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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어느 지역, 어떤 제조, 무슨 산업: 서울 도심계획의 역사와 현재

자료제공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세운 기술거버넌스 연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제조업 지역인 세운상가 일대에 잠재한 생산의 동력과 도심산업의 미래가치를 탐색하기 위하여 2019년 연간 약 10회에 걸쳐 집담회를 개최한다. 지난 3월 제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은 데 이어 두 번째 시간에는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위원을 맡고 있는 이광환 해안건축 소장과 유나경 PMA 도시환경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세운 구역을 중심으로 서울의 도시계획과 도시정비사업에 대해 논하였다.

 


세운 구역의 역사와 도시 법제

세운 구역은 서울에서 지리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남산과 종묘를 남북으로 잇는 폭 50m, 길이 1,180m의 세운상가를 포함한 일대의 지역을 포함하는 행정 범위이다. 서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보니 도시계획 논의의 중심지가 되는 일이 많았다. 이광환(해안건축 소장)은 세운 구역의 역사를 통해 도시 법제의 변화를 살펴보며 도심재개발, 도시환경 정비, 도시재정비 촉진, 도시재생으로 이어져 온 도시정책을 일갈했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앞두고 1934년 조선시가지 200년 계획령을 발표한다. 식민도시를 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적의 공습으로 인해 목조 건물이 모두 불타지 않도록 도심에 빈 공간인 ‘소개공지’를 지정한다. 지금의 세운상가 부지는 그때 지정된 소개공지 중 하나다. 조선이 해방되고 피난민들은 소개공지(현 세운상가 부지)로 몰려가 판자촌을 형성한다. 정부는 무허가 판자촌을 관리할 목적으로 1953년 해당 지역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해서 관리구역으로 만든다. 1966년 즈음에는 재개발지구로 지정한다. 이때는 도시재개발법을 만들기 전이라 재개발지구라는 용어도 없을 때다. 행정가가 행정적 필요에 의해서 강제로 재개발지구라는 용어를 만들어가며 지정한 것이다.

현 세운상가 부지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고 나서 서울시 중구청 계장인 이을삼이 김현옥 서울시장에게 개발방안을 제안한다. 그는 기존 소개공지의 50m 도로 폭을 20m로 줄이고 양쪽에 15m씩 건물을 짓자고 한다. 김현옥 시장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당시 건축가 김수근이 일하고 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를 찾아간다. 김수근은 보행데크를 씌워서 하부는 도로로 상부는 보행로로 쓰자고 제안한다. 결과적으로 김수근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면서 건물이 더욱 입체적으로 계획된 것이다.

세운상가는 1967년 준공 당시 엄청난 규모의 상권과 주상복합이라는 새로운 주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명동에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쇠락하고, 도심에 쾌적한 주거공간이 많이 생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의 업소들을 도심부적격업소로 지정하며 세운상가의 하강 곡선은 정점을 찍는다. 부족한 교통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는 도심부에 너무 많은 차량을 유입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이 도심부적격업소로 지정된 주요한 원인이었다.

1976년 제정된 도시재개발법을 근거로 1984년 재개발구역을 지정할 시기에만 해도 세운 구역은 소규모 블록개발 위주로 도시계획이 이뤄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단위가 커지고, 특히 1988년에 들어서 세운 2구역, 3구역 식으로 하나의 큰 구역으로 나누어 개발구역이 지정된다. 그러나 결국 사업이 시행되지 않았다. 자본과 사업을 진행할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1995년 세운상가 부지를 공원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18년도 도시계획을 살펴보면 옛길이나 물길 등을 고려하면서 아주 작은 단위로 개별적으로 개발구역이 지정된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소규모블록 개발로 돌아갔는데, 이렇게 소규모로 개발구역이 지정되면 사업을 시행하기 어려워진다. 가운데에 있는 블록들은 주변의 길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되기가 어렵고 따라서 가장자리부터 내부로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만약 구획정리 사업으로 반듯하게 구역을 정했으면 지금 상당 부분 더 개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광한은 이러한 상황을 돌아보며 입체적, 통합적, 장기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입장이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서 민간이 원하는 것과 공공이 원하는 것을 정량화하여 어느 지역에 어떤 개발이 적당한지를 예측하는 미국의 시스템, 일본 도심개발에서 성공사례를 많이 남긴 파트너링과 지역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2015 역사도심기본계획의 이해

이어서 유나경(PMA 도시환경연구소 소장)은 역사도심기본계획의 배경, 추진 경위, 핵심이슈별 계획, 공간관리 계획 등 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세운상가 주변 지역에 대한 관리지침의 세부내용을 공유했다. 

