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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2)

김광수
진행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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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8월호 (통권 669호) 

 

스위스관

스위스관은 그들의 국가관과 바로 인접한 베네수엘라관과의 경계를 주제로 다뤘다. 국가의 대표성과 영토성을 위한 구획이라는 이름 아래 두 국가관 사이에 담장이 처진 현실에 주목해 ‘이웃(Neighbours)’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두 국가관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동시에 건축적으로도 각 국가관이 대별되는 건물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관습적 경항성에 문제제기를 하며 공동감독인 예술가 카린 산더와 미술사학자 필리프 우어스프룽은 베네수엘라관과 스위스관 사이의 담장 일부를 실제로 허물고, 자연스럽게 둘 사이 동선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전시의 형식이자 내용이자 결과로 삼았다. 또한 스위스관의 오래된 고목 주변에 설치되어 있던 철재 펜스를 철거해 그대로 한쪽 벽에 전시하기도 했다. 한편 스위스관 내부에는 베네수엘라관을 포함한 양 국가관의 담장이 허물어진 배치 평면도만을 거대한 카펫으로 직조해 바닥에 깔아두어, 단순하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방문 시 베네수엘라관을 먼저 들어가려다 뭔가 이상해 스위스관으로 넘어가게 됐는데, 허물어진 담장으로 인해 두 국가관이 이어지면서 형성되는 내외부의 공간적 경험은, 이곳이 두 개의 국가관이 있는 곳이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경계가 소멸되는 느낌을 주었다. 카를로 스카르파가 설계한 베네수엘라관과 브루노 자코메티가 설계한 스위스관이 이질감 없이 이어지면서도 각자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비엔날레 중 스위스관은 가장 단순한 액션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시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관은 전시가 아니라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듯했다.

 

©Martin Lauffer

스위스관의 〈이웃〉©Samuele Cherubini

 

일본관

일본관 역시 60년 전 요시자카 타카마사가 설계한 그들의 국가관을 전시 대상으로 삼았다. ‘건축,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제목과 함께 양육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건축물을 짓는 것 이상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이해하고 양육하고 돌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일본관의 역사와 그곳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최초 건축가의 의도가 잘 구현되지 못했거나 그러한 방식으로 쓰이지 못했던 부분 등 상당한 기록물과 과거 도면들을 면밀하게 아카이빙해 그 스토리를 전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애정 어린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양이나 동선 유도를 위한 설치물 등 부분적으로 덧대거나 보조물을 만들어내면서 의도한 공간적 이동과 과거 혹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내부에는 이러한 시도에 관한 모형과 스토리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저층부 필로티에서는 많은 스태프들이 차나 향초를 건네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있었다. 

일본관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성장’에서 완전히 선회하여 ‘생장’을 지향하는 듯 보였다. 수년 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의 건축가들을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그곳에서는 세계 인식에 대한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베니스에서도 이를 실감하게 됐다. 각종 지진은 물론이고 핵 재난을 무려 세 곳에서 겪은 일본은 종말 앞에서 어떤 희망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가장 절망적으로 고민하며 재난의 유토피아를 조심스럽고 가슴 떨리게 겪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했으며 전시의 형식이나 방식은 주제에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단순하지 않고 아주 풍부하게 느껴졌다. 60년 전 손으로 그린 요시자카 타카마사의 많은 건축 드로잉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Kim Jeoungeun

일본관의 〈건축, 사랑받을 수 있는 곳〉Imag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 ©Matteo de Mayda

 

​네덜란드관

네덜란드관 또한 자국의 국가관 건축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큰 스케일의 건축 행위나 개발 행위가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 작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여러 문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자국의 국가관 건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가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측면에서 네덜란드관은 환경 위기가 긴급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담론을 주고받으며 늑장을 피우기보다 즉각 비엔날레의 현장에서 실험에 들어가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 실험은 자국의 국가관 우수배관 체계를 일부 조정해 빗물을 저류하고 재활용하는 것이었으며, 2023년을 기점으로 이를 실행해 상황을 점검해가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점진적으로 건물 내외부 공간을 토목관로에 의존하지 않는 친환경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에 필요한 배관 및 건축자재들이 전시장 한쪽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DIY로 누구나 이를 실행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 실험과 조치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케치들이 전시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지붕 아래의 우수배관에 새롭게 조치를 취한 주요 연결점 영역들의 천장을 사각형으로 구멍을 뚫어 그 상황을 보여주고, 배관의 경로를 천장과 벽 등에 컬러실선으로 테이핑해 알려줌으로써 실험의 사실성과 현장성이 상당히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실험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실행 중인 일이 아닌가 하는 반문이 들기도 했다. 

전시 공간의 다른 한 영역에서는 물이 풍부한 지역과 부족한 지역 간의 격차가 곧 화폐 시스템에 의한 자본빈부의 격차임을 강조하며 참여 작가인 카를레인 킹마의 ‘돈의 상수도’라는 큰 드로잉 설치 작업이 전시됐다. 이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국가적 토목관로 시스템 없이도 작은 조치를 통해 빈부격차와 화폐 시스템으로부터 다소 비켜날 수 있다는 전시의 취지를 강조하는 듯했다. 이 드로잉 설치물의 사다리에 오른 관람자들은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Kim Kwangsoo

네덜란드관의 〈배관 시스템〉©Cristiano Corte

 

독일관

독일관은 전년도 미술비엔날레가 종료된 이후 철거된 각 국가관의 전시 설치물 및 폐자재들을 모아 전시했다. 각각의 철거 자재를 분류하고 QR코드를 붙여 자재에 대한 배경과 설명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전반적인 인상은 거대한 재활용 자재 창고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자국인 독일관에서는 미술비엔날레 이후 거의 아무런 철거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에, 환경 폐기물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 또한 강변하는 듯했다. 이들은 전년도 미술비엔날레의 벽이나 뜯어진 바닥 전시 작업 등도 그대로 방치해두었다. 비엔날레에 의해 버려지는 폐기물들의 재활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는 강했다. 독일관은 대체로 하나의 아이디어로 하나의 장면(scene)을 창출하는 태도를 번번이 취하는 것 같다. 

