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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그 많은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최은화 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3: 철거되고 해체될 때

질문 1: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질문 2: 그 많은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질문 3: 한국은 자재의 순환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Image courtesy of SUDOKWON Landfill Site Management Corp. 

 

 

건축의 끝, 다시 부분이 되거나 영영 폐기되거나

 

2021년 10월, 건물의 철거·해체 공사가 진행되는 서울의 한 현장을 방문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2층 규모의 조적식 주택을 부수고 5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조 근린생활시설을 지으려고 했다. 집게 모양의 파쇄 버킷 ‘크러셔’를 팔에 끼운 굴삭기가 지붕을 누르고, 벽을 밀고, 앙상해진 구조물을 끌어내려 사뿐히 건물을 무너트렸다. 살수시설이 분진과 흩날림을 잡았고, 2.5톤 트럭이 폐기물을 실어 옮겼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장소를 지키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데에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폐기물처리 업체는 철거·해체 공사에서 평균적으로 3.3m2당 3.5~5m3의 폐기물을 수거한다고 전했다. 건물 한 층의 높이를 대략 3m라고 하면, 3층 규모의 건물을 철거할 때 그 건물의 1~1.5층에 해당하는 부피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 자체도 적지 않은데 심지어 종류도 다양하다. 비닐 장판, 나무 창틀, 전선, 콘크리트, 철근, 벽돌, 기와, 유리 등 건물을 형성하는 데에 필요한 재료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는 건축의 일부분이었던 이 조각들은 자신의 첫 번째 생이 강제적으로 종료된 뒤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완료할 때까지 발생되는 5톤 이상의 폐기물”을 뜻하는 ‘건설폐기물’은 한국에서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총 8,070만 2,230톤이 발생됐다.▼1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총 폐기물의 44.5%에 해당하는 수치로, 절반에 가까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설폐기물은 크게 가연성, 불연성, 혼합, 기타로 구분되는데 그중 가장 많이 배출되는 종류는 불연성폐기물로 87.8%로 집계됐다. 콘크리트, 아스팔트콘크리트, 금속, 유리, 타일, 도자기 등 오늘날 한국의 건축과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재료들이다. 목재, 합성수지, 섬유, 벽지 등 가연성폐기물은 1.1%로 적었고, 가연성과 불연성이 섞인 보드, 패널 등 혼합 건설폐기물은 12.7%였다.

이렇듯 다종, 다수로 생겨나는 건설폐기물의 처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버리거나 다시 이용하거나. 건축 요소를 물리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시 쓰는 ‘재사용’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현재 한국의 철거·해체 공사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 폐기물이 한데 섞여 쓰레기 더미로 쌓인다. 여기서 쓸 만한 물건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공사 시 종류별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법률이 최근 4월 개정 발효됐다는 점에서, 건축 요소를 ‘당근마켓’ 하는 일이 조금은 현실감을 갖게 됐다.

대신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쓰는 ‘재활용’에는 적극적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은 97~98%가 재활용됐다.▼2 100%에 가까운, 아주 높은 수치가 꾸준히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 수준에 이르는 데에는 2003년 제정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건폐법)의 영향이 컸다. 건설폐기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재활용을 위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발주자, 배출자, 중간 처리자 등의 역할을 규정하고 이 외에 재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방안 등을 제시한 법률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80%를 웃돌던 재활용률이 건폐법 제정을 기점으로 90%를 넘었고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건설폐기물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콘크리트다. 발생량이 가장 많은 만큼 재활용 기술도 집중되어 있다. 노후화된 건축물의 철거, 아스팔트 포장의 보수, 콘크리트 제품의 불량 등으로 채취된 폐콘크리트는 5~40mm 크기로 쪼개져 ‘순환골재’로 만들어진다. 40mm 크기는 성토, 복토, 노상, 도로 등에 사용되어 도시로 환원되고, 5~20mm 크기는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골재로써 건축, 구조물, 순환골재 제품 등으로 이용된다. 여기에는 자원적, 환경적 이점이 있다. 건설 현장에서 많이 소비되는 자갈, 모래 등의 골재는 자연에서 채취해야 하는데 자연물의 양이 한정적이다 보니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다. 더불어 바다, 강, 산 등의 자연에서 골재를 채취하면 그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순환골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한 경제적 이점도 있다. 순환골재는 자연골재보다 가볍고 저렴하다. 자재를 현장까지 운반하고, 현장에서 시공하는 데에 필요한 인력과 에너지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건물 자체를 경량화하는 효과가 있어 건물의 높이를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철거·해체 이후의 폐기 과정이 마냥 환경친화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97~98%라는 완벽에 가까운 숫자에, 여러 가지 이점이 뚜렷하게 보이니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볼 지점들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로 집계되는 수치가 고부가가치의 용도로 재활용되는 정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3 실제로 지금까지 순환골재의 사용은 성토와 복토, 도로공사, 단순 매립에 치우쳐 있었다.▼4 구조물, 건축 요소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순환골재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낮고 균질하지 않고, 유통 및 처리 업체가 부족하여 수급이 불안정하며, 의무 사용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에만 해당되는 등의 문제 때문이다. 건설폐기물을 처리해서 순환골재를 만들어도 막상 쓸 곳이 없는 실정이다.▼5 앞서 언급한 재활용 골재의 이점을 이론으로만 논하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남은 관문들이 있다.

한편, 재활용되지 못한 건설폐기물은 매립과 소각이라는 완전한 결말을 맞이한다. 건설폐기물의 97~98%가 재활용되던 같은 기간 동안 나머지 0.8~1.9%가 매립으로, 그보다 적은 0.3~0.7%가 소각으로 처리됐다. 건설폐기물의 매립은 건설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하면 그 심각성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매립량을 기준으로 하면 문제가 도드라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공개한 ‘2020년 반입 폐기물 등 매립 현황’에 따르면 건설폐기물은 전체 매립량의 58%인 127만 6,956톤을 차지했다. 74만 8,228톤인 생활폐기물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용량의 한계에 임박한 매립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땅의 크기가 유한한 만큼 묻을 수 있는 쓰레기의 총량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수도권 매립지는 2022년부터 5톤 이상의 대형 건설폐기물 반입을 금지한다. 2025년까지는 건설폐기물의 50%, 생활쓰레기의 80%를 줄인다는 목표다. 매립지로 갈 수 없게 된 폐기물들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거나 또 다른 매립지로 가야 한다. 하지만 대체 매립지를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가 공모한 수도권 대체 매립지 입지 후보지 공모는 두 번이나 실시됐으나 응모한 지방자치단체는 아무 곳도 없었다. 앞으로 발생할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 (글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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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전국 건설폐기물 발생량은 22만 1,102톤/일이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 「2019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2020.

2.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건설폐기물의 재활용률은 97.8%, 98.3%, 98.1%, 97.3%, 97.5%, 97.9%, 98.1%, 98.1%, 98.3%, 98.9%이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13년도 수정본)」, 2014; 「2019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2020.

3. 김진만·강석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기술 현황’, 「코네틱리포트」, 2017.

4.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제3차 건설폐기물 재활용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 환경부, 2016.

5. 지건태, ‘하루 수만t “건폐” 처리해 만든 “순환골재” 쓸 곳 없다’, 「문화일보」, 2021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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