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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어느 지역, 어떤 제조, 무슨 산업: 서울의 도심제조업 산업생태계 현장 연구

자료제공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거치면서 생산의 기능을 점차 잃고 소비의 중심이 되어온 현대 도시, 우리 도시에 지금 왜 제조업이 필요할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빠르게 가치관을 전환하고 있다. 다양한 첨단기술을 동원해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한동안 잊었던 도시의 생산 감각을 일깨울 때다. 세운 기술거버넌스 연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제조업 지역인 세운상가 일대에 잠재한 생산의 동력과 도심 산업의 미래를 탐색하기 위하여 올 한 해 동안 약 10회에 걸쳐 집담회를 개최한다. 산업기술, 지역공동체, 도시계획과 정책, 역사문화 보존, 사회혁신, 삶의 질 등 복잡하고 역동적인 문제들을 토론하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청중과 열린 토론에 집중해 다양한 눈높이에서 체감하는 도시 감각을 이야기하며 VMSPACE를 통해 매회의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성수동 수제화 산업생태계 실태 및 가치사슬 연구 

2019년 3월 28일 세운청계상가 811호 디지털트윈세운 프로젝트룸에서 첫 집담회가 열렸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및 대학원생, 세운상가의 상인 및 메이커, 그리고 도시를 연구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들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도심제조업 현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천연충현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채원 코디네이터와 도시연대 김민수 연구원이 2014년 서울역사박물관 생활문화자료조사로 진행한 성수동 수제화 산업 실태조사 이야기로 첫 모임의 문을 열었다. 이채원 코디네이터는 지역 현장의 역사적 맥락, 물리적 특성, 다양한 현상과 이해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먼저 문헌 및 통계자료 사전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그 자료와 지표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현장조사, 그리고 조사의 후작업 과정을 실제 작업 결과물과 함께 비교하며 설명했다. 특히 조사원들의 현장 이해를 위한 교육, 조사진행에서 주요했던 현장 확인과 매핑 과정을 공유했다. 

김민수 연구원은 함께 참여했던 성수동 수제화 산업생태계의 가치사슬을 파악한 경험을 나누었다. 성수동 수제화는 남성화보다 여성화가 많은데, 대량생산 중심의 남성화보다 빠르고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한 여성화에 적합한 유연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수동 산업생태계의 특징을 4가지로 도출하였다. 유연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장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암묵지 형태의 정보 유통이 이루어지며, 숙련 기술자들이 집적되어 있고, 협업과 분업의 유기적인 환경으로 진행된다고 정리했다. 또한, 성수동 수제화 제조업의 가치사슬 특징으로 생산공정의 ‘강한 고리’에서 ‘약한 고리’로 변화해온 과정을 조명했다. 이전의 ‘강한 고리’로 인해 집적되고 고착화된 산업생태계가 역설적으로 그 고착화로 인해 사이클이 연약해짐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산업생태계를 구성하는 이들의 일상, 공장에서 월급제와 도급제 사이의 물량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파악해낸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라질 산업생태계의 기술전수를 위하여 학교를 만들 것을 제안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클러스터의 진화: 동대문 패션 산업을 사례로 

이어서 한구영 연구위원이 동대문 패션 산업의 클러스터 진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산업생태계를 역사가 축적되며 형성되어온 것으로 설명하며 그 역사가 어떤 식으로 작동되었는지, 또한 그 역사의 네트워크를 패션 산업을 통해 파악해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유통은 크게 구매자 주도형과 공급자 주도형으로 나누어진다. 공급자 주도형은 제조사가 공장을 소유하고 기획하여 판매하는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과정이며, 구매자 주도형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 산업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패션은 기획-제조 단계를 거치며 구매자 주도로 공장이 없는 형태의 네트워크 산업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패션 산업 생태계를 클러스터의 진화로 간주하며, 누군가의 계획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이들의 창발성에 의해 형성되어 온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동대문 클러스터의 변화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1960~1980년대 평화시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및 판매 복합 시기, 1990년대 소매상권의 형성과 디자이너 유입으로 소매업 활성화 시기, 20000년대 이후 온라인소매유통 활성화로 신흥 도매상권 기능 고도화 시기로 요약된다. 이 변화 과정을 통해 동대문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형성하고 있는지 규명할 수 있으며, 또한 연구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왜곡하지 않고 파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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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 1(지역 메이커 컨설턴트): 이탈리아 장인들의 기술력을 100으로 본다면 실제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의 기술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 세운상가 일대 현장에는 자부심이 있으나, 그 기술이 어느 정도 좋은지 정량적 평가 기준이 없다고 알고 있다. 

