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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어느 지역, 어떤 제조, 무슨 산업: 살아있는 시간

조정구(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자료제공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진행
오주연 기자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세운청계상가 811호 디지털트윈 세운프로젝트룸에서 세운기술거버넌스 네 번째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는 ‘어느 지역, 어떤 제조, 무슨 산업’을 주제로 도심제조업과 세운상가 일대의 산업생태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9월의 네 번째 집담회에서는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발표를 맡아 수년간의 답사와 연구를 통하여 세운상가 좌우로 펼쳐진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관찰한 심도 있는 기록을 공유하였다.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서울의 오랜 중심지로서 아직도 계속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심장으로 치면 지금도 힘차게 맥이 뛰고 있는 지역이다. 원형의 조직과 큰길을 바탕으로 오래된 시간이 만들어낸 형상들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며, 계속해서 각자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형의 도시조직과 큰길

지역의 중심 제일 낮은 곳으로 청계천이 흐르고, 길이 뻗는다. 물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동서로 펼쳐진 서울의 도시조직,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길이 생긴다. 남북의 길이 생기고 가끔 그 가운데서 동서의 길이 연결되어 있다. 청계천-을지로 일대에는 옛길과 옛길에 붙어있는 집들, 즉 서울의 원형조직이 남아있다. 

 

주거지 속 작업 마당의 흔적

답사를 하면서 지금의 길과 옛길의 지도를 겹쳐보면 옛길이 이어지다가 넓어지면서 마당을 형성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곳에서 예전 작업 마당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장인들이 마당을 중심으로 모이는 작업 마당 혹은 우물 주변의 공동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마당들은 옛날에도 이 지역이 그냥 주거지만은 아니었을 것, 장인들의 작업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도 원형의 조직, 옛길은 그대로이고 건물들만 바뀌어 그 흔적대로 골목 마당이 형성되어 있다.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가 답사를 통해 기록한 청계천-을지로 골목길 현황​

 

종로에 면한 막다른 길

종로에 면한 건물들은 모두 도로변으로 쭉 연결되어 있는데, 세운상가 동쪽,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승보약국 건물만 앞마당을 두고 뒤로 물러서 있다. 건물을 새로 짓는 바람에 뒤로 물러나게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건물이 물러나게 된 이유는 오래된 길이 이렇게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드코너’라고 이름 붙인 이곳은 종로가 확장되며 드러난 옛길, 피맛길의 흔적이다. 현재 피맛길처럼 느껴지는 먹자골목의 위치는 피맛길이 아니고 동서로 연결된 물길이 지나던 자리이다. 피맛길은 과거에 중요 관청이 있던 지역까지만 연결되다가 종묘로 꺾어지며 끝나고, 이 옛길의 코너 부분이 바로 ‘올드코너’이다. 그리고 올드코너의 동쪽 편으로 막다른 길이 많은 이유는 서울의 도시(필지) 생성 원리상 물길에 면하여 집들이 먼저 지어지고, 그 뒤에 집들이 더 들어오면서 종로 쪽에서 물길로 향하지만 관통하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길의 형상은 지금도 동일하여 막다른 길에 근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원형의 조직에 결합된 새로운 조직

세운상가 주변, 청계천-을지로 일대가 특별한 이유는 도시의 원형조직이 살아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원형조직과 결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속 골목이란 ‘건물을 포함한 사유지 내에 형성되는, 가게와 공장들을 바깥의 길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얘기하면 건물의 복도 공간인데, 세운상가 일대의 속 골목이 특별한 점은 여러 개의 필지를 관통하며 이어지기도 하고, 골목과 다른 골목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속 골목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동선이 통합되고,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속 골목과 골목은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의 집합의 형상을 만든다. 화재 등으로 소실된 자리에 새로운 집합의 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아케이드를 만들거나 한옥 마당을 덮는 등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의 속 골목은 다양한 형상으로 진화하였다. 

 

다양한 형태의 속 골목


속 골목과 건축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네 블록을 함께 살펴보면 블록마다 속 골목의 개수와 양상이 다르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길의 길이와 숫자에 따라서 그것을 연결하는 속 골목의 개수 또한 달라진다. 세운5구역(산림동 일대)의 경우 속 골목 수가 훨씬 적고 인사동이나 서촌과 같은, 즉 동네의 풍경을 보인다. 그 이유는 속 골목이 적은 만큼 도시조직이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옛길에 위치한 건물의 유형도 속 골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마당이 있는 한옥이 속 골목 형성에 유리하고, 반대로 안으로 들어오는 마당이 없는 일식 가옥은 속 골목 형성에 불리하다. ‘살아있는 시간’ 혹은 시간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오래된 길이나 필지만큼이나 그곳에 있는 오래된 건축이 그 안에 들어가는 가게와 공장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삶과 풍경에도 깊이 관계함을 뜻한다. 

