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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지속 가능한 공간 디자인

오주연 에디터
자료제공
인테리어디자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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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부터 5일간 킨텍스에서 인테리어디자인코리아 산업 전시가 열렸다. 건축,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업들이 소비자들과 만나는 장이자, 각 산업 전문가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시재생부터 셀프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련 주제를 다룬 콘퍼런스 또한 진행됐다. 행사의 문을 여는 주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헬싱키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이케이엠엠 아키텍츠의 페이비 메로우넨과 아반토 아키텍츠의 빌레 하라를 초청해 지역을 되살리고 지역에서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건축에 대해 논의했다.​

 

페이비 ​메로우넨(제이케이엠엠 아키텍츠 인테리어 디자이너)은 「SPACE」​ 2019년 2월호에 실린 바 있는 아모스 렉스 미술관과 헤롤드 헤를린 도서관 두 개의 리노베이션 작업을 소개했다. 아모스 렉스 미술관은 헬싱키 중심부에 위치한 1930년대 기능주의 양식의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주변 광장에 새로운 풍경을 만든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기존 건물과 연결되며 지하로 확장된 미술관의 지붕은 광장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헬싱키 시민들은 광장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게 됐다. 한편 헤롤드 헤를린 도서관은 1970년대 알바 알토가 설계한 건물로, 그의 건축 유산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무엇이 바뀌었는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조화를 목표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비치되어 있던 아르텍 가구 또한 보수작업을 거쳐 재활용했는데 이를 위해 내구성은 물론 유지관리, 보수가 쉬운 소재를 찾고자 노력했다. 

빌레 하라(아반토 아키텍츠 공동대표)는 헬싱키의 명소가 된 로울루 사우나 사례를 발표했다. 헬싱키시는 항구 주변의 버려진 창고와 산업 시설을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위해 서비스 시설을 공모했다. 헬싱키 항구는 전 세계의 크루즈 선박이 정박하는 곳이다. 관광객의 지역 서비스 시설 이용을 증가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어 논의한 결과 핀란드의 생활 문화인 사우나가 채택됐다. 동시에 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수변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즐겨 찾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서 공공성을 가질 것을 추구했다.​​

 

아모스 렉스 구건물의 실내는 1930년대 설치된 조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당시의 컬러 팔레트를 재현했다. ⓒTUOMAS UUSHEIMO​ ​​ 

 

발표에 이어 김윤미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 대표와 두 연사가 함께 지속 가능한 건축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두 연사 모두 공간의 영속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는 건물이 미래에 어떻게 사용될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빌레 하라는 건물의 유연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건축 계획단계에서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100년 전과 비교하면 현대의 건물에는 냉난방, 환기 시설 등 더 복잡하고 다양한 설비가 존재한다. 실제로 오래된 건물에서는 전기 배선에 따라 공간 사용이 바뀔 수 있다. 최근 핀란드 건축계에서는 건축의 요소들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용의 유연성을 가지는 단정한 표면(Clean Surface)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페이비 메로우넨​은 아모스 렉스 건립 전 구겐하임 미술관 헬싱키 분관을 만드는 제안이 있었지만 로열티 문제 등 많은 논의 끝에 헬싱키시가 직접 미술관을 짓기로 한 사실을 예로 들며 공간의 영속적 사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 지속 가능한 건축의 사회적인 의미도 논의됐다. 핀란드에서는 숲에서 버섯, 과일을 채취하거나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이 일상이다. ‘자연은 모두의 것’이라는 사회의 철칙은 공공의 공간을 구성할 때도 적용된다. 빌레 하라는 이를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이라 칭했다. 로울루 사우나는 건물의 안과 밖, 지붕까지 여러 방향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모든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건축적 표현이다. 건축주가 모든 면에서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부터 재료의 사용, 접근 가능성, 지역과의 조화 등 다양한 측면이 고려됐다. 건물의 외피에 사용된 목재는 건축용 자재가 아니라 펄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폐자재를 라미네이트 하여 사용했다. 또한 항구의 물류창고였던 해당 부지는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어두운 장소였지만, 사우나가 건설되면서 주변의 분위기가 밝아졌고 많은 사람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공간이 됐다. ​



로울루 사우나의 외부를 망토처럼 덮고 있는 목재는 펄프용 폐자재를 라미네이팅 해 사용한 것이다. ⓒ​kuvio.com  ​

 

국토의 75%가 숲으로 이루어진 나라, 핀란드 건축가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라 하면 자연과의 공존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친환경 자재, 자재의 재활용, 재생에너지의 사용 등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자에 집중했다. 건물의 계획에서부터 사용의 모든 단계를 고려하고 미래의 사용까지 예측하며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과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건물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두 연사의 발표 사례에서 모두 전문가와 시민의 합의에 따른 결정이 언급됐다. 자세히 소개되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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