 

김민수: 성수동 현장에서도 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탈리아 장인만큼 우리의 기술력도 뛰어나다고 말하고 현장에 가보면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공의 지원이 디자인, 유통 등 몇몇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술전수, 기술을 보존하고 다시 전파하기 위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생산자를 고려하는 영역 같은 것을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기술자의 경우 작업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고 경제적 여유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의 생산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 어렵다. 

 

청중 2(도시공간개선단 직원): 그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혹은 나쁜지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인가?

 

김민수: 아시겠지만, 현장에서는 정량적인 기준이 없다. 대부분 그것은 착화감으로 이야기되어왔다. 각자의 발이 다르듯이 신발의 볼도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일명 라스트 볼), 표준화된 발 볼을 기준으로 신발이 대량생산되어 왔다. 그래서 성수동 현장에서는 라스트 볼을 개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목소리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노력이 있지만 지원 제도와 잘 맞물리지 않아서 힘든 실정이다. 

 

청중 3(서울대 환경대학원 학생): 발표 마지막에 “학교를 만들어 전문화, 체계화된 학습 시스템을 만들자”고 했다. 수제화 산업이 이미 사회적으로는 3D 산업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그런 체제를 만들었을 때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무엇을 만들라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학교를 만들기 이전에 인식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인식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차후에 기술의 변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김민수: 인식의 변화라는 것이 애매모호하지 않나. 인식의 변화가 같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사실 현장 기술자들이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작업 환경, 시스템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공장설비, 작업환경 등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 유통구조가 홈쇼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홈쇼핑으로 형성되는 저가 구조가 아닌, 고가 유통구조인 살롱 구조 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필요하다. 교육뿐만 아니라 이런 시스템 지원이 동시에 진행되는 체계가 이루어져야 인식의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중 3: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산업과 관련한 많은 교육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 청년들을 그것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황지은: 덧붙이자면, 실제 도심제조업 개선을 위해 활동하면서 그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를 보았다. 일단 공장 환경 자체가 직장으로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물리적 환경개선이 우선 필요하고, 어떤 아이템의 사업 성공 사례를 보고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청중 4(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생): 예지동 시계 장인들의 민속학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40년 동안 시계 업종에 종사했다면 대표적인 예지동 지역에서 계속 머무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다른 산업으로 이동해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수제화 장인들도 어떤 연관 산업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시계골목의 공간적 범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시계골목이라고 한정 짓기는 했지만, 예지동에서 세운스퀘어로 공간을 확장시켰던 것을 보며 정적으로 생각했던 골목이라는 공간, 작업장의 범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성수동 경우 공간을 경계 짓는 기준은 어떠한가? 도장, 금속세공부터 시작하여 시계 산업까지 골목을 따라 다양한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다른 산업에 종사하다가 결국 시계골목에 정착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비슷한 기술이 필요한 다른 제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흥미롭다고 느꼈다. 성수동 산업생태계의 현상도 그러했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수제화 제작과정은 굉장히 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만난 사람들은 오랜 경력으로 젊었을 적부터 수습을 통해 이전의 기술을 이어받아 성장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동대문에서 수제화 유통을 하다가 성수동에 공장을 차린 경우를 봤다. 아래에서부터 단계를 밟아 성장하여 패턴장이나 공장장이 되고, 사장이 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이채원: 수제화가 하향 산업이 되면서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 가죽 산업 쪽으로 변경한 사람들도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수제화 판매를 하며 공장을 왕래하여 기술을 지켜보았던 사람이 기술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간범위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 우리의 경우 위로는 천이, 아래로는 한강이 자리 잡고 있어 공간적 기준을 명확하게 나누어 조사를 진행했다. 사전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골목 같은 경우 미리 시계골목의 장인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생각하는 시계골목의 범위를 표시해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공간을 먼저 파악한 후에 그것을 토대로 공간을 결정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청중 5(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학생): 각 연구자에게 이 연구를 하게 된 궁극적인 목적 및 방향성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기록 자체가 목적이었는지, 혹은 어떤 정책을 위한 연구 제언이었는지?

 

이채원: 오늘 발제한 내용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는 아니었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한 연구용역의 한 부분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년에 두, 세 동네를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변화가 보이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2014년에 성수동이 선정되어 조사하였다. 당시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하였지만, 과거부터 지역이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김민수: 나는 기록을 하는 목적이 더 컸다. 이론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실제 우리가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하고 기록된 자료가 어떤 성격인지 분류했다. 그런데 분류하는 과정에서 연구하는 사람의 관점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기록에 있어서 나름의 가치관이나 상황에 따른 관점이 들어갔을 것이다. 

