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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자료제공
송률
진행
최은화 기자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3: 철거되고 해체될 때

질문 1: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질문 2: 그 많은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질문 3: 한국은 자재의 순환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제이슨 투에르, ‘시간의 매니페스토’, 2021
 

 

기후위기, 건축, 윤리

 

“가장 파괴적인 일은 건물을 허물고, 허물어진 자재를 모두 치우고, 다시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 니콜라스 그림쇼

 

건축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24%가 발생되는 농업과 육류생산을 넘는 수치다. 건축은 이산화탄소 감축 가능성이 가장 큰, 최악의 기후 파괴자이다. 2007년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시골보다 도시에 더 많이 살고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지역에 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인구는 22억 명이 더 늘어나 총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IPCC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2050년까지 1.8도에서 3도 사이로 상승하여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인 1.5도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논의는 ‘최악의 경우를 막는 방법’에서 ‘최악을 막고 기후변화와 함께 살아가도록 대비하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런던, 마드리드, 시애틀의 예상 온도 상승이 6도, 뉴욕이 4도, 서울이 3도에 다다르는 데도 이런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도시는 없다. 특히 선진국은 조치를 취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들은 문제를 발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모든 사람과 그 책임을 나누려고 한다.

한국의 환경성과지수는 세계에서 최악이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 5,900만 톤으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한다. 중국이 100억 6,500만 톤, 미국이 54억 1,600만 톤으로 총량은 더 많지만 1인당 배출량을 따져보면 한국이 12.7kg으로, 사우디 17.7kg, 미국 16.4kg에 이어 3위다. 분석기관 ‘기후 행동 트래커’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배출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2035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한다. 신축 건물, 상승하는 기온, 빠른 도시화, 미세먼지, 토지 점유, 포장도로의 면적, 자원의 수요, 그리고 다시 몇 십 년 뒤에 재개발을 하면서 생기는 신도시, 신축 건물, 자원의 수요, 폐기물…. 순환적으로 더해가는 이들의 숫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건축과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한시바삐 필요하다. 건축가들은 여전히 우리가 처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20세기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을 믿고 있다. 이 패러다임은 서울을 주거, 업무, 상업으로 분리하고 다시금 교통 시스템, 도로, 자동차 중심의 기반시설로 도시를 연결하며 기능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을 ‘만들지’ 못하고 콘크리트 안에서 숨막혀 하고 있을 뿐이다.

인류는 200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이전 기간 동안 사용한 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미국이 20세기 동안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콘크리트를 중국은 2003년 이후 매 3년마다 소비하고 있다. 연간 시멘트 생산량은 30년 만에 거의 10억 톤에서 40억 톤 이상으로 400% 증가했다. 향후 10년 동안 연간 5억 톤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크리트로 인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50년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리협정의 요구 사항에 맞추려면 2030년까지 16%를 줄여야 한다.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이 수치를 맞출 수 없다.

 

 


김선주, ‘사막화된 - 리어바니피케이션’, 2011
 

 

콘크리트는 단일 품목만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시멘트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 중에서 환경에 가장 유해하다. 자갈, 모래, 석회석의 채굴은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2005년 이래로 모래 채굴로 인해 최소한 인도네시아의 섬 24개가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대부분 싱가포르, 중국, 한국 및 일본으로 팔려 나갔다. 부수적인 환경 피해가 너무 극심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모두 싱가포르로 모래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높은 수요는 마피아와 같은 시스템 안에서 광범위한 불법적 공급원으로 이어지면서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한국, 일본의 건설산업은 건물 신축에 대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불법적으로 조달된 자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1824년 발명된 최초의 인공 시멘트인 포틀랜드 시멘트를 대체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콘크리트가 개발되고 있지만 이 재료를 대규모 건설 과정에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앞으로 15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공공 기반시설과 건물 기초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건축 구조가 철, 목재, 콘크리트, 벽돌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또한 도시계획에 있어서 ‘저층/고밀도’라는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20층 규모의 건물 한 동을 지으려면 10층 규모의 건물 두 동을 지을 때보다 40%나 많은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10층 이상의 건물에서는 구조 시스템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콘크리트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탄소배출의 권한을 사고팔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가 아닌, 탄소배출에 따라 가격을 부여하는 ‘탄소세’를 적용해야 한다. 탄소세를 도입하면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많은 돈이 들 것이고 따라서 목재와 같은 대체 구조 시스템이 즉각적으로 촉발될 것이다.

파리협정의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건물에서 사용하는 ‘m2당 에너지’를 30% 줄여야 한다. 한국은 건축물 에너지 규정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로부터 더 멀어진다. 현재 서울에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만일 유럽에서라면 절대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콘크리트를 노출 상태로 그대로 사용하거나, 내단열재는 충분히 채워지지도 않고 외단열재는 부재하며, 개인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목표치에 접근조차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냉난방에 대한 수요가 높아 에너지 배출량이 유럽보다 두 배에 이른다. 만약 이러한 에너지 절약에 요구되는 사항들을 한국에서 이행한다면 공사비가 지금보다 60%까지 증가하여 아파트 값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서울은 열섬현상까지 있다. 1980년대 일반적으로 약 4층 정도로 고밀도로 지어진 동네는 대지의 거의 98%가 건물로 덮혀있어 주위의 온도를 3~5도 더 높힌다. 이것은 시골지역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수치이다. 만약 세계의 평균 온도가 2도 올라간다면, 무더위 쉼터는 끊이지 않고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서울의 대다수 건물들은 여름에는 사람이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워질 것이다. 서울은 용도지역을 지정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밀집지역의 건물을 철거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등의 반고밀화 전략과 녹색 전략이 필요하다. 건폐율은 40% 아래로 낮추고 맞벽구조를 허용해야 한다. 

2050년 서울에 존재할 건물의 75%는 이미 지어지고 있고, 기존 건물의 탄소배출 감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건물을 개조할 때에는 단열 성능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아무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이제는 큰 투자를 해야 한다. 서울의 건물은, 그것이 서 있는 땅값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철거되고 교체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변해야 한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건축물이 구조 시스템이 유지보수 없이도 100년은 지속될 수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스위스는 이 숫자를 현재 150년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서야 약 40년을 건물구조시스템의 유지 가능 기간으로 정하였고, 그 이후 비용이 드는 대수선을 요구한다. 그러나 큰 비용이 드는 대수선은 거의 철거로 이어진다. 서울은 기존 건물의 철거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도구로서의 재개발을 당장 멈춰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수명을 30년으로 책정하였으며, 그 시간이 지나면 소유자들은 ‘다시’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밀도로 재건축하는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막기위해서는 의무적으로 건물 에너지 규정을 제정하고, 수선하고, 현명하게 증축하는 것이 표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 진행 최은화 기자)

 


김병준, ‘인필 더 토포(그래픽스)’, 2018
 


▲ SPACE, 스페이스, 공간


송률
송률은 건축가이며 발행인이자 편집자이다. 서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고 실무를 하였으며, 현재 수파 송슈바이처의 공동대표이다. 설계의 개념적 접근을 기반으로 건축의 언어와 영역 확장을 목표로 작업하며, 그녀가 발행과 편집하는 격월간 잡지 「SUPTEXT」는 예술과 디자인을 통하여 일상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한다.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크리스티안 슈바이처는 건축가이며 교육자이다. 오스트리아 출생의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부하고 실무를 하였으며, 현재 수파 송슈바이처의 공동대표이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에른스트-마이-뮤지엄을 공동 설립하였다. 그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해 현대 도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것에 특히 중점을 두고 개념 설계, 예술 및 건축 이론의 교차 영역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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