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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한국은 자재의 순환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김효진(LH 토지주택연구원 건설기술연구실장)
사진
유희령
진행
최은화 기자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3: 철거되고 해체될 때

질문 1: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질문 2: 그 많은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질문 3: 한국은 자재의 순환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Yu Heeryung

 

 

기후변화와 안전에 대응하는 자원순환형 해체

 

인류의 과학기술과 개발 행위는 인간과 공존해야 할 자연자원을 무수히 파괴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라는 현재의 위기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은 보존하고 유한한 자원과 에너지는 절약하면서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인식으로 대두된 것이 ‘순환형 사회’다. 순환형 사회는 기존의 대량소비와 소모된 자원의 대량폐기를 지양하는 사회를 뜻한다. 즉 자원의 채취, 채취자원을 활용한 건설, 건설된 구조물의 운용과 유지관리, 용도를 다한 구조물의 해체와 폐기, 해체발생 폐자원을 재활용한 재생까지의 전 과정이 순환형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생애주기에서 건물의 해체·폐기 단계에서의 환경 부하치는 약 5% 정도로 추정된다. 건설과 운용 단계에서의 환경 부하치보다는 낮지만 순환형 사회에서는 전 생애주기에서의 단계별 대응이 중요하다.

 

해체공사 현황 및 사고사례

한국의 도시화는 규모와 속도 면에서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70~1980년대 도시화에 발맞춰 많은 구조물이 건설되었고, 이때 구축된 구조물들은 2010~2020년대에 들어서며 기능 쇠퇴로 인하여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잠재적 멸실대상 건축물은 약 320만 동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노후 구조물의 해체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체대상 구조물이 증가하고 있고, 대상 구조물도 고층화,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연간 해체건물 수는 약 8만 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3층 이하, 연면적 500m2 미만의 소규모 해체공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체(解體)’라는 용어는 ‘철거(撤去)’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구분하자면 ‘철거’는 발생잔재의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구조물의 내장재와 수장재가 혼합된 상태로 무작위로 파쇄하는 개념이다. 반면에 ‘해체’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계부품을 조립할 때의 역순으로 순차적으로 떼어내는 개념이다. 즉 해체는 폐콘크리트의 재활용률 향상을 위하여 해당 구조물을 파쇄하기 전에 각종 내·수장재를 우선 제거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개념을 포괄하는 ‘분별해체(分別解體)’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건축물관리법」 제2조 제7호에서는 ‘해체’를 ‘건축물을 건축·대수선·리모델링하거나 멸실시키기 위하여 건축물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거나 절단하여 제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체공사로 인한 사고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올해 6월 광주 학동에 위치한 학산빌딩이 해체공사 중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 2008년 10월 서울 논현동 나산백화점에서도 해체 중 붕괴가 일어나 인명사고가 있었다.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을 ‘중대재해’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1건당 1.16명의 재해가 발생하는 데 반해 해체·철거 공사는 1.76명으로 사고 발생의 강도가 높은 편이다.▼1 특히, 해체·철거 공사는 사고건수 대비 사망자 비율이 7.4%로 건축공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의 약 2배에 해당한다.

 

한국의 해체공사 관련 법·제도 현황

해체공사 관련 법과 제도는 해체공사의 안전과 관련한 것과 자원순환을 위하여 해체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률을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해체공사 안전 관련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은 2020년 5월에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이 있다. 이 법은 해체공사의 허가·신고 및 해체계획서 검토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즉 법 제30조에서는 관리자가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다만, 500m2미만, 높이 12m미만, 지상층과 지하층 포함 3개층 이하의 건축물을 해체하는 경우에 신고를 하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또한 법 제31조에서 허가권자는 해체허가를 받은 건축물에 대해서는 해체공사 감리자를 지정하여 감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관리법은 올해 6월에 발생한 광주 해체 현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2021년 7월에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대규모 철거 현장의 해체 과정 모니터링을 위한 CCTV 설치 또는 일반 철거 현장 동영상 녹화 의무화, 건축물 해체계획서의 건축구조기술사 검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을 재량 사항에서 의무 사항으로 강화, 해체공사 감리자 지정 대상 확대, 현행 해체 감리자 미지정 대상의 비상주감리 지정, 지역주택조합·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지역 전체 건축물에 대한 총괄 감리자 지정, 감리자·시공자 처벌 규정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체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자원순환을 위한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법률은 2019년 4월에 개정 공포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건폐법)이 있다. 건폐법 개정의 주요 사유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폐기물을 종류별로 분리배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장에서 혼합 배출함으로써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성이 악화되고, 가장 많이 발생하는 순환골재의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건설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건설폐기물과 재활용이 어려운 건설폐기물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분별해체’를 의무화한 데에 의의가 있다. 즉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일정한 구조, 규모 및 용도에 해당하는 구조물의 해체공사를 발주하는 경우에는 분별해체를 통해 건설폐기물을 분리배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구조물 해체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을 처리하여 생산한 순환골재의 재활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 경과 후인 2020년 4월 17일부터 발효됐다. 다만, 개정법률 중 분별해체와 관련된 제2조 제12의 2호, 제4조 제3항, 제5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2021년 4월 17일부터 발효되었다. 또한 건폐법 시행령에서는 분별해체 제도 도입에 따른 분별해체 대상 구조물 및 우선 제거 대상 폐기물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바닥면적 500m2 이상의 건축물을 해체하고자 할 경우에는 폐목재 등 건설폐기물을 해체 전에 우선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은 2003년에 건설리사이클링법을 제정하여 분별해체를 의무화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건축물 해체 시에는 바닥면적 80m2 이상, 건축물 신축·증축 시에는 바닥면적 500m2 이상인 경우 분별해체를 의무화한 것이다. 일본은 이를 통하여 해체 잔재의 재활용률이 75%까지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의무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별해체를 권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1980년대 전후로 건립된 건축물들이 본격적인 해체 시점에 도달했다. 특히 대상 구조물이 대형화, 고층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해체 현장의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해체공사는 소음, 진동, 분진과 같은 전통적인 환경 위해 요인뿐만 아니라 석면과 같은 유해물질, 해체장비로 인한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 등을 다량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 현장 안전관리 강화, 지구환경 보전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해체공사에 관련된 법이나 제도 등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해체공사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다른 종류의 공사에 비해 높은 안전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제도와 규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제도적인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 또한 해체는 건설과 건물 운용 후에 이루어지는 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공사인 점을 유념하여 천연자원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발생 폐자원의 재활용률 향상을 분별해체 대상 구조물을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체공사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위해 요인과 이산화탄소 등 기후변화 원인물질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글 김효진 / 진행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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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안전보건공단, 「철거·해체공사 표준안전작업절차서」, 고용노동부, 2017.

 


▲ SPACE, 스페이스, 공간


김효진
김효진은 토목구조공학 박사로서 1993년 (구)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하여 LH 환경에너지연구실장, 녹색성장연구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LH 건설기술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국토교통부 친환경해체연구단장, 건설폐기물 연구단 부단장 등을 역임하여 구조물해체, 건설폐기물, 기후변화 대응 등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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