 

한구영: 도시에 공공이 개입을 많이 시도하고 있지 않나. DDP도 그랬고, 공공이 산업적인 부분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시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이 시장을 이끈다는 태도보다는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개입해야 한다. 도시계획도 공간적인 개입이다. 개입이 이루어지기 전에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개입의 정당성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기초적인 연구나 조사가 부족해서 계획이 적용되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도시경제학 측면에서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역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런 측면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청중 6(지역 메이커 컨설턴트): 지역 조사를 굉장히 자세하게 진행한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하는 단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은 누가 하는지, 정책을 제안하는 것에서 끝나야 하는지, 조사 다음 단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프로세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구영: 대학생 때 디자이너가 지역에 머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공간을 임대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활동의 형태가 변하였지만, 어반하이브리드 창신아지트라는 곳에서 여전히 작업 진행 중이다. 실천적인 부분이 잘 표현이 되지는 않았지만, 문제해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이런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황지은: 성수동의 경우, 생활사를 기록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만드는 연구였다. 그 기초자료 시리즈는 현재 아주 중요하게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생활사 기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점을 좀 더 면밀하게 나누는 것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 또한 정책 언어로 바꾸는 것은 그다음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수: 사실 성수동 말고 다른 지역도 있는데, 그것을 보면 지역에 대한 방향이 다 있을 것 같다. 정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런 자료를 보고 활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단계까지 이야기하면 결과가 또 다르게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이것을 기획했던 이유는 정책 입안자를 위한 것보다는 기록하는 행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청중 6: 오늘 이야기를 들으며 도시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이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시보다는 기술에 관심이 많아서 성수동, 창신동 그리고 세운상가까지 동일한 이슈가 보이는 것 같다. 옛날 기술자 및 장인들의 지식과 기술은 구시대적이고 트렌드가 지나간 것들이 많고, 지금의 비즈니스 차원에서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경쟁력이 있게 바꾸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분화하여 자세히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구두를 만드는 가죽의 좋은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런 것들은 영원한 기술이지 않나. 이런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던 부분을 살려주고, 대안을 제시하다 보면 좀 더 전문가가 나오지 않을까. 구두 전문가와 컨소시엄이 되어 어떤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는 방향성이 나왔으면 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접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풀이해 나가면 좋을까?

 

황지은: 세 명의 발표자 모두 도시 전공자이다. 도시와 산업의 맥락이 있는가 하면, 현업에서 공장 컨설팅, 제조업을 하는 입장에서 또 다른 관점이 나왔다.


청중 6: 기업도 계속 신기술 도입이 안 되면 도태되고 뒤처지지 않나. 그런데 이곳 장인 및 기술자들은 신기술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3D프린팅 기술로 고객 일대일 맞춤형 신발을 만들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려 해도, 그런 기술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겠나.

스타트업 중에 3D프린팅 하는 업체가 있는데 그 친구들은 오히려 다양성을 못 찾아서 헤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 것을 조언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중 7(지역 활동 메이커): 거기에 대해서 덧붙일 의견이 있다. 나는 주로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세운상가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곳에 온 이유는 세운상가에 아직 전통적 제조업이 남아 있고, 드론을 개발할 때 3D 프린팅 기법을 이용하여 직접 부품을 만들며 작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새로운 프린팅을 어떤 전문적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지금 언급된 것처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제화를 비롯한 대량생산 분야, 심지어 건축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그런 차원의 이슈로 접근하면 추상적으로 다루어지는 것 같다. 전문가가 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실현 가능하다 본다. 운동화도 가죽으로 생산되는 것이 줄어드는 추세고 합성소재인 폴리머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가죽도 3D 프린팅 재료로 나올 수도 있고, 또 가공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수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대량생산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성수동, 동대문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지역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여기 세운상가가 위치한 을지로, 종로 일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도시는 계속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재생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들어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입장에서 성수동 및 창신동과 세운상가 및 을지로 일대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비슷하고 또 다른지 묻고 싶다. 또한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구영: 동대문의 경우 원단 시장의 사장들이 젊다. 부모의 업을 이어받든, 개인이 사업을 시작했든 간에 도매시장에서 잘 팔리는 곳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있다. 젊은 인구가 유입된 것은 이 산업이 잘될 것이고 합리적인 시장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재개발, 재건축이 일어나도 동대문 입장에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또한 DDP는 서울시가 진행한 것이지 않나. 성수동이나 을지로 일대에도 젊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기존의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나 새로운 기술 산업을 접목한다는 점이 다르다. 앞으로 그들이 기존의 산업과 어떻게 융합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김민수: 성수동의 수제화 산업과 을지로의 기계, 정밀금속 산업은 집적효과가 공통점인 것 같다. 거래과정에서 정보를 유통해서 현장에서 즉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집적의 효과 즉, 한구영 박사가 발표한 클러스터가 만들어내는 내부 경제효과는 비슷하다고 본다. 차이점이라면 성수동의 경우 이 특성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업주들 간, 업주와 디자이너 간의 개인적인 신뢰와 평판으로 산업이 유지되다 보니 외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손 놓고 바라본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산업을 지원할 수 있을지 고려와 행동이 같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부 몇 군데가 주목을 받으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됐고 내부 사람들이 외곽으로 나갔다. 을지로는 현재 현장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정확하게 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면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냐, 아니면 성수동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조금씩 이루어질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생길 것 같다. 또한, 을지로도 기술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표준화시키고 만들어나갈지가 중요하다. 세운상가도 개인적인 신뢰 관계 속에서 영업이 형성된 것을 제도나 학교 차원에서 접근하여 함께 만들어가면서 재개발이나 산업 보존의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하지 않나 싶다.