 

가게들의 도시

답사를 통해 다양한 가게들과 만날 수 있었다.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시각적으로 단정한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문 앞에 철판이나 심지어 가공 기계를 놓고 작업하는 공장과 수많은 물건들이 가게 밖으로 나오고 창이나 문이 없거나 페인트 등으로 덕지덕지 칠한 ‘거친 입면’을 한 가게들이 낡은 건축물과 함께 골목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거친 입면’의 이유는 이곳의 다양한 가게(공장)들이 주체가 되어 그 목적(기능)에 따라 자기가 점유한 공간을 변형하며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청계천-을지로 지역의 특징은 가게들이 주체가 되어 집합을 이루고, 다양한 집합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의 본질이 ‘이기적인 유전자’에 있는 것처럼, 이 대상지를 다른 곳과 다른 거대하고 독특한 도시조직으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가게들’이다. 줄여서 말한다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게들의 도시’가 펼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은 원래 시내 어디서든 하늘과 산이 잘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아직도 서울의 심장부로서 저층을 유지하면서 조금만 올라가면 어디서든 종묘와 남산, 서울성곽이 보이는 장소이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현재의 삶 속에 시간이 살아있는 생생한 역사도심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더불어 이곳은 어디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대한 보행권역이다. 옛길과 다리가 연결되었던 자리에 보행교를 연결한다면, 마치 베니스와 같이 많은 면적을 누비며 시민 누구나 살아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거대한 보행권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토론

황지은(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을지로는 자주 오가는 익숙한 장소인데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 기억을 되새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은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신선한 해석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심한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002년부터 2003년 즈음 오늘 발표에 나온 4개 구역 중 3구역 일부 지역에 대한 조사를 수행했다. 그래서 오늘 발표 내용에 강하게 공감한다.

3구역 필지를 지적도와 비교하며 조사를 했다. 골목 사이에 실제로 길이 이어져 있는데 지적도상으로는 길이 없고 대신, 한 필지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필지 안에 건물은 전혀 없고 길이 되어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소유주를 추적해볼까 고민도 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아까 논의된 것처럼 3구역의 특징인 동서 방향으로 가로를 묶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볼 수 있었다. 토지주 입장에서 보면 자기 건물이 없고 주변 가게 사람들이 물건을 내놓는 광장처럼 되어버린 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속 골목은 현재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실내화된 골목이다. 저는 처마 밑길이라고 불렀다. 한옥들이 서로 맞닿아 있고, 기둥 사이에 있는 그 처마 밑이 연결된 부분으로 한옥이 칸칸이 뒷집하고 앞집이 연결되는 구조, 마당끼리 연결이 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런 내용을 다른 블록과 비교했다.

 

조정구: 이어서 설명하자면, 지도에 주황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이 속 골목이다. 하늘이 열려있는 경우도 있고, 처마나 차양이 나와서 덮여있는 경우도 있다. 이걸 조금 더 자세하게 구분해서 표현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이다. 지금 지도에서는 같은 색으로 표현했지만, 좀 더 상세하게 확대해서 볼 때는 구분을 더 명확하게 표시하는 방법으로 작업 중이다. 그런데, 작업량이 정말 너무 많고 읽어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다음 가게들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모습, 서식, 유형을 좀 더 알아보고 건축과의 관계도 고려해 보고자 한다. 한옥에 가게가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그곳이 마당인지, 문 가인지, 어떻게 증축되고 통합이 되었는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황지은: 속 골목 유형이 다양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략 어떤 유형이 있을까?

 

조정구: 속 골목 중에도 하늘이 열린 곳, 처마 아래에 있는 곳, 천장이 있는 곳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이런 걸 모두 직접 지나다니면서 조사를 했다. 깊이 들어가 보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 변화가 정말 역동적이다.

