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삼일빌딩의 남측 입면의 기존 모습
DIALOGUE 이명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 기현철 정림건축 설계부문 디자인 기술 통합지원센터 SU(Strategy Unit) 디자인파트 파트장, 박재완 정림건축 설계부문 JDI(Junglim Design Innovation) BU(Business Unit) 리더, 안정택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빅테크 BU 리더, 이호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모빌리티 BU 소장 × 김정은 「SPACE(공간)」 편집장, 방유경 「SPACE」 기자
적응적 재사용: 삼일빌딩, 전일빌딩245
SPACE: 지속가능성에서 재생, 재사용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최근 국내외 건축계 흐름을 보더라도 고쳐 쓰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김중업의 기념비적인 오피스 빌딩인 삼일로빌딩(현 삼일빌딩),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흔을 간직한 전일빌딩(현 전일빌딩245)은 역사성과 상징성이 압도적인 건축이다. 오늘날 요구되는 기능과 용도에 맞춰 전환을 꾀하면서, 두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었는지 알려 달라.
이명진: 두 건물 모두 기존 건축이 지닌 시간과 의미를 존중하면서 현재의 요구에 맞게 다시 쓰는 작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에 담긴 역사와 장소성이 오늘의 도시 속에서 어떻게 다시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가 사업의 핵심이었다. 한편 두 건물이 지닌 의미와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삼일빌딩은 건축사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면, 전일빌딩은 도시의 역사와 사회적 기억을 어떻게 공간 속에 남기고 시민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웠다.
박재완: 잘 알려진 것처럼 삼일빌딩의 리노베이션은 원오원아키텍스에서 초기 디자인을 담당했고 우리는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우리의 작업 태도를 요약하면 ‘창조적 복원’으로 귀결된다. 과거의 기능과 형태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아래 커튼월 외피는 보존하되, 내부는 현대의 오피스 공간에 맞춰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지층과 맞닿은 기단(포디움)을 드러내고, 선큰 공간을 만들어 외부와 연결되는 접점을 넓힌 것이었다.