 

청중 7: 기존의 산업을 보존하고 지켜나가자는 움직임보다 신구 세력의 어울림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세운상가에 온 이유는 숙련공들의 기술이 필요해서인데, 그 숙련공들이 흩어지는 것이 안타깝고 기술전수가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도시 공간이라는 공간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나. 그 사람들이 어떻게 활동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의 차원에서 보면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는 모여 산다는 것 이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의견을 내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이야기를 계속해주면 좋겠다. 집담회에 학생들도 많이 온 것 같은데 청년들이 계속 있어 주기를 바란다.

 

청중 8: 서울로 7017 프로젝트로 염천교 수제화 산업이 무너지지 않았나. 그것이 성수동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염천교 수제화 산업이 성수동으로 이동했다면 어떤 곳이 거점공간이 되었는지, 또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하여 연구자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최근 동대문 현장을 미시적으로 봤을 때 골목들이 밀려나고 높은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그 안의 공장이나 산업의 구조도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 제조 공정과 유통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는지 알려달라. 

 

이채원: 서울로 7017 프로젝트 이후에도 아직 다리 주변으로 산업이 운영되고 있다. 염천교 수제화 산업 공간의 특징은 1층이 매장, 2~3층이 공장으로 운영되며, 상대적으로 저가의 구두, 댄스화 및 특수화를 중심으로 생산한다. 염천교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성수동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현재 성수동 지역이 수제화보다 카페 등으로 유명하지 않나. 조사 당시만 하더라도 피혁거리라고 불리던 거리에 카페나 음식점이 한두 군데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다시 현장을 가보니 전면에 카페와 음식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가로를 끼고 펼쳐지는 골목들 사이사이에는 수제화 관련 부업이나 가죽과 관련된 일부 공정을 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런 작은 곳들이 카페나 음식점으로 변해 있더라.

 

김민수: 원래 염천교 지역이 한국 최초로 수제화가 만들어진 곳이다. 이후 70년대 명동에서 살롱화가 이루어졌고, 명동의 지대가 상승하여 좀 더 넓은 부지와 작업할 공간을 찾아 피혁산업이 있던 성수동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어떤 거점공간이 있었다기보다 지가상승으로 한꺼번에 이동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명동의 경우 소비공간으로 바뀌면서 살롱 구조가 다 없어졌다. 염천교는 살아남았는데, 나름 선견지명의 전략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성수동이 중고가 구조라면 염천교 지역은 저가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구영: 최근 쿠팡, 쏘카 등에 투자한 바 있는 알토스벤처스에서 링크샵스라는 동대문 도매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이것이 잘 된다면 동대문 유통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 대 기업’에서 ‘기업 대 고객’으로 동대문 의류시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13년도부터 카카오와 협업하여 카카오스타일 같은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요새는 인스타그램으로도 옷을 판매한다. 이는 누구나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서 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시장 및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상황이 급격하게 도래하면서 도매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5년 동안 인터넷보다 모바일을 통해 의류를 구입하는 양이 더 많아졌다. 이런 의류 유통 흐름의 변화를 살펴보면 동대문의 유통 생태계가 대략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예측 가능하다.

 

기획: 황지은(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정리: 최영금(서울시립대학교 학생)​ 

 

2019년 지속해서 진행될 세운 기술거버넌스 집담회를 제조업 현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기계, 금속 산업을 대표하는 세운상가와 청계천, 패션 산업을 대표하는 동대문, 그리고 제화에 특화된 성수동의 현황을 확인하고, 현장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청중들의 생생한 토론을 통해 도심제조업의 생존 가능성과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진행_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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