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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베니스비엔날레_주제전

앨리스 김(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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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간(Freespace)이란, 공간의 질 자체에 주목하며 정신의 관대함과 인간성을 건축의 중심 주제로 다룬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큐레이터인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가 선언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관대함’과 ‘인류애’라는 개념이 느슨하게 정의된 올해 전시회의 주제인 ‘자유공간’을 보다 구체화시킨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서 자유와 인간성은 자연스럽게 관대함의 상대가 되어 왔다. 이번 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는 큐레이터가 ‘공간’과 함께 ‘건축’을 제시해 세 개의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세 가지 개념이 큐레이터가 던지는 ‘공간의 질’이라는 질문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사실이 자연과 사회적 공간, 공공 공간이 점차 파괴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한 축재, 경쟁, 이윤 극대화, 사용가치 이상의 교환가치 등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강화된 논리가 초래하는 공간의 특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

 

관대함에 관한 사고의 전통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와 ‘장엄함’이라는 덕목은 관대함의 아종으로 불린다.▼1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데카르트는 관대함을 ‘다른 모든 덕목의 열쇠’로 승격시켰다. 여기서 인간이 지닌 자유의 행사에 기초한 덕목이 관대함이라는 도덕적 이상에서 완전히 발전하기에 이르렀다.▼2 자신의 양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활하는 미덕을 따르는 것은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심지어 이 목표를 넘어서 인간의 자유, 즉 자유 의지의 행사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미덕은 가치가 있다.▼3 ‘진실한 관대함’은 선행으로서 영혼의 ‘습관’이 되는 육체적인 열정으로 시작되는데 자신의 의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개인의 지식과 이 같은 자유를 그 안에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굳은 의지로 이루어져 있다.▼4 데카르트의 윤리학에서 관대함의 도덕적 이상으로 표현된 미덕의 완전한 개화는 개인적으로는 윤리적인 완성이라는 이상과 도덕적 보편주의의 원칙이 되는데, 이들은 둘 다 계급과 사회적 지위의 차별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존재하는 본질적 가치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만 의지하는 무조건적인 가치를 알아내려는 노력이다.▼5

 

관대함을 현대 건축에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도덕적 사고의 전통에서 보듯이 자유와 관대함, 인류애라는 관념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배하는 개인적인 미덕과 윤리적 지침을 형성해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러한 도덕적 교훈이 현대적인 공간과 건축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큐레이터가 말하는 ‘자유공간’에서, ‘인간 활동’, ‘개인의 자유’,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에 대한 찬사에서, 건축실무에서 ‘자유공간’의 전형적인 사례를 만드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에서 그들이 자극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 점을 파렐과 맥나마라가 ‘건축가의 이름으로 일하지만 사실은 건설업자일 뿐이고 건축가가 아닌 사람들’을 건축가와 구분하는 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건축 관련 직종에서 ‘개발업자’를 징벌하고 차별화하며, 한편으로는 이 업종 전체적으로 높은 담장을 만든다.▼6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자유공간’은 공동체의 일부로서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강조한다. 또한 점차 빨라지는 세계화 속에서 타인에 대한 시선이 흐려지고, 분열과 불평등이 점차 강화되는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축-건축가의 양심이나 윤리적 이상을 배반하지 않고 관대함이 만들어낸 공동체의 본질적인 인성을 배반하거나 훼손하지 않는 건축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이클 말찬 아키텍처, ‘스타 아파트먼츠’, 2018 ©Italo Rondinella​

 

케레 아키텍처, ‘조이’, 2017 ©Andrea Avezzù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응하다