서울시는 2000년에 들어서 처음으로 도심부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기점으로 시기별로 도심이 당면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 수정되기 시작한다. 2004년에는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주변 지역의 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높이와 용적률을 일부 완화할 수 있도록 계획이 보완되었다. 시민들의 관심이 개발과 성장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변화함에 따라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도심을 보는 시각도 변화하였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맞춰 2011년에는 사대문안 역사문화도시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2015년 5월 14일 발표된 역사도심기본계획은 2004년에 수정된 도심부 발전계획을 보완하고 역사성과 장소성의 회복에 대한 시대의 열망을 반영한다. 2011년 사대문안 역사문화도시관리기본계획의 범위를 넓혀 한양도성 내부로 확대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양도성 지역이 갖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관리하기 위한 원칙과 틀을 바로 세우고, 도심이 갖는 활력을 지속해서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복잡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공간의 현대적 삶과 한양도성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적 특성을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목표를 수행하기 위하여 역사도심기본계획은 두 가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한양도성 지역이 당면한 과제를 핵심이슈별로 정리하여 목표와 전략 및 실천과제를 제시하는 핵심이슈별 계획, 그리고 핵심이슈별 계획이 지역별로 반영되어 세세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침을 제시하는 공간계획이다.

2015 역사도심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계획의 방향이 설정된 점이다. 시민들에게 직접 도심하면 떠오르는 장소나 이미지를 물어서 서울의 역사성을 파악하고, 지역별로 공청회를 열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형 시민참여단을 모집하여 도심부 관리의 방향을 공론화하였다.

지역별 관리지침은 7개 지역 및 18개 구역의 역사문화자원 관리지침, 공공부문 지침, 민간부문 관리지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침은 기존에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잠재력을 활성화하고 부정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세운 구역의 경우 도심 특화산업의 중심구역과 대규모 전통시장의 밀집구역이라는 입지적 특성과 종묘, 청계천, 옛 도시조직, 근현대 건축물이라는 역사문화자원을 고루 가지고 있어 긍정적인 잠재력이 풍부하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의 노후화와 도심 산업의 쇠퇴라는 부정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도심 산업 집적지로서 활력과 다양성을 살리는 지역재생을 통해 도심 산업 및 체험 관광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미래상을 토대로 계획과제와 목표 그리고 세부적인 관리지침을 세워나갔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부의 역사와 도시계획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청중과의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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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의 풀을 가늠할 수 있는가? 어떤 주체들이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광환: 객관적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최근 도시재생이라는 화두로 여러 주민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눠보면 기존의 행정가나 계획자들이 간과했던 지역주민들의 힘을 충분히 느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한 법적인 조항이 별로 없다. 지역 주민을 어떻게 참여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재산권 문제로만 접근해왔다. 조합원이라는 게 관심이 있다고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돈이 있어야 하는데,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목소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금은 3/4의 동의가 있으면 사업을 진행하는데 생각을 더 해봐야 하는 문제 같다. 80~90% 이상 대부분의 소유자들이 동의하고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전에는 약자에 대한 조항도 없고 경험도 관심도 부족하다 보니 그냥 밀고 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2012년부터는 서울시가 25%의 반대도 엄청나게 큰 반대라는 데 처음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Q: 주민참여 시스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있나? 
이광환: ​일본 같은 경우는 주민 동의가 100% 안 되면 주민이 하는 사업은 못 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재정비촉진법과는 완전 성격이 다르다. 재정비촉진법은 말 그대로 촉진하는 거니까 뒤돌아보지 말고 빨리 뉴타운을 지으라는 것이다. 그게 너무 무리가 있어서 나온 게 도시재생활성화법인데 이는 원래 원도심 부활을 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다. 즉, 무언가 새로 짓는 것보다는 그 지역의 상권을 살리고 사회, 경제,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도시재생법에는 주민참여가 제도화되어 있다.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서 주민들이 스스로 변함으로써 도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숙달되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주거환경관리사업(개선사업) 등으로 여러 지역 주민들을 만나러 다녀보면 의외로 참여하는 사람이 꽤 많다. 동의도 많이 하고 관심도 많아 보인다. 그런데 확장성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10~20%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있지만, 그게 보편적으로 확장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Q: ​세운상가에 공중보행 공간을 도시계획시설로 설정하는 것의 이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광한:​ 옛날에는 도로 위가 열려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 도로 상부도 우리가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도로의 지하 공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차가 다니는 것은 지표면뿐이다. 이를 살짝 피해 주면 지하든 지상이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만약 공중보행공간이 도시계획시설로 인정이 안 되면 도로 위를 점유하는 점용료를 내야 한다. 일산에 가면 ‘라페스타’라고 6개의 블록을 연결해서 만든 시설이 있는데 블록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들이 원래는 다 점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문화지구로 엮어서 그 브리지들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고서 점용료를 안 내게 된 사례가 있다.

