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동시대 미술관은 어디를 향하는가?: M+ ②

사진
케빈 마크, 비르길 사이먼 버트런드
자료제공
헤르조그&드 뫼롱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상단이미지 ⓒKevin Mak

 

2021년 11월 11일,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글로벌 현대 시각문화 뮤지엄’ M+가 개관했다. 2006년 미술관 설립이 확정된 이후 꼬박 15년이 걸린 끝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한 동시대 미술관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곳이 그려나갈 예술의 지형도는 어떤 장면들로 펼쳐질까? 기관으로서 미술관을 설립해나가는 과정과 이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을 각각 정도련(M+ 부관장), 윔 월샤프(헤르조그&드 뫼롱 파트너)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Kevin Mak
 

② M+의 공간과 건축: 유연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인터뷰 윔 월샤프 헤르조그&드 뫼롱 파트너 × 최은화 기자​ 

 

최: M+의 건축은 공모로 진행됐는데, 그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2009~2010년 M+가 전 세계 50여 건축가를 대상으로 미술관에 대한 가벼운 인상을 묻는 것으로 시작되어, 그중 쇼트리스트로 선정된 6팀에 대해 2012년 본격적으로 설계공모가 실시됐다. 일련의 설계 과정은 어떠했나?

윔 월샤프(월샤프): 일반적인 공모에 비해 좋은 영감을 많이 받고, 보다 역동적이며,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프로젝트다. 홍콩에서 열린 두 번의 현장 워크숍을 통해 M+의 큐레토리얼 부서를 포함하여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아이디어를 근본적으로 시험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M+가 컬렉션을 구축하는 동안, 동시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전시 공간을 세밀하게 다듬어갔다. 이렇게 한 기관이 설립 중인 미술관을 설계해본 건 처음이었다. M+와의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설계안을 훨씬 더 강력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고, 공동의 목표를 향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설계 과정은 전반적으로 매우 순조로웠고, 공모 때 제시한 우리의 설계안도 이후 크게 변경되지 않고 실제로 구현됐다.

 

최: 미술관이 위치하는 곳은 매립지인 데다 지하 에는 지하철이 아주 가깝게 지나가고 있다. 이 복잡한 대지 상황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헤르조그&드 뫼롱은 주어진 상황을 ‘발견(find)’하는 태도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발현됐는가?

월샤프: 당시만 해도 서구룡 문화지구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조성되는 과정에 있었다. 기존의 것을 활용해야 했던 다른 프로젝트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부재(absence)를 다뤄야 했다. 개간지에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대지 아래를 지나는 공항철도 터널(Airport Express Tunnel)은 현장 도면에서 점선으로 처리되어 있었고,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는 이 터널을 제약으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설계안에 통합하기로 결정하여, 그것을 미술관의 ‘발견된 공간(found space)’으로 탈바꿈했다. 다시 말해, 발견된 공간은 이 건물 자체를 땅에 고정하는, 거칠게 처리된 대규모 전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우리가 작업할 때 항상 찾고자 하는 것인데, 가령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지가 이미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 있는가? 우리의 디자인 과정에 영향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가? 이러한 접근 방법은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을 다룬 태도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기존의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적 접근 방식으로 다루고자 한다.

 


ⓒVirgile Simon Bertrand
 

최: 주요 구조로 메가 트러스를 사용했다. 땅 아래를 공항철도 터널이 가로지르고 있어서 수직 하중을 해결하는 문제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가? 

월샤프: 초기에는 터널이 골칫거리이자 피해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시공 기간 내내 터널은 터널대로 운영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이 터널을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재고하며 설계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움직이는 기차의 진동과 함께 대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터널을,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메가 트러스들을 걸쳐야 하는 형태로 바라봤다. 이 구조의 일부를 노출시키고 미술관 건물에 통합했다. 이로써 구조적 힘이 터널에서 벗어나 건물 자체 기반시설의 일부로 표현되어 드러난다. 이는 건축적 플랫폼이자 지형적 공공 조각이다.

 

최: 갤러리의 대부분은 화이트큐브지만, 일부 색다른 미감을 가진 공간도 있다. 천장-벽-바닥 전체가 대나무로 감싸진 갤러리라든가, 야외 중정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간들은 오늘날 미술관 건물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특히 M+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월샤프: M+는 미술만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디자인, 건축, 영상 등 시각문화를 아우르는 미술관이다. 이 건물은 다양한 종류의 전시 공간을 갖춘 일종의 플랫폼이다. 발견된 공간처럼 구조 콘크리트를 노출시킨 대규모의 갤러리부터 대나무로 모두 마감된 작은 규모의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비율, 재료, 빛의 질 등이 다양한 공간으로 튼튼하고 유연해야 했다.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은 변할 것이고 미술관은 이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Kevin Mak

 