삼일빌딩의 남측 입면의 현재 모습

삼일빌딩의 남측 입면의 현재 모습
SPACE: 구체적으로 삼일빌딩에서는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보존할 것과 변경할 것을 구분했는가? 이는 어떻게 실현되었나?
박재완: 작업을 시작하면서 김중업건축박물관을 방문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당시 참여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삼일로빌딩은 1968년 착공해 1970년 완공됐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철골 빌딩에 대한 기술이 전무했다고 한다. 김중업의 스승인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는 발주처, 즉 삼미사가 요구하는 고층 오피스를 해결할 수 있는 조형 언어가 없었다. 그때 김중업이 발견한 것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시그램 빌딩(1958)이었고, 직접 스태프 두 명을 데리고 뉴욕으로 답사를 다녀왔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최초의 고층 건물이자 김중업 건축의 유산으로서 상징적 입면을 보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조건이었다. 리모델링을 의뢰한 시행사에서도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면서 드러난 건물의 외형적 가치를 상업적으로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보존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커튼월 입면을 현대의 기술과 재료로 어떻게 복원하는가 하는 도전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이에 우리는 기존 커튼월을 해체한 뒤 전수조사를 하는 고고학적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코르텐강으로 제작된 I빔과 H형 멀리언을 비롯해 브라운 톤의 색유리를 현재 생산되는 재료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현대적으로 변경된 부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포디움이다. 시그램 빌딩은 진입부에 넓은 광장을 만들기 위해 포디움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한 반면, 삼일빌딩은 반층 높이의 넓은 포디움 위에 빌딩을 올린 것이 큰 차이였다. 당시 오피스 빌딩 기단부의 일반적 수사법이었던 이 계단은 오늘날 청계천변의 가로 활성화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하층에 빛을 들이고 외부에서 1층과 지하층이 동시에 보이는 도시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포디움을 없애고 선큰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건물이 지닌 가치를 발현해낸 이런 태도야말로 창조적 복원의 적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삼일빌딩의 기존 파사드(왼쪽)와 현재 파사드(오른쪽)
SPACE: 전일빌딩은 1968년 준공 이후 1980년까지 네 차례 증개축을 거쳐 현재의 10층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건물이 지닌 가치와 역사성은 무엇이라고 보았나?
이명진: 준공 당시 금남로에 들어선 몇 안되는 고층 건물이었던 전일빌딩은 전남일보의 새로운 사옥이자 전일방송국이 입주한 ‘호남언론 1번지’였으며 광주 동구 시민들의 문화 거점이었다. 하지만 도심에서 사람들이 떠나면서 공실이 늘어나 건물은 급속하게 쇠락하게 됐다. 그러던 중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2015)하며 전일빌딩을 주차 지원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건물 조사 과정에서 전일빌딩의 외벽과 실내에 군부의 헬기 사격을 증명하는 총탄 흔적 245개가 발견되면서, 입면을 디지털미디어 파사드로 만들려던 계획이 ‘보존’으로 변경됐다.
SPACE: 전일빌딩245의 경우 오피스에서 문화시설로 용도를 전환하면서 건축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웠나?
이명진: 리노베이션의 주요 전략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입면 개선이다. 건물의 입면을 공공성과 역사성을 드러내는 퍼블릭 스페이스, 즉 ‘역사적 껍질’이라 보고 원형 보존에 초점을 맞췄다. 둘째는 실내 환경 개선이다. 노후된 창호, 단열 및 환기 불량, 성능이 저하된 냉난방 시설과 조명을 교체했다. 셋째는 시스템 개선이다. 효율적인 주차 시스템을 제안하고 노후된 기계 및 전기 설비를 교체했다. 마지막은 ACC와 연계한 도심 복합문화시설로의 전환이다. 오피스였던 내부 공간은 전시장, 콘텐츠 창작 공간, NGO 사무실, 다목적 강당,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을 수용하기 위해 층고를 조정하며 개방적인 단면을 구성했다. 주변 맥락과의 연결을 고려해 저층부에는 시민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였다. 상층부에는 휴게 및 이벤트 공간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특히 8층에서 10층까지 이어진 옥상의 전망 계단은 ACC와 무등산을 바라보는 열린 전망을 제공한다.

전일빌딩245의 파사드(왼쪽)와 내부(오른쪽)

전일빌딩245의 내부 ©Kim Changmook

전일빌딩245의 내부 ©Kim Changmook
SPACE: 정림건축은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 대형사다. 이러한 위치에서 신축보다 적응적 재사용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한 어떤 장애물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명진: 사업 방향을 신축에서 재사용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실행하고 있지만 사실 그 수가 적다. 국내 설계 시장의 특성상 대형사일수록 시대를 이끌어가는 프로젝트를 직접 선정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소규모 설계사무소는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며 프론티어적 작업을 진행할 기회가 종종 있지만, 대형사는 시대 흐름과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보편적 프로젝트를 주로 맡는 일이 잦다. 특히 대형사가 관여하는 시장은 디벨로퍼 위주의 사업구조가 고착되어 있어 설계자가 초기에 사업 방향을 제안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의식의 전환을 이끌기 위해 2년 전부터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박재완: 앞서 삼일빌딩에서도 커튼월 외관을 보존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외형이 상업적 가치로 이어진다는 시행사의 판단이었다. 삼일빌딩처럼 재사용을 통해 역사성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례가 쌓인다면 시장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명진: 결국 적응적 재사용은 현재 효용가치의 재발견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경제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이러한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다.

