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오늘의 건축가] 이야기를 담아내는: 나종원

사진
고인수(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오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더 북 소사이어티 전경​

 

인터뷰 나종원 오브 공동대표 × 박지윤 기자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박지윤(박): 본래 일정대로라면, 지금 영국에 계셔야 한다고 들었어요

나종원(나): 영국이 공항 대란인 상태라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어요. 원래는 8월에 가야 했는데 못 갔어요. 10월 중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잡았는데,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금방 다시 돌아와야 할 것 같아요. 

 

박: 영국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봐요? 

나: 런던 근교에 주거 프로젝트 두 개를 진행하고 있어요. 오브는 런던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요. 저와 제임스 막이 공동대표고요. 개인적으로 또는 함께 활동하기도 하죠. 한국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이제는 오브의 명칭을 사용하려고 해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는 지사 형태의 법인이에요. 

 

박: 두 나라 간 시차가 있어서 회의 시간 잡기도 쉽지 않겠어요. 

나: 한국의 오후가 영국의 오전이에요. 시간을 그즈음으로 잡고 매주 월요일마다 회의하려고 해요. 오브를 만들기 전 런던을 기반으로 한 6a 아키텍츠(이하 6a)에서 실무를 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거의 2년 동안 줄곧 재택근무를 했어요. 그래서 줌으로 디자인 협의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박: 6a의 실무 프로세스도 궁금해지네요. 

나: 위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제안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위에서는 프로젝트를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실무 경험이 부족해서 엇나갈 수 있는 것들을 잡아주는 정도고요. 그래서 실무적으로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6a에 8년간 몸담았는데요. 연차가 늘어가고 영국 건축사를 따면서, 맡는 업무가 매번 달라지니 일이 익숙해지거나 쉬워진 적은 없었어요. 한국의 아틀리에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하게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담당할 기회도 많았고요. 오브를 개소했을 때는 6a에서의 실무가 조금 정체되었을 때라, 독립의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박: 지금은 연수구 청소년수련관(2022~) 건립공사 국제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한국에 계시게 된 거죠?

나: 맞아요. 사실 한국에 살면서 일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그래도 오브는 영국을 기반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긴 해요. 

 

박: 한국에도 작업실이 있나요? 

나: 연수구 청소년수련관을 진행하면서 법규나 발주처와의 협의 같은 부분을 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세이브)와 함께 협업해 진행하고 있어요. 세이브 측에서 사무소 한 켠에 제 자리를 조그맣게 마련해주셨어요. 필요하면 바로 미팅도 할 수 있고, 저도 제 작업 공간이 생겨 좋죠. 세이브 덕분에 설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박: 제임스는 지금 영국에 있잖아요. 연수구 청소년수련관은 아무래도 한국 프로젝트이니, 소장님이 주도적으로 진행하실 것 같아요. 

나: 제임스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처음 기획을 제가 제안했기 때문에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한 사람이 프로젝트의 의도와 그에 맞는 건축적 방향 등의 큰 그림을 기획해서 상대방에게 제시해요. 상대방이 발표를 듣고, 프로젝트에서 무언가 나올 것 같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달려드는 거죠. 

 

박: 제임스와는 AA 스쿨에서 만났다고 들었어요. 

나: 피에르 비토리오와 마리아 지우디치의 스튜디오를 함께 들었어요. 제임스는 학교 다닐 때도 대단했어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캄보디아에 학교를 몇 개나 짓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운영도 했거든요. 물론 설계도 잘했고요. 학생 때 일본의 건축 전문지 「신건축」이 주최한 공모를 함께 준비했었는데 그때 2위라는 결과를 얻기도 해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서로 가지고 있었어요. 

 

문제를 추적하는

 

박: 더 북 소사이어티(2022, 이하 북소사)의 임경용 대표님이 영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장소를 흔쾌히 내어주셨어요. 

나: 임 대표님이 미디어버스라는 이름으로 출판과 전시 기획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해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2021) 때 전시 기획자로 함께 하고자 연락을 드렸어요. 임 대표님과의 인연은 그때 시작됐어요.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은 개인 작업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아쉽게도 2등을 했어요. 

 

박: 북소사는 벽부터 가구까지 모두 노란색이라 임팩트가 있어요. 

나: 북소사가 이전하게 되면서 제가 공간 기획을 맡고, 신신이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프로젝트인데요. 사무소효자동이 설계한 단아한 건물인데, 그 안에서 북소사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죠. 신신이 그즈음에 색에 관한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저희끼리 색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신신이 공간을 아예 같은 색으로 전부 칠해버리자고 제안했어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죠. 

 

박: 탁구대를 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재밌어요. 

나: 가구들 대부분이 이전 북소사에 있던 것이에요. 씨오엠, 길종상가같이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디자이너분들의 초기 작업들도 있고요. 북소사가 아카이브 역할을 했던 거죠. 그것들 모두 나름의 자취를 가지고 있으니 가구들을 모두 가져오게 됐고, 거기서 나아가 노란색으로 자취의 레이어를 더 씌워보자는 의미도 있었어요. 포스트 스탠다즈의 진열대, 조현석 디자이너의 싱크대 등의 가구도 더해 새로운 자취도 만들고 있어요. 물론 노란색으로요. 

 

박: 왜 하필 노란색인가요? 

나: 미팅 후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지하철 역 안의 노란색이 계속 눈에 들어왔어요. 매우 주관적인 시선이었는데, 저는 그 특유의 지하철역 노란색을 통해 통의동, 옥인동, 서촌, 넓게는 서울이 연상됐어요. 그래서 스냅 사진을 찍어 공유했는데, 마침 신신도 동시에 노란색 표지의 책 사진을 공유하는 거예요. 그래서 노란색으로 정했어요. (웃음) 본래 북소사 로고가 보라색이었는데, 노란색은 보라색의 보색이기도 하고요. 