최: 미술관은 외부를 향해, 주변을 향해 열려 있다. 아래 대지에 위치한 공원과 맞닿아 있고, 옥상정원에 올라가서 홍콩의 전망을 볼 수 있으며, 소장품 보존·보관 시설(CSF: Conservation and Storage Facility)의 일부는 1층에 위치한 데다 커다란 창문까지 있어 사람들이 마치 쇼핑몰의 윈도를 보듯이 미술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월샤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은 사방으로 열려 있고, 건물 안에서 이동하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방문객의 동선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의 측면뿐만 아니라 공간을 돌아다니는 데에도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 1층은 매우 개방적이고, 투과성이 크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외부 공간이 확장된 듯 1층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원이 건물 안까지 계속 이어지도록 했다. 재료의 표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건물 외피에 사용된 세라믹 파사드는 내부에서도 반복되며 바닥 마감은 동일하게 이어진다. 내부와 외부 사이에 문턱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매우 의식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에 신경을 썼다. 이러한 도시적 내부 공간은 사람과 예술 사이에 교류의 장을 만들고, 사람들이 미술관에 와서 건물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며,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보호된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전시 공간은 CSF와 사무 공간과 조합되어 M+ 전체를 구성한다. 이러한 조합은 개별 건물이 아닌 건물들의 군집으로서, 앞으로 몇 년간 광범위하게 성장할 이 지역의 강력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 앞서 언급한 세라믹 파사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감 재료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어떤 사항들을 고려했는가?

월샤프: M+ 주변은 유리와 금속으로 덮인 전형적인 사무용 혹은 주거용 건물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이 뻔한 팔레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M+는 미술관이자 랜드마크이기에 다른 건물들과 구별하고자 세라믹을 선택했다. 세라믹은 아시아의 맥락에서 중요한 건설 자재로써 전통이 매우 깊다. 마감재로 높은 내구성을 가지며 높은 온도와 습도, 바람과 같은 홍콩의 극한 기상 조건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할 수 있다. M+ 파사드의 너와형(shingled), 곡면형(vaulted) 모듈은 물을 내보내는 작은 수로의 역할을 한다. 세라믹 모듈들은 기계로 만들어졌지만 유약 처리 과정을 통해 약간의 차이를, 특히 각각 표면의 질감에서 그 차이를 내며 핸드메이드의 퀄리티를 낸다. 짙은 녹색은 외부 조건에 따라 변하며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황록색에서 거의 검은색으로 변한다.

 


ⓒKevin Mak

 

최: 워터프론트를 향해 서 있는 66×110m의 거대한 파사드는 이미지나 영상을 송출하는 스크린으로 사용된다. 입면을 단순히 피복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는 이제까지의 헤르조그&드 뫼롱의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입면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자 갤러리로 작동한다. 이를 구현하면서 기술적 문제는 없었는가?

월샤프: LED 스크린은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인데, 심지어 홍콩 섬에서도 보인다. 이 파사드는 M+ 건물을 홍콩의 도시 스카이라인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며, 큐레이터나 예술가의 콘텐츠를 내보이며, 사람들을 미술관으로 초대한다. 정보가 활성화되면 즉시 모양을 바꿀 수 있어 M+가 지속적으로 새로워질 수 있는 장이 되게 해준다. 이는 홍콩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LED 스크린과는 매우 다른데, 수평 루버를 배치함으로써 훨씬 더 촘촘한 해상도를 내기 때문이다. 필요한 요소들은 이미 차양으로 구현되어 있었고, LED 튜브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우리는 바젤 기반의 아이-아트(i-art)와의 협업을 통해, 가까운 건물 옥상정원에서부터 저 멀리 2km 떨어진 곳에서도 스크린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안을 고안해냈다. 항상 교차하는(alternative) 두 개의 LED 도트를 제작해 하나의 빛은 아래를 향하게, 다른 하나는 바깥을 향하게 하여 각각의 거리에 맞춰 빛의 밝기가 달라지도록 했다.

 

최: 긴 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특히 완공을 앞둔 시점에는 팬데믹까지 겪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월샤프: 우리는 정기적으로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건물의 구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것이 불가능해졌고, 현지 파트너들인 TFP  파렐즈(TFP Farrells), 에이럽(ARUP), 헤르조그&드 뫼롱 홍콩 팀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시공 단계를 밟아나갔다. 다행히 매우 원활하게 진행됐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외 출장은 사진, 비디오, 영상회의로 대체됐으나 모두의 기여를 통해 훌륭하게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Kevin Mak


▲ SPACE, 스페이스, 공간


윔 월샤프
윔 월샤프는 주거, 상업, 기관 프로젝트 등의 협업부터 개인 작업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로서 폭넓은 경험을 한 뒤 2007년 헤르조그&드 뫼롱에 합류했다. 홍콩 M+, 런던 테이트 모던, 바젤 헬싱키 드레이스피츠 등에서 파빌리온부터 고층 빌딩까지 설계를 담당했다. 콘셉트부터 완공까지, 건설 기초에 대한 지식과 실천적인 접근을 토대로 작업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헤르조그&드 뫼롱의 어소시에이트가, 2014년에는 파트너가 됐다. 벨기에 브뤼셀의 LUCA를 1993년 졸업했고, 벨기에 겐트에 위치한 로브레츠 엔 뎀에서 8년간 근무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