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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나의 공간으로 증명하는: 방기애, 엄태규

사진
고인수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2022년 12월호 (통권 661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방기애, 엄태규 씨엠엠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 박지윤 기자 

 

수작업을 더하는 

 

박지윤(박): 부산의 홈오피스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우선 독립 후 첫 정착지였던 경주 이야기부터 나눠보려 해요. 경주에서는 카페 커먼스먼트(2018)를 운영하셨다면서요? 

방기애(방):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 우리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정하고 디자인한 후 운영까지 한 카페였어요. 박: 독립 후 첫 프로젝트를 본인의 공간으로 하셨어요. 

엄태규(엄): 당시에는 지금만큼 공사 현장에 대해 잘 몰랐어요. 서울의 사무소를 다닐 때에도 현장 경험이 많지 않았거든요. 무작정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죠. 둘이서 미장, 조적, 목공까지 직접 했었어요. 

 

박: 카페의 가구도 직접 제작하셨잖아요. 홈오피스에 목업실도 따로 있고요. 

: 서울에서 내려오기 전에 목공을 배웠어요. 저희 카페를 만들면서 직접 만들어본 거고요. 시간과 비용이 허락되는 선에서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때로는 제작도 직접 해요. 남해주택(2021)에서는 천장등, 벽등, 스탠드등과 같은 조명을 디자인, 제작했죠. 

: 벽등은 선홈통에 FRP를 바르고, 말려서 굳힌 다음 절단기로 절단하고 사포질을 한 거죠. 저는 견적이랑 선홈통 주문만 했고 나머지는 엄 소장님이 다 했어요. (웃음) 

 

박: 가구와 같은 작은 요소를 디자인을 넘어 직접 제작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공간을 완성한 후 마지막에 수작업적인 요소가 탁, 더해지는 게 씨엠엠 건축사사무소(이하 씨엠엠)의 특성이 돼가는 것 같아요. 누가 손이 많이 가는 조명 한 개를 만들어주겠어요. 소량 제작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아이디어를 떠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저희는 일단 작은 사물에 대한 아이디어도 낼 수 있는 환경인 거죠. 그런 요소들이 모여 저희가 생각하는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고요. 요즘은 엄 소장님이 너무 힘들어해서 최대한 협력업체에 맡기려고 해요. 

: 조적이나 가구 제작을 하면서 무거운 재료들을 많이 들고 옮기다 보니 허리도 안 좋아졌거든요. (웃음) 

 

박: 씨엠엠의 규모가 커져서 사무소 내부에 가구를 제작하는 팀이 꾸려지면 가장좋겠네요. 소장님들 재능이 많으세요. 커피도 만드시고, 나무도 만지시고요. 

: 가구나 오브제를 제작하는 팀이 내부에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가끔 해요. 나무나 철, 석재 등 재료의 물성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의문이죠. (웃음) 그리고 재능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실현하는 행동력은 있는 것 같아요. 둘 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했고, 당시 경주에 연고도 없고, 건축사 자격증도 없었던 상황이라 사무소를 바로 차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그렇다고 외부의 작은 일만 받아서 하기에는 아쉬웠고요. 우리가 설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면 접점이 생길 거라 생각했어요. 주택 프로젝트인 하온정(2021)의 건축주도 저희 카페의 손님이셨고요. 

 

 

1층 사무실 

2층 주거 공간  

작업실과 집을 오르내리는 

 

박: 커먼스먼트는 주말에 종종 웨이팅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인 부산으로 거처를 옮기신 이유가 더 궁금해졌어요. 

: 아이가 생기니 카페를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한 명이 카페에 상주를 해야 하니까요.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는데 마음에 차지 않았어요. 건축이나 인테리어 작업에 더욱 집중하고 싶기도 했고요. 인프라를 포함해 여러 면에서 부산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 지금은 2층 단독주택을 홈오피스로 리모델링하여 살고 계시잖아요. 1층은 사무소고 2층은 집으로 사용하시면서요. 그런데 사무소 공간 곳곳에서도 아이의 흔적이 보이네요. 책장에도 『Louis I Kahn』(2022) 옆에 『고구마구마』(2019)가 꼽혀 있고요. 하루가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나 봐요. 