그래서 저층 소규모로 개별 필지별 개발이 된다면, 이 속 골목이 2~3층으로 입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오늘 본 것처럼 2층으로 건물을 지은 경우에는 데크를 통해서 복도를 이은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더 다양한 유형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청중: 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계골목처럼 진열장이 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전자 부품 쪽은 진열장만 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에서는 골목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속 골목과 골목의 차이일까, 아니면 업종의 차이일까? 혹은 골목 깊이나 폭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정구: 골목의 폭도 물론 상관이 있다. 요즘은 이런 제조업 중에서도 큰 공장, 차를 댈 수 있는 규모가 큰 가게들이 있다. 그걸 막고 간판을 놓아도 장사가 되는 정도의 폭이다. 폭도 중요하지만, 그 형태는 결국 가게의 속성이 많이 좌우한다. 유리 가판이 있는 곳은 금은보석 외에는 거의 없고, 나머지는 철판을 깔기도 하고 심지어는 문에 구멍을 뚫고 선반을 꽂아 골목의 폭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공간을 제조업의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었다.

 

청중: 공간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조사를 하였는데,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조정구: 현장에서 제지당하거나 무슨 일로 왔냐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는 속 골목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 옆으로 문이 또 있고, 다른 가게에 들어가는 문은 또 따로 있었다. 물건을 워낙 쌓아 놓아서 작업장처럼 보이긴 하지만 길이었다.

2010년 조사 때, 직접 다 다니진 않아서 지도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몰랐다. 그런데 당시 직원과 학생들이 정말 정밀하게 조사를 해서 놀랐다. 지금 답사를 해도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자료를 믿고 들어가 보면 무언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든 자료라는 점을 자랑하고 싶다.

 

청중: ‘가게들의 도시’, 가게들의 에너지가 도시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을 서울 나아가 아시아 도시의 특징으로 정의한 것에 대해 부연해 설명해달라. 

 

조정구: 근대화 과정에서 자주성, 주체성의 문제 같다. 서양은 모더니즘이 등장하며 적층의 공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전주의 건축도 어느 정도 볼륨을 가지고 있었고, 근대가 되면서 늘어난 기능들을 자기의 건축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식민지가 되면서 근대가 되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목조로 건축을 하다 근대건축으로 넘어가며 팽창된 것을 적당한 건축양식으로 성장시키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복잡한 와중에 어찌 되었든 내 일은 해야 하는 거다. 모던 미용실을 하게 되면 한옥 입면을 무시하고 건축을 세울 수밖에. 그런 식으로 과도기라는 시기가 건축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전면 재개발이 되면서 그 작은 공간들이 들어갈 자리가 대형 의류 브랜드나 돈 많은 매장이 입점하는 자리로 바뀌면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재개발과 가게들의 도시는 지금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청중: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를 다녀보면, 상인들이 권유하며 손님을 끄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 속 골목에 붙어있는 가게들끼리만 교류를 하나? 아니면 멀리 있는 가게 간에도 교류가 있나?

 

조정구: 멀리서도 교류가 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면 이건 내가 할 거, 저건 누가 할 거 이렇게 시나리오를 짜는 기획자가 있다. 기획 역할을 통해서 가깝고 먼 서로 다른 업종이 엮이고 하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보행권역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야기이다. 골목에 집중이 되어서 걸어 다니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며 연결이 된다. 이렇게 굉장히 밀도가 높은 네트워크가 구성되는 것이다. 사실 거대한 보행권역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보행로를 오토바이 다닐 정도만 해줘도 굉장히 살아날 것이라 본다. 더 많은 움직임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황지은: 덧붙이자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우리가 의뢰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마지막에 완제품을 받지만, 만드는 사람은 직접 돌아다니면서 협업해서 함께 일을 완성하기도 한다.

산업생태계 연구자들은 공간적인 연결이 아니라 어느 가게에서 어느 가게로 오고, 위치정보를 보내주는 식으로 접근한다. 공간적 질서를 제시한 것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양쪽의 연구를 오버랩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까 속 골목 유형에 관한 질문에 형태의 유형으로 설명했는데, 소유의 유형도 궁금하다. 예를 들어 지금 세운상가 내부도 속 골목으로 그려 놓았다. 일부는 도로, 일부는 공동 소유이고, 건물 안 건물도 있다. 이럴 때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조정구: 그건 열심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기본적인 전제는, 이게 길이 아니라 어떤 필지 내에 생기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길이 있는데 앞길이 덮여 있다면, 그것을 속 골목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러 소유가 다른 필지를 꼬챙이처럼 뚫고 나가는 속 골목도 있고, 한 필지에서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도넛처럼 연결하는 형태도 있다. 소유에 따른 유형도 들어가 보면 정말 재미있는 주제이다.

장사 기계공구상가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형태를 보았다. 속 골목이 어마어마하다. 30m가 넘게 뻗은 이 속 골목은 7개인가 9개의 필지를 뚫고 형성된 거다. 이런 에너지, 동서로 어떻게든 이으려는 에너지가 여기서 보이는 것 같다.