박: 임 대표님과 협업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나: 첫 미팅부터 대표님은 세월호 사건을 감정적이고 선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조금 더 미래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처음 기획한 프로젝트의 방향과 잘 맞았죠. 

 

박: 공모전 프레젠테이션 시작 부분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쉽고 얄팍한 연민이란 감정의 단순함을 경고한다.” 

나: 개인적으로 추모하는 행위가 어때야 하는지 고민해왔는데요. 저는 추모 기념관의 일정 부분 정형화된 유형을 의심했던 것 같아요. 특히 감정적인 공간 연출과 과잉된 은유같은 상징 요소들에 의구심을 품었는데요. 그런 요소들이 오히려 희생자를 개인이 아닌 익명의 집단으로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416 생명안전공원이 공감이나 기억 같은 추상적 개념에만 갇히지 않기를 바랐어요. 모두를 위한 일상적 공간을 조성해 단원고등학교 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진입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하루를 보냈으면 했죠. 

 

박: 기념관 앞 광장에서 농구나 배드민턴, 달리기 같은 역동적인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나: 일단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리고 단순한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소한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랐고요. 매일 희생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추모 방식이 되기를 바랐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속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 교육 시설 같은 것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연수구 청소년수련관도 어떻게 보면 416 생명안전공원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박: 연수구 청소년수련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로부터 시작하잖아요. “중요한 건 위대한 화가를 길러내는 것이 아닌, 각자가 ‘나도 위대한 화가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길러내는 것이다.” 

나: 타인이 옳다고 말하는 삶을 좇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즐기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박: 그 방향성은 아트리움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나: 소규모 회의, 대화, 독서, 더 나아가 공연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인데요. 공간이 활용되는 프로그램에 여지를 남기고자 했어요. 이 공간은 빈 공간과는 달라요. 저희는 아트리움이 주는 활기와 역동성이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류의 촉매제 역할을 할 걸로 봤어요. 저는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에 관심이 많아요. 규정된 프로그램은 행위를 제약하고, 조금 극단적으로 풀이하면 공간이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행위에 맞춰 사람들이 살아가게 될 수도 있잖아요. 프로그램을 과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우리 삶의 방식을 제한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박: 설계를 거칠게 기획과 계획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기획에도 비중을 많이 두시는 것 같아요. 

나: 맞아요. 큰 기획과 방향성이 명확하면, 설계가 막혀도 다시 돌아갈 시작점이 있잖아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뚜렷하게 있으니까요. 물성이나 조형성, 텍토닉 등 건축을 생각하기 전에, 이 프로젝트가 본질적으로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저희에게 건축은 이야기를 담는 도구가 되는 셈이에요. 

 

박: 피에르 비토리오도 프로젝트의 기획적인 부분이나 본질적인 부분에 관해 교육한다고 들었어요. 

나: 피에르 비토리오에게 배운 2년 동안은 설계 공부보다는 건축 연구를 한 느낌이에요. 건축 행위는 어떻게 보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과정의 핵심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프로젝트의 반 이상이 진행된 것과 같죠. 피에르 비토리오는 문제를 풀고 대안을 제시하기 전의 과정에 집중해요. 학자로서 현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문제를 인식하고 추적하죠. 건축을 포함한 모든 것은 사실 필연적으로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잖아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문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역사,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실은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니까요. 생각을 하는 방식과 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 엑소노메트릭

 

나종원의 사진 작업, ‘쿠처스 호텔 & 컨트리 클럽’(2013) / ©Na Jongwon
 

흔적을 남기는 

 

박: 소장님의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나: 윌리엄 이글스턴, 스테판 쇼어 같은 작가를 한창 찾아봤던 시기가 있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미지가 가지는 힘을 좋아하고, 그래서 작업의 레퍼런스로 사진을 자주 사용해요. 

 

박: 소장님의 사진에서 건물과 땅, 사물들이 무언가 흔적처럼 남겨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나: 어떤 명확한 행위를 하고 있는 순간을 찍은 것보다 누군가의 흔적, 행위의 흔적을 담은 이미지를 더 좋아해요.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하잖아요. 때로는 조잡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는 있어도 저는 흔적을 담은 사진이 주는 상상의 여지가 좋더라고요. 

 

박: 소장님의 도면 표현법이 떠오르네요. 책상에 똑바로 들어가 있는 의자가 없더라고요. (웃음) 

나: 어떤 순간에도 책상에 의자가 완벽하게 90도로 들어가 있지는 않잖아요. 의자가 어느 정도 흩어지고, 널브러져 있는 게 본래 현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사진과 마찬가지로, 도면에서도 행위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상상의 여지를 넓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그래픽적인 요소로 활용하기도 하죠. (웃음) 

 

박: 그 외에도 가구나 조명을 모호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한 부분이 보여서, 도면 표현법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나: “이건 뭘 그린 거야?”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아요. 저는 의도를 가지고 그리긴 하지만, 사실 그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보통 모호한 표현법은 벽이나 기둥 같은 주된 건축 요소가 아닌 가구나 조명에 사용하거든요. 부차적 요소는 사용자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제가 그리는 건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죠. 납품 도면이나 시공 도면에서는 더 깔끔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만요. (웃음)

 


나종원은 2022년 12월호에서 방기애, 엄태규(씨엠엠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나종원
나종원은 오브의 공동대표로 서울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중퇴하고 AA 스쿨에 입학하여 디플로마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런던의 6a 아키텍츠에서 수년간 활동하다, 2021년 제임스 막과 함께 오브를 개소했다. 예술, 디자인, 출판,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현재 AA 비지팅 스쿨 서울 겨울 워크숍의 디렉터이기도 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