 

Q: ​한편, 일 층에 보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에 중복되는 공중보행로를 만들면서 일 층의 보도를 쇠락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을까?

이광한:​ 그럴 수 있다.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직으로 연결 동선을 만들어 준다든지, 세운상가는 중간중간에 자연채광이 들어가도록 천창을 설치해 준다든지 했다. 원래 밑에는 차량이 다니고 위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을 종로부터 남산까지 연결하려던 계획이었다. 그런 계획의 원칙을 잘 살리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갑자기 왜 또 위에 보도를 설치해서 내 앞에 사람이 못 다니게 하는지를 따지는 개인과의 갈등은 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들을 합리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끊임없이 어떤 조짐이 있고 작은 운동들이 모이고 커지고 보완되어서 역사도심기본계획이 나온 것처럼 다른 도시계획도 그렇다. 중간에 어긋나는 것도 있고, 강한 행정적 의지로 밀어붙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장기적으로 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내년에 올림픽을 치르는데 그 계획을 25년 전에 도시계획 차원에서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시계획에서는 멀리 보고 하나, 둘씩 맞춰 나가야 후대에 있는 사람들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리만 급하다고 뜯었다 붙였다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Q: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는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를 수복형으로 개발한다고 했는데, 현재 벌어지는 3-1.4.5 구역은 전면 재개발로 알고 있다. 그 구역은 수복형 개발이 안 되는가? 반영이 안 되었을 때 페널티를 부여하는 경우는 없는지?

유나경: 수복형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잘 해석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계획이 멈추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우리가 역사도심계획을 할 때도 이미 사업지에서는 사업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세운상가도 재정비촉진계획부터 시작해서 뭔가 바뀌어 가는 중이었다. 계획을 하는데 동시에 계획이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수복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굉장히 논의가 많았다. 수복이 기능 수복이냐, 형태 수복이냐 이런 얘기들이 많았고 그래서 약간의 관점 차이가 있다.

당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 20여 년 동안 준비해온 사업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계획을 바꾸면서 완전히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단위, 중단위, 소단위 어떤 개발을 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원칙으로 수복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최종 정리된 내용이다. 전면철거하고 반듯한 길을 만드는 재개발과 달리 길의 형상을 따르도록 하거나​, 저층부 혹은 지하나 어떤 층에 기존에 있던 산업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을 정도의 산업적인 특성을 담거나, 조망을 유지하거나 등의 고려가 있었다. 수복이라는 의미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그런데 그것이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만의 얘기는 아니고, 이전의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도 수복형 재개발이 계속 언급됐다. 그 과정에서 수렴됐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을지로 같은 경우는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지게 되는데, 사업추진체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인 갱신이 일어난 행태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잘게 구역을 구분할 수 있었다.  

 

Q: ​오세훈 시장 때부터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하려고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나경:​ 당시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던 상황이었고, 세계 여러 도시를 봐도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역사성이나 경관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조언을 많이 받았던 상황이고 이미 근저에서 학자들이 추진해온 것이었다. 그걸 정책으로 받아서 이 지역에 대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렇게 가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 정치적인 걸 떠나서 시대적인 상황의 발로로 보인다.

 