 

청중: 청계천 일대의 공간이 지금은 제조업, 가게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앞으로 30년 후까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살아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정구: 너무 사회경제적인 문제라서 공간의 측면에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재생은 속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지역의 재생속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그걸 우리가 10년으로 볼 수도 있고 100년으로 볼 수도 있다. 특정한 역할, 임무의 임기를 넘어선다. 

일하는 사람들이 연로하고 이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도 적은 편이다. 만약에 이 방향으로 재생이 진행된다면, 20년이나 30년 내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베니스와 같은 공간이 될 거라고 본다. ‘아, 그때 공장이 있었지!’ 이렇게 회상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모두의 에너지로 이 공간을 계속 재생할 수 있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지금 이게 공장을 계속 이어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장 운영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장을 쫓아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공장이 있을 수 있을 때까지만 있는 거다. 그리고 임대료 수준 조정이나 건축물 수리 지원, 한옥 보수 전면 지원, 작은 건물 주차장 보조 등의 노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다 보면 다른 것들로 교체하는 활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20년에서 30년 후에는 그 중 굉장히 실력 있는 장인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황동 철물처럼 졸업생 작품을 만들어주면서 말이다. 졸업생은 영원하지 않나? 그러면 거기에 대응하는 가게들은 장인이 되어 살아남지 않을까?

 

청중: 2층까지 레이어가 있다고 했는데, 1층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2층에도 아케이드 같은 것이 있을까?

 

조정구: 이 조사는 1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2층은 그냥 올라가 보는 정도였다. 사진을 찍고 가보기는 했으나 표기까지는 못했다. 그래서 한계가 있지만, 기록을 더 하면 좀 더 입체적인 관계성이 보일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2층까지 1층처럼 연계되는 것은 일부의 공간에서만 보인다. 더 연구해야 하겠지만, 2층을 막 트고 이은 것은 제한적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3층이나 그 언저리에 다리를 놓을 수 있거나, 복도를 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완화가 된다면 더 입체적인 연결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청중: 공실이 있을 텐데, 수요가 없다는 경제적 측면 외에 속 골목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을까?

 

조정구: 이전 인터뷰를 들어보면 장사가 굉장히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업종의 쇠퇴랄까, 업종이 현대와 맞지 않아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재개발한다고 하니까 주인들이 그걸 이유로 누수가 되어도 고쳐주지 않고 나가라고 유도하는 때도 있다. 이전 질문과 연결이 된다. 2~3층은 속 골목 같은 그런 연계 정도가 떨어져서 창고로 쓴다던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황지은: 지금 지역에 우연히 남게 된 집은 과연 공장과 공존할 수 있을까? 가게의 에너지만큼 집의 에너지도 강하다. 저층으로 유지하면서 공존할 가능성, 도시적 맥락에서 이런 밀도로 공존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까?

 

조정구: 집에 대한 요구를 받아주면, 주거가 80%인 주상복합이다. 개발이 안 되다가 별안간 주거 기능이 강조되는 흐름이다. 고급아파트가 들어서는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주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익선동은 전부 주거지역이었다. 한옥 쪽방도 있었는데 지금은 익선동이 발달하면서 몇 집 안 남았다. 결국 주거의 힘은 가게의 힘에 비하면 약한 것이다. 자기가 자본을 발생시키지 않으니까. 그러면 공존할 수 있는 주거의 형태에 대해 답하자면, 틈에 들어가는 집일 것 같다. 바 같은 술집을 운영하면서 거기에 사는 경우, 옥상에 정원이 있어서 나가면 샵도 보이고 작은 공간에서 파티도 하는 경우 등 그런 주거가 곁들여진 어떤 상호 문화나 복합 덩어리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오히려 주거를 염두에 두면 안 된다. 팔리는 주거의 가격을 따지고 유형을 따지면 결국 고급 아파트와 같이 부가가치를 생각하는 게 대다수다. 그럼 단지를 만드는 게 제일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곳에는 3~4층 정도의 상업문화 공간들이 자기 스스로 작은 규모로 개발하거나 혹은 동선의 통합을 통해서 자생적으로 집합의 형상으로 바뀌는 것을 풀어주는, 그 기준들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원과 제안을 어떻게 둘지를 고민하고 있다.

 

황지은: 오늘 발표한 공간적인 해석이나 지도를 그려 보여주는 것이 그 대안을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원고 정리: 김준태(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이우조(구가도시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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