예를 들어 그리스 어원으로 삶이라는 의미의 작품, ‘조이(Zoi)’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가 전시했다. 이 작품은 베를린의 구 템펠호프 공항의 거대한 격납고 중 하나에 난민센터로 설계한 파빌리온이다. 목재와 천으로 만들어진 작고 부분적으로 닫혀 있는 건물인데 따뜻한 적색토의 색감과 삼각형 구조가 특징이다. 케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아르세날레에 이 파빌리온을 똑같이 재현해 전시했다. 이 작품의 구조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함과 겸손함은 ‘2개의 도시, 52명의 학생, 2개의 파빌리온, 6개의 모듈, 무한한 구성’이라는 작품의 주요 구성 요소에서 드러난다. 케레는 난민캠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준화된 공간적 해법에 ‘즉흥성과 창의성’을 추가함으로써 거대한 격납고 공간에 인간적인 스케일과 감각을 되살렸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의 관대함에 대해 적어도 두 가지의 중요한 이해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파빌리온은 더 이상 자연경관과 관계 맺는 건물 유형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된 자본이 비인간적 스케일로 만들어낸 공항 터미널이나 미술 전시장의 거대한 홀 내부에 인간적인 피신처의 한 형태로 더 잘 어울린다. 둘째, 이러한 인간화된 개입에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적 논리가 양산하는 난민을 위해 현대사회에 적합한 윤리적인 보편주의를 가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논리에 따라 점차 늘어나는 예술과 건축 관광객들에게도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젊은 활기에 주목하다

아르세날레의 널찍한 코르데리를 따라 인도의 케이스 디자인이 설계한 아바사라 여고 캠퍼스와 일본의 테즈카 건축의 후지 유치원이 나란히 배치됐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구축된 이 두 프로젝트는 관대한 ‘자유공간’ 건축에 대한 어른들의 상상력만큼이나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만든다.

아바사라 여고 캠퍼스는 인도 뭄바이 인근의 4 에이커가 넘는 농촌 지역에 있다. 이 캠퍼스는 지역의 습한 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교실의 냉방장치부터 영속농업 시스템을 위한 수로 건설에 이르는 새롭고 간단한 해결책을 결합해 설계됐다. 동시에 캠퍼스의 현대적이고 눈부신 미학은 매우 독창적이며, 장인과 같은 태도로 만든 정교한 디테일이 있다. 무라노 공장 바닥에서 모은 폐유리는 화려한 샹들리에로, 현지 장인이 모자이크 방식으로 작업한 리듬감 있는 타일로, 생생한 패턴의 의자로,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지만 멋진 근대 양식의 난간과 차양으로 재탄생 했다. 이같이 다양한 과정에서 여학생들은 향기, 색채, 양식 등을 배우면서 ‘모든 디자인은 가격이 아니라 사려 깊은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교훈을 얻는다. 동시에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겸손과 지혜의 윤리와 협업의 능력을 기를 수 있다.▼7

앞의 사례보다 인구가 더 많은 도쿄 교외의 도시적인 환경에 지어진 후지 유치원은 타원형 건물이다. 내부와 외부, 그리고 교실 사이에 눈에 띄는 경계가 없고 심지어 나무도 건물 자체에 통합시켰다. 한편, 옥상에 넓게 펼쳐진 놀이터는 이 건물의 특이한 중심 공간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탁 트인 하늘에 고무되어 자유롭게 달릴 수 있으며, 구경하는 어른들 역시 자유로움과 들뜸을 느끼게 된다. 지붕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환호 소리와 빛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은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도의 농촌 학교 프로젝트와는 달리 후지 유치원은 도시적이고 공간적인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무한한 활기에 맞출 수 있도록 상상력을 강화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가 자연과 인간의 독창적인 공생 때문이든, 도쿄 교외에 이런 환경이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이든, 공간의 프로그램과 형태, 용도의 단순함은 두 프로젝트 모두 상상력과 자유, 놀이의 구체적이고 맥락화된 형태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기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스 디자인, ‘만들어지고 있는 학교’, 2018 ©Francesco Galli

 

사회적 소명에 응답하다

‘자유공간’에서 ‘정신의 관대함’이 건축의 사회적 소명을 재평가하게 하는 한, 사회적인 공공 공간은 전체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중심으로 부각된다. 2014 년 지어진 미국 마이클 말찬의 스타 아파트먼츠는 LA 중심가에 기존의 단층 건물 위에 조립식 모듈 주거 유닛을 지그재그로 쌓아서 102명의 노숙자를 수용했다. 말찬은 자르디니의 본관에서 진행된 발표에서, L.A 도심 내부라는 위치부터, 동일한 주거 유닛을 다르게 만드는 거주자들의 개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에서 사회주택을 맥락과 연결했다. 이 전시는 사회주택이 모더니즘 건축의 전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조립식 유닛과 같이 개인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중성적인 갑옷’의 가능성을 재평가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건축가가 한 발짝 물러나는 관대함을 통해, 개인이 시각적, 물질적, 언어적 내러티브를 끌어내 독창적 공간을 만들도록 하는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관대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주거가 현대 건축의 필수적인 임무라고 주장한다.