 

 

독일관의 〈유지 보수를 위한 개방〉ⓒARCH+ UMMACUMFEMMER BUERO JULIANE GREB

 

프랑스관

프랑스관은 ‘구형 극장(Ball Theater)’이라는 이름으로 행성이나 지구를 상징하는 거대한 글로브의 반에 해당하는 관람석 극장을 전시 중앙에 채워 넣고, 크고 작은 스케일의 원형 반사경 스탠드들을 그 맞은편에 여러 개 세워두었다. 무대 조명이나 음향과 연결되는 각종 전선이 천장에 늘어져 있고, 무엇인가 상당히 연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는데 이를 ‘유토피아에 대한 염원을 다시 각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기에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잘 와닿지가 않았는데, 근세 제국주의와 글로벌리즘이 이러한 글로브 시각 재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우화 같기도 하고 향수 같기도 해 의아했다. 

 

프랑스관의 〈구형 극장〉Imag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 ©Matteo de Mayda

 

호주관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관은 식민지 시절 훼손되었던 호주의 교외지역을 회복하고자 하는 제안과 함께 탈식민성을 표방했다. 전시장 중앙의 큰 공간에 위치한 3차원 설치물은 식민지 시기 건축물의 실루엣을 다소 추상적이며 입체적인 선으로 구성해 향수적, 목가적 감성으로 참하게 재현했고 그 뒤로는 큰 영상물들이 상영됐다. 또한 식민지 시절의 한 교외 마을에 대한 리서치와 제안, 실행되는 사업들 그리고 식민성의 해체와 탈식민 상황에서의 재구축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탈식민성이라는 주제하에 많은 담론과 고민, 실행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전시의 형식이 예쁘고 보기 좋게 가공된 느낌이라 마음에 다가오거나 손에 잡히는 감각은 덜했던 것 같다. 그리고 탈식민성에 대한 실질적 문제점이나 실행에 대한 지점이 무엇인지 잘 읽히지 않아 감상의 여운이 적었다. 

호주관의 〈동요하는 퀸즈타운〉©Tom Roe

헝가리관

헝가리관은 그들의 대형 건축 사업인 부다페스트 민족학 박물관 계획을 소개했다. 커다란 모형과 도면을 비롯해 일본 건축가 사나와 자국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건축물 등을 소개했는데, 고루한 국가홍보관 같은 인상이었고 지양해야 할 태도로 보였다.

 

헝가리관의 〈잔여물 ‐ 건축의 빈도〉ⓒJózsef Rosta

 

​미국관 

미국에서 발명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스펀지 등 재료에 대한 재고와 재활용에 대한 전시였다. 스티로폼 단열재나 스펀지 흡음재를 해석하고 이용한 건축적인 접근, 플라스틱 재활용의 아티스틱한 3D프린팅 공예품과 창작물, 폐기된 플라스틱 상품의 정크아트적 조형물 등이 전시됐다. 깔끔하게 정리되고 정교하게 디스플레이한 전시라는 인상은 있었으나, 마치 리사이클 상품을 표방하는 기업의 플래그십스토어 전시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미국관의 〈영원한 플라스틱〉©Andrea Ferro Photograph

 

스페인관

스페인관은 농축산물을 포함한 음식 가공산업과 물류를 주제로 다뤘다. 전시된 이미지와 영상은 스케일이 무척 크고,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성행했던 대도시 및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위한 스펙터클 인공환경에 대한 리서치 도큐멘테이션을 보는 듯했다. 전시의 주종을 이루는 대형 사진이나 영상물이 눈길을 끄는데, 이러한 스펙터클 이미지들에 무뎌진 탓인지 신선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스페인관의 〈푸드스케이프〉©Kim Kwangsoo

 

핀란드관

작고 귀엽고 소탈한 인상을 주는 핀란드관 건물만큼이나 전시의 내용도 소박하고 실용적이었다. 전시는 오직 토목오수 관로를 필요치 않는, 물을 쓰지 않는 건식 변기에 집중했다. 건식 변기가 있는 목재 화장실이 전시장 중앙을 오롯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게 전부였다. 소개 글에서는 인구 밀도 및 거주 밀도가 낮아 관로를 구축하기 힘든 핀란드와 같은 거대한 땅에서만 건식 변기가 유용한 것이 아니라 밀도 높은 도시에서도 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건식 변기는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지고 시도되고 있는데, 전시에서 선보이는 건식 변기가 무엇이 다른지는 잘 파악할 수 없었다. 마치 건축자재 박람회장의 한 부스를 본 것 같기도 해 역시 소박하고 귀엽다는 인상과 함께 핀란드관을 나오며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핀란드관의 〈후우시 ‐ 미래의 위생 역사를 상상하다〉©Ugo Car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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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기사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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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69호(2023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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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김광수는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며 집담공간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2004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해 전시한 바 있다.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전시를 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부천아트벙커 B39, DMZ 철새타운, 삼덕사옥, 신촌문화발전소, 판교케이브하우스, 광주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등이 있으며, 『제주현상』, 『철새협동조합』, 『느림의 도시_순천』, 『독일-한국 퍼블릭스페이스포럼』등의 집필과 편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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