: 하루가 3시 반에 하원을 하거든요. 그럼 사무실에 와서 20분 정도 저희랑 놀다가 올라가요. 그때부터 6시 반까지는 선생님이 봐주시고요. 

 

박: 하루의 등원과 하원을 중심으로 소장님들의 스케줄이 꾸려지겠네요. 

: 저는 새벽 4시에 내려와 일을 하고 오전 8시쯤 올라가 청소도 하고 밥도 먹은 다음 다시 내려와서 일을 해요. 그렇게 6시 반까지 일하다가 올라가서 밥 차리고, 하루를 씻기고재우면서 저도 같이 잠들죠. 그때가 거의 9시나 10시예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해요. 

: 저는 7시쯤 일어나서 밥 먹이고 등원 시키고 10시쯤 출근해요. 자는 건 비슷하게 10시쯤에 자고요. 일이 많은 날에는 저녁 먹고 다시 내려오기도 해요. 

 

박: 일하기에 합리적인 루틴이에요. 

: 그래도 피곤해요. (웃음) 

 

박: 1층 사무실과 2층 집의 입구가 구분되어 있더라고요. 일과 삶을 분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요. 

: 처음 홈오피스를 디자인할 때 사무실과 집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층 사무실의 경우에는 동일한 하얀색을 사용하되, 다양한 텍스처를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아크릴, 스터코, 호마이카, HPM 필름 등을 사용했어요. 같은 색상의 다른 텍스처를 한 공간에 모아두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확인했죠. 2층은 원래 30년이 넘은 나무 루버로 내부 마감이 되어 있었거든요. 루버의 특징을 살리면서 우리의 방식으로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을 했었죠. 루버는 보통 등간격의 기성제품으로 나오거든요. 저희는 등간격이 아닌, 우리가 만든 리듬을 가진 판재로 마감을 했어요. 

 

박: 동선과 공간의 분위기를 구분해 사무소와 집을 꾸리셨어요. 실질적으로 일과 삶을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 일과 삶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더라고요. (웃음) 독립을 하니 더 분리하기 어려워진 것 같고요. 

 

박: 2층의 집 공간을 보니, 하온정이 생각나요. 

: 저희 집 공간을 먼저 보고 의뢰를 주시기도 했고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을 원하셔서 비슷한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디자인도 저희 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했어요. 내부 마감을 예로 들면, 2.1m 높이까지만 나무로 마감을 하고, 그 위로는 벽지 마감을 하는 방식과 같은 부분에서요. 문선이나 걸레받이와 같은 디테일 부분을 포함해 동일하게 적용된 부분이 꽤 있죠. 

 

박: 경주에 자리 잡을 때는 본인의 카페로, 부산에 자리 잡을 때는 본인의 홈오피스로 작업을 시작했잖아요. 이 작업들이 연고도 없는 곳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구심점 역할을 했네요.

: 저희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설계는 힙합이다.’ (웃음)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거죠. 저희 둘 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성향이 아니거든요. 대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필요에 의한 일만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만한 내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갈 지점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카페를 할 때도 당연히 우리가 카페를 설계해야 그 다음 설계 프로젝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부산에 오면서도 집을 잘 리모델링하면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1층 사무실

2층 주거 공간  

 

육아의 경험이 묻어나는 

 

박: 하루는 지금 몇 살 정도 됐나요? 

: 네 살이에요. 한창 떼를 쓸 나이죠. (웃음) 

 

박: 며칠 전, 아이가 있는 소장님을 만났는데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길래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설계!’라고 답하더래요. 하루도 자기 나름대로 설계를 하고 있을까요? 

: 이전까지는 하루가 설계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어린이 놀이터 조성사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엄마 놀이터 만들러 간다”고 하니, 놀이터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더라고요. 잘 하고 있는지, 언제 자기가 놀 수 있는지 물어요. 

 

박: 건축주와 다름 없네요. (웃음) 하루와 함께한 경험이 놀이터 계획에도 녹아 있을 것 같아요. 

