래치셨어요. 

 

김예람: 뱃집이요?

김효영: 배처럼 기다란 집을 그렇게 부르는데, 어르신들에게는 좋지 않은 주거 형태로 인식되는 것 같더라고요.

 

김예람: 건축주가 평면을 마음에 들어하던가요? 동그라미, 네모가 일반적인 주거 도면에 박혀 있는 듯한 모습이잖아요.

김효영: 다행히 별다른 말을 안 하셨어요. 제가 도형이 잘 드러나는 설계를 하는 편인 것 같은데, 거기에 엄청 특별한 뜻이 숨겨져 있지는 않아요. 다만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을 그대로 드러내서 독립적인 요소로 읽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보편적인 형태로부터 이탈하려는 시도가 요소 간의 충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선보다는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의 개별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예람: 인테리어와 파빌리온 작업도 해오고 계시잖아요. 그 면면을 보고 있으면 소장님께서 설계한 건축물이 떠오르기도 해요. 교차하는 벽(2017)과 삼송마을 커뮤니티센터(진행 중)처럼 말이에요.

김효영: 교차하는 벽은 2017년 서울세계건축대회(UIA)에 출품하기 위해 만든 설치 작업이에요. 당시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전시 주제에 맞게, 겉으로 드러나는 건물의 입면과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잡다하게 설치된 뒷면을 표현했죠. 건물의 숨겨진 모습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삼송마을 커뮤니티센터와 유사한 맥락이 있네요. 그 건물은 새로운 도로를 내면서 기존 형태가 잘려나갔거든요. 건물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게 마치 상처 같아 보여서 슬래브에 빨간약을 발라주고 그 위에 밴드를 붙여줬죠.

 

김예람: 아주 귀여운 처방이네요.

김효영: 얼마 전에 그런 일이 또 있었어요. 주택을 설계하면서 나무 블록 같은 덩어리를 쌓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기억을 되짚어보니 제가 했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수연관(2019)의 입면 작업과 흡사하더라고요. 그런 걸 뒤늦게 발견하면서 ‘같은 걸 반복하고 있구나’ 하며 반성하고 있어요. (웃음)

 

김예람: 이런 걸 보면 자기 복제와 언어 구축은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아요.

김효영: 앞으로 프로젝트가 처한 상황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아닌 상황에 맞는 모습인 거죠

 

김예람: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건축가’로 자주 소개되고 있으신데, 이렇게 호명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김효영: 가끔 그런 기획으로 마련된 자리에 가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기성세대 건축가가 젊은 세대 건축가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튀려고 애쓴다거나 건축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물론 설계를 하면서 당연히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있긴 한데, 모두가 같은 것에 천착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진 않잖아요. 저는 우리의 건축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좀 더 나이가 들면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요.

 

김예람: 과거에는 시대정신을 중요하게 주장하는 모임도 많았고, 그 모임을 주축으로 한 그룹전도 꽤 있었어요. 그에 반해 요즘에는 건축가를 한데 묶을 수 있는 키워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효영: 무언가를 선언하고 같이 움직이기에는 적이 분명하지 않죠.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면 깨뜨려야 하는 대상이 분명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선뜻 단체행동을 도모하기 어려운 거죠.

 

김예람: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김효영: 이종건 선생님의 책에 정치혁명이 아니라 내면의 혁명을 도모한다는 글이 있었는데 그 입장에 100% 동감해요. 물리적으로 모여서 하나의 입장을 발표하기보다는 게릴라전처럼 각자의 상황과 방식대로 전략을 세워서 헤쳐나가는 거죠.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소심하게나마 찔러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웃음)

 

 

김효영은 6월호에서 이세웅, 최연웅(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김효영
김효영은 단국대학교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여러 젊은 건축가의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2015년 김효영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그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감정이입 하여 성격을 찾아내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질문으로 건축과 지금의 우리를 묶어내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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