 

관대하고 인간적인 건축의 본질적 이상

마지막으로 남프랑스의 시골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안 라카통과 쟝 필립 바살의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넘치고 우아한 소규모 주택과 사회주택 재정비 프로젝트에 특별히 주목했다. 이 프로젝트는 관대하고 인간적인 건축의 본질적인 이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창조적이면서 경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즉 대량생산된 조립식 벽, 멀리온, 내부 공간을 확장하는 유리 시트와 내부 공간을 따뜻하고 확산된 빛으로 채우는 반투명한 벽을 만드는 플라스틱 골판, 식당으로 개조한 온실 등이 건축 공간과 질에서 새로운 가치 기준을 만들어낸다.

건축과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심, 적을수록 좋다는 자세, 충분한 햇빛이나 적절한 공간, 그리고 발코니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거나 빠듯한 예산 계획을 세우고 위엄 있는 인테리어와 보기 좋은 외관으로 마감하는 것과 같은 실용적인 프로그램처럼 공간의 사용과 질에 정말로 중요한 것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맞춰진 리노베이션에 대한 헌신. 이 모든 것이 눈에 띄는 소비 기준에 물든 사회를 예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동시에, 그들이 지닌 우아하고 활기찬 미학은 피터 줌터의 매혹적인 모델이 갖고 있는 시적인 감각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공사기법을 기념하는 솔터 콜링리지의 도구이자 가구인 작품이 지닌 기발함을 떠올리게 한다. 공간과 건축의 생산을 압박하는 억압적인 세력에 대응하고 그 도전에 맞서는 프로그램과 디자인에서 그들이 보여준 혁신은 전도유망한 아방가르드의 출현을 알린다. 대중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고 떠돌다가 쫓겨나고 소외되는 현대사회의 노숙자를 위한 인간적인 집은 건축의 관대함으로써 인간의 성장과 존재를 뒷받침한다.

 

테츠카 아키텍츠, ‘후지 유치원’, 2007 (전시작업: 2018) ©Francesco Galli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개방성은 주제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나는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만큼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큐레이터가 ‘자유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환기시킨 일련의 연관성을 상상하고 생각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 자체가 ‘자유공간’이라는 주제가 제시하는 관대함을 설명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점은 다른 많은 너그러운 협동 작업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적, 본능적으로 즐거운 프로젝트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나는 관대함을 둘러싼 도덕적 담화의 부흥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유용하다는 점과 이것이 더 넓은 체계적 비판 대신이 아니라 그 비판에 대한 동반자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진행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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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ristotle, Nicomachean Ethics, Book IV (Cambridge, 1934); Lester H. Hunt, ‘Generosity’, American Philosophical Quarterly 12.3 (July 1975), p. 235.

2. Rene Descartes, The Passions of the Soul, translated by Stephen H. Voss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1989), Part 1, Ch. 22; Donald Rutherford, ‘Descartes’ Ethics’,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all 2017 Edition), Edward N. Zalta (ed.), web (accessed June 10, 2018).

3. Rutherford.

4. Descartes, quoted in Rutherford.

5. Rutherford.

6. All quotations taken from the curators’ roundtable discussion on 26 May 2018, Piccolo Theater, Arsenale, Venice.

7. Video by Case Design displayed as part of the exhibition, Corderie, Arsenale.​ 

 


앨리스 김
UC 버클리대학교에서 수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현재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집필 중인 현대 공항과 비행기 여행의 계보에 관한 『현대 공항』은 근대성, 개발주의, 자본주의 세계화의 상호 연결 역학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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