: 예전에는 4세의 발달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아이가 걸어가는 것만 봐도 ‘쟤는 몇 살쯤 되겠네’라는 판단이 서요. 연장선상에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유아 영역과 어린이 영역을 구분했는데요. 유아가 어떤 놀이를 할 수 있는지 경험적으로 체감했기에 가능했던 영역 구분 같아요. 더불어 놀이터에는 아이들만 오는 게 아니거든요. 항상 어르신들이 쉬고 계세요. 해서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고려했어요. 

 

박: 놀이터에서 유아들은 어떤 놀이를 할 수 있나요? 

: 우선 낮은 미끄럼틀을 만들어주었고요.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어요. 아이들은 모래나 흙을 파거나 개미 같은 걸 보고 만지면서, 엄청 좋아하거든요.

 

박: 촉감을 경험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주셨군요. 

: 놀이터 안의 수목도 그대로 유지했어요. 저희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아주 어린 아이들은 사실 고무칩이 설치되어 있는 곳보다 나무가 심겨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놀더라고요. 그곳에 흙도 있고, 벌레도 있고, 나뭇가지도 있으니까 더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 저희 어릴 때를 생각해봐도 나뭇가지를 들고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았나요? (웃음) 

 

박: 나뭇가지로 모래 속에 있는 개미를 들어올린다든지, 하는 행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상력이 더해지고 있네요. 

: 스테이 용도인 남해주택의 경우에는 오픈 플랜으로 구성했는데, 측면의 입구로 들어서면 벽을 마주하게 돼요. 그 벽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정면의 산을 바라보게 되죠. 하루가 남해주택에 가면 이 벽을 따라 동글동글 뛰어다닐 것 같다고 상상했는데, 정말 그렇게 행동하더라고요. 다른 집 아이들도 똑같이 그렇게 뛴대요. 공간 안에서 아이들의 행동이 예측되는 게 재미있어요. 상업 공간을 설계할 때는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건지 미리 여쭤보는데요. 남해주택의 경우에는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곳에만 저희가 쓰고 싶은 재료를 썼어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비싼 재료를 쓰기가 부담스럽거든요. 무늬목과 같이 값이 드는 재료를 쓸 경우에는 코팅 처리를 하기도 했고요. 얼굴이 닿는 높이인 책상과 같은 가구에는 모서리 부분을 신경 쓰죠. 

: 보통 디자인을 할 때는 선이 예리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선 하나를 그을 때도 더욱 조심하게 된 것 같아요. 

 

박: 부부 건축가들 인터뷰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신랄한 싸움과 관련한 것인데요. (웃음) 소장님들의 경우에는 싸움이 설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나요? 

: 저희가 같은 사무소에서 일한 경험이 없거든요. 커먼스먼트 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알게 된 거예요. 정말 많이 싸웠죠. 진심으로 싸우다 보니 서로가 상대방의 의견을 절대 받아줄 수 없게 되더라고요. 나는 A라고 하고, 이 사람은 B라고 하면 AB를 만드는 게 아니라 C안을 가져와야 하는 거예요. 그때서야 타협이 되더라고요. 이런 싸움의 과정을 거친 작업들이 만족도가 높기는 했는데, 에너지와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커먼스먼트도 20평인데 5개월에 걸쳐 작업을 했어요. (웃음) 평수에 비해 시간이 많이 든 건 싸움의 영향도 있죠. 

: 저는 서울에서 혼잡하게 사는 것에 지쳐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는데요. 방 소장님은 친구와 동료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으니 하루가 크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가능성을 열어두더라고요. 그래서 부산에 위치한 지금의 씨엠엠이 자리를 잘 잡고, 시스템이 구축되면 유닛으로 각자 작업도 하고, 같이 작업해도 좋을 것 같다, 하며 가볍게 말하고 있어요. 그럼 서울에 방 소장님이 주로 사용하는 사무실을 둘 수도 있겠죠? (웃음) 

 

 

방기애, 엄태규는 2023년 1월호에서 최봉국(비케이 아키텍처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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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애, 엄태규
방기애, 엄태규는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제작까지 아우르며 씨엠엠 건축사사무소만의 결이 묻어나는 공간을 제안한다. 인간의 행위와 공간의 쓰임 등에 관한 실제적 고민으로부터 공간을 구성하고, 공간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의 관계를 설정해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한다. 우리가 가진 어떠한 신념이나 가치보다는 공간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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