Q: ​골목길, 물길 탐방로 만들기 등 관에서 직접 진행하는 사업들은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유나경:​ 기본계획은 사업계획이 아니다. 계획의 재료들을 찾아서 던져 놓는 것이고, 그 재료들을 기반으로 사업 주체들이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울형 재생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길이라는 것이 구간별로 끊어진 게 아니라 도심으로 쭉 연결되고 물도 마찬가지로 그게 다 연결이 되어야 의미를 가지는데, 실제 사업지가 뚝 떨어지게 되면 저쪽에서 아직 물이 안 내려왔는데 연결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큰 틀에 대한 기준은 주어졌지만, 실행에서는 각각에 상황에 맞추어서 조금 조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길 사업 같은 경우는 특히 경중을 따져 좀 더 중요한 길 위주로 진행이 되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기록에 꽤 많은 시간을 쏟은 것 같다. 여기 참석자들은 옛길이나 물길에 대해서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게 무슨” 이런 경우도 많다. 서울시 나름대로 역사도심 내에 길과 물길에 대해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고, 이름도 사실 여러 이름을 쓰는데 그것들을 통합하는 아카이빙 과정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버전이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역사도심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 공청회를 통해 도달한 합의 내용이 지역 소유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유나경:​ 사실 역사도심기본계획은 매우 큰 계획, 즉 도심 전체에 대한 계획이다. 과거의 도심기본계획은 의견수렴을 위해 설문조사, 의견조사 등에 많이 의존했다. 우리는 2030서울플랜 같은 서울 전체 계획에서도 시민참여단을 모집하는 노력을 해왔다. 공공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원하는 서울의 모습을 수렴해가는 의사결정 과정을 추구했다. 그러한 취지에서 역사도심이라는 인식의 관점을 소유자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에게 확장했다. 똑같은 대상이라도 외부자와 이해관계자의 관점은 다르고, 심지어 이것을 개발의 목표로 보는 관점은 또 다르다. 따라서 그것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에 들어가서 지역의 의견도 듣지만 조금 멀리서 보는 시민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두 가지를 같이 견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실 마지막에는 그게 다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래도 그런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갔다. 이해당사자와의 이야기는 재생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중, 직접적인 사업 대상이 분명해졌을 때 더 많이 도출된다. 심지어 세운상가 관련해서는 팀이 여러 개다. 그 정도로 집중적인 논의를 하므로 양상을 조금씩 좁혀가면서 하나하나의 문제들을 풀어 가게 되는 것 같다.

  

Q: ​한남 2, 3구역의 경우 공공건축가가 참여해서 주민들과 협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광한:​ 재개발은 재산권을 가진 조합원들을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들을 만나보면 도시정비법을 전혀 모른다. 그러니 공공건축가가 등판해도 문제를 풀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고 이걸 어디 학원에서 배울 수도 없으니 곤란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찾아가는 재정비 교육 같은 것을 하는데 조합은 사업시행을 위한 단체로서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하겠다. 조합을 승인할 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조합비 납부, 즉 공동사업을 할 의지를 표현이고, 두 번째는 방대하고 복잡한 개발사업의 내용을 면밀히 알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60시간 교육 이수, 조합비 6개월 이상 납부 등의 조건을 갖춘 곳만 사업을 하게 해야 한다. 계획은 그걸 민간에게 던지는데 민간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된다. 이제는 뭐 될 대로 되라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세월이 흐르면서 또 바뀐다. 불완전한 출발이지만 그게 완성이 아니다. 한남 3구역은 행정적으로 온갖 제어를 해서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고, 2구역도 비슷하게 쫓아가는데 십 년, 이십 년 후에 그 동네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Q: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세운상가 좌우 블록들이 과연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결국은 1층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임대료가 올라서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안 되지 않을까? 지금 논란이 많은데 세운상가는 보존하고 주변을 재정비촉진지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유나경:​ 역사도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중에 계속 논의했던 부분이다. 재개발을 다 걷자, 촉진계획을 다 걷자, 일반 개발을 하도록 하자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다가 그 원칙을 계속 고수했다.  수복형 개발유형을 설정하고 공공투자도 원칙적으로는 할 수 있도록 했으나, 결국 당장 할 수 없는 일을 제시해 놓았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지난 50여 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그동안 전면 재개발도 해봤고 재생도 해봤고 다 해봤다. 그러면 지금에 와서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은 조금은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3구역처럼 사업이 작동될 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되고 거기서 해법이 나온다. 아까 길 사업 이야기를 했는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피맛길 때랑 똑같은 상황이다. 피맛길 때도 그런 논의를 했고 그 논의의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고 그에 대한 평가는 미래세대가 하게 된다. 지금 답을 내릴 순 없지만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계획하는 입장에서 가능하면 속도 관리를 해가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 당사자가 아닌 상황,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가 아닌 상태에서 방향을 제시하므로 무책임한 논의일 수 있다. 여기에 길이 만들어진다 한들 새로운 것으로 다 채워진다면 보존이 가능하겠냐는 걱정인 것 같다. 현재 상태가 유지가 된다 했을 때, 속도는 잠시 멈칫하며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결국 바뀌는 과정에 있다. 이런 부분들을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조율해가고, 이런 논의들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도 예전보다는 열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양극단에 있던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서 좀 더 중간으로 모였다.

 

기획: 황지은(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정리: 윤의성(서울시립대학교 학생) ​

 

2019년 4월의 세운 기술거버넌스 연구 집담회는 세운상가 지역의 역사와 현재 세운상가 재정비에 영향을 준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5월에는 논의를 국제적 지형으로 확장하는  ‘세운 글로벌 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가 열렸다.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와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가 공동주최한 포럼의 내용은 SPACE 619호(2019년 6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행_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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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심기본계획 보고서 

http://news.seoul.go.kr/citybuild/archives/5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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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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