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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3)

김광수
진행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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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8월호 (통권 669호) 

 

실험을 향한 국가관들의 다양한 접근

각 국가관의 전시는 다종다양했으나 전반적으로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그중 국가관 건축물 자체를 대상으로 조정을 취하거나, 담장을 허물거나, 우수를 재활용하는 액션을 취하는 접근 등이 더욱 현장감 있게 다가왔으며, 관람자의 건축적 이해에 대한 접근성도 상당히 높인 것으로 생각된다.

건축비엔날레는 점점 더 ‘현장성’, 그리고 ‘창작이나 재현보다는 아이디어의 실행’에 의미를 두는 경향이 보인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 의한 담론 접근성이 높아지고, 이미지 및 영상에 대한 접근은 더욱 가소성이 높아져 전시 공간에 이들을 어중간하게 배치한다면 호소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3차원 디자인 설치물이나 창작 설치물도 실질적 건축의 이슈 그 자체이거나, 그 내용을 확연하게 잘 담고 있지 못하다면 관심을 못 받거나 기껏해야 SNS용 이미지로 전락할 위험이 많다. 또한 관람자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비엔날레의 특성상 영상은 오랜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는 방식을 지양하거나, 아예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래전부터 비판 이론이 무력해지고, 각종 포스트 이론과 아카이빙 등 담론 중심의 시대를 거쳐, 더욱 구체적 실험이나 현장성과 수행성이 중요해지는 모습이 읽힌다. 인류세적 문제의식 또한 많이 보이는데, 지구생태환경이라는 가이아적 대의가치와 실용이 매개되는 실천의 지점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큰 건축적 접근이나 새로운 건축계획보다는 작지만 실행 가능한 태도들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판 담론이 주도해 현실 사회에서 가려진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윤리적 측면들을 세상에 촉구하는 모습이었다면, 올해 비엔날레는 현실 사회에 이미 충분히 있고 유통되는 것들의 일정 부분을 극화해 물질적 실천을 보여준다는 인상이 들었다. 

총감독 레슬리 로코가 명명한 실험실은 다분히 브뤼노 라투르의 ‘실험실과 현장의 관계’를 연상시키는데, 흥미롭게도 주목을 끄는 국가관들을 지나고 보니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국가관을 관람할 수는 없었기에 피상적인 인상일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주제가 ‘다수와 마이너를 아우르는 지구 생태환경과 미래를 위한 실험’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일정 기간 지속될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가관이 반드시 그 추세를 따를 필요는 없다. 소위 말하는 선진적 추세나 경향성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는 좋은 전시를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서구의 비서구 전유는 항상 이러한 설정과 함께 해왔고, 비엔날레 문화 자체가 전유를 위한 포즈의 현장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볼라데 디자인 스튜디오의 ‘재생력’ 섹션 전경 Imag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 ©Marco Zorzanell


담론과 실행의 동시성으로 이끄는 주제전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주제전의 경우,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탈식민 상황에 대한 담론 전시가 아닐까 하는 예상과 달리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 전시이겠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탈식민 상황과 지구 생태환경의 문제의식을 짙게 깔고 있으면서도, 담론 중심이 아닌 태도로서 건축과 도시, 문학과 예술, 공예 등을 실재감 있게 아우르며 전시의 형식과 설치 방식을 통해 내용이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레슬리 로코는 전시 참여 작가의 50%를 아프리카인 혹은 아프리칸 디아스포라로 구성했으며, 전체 참가자의 성비 역시 반반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프리카가 미래의 희망이라고 언급했다. 전시의 관람은 선형 동선의 구성과 함께 일정한 섹션들에 다가가며 시작된다. 한 섹션이 시작할 즈음 일종의 문턱으로 작용하는 설치물의 앞을 보며 걷게 되는데 그것들은, 지나치고 나서도 그 설치물 이면의 제작 방식과 구축의 사실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전면과 이면이 일체화된 양면성으로 다가왔다. 이 설치물들은 거대하게 쌓아 올려지고 철재로 보강된 얇은 조적 설치물이나 직조된 패브릭, 타포린 천막과 비계 파이프 등으로 구성되는데 사람의 노동력과 물질성이 어우러진 땀 냄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섹션 내에서는 손도면, 배스우드와 칩보드 등으로 만든 수많은 모형들, 실감나는 영상, 복고적인 듯하지만 아프리카의 현실을 드러내는 현장감 있는 드로잉과 설치물들(물론 기획 연출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흔하지만 남다르게 쓰이는 로테크의 방식과 하이테크의 사용, 공간 구획과 스케일의 변화, 조도와 조명의 적절한 사용 등이 돋보였다. 공간별 정서와 테마의 변화, 관람 동선이 무겁게 시작하여 종국에는 가볍게 끝나는 듯한 트랜지션 등이 꽤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다 보니 잊혀진 듯했던 과거 건축설계 환경이나 감수성, 건축에 대한 초심 등이 되살아나는 듯했고, 비건축인들도 충분히 소화하고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선진적 추세와 전혀 다른 반향을 주는 전시와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짧은 체류 기간 동안 국가관의 모니터링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르세날레의 주제전을 세세하게 곱씹어볼 수 없었던 점이 무척 아쉽다. 레슬리 로코는 아프리카가 미래의 희망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과연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가, 쇠락하며 건조해져 부패하지도 못할 것 같은 생명관리 정치와 병리적 세계 기류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여전한 질문으로 남지만, 전시를 통해서나마 나름의 생기를 얻고 돌아왔다. 

 

에스튜디오 A0의 ‘표면 ‐ 아마조니아의 문명화된 농업과 생태환경적 숲’ 섹션 전경 ⓒKim Jeoungeun

글로리아 카브라우, 새미 발로지, 세실 프로몬트의 ‘역사의 파편, 기억의 문제’ 섹션 전경 Imag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 ©Andrea Avezzù

 

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1)

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2) 

 

월간 「SPACE(공간)」 669호(2023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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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김광수는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며 집담공간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2004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해 전시한 바 있다.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전시를 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부천아트벙커 B39, DMZ 철새타운, 삼덕사옥, 신촌문화발전소, 판교케이브하우스, 광주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등이 있으며, 『제주현상』, 『철새협동조합』, 『느림의 도시_순천』, 『독일-한국 퍼블릭스페이스포럼』등의 집필과 편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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