전일빌딩245의 내부 ©Kim Changmook

전일빌딩245의 내부 ©Kim Changmook
SPACE: 리모델링 전담팀을 언급했는데 주로 어떤 작업을 맡고 있나?
이명진: 최근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오피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극장의 의미가 변화하고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모바일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도심 안에 있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같은 대규모 공간의 용도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박재완: 영화관이 오피스로 전환되는 경향은 주차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영화관은 넉넉한 주차 대수를 확보한 시설이라 오피스로 용도가 바뀌어도 거기에 요구되는 주차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을 필요가 없다. 사실 한국에서 건물의 재사용을 가로막는 실질적 원인은 주차다. 주차 대수가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차 대수가 적은 오피스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고, 주차 관련 법규에 맞추다 보면 리모델링보다 신축이 경제적인 경우도 많다. 그린 리모델링 관점에서 주차 법규를 완화하거나 개선한다면 재사용 방향으로 건축 시장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현철: 영화관, 대형 마트, 아울렛을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손실을 따져가며 재개발, 재생, 규모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 이런 시설들을 물리적으로 유지하는 적응적 재사용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일이 대형 설계사의 역할이 아닐까. 오피스, 상업시설, 복합문화시설 등 건물을 재생할 때 핵심이 자동차라는 데 동의한다. 지방의 경우 교통심의에서 법정 주차 대수 비율이 100%에서 160%까지 늘어나 재사용할 수 없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OD)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전경(올림픽 모드) ©MobIT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철거 후(레거시 모드) ©Junglim Architecture
자원의 재활용과 순환: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SPACE: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존 공간을 재생해 역사와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이 있다면, 쓰임을 다한 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라지는 건축 방식도 상상해볼 수 있다. 해체와 철거를 전제한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이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기현철: 건축주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단독 턴키로 발주한 프로젝트다. 당시 입찰 안내서에 ‘가설건축물’로 짓되 설계사가 그 방식을 제안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개폐회식만 진행되는 구조물이라 건축물의 상태를 올림픽 기간의 ‘올림픽 모드’와 철거 이후의 ‘레거시 모드’로 구분해 설계했다. 레거시 모드에서는 본부동 일부만 남기고 스탠드를 비롯한 모든 구조물을 철거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가설구조물로 지어진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의 PVC 메시 입면

가설구조물로 지어진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의 내부
SPACE: 해체와 철거, 재활용을 위해 재료 선정, 설계, 시공 방법 및 기간, 예산 등에 어떤 특이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기현철: 철거될 부분은 해체가 용이한 방식으로 설계했다. 그리스 야외극장처럼 경사지를 활용해 구릉진 방향을 따라 메인 스탠드를 설치해 절성토를 최소화했다. 스탠드 좌석은 인천아시안게임 때 사용했던 좌석을 빌려와 재활용했다. 본부동은 7층으로 지었는데, 레거시 모드에서 기자석으로 사용된 3층까지만 남길 예정이라 1~3층은 철근콘크리트로 시공하고, 그 위 네 개 층은 해체가 용이하도록 건식으로 시공했다. 철거한다는 전제 아래 도면을 작성했기 때문에 상부는 경량 철골조에 샌드위치 패널을 부착해서 제작했다. 외관에 사용된 자재는 PVC 메시다. 개폐회식이 밤에만 진행되는 터라 무대연출에서 조명이 중요한데, 바람이 너무 강해 웬만한 재료로는 설치가 불가능했다. 바람이 통하고, 조명 빛이 표현되고, 저렴하면서도 폐기가 용이한 재료를 찾다 보니 공사장 가림막에 사용되는 PVC 메시를 발견했다. 당시 설계의 최대 이슈는 날씨였다. 장소는 황태 덕장이 있던 자리로 바람이 많이 불고 평창에서도 제일 추운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냉난방 설비 없이 겨울에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했다. 정림건축의 친환경팀에서 시뮬레이션을 맡아, 올림픽 기간 동안 풍향과 풍속에 따른 와류, 평균 기온 등을 고려해 3만 5천 명이 사고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조직위원회에 보고한 뒤에야 디자인을 확정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마치고 보니 공기도 1년 이내로 짧았고 공사비도 일반 경기장 건설 비용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SPACE: 태어나 소멸하는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를 직접 경험한 프로젝트다. 어떤 소회가 있었나?
기현철: 이 프로젝트는 완공 이후 소멸까지 포함해 설계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림픽 이후 철거된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 지을 것인가’만큼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를 함께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임대한 스탠드를 제외하면 실제 재활용된 자재의 양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얼마나 재활용했는가보다, 얼마나 덜 만들고 덜 소비했는가, 그리고 자연과 대지에 남는 흔적을 최소화한 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사용의 순간보다 해체와 부지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 경험을 통해 건축은 형태가 아닌 과정과 기억으로도 존재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KOICA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KOICA
지역성 살리기: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SPACE: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은 해외에서 진행된 공공 프로젝트다. 사업의 추진 배경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이명진: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은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후 끊임없는 분쟁과 내전으로 아픔을 겪은 땅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트라우마와 상처를 가진 250여 부족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국립박물관을 구축하는 문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했다. 지상 2층 규모로 상설전시실 두 개와 기획전시실, 옥외전시관, 유물 수장시설을 갖춘 박물관에는 총 430여 점의 다양한 종족별 유물이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다. 정림건축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다수의 박물관 설계와 해외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공모에 당선되면서 설계자로 참여할 수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KOICA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KOICA
SPACE: 콩고의 지역적 특성은 무엇이며,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이명진: 부족 간 갈등의 역사를 가진 DR콩고에서는 ‘통합’이라는 주제가 중요했다. 열대기후에 적합한 재료를 적용하면서, 아프리카 고유 문양 패턴과 전통 건축양식을 차용한 패시브 디자인을 도입했다. 콩고 전통주거에서 도출한 다양한 형태의 지붕은 열대지방의 일사를 고려한 이중지붕 역할을 하며 다채로운 전시 공간을 형성한다. 수직수평 차양 내 벽돌 유공쌓기와 콘크리트 패턴은 햇빛을 가려주고 채광과 환기를 가능케 하며, 단지 전체에 통일성과 상징성을 부여한다. 항온항습이 필요한 수장고 영역에는 이중벽 시스템을, 상업시설과 사무 영역에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벽돌로 쌓은 벽면에 조망창을 설치했다. 냉방 시스템이 도입된 전시 영역에는 반투명 유리를 적용했다. 시설 전체에 공조를 적용하되, 불안전한 전기 수급 사정을 고려해 자연채광 및 환기와 부분 공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공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인공 조명의 대안으로는 천장을 높게 설계하고 고창을 설치했다. 로비에서 회랑으로 연결되는 순환 동선은 전체를 묶어주는 ‘통합’을 상징하며 사람들의 소통을 유발한다. 특히 진입부에 만든 긴 일자 형태의 천창은 관람객이 박물관의 처음과 마지막을 경험하는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요소로 계획됐다.
SPACE: 현지에서 자재 및 노동력 수급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현지 저숙련 인력과 한국 고숙련 인력이 협업했다고 들었는데, 지역성 반영 측면에서 유의미한 지점이 있었다면 설명해 달라.
이명진: 설계 당시 어느 업체에서 시공을 맡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에, 현지 건설 여건에 맞춰 준비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하이테크가 아닌 로테크(low-tech), 즉 최대한 낮은 수준의 구축 공법을 사용했고, 이해를 돕기 위한 모형을 제작하고 건물 내외부 전체의 전개도를 작성하는 등 설계도서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후 국내 건설사가 선정되면서 현지 시공진과 원활하게 협업해 도면 그대로 완성도 높게 준공할 수 있었다. 자재의 경우 기후 특성이 반영된 현지 재료로 지어야 건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했다. 유일하게 현지 생산이 가능하며 보편적인 시공성과 의장성을 지닌 벽돌, 현지 기술력으로 시공 가능하면서 내구성과 심미성이 좋은 화강석, 열 반사율이 높아 현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금속 패널 등을 외장재로 사용했다. 전통 문양을 적용한 벽돌과 콘크리트 패턴 역시 현지 벽돌의 강도와 시공 수준에 맞춘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공사 모습 ©Kim Wonchul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완공 후 내부 ©Kim Wonchul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