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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관은 어디를 향하는가?: M+ ①

사진
케빈 마크, 로크 쳉
자료제공
M+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상단이미지 ⓒLok Cheng

 

2021년 11월 11일,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글로벌 현대 시각문화 뮤지엄’ M+가 개관했다. 2006년 미술관 설립이 확정된 이후 꼬박 15년이 걸린 끝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한 동시대 미술관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곳이 그려나갈 예술의 지형도는 어떤 장면들로 펼쳐질까? 기관으로서 미술관을 설립해나가는 과정과 이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을 각각 정도련(M+ 부관장), 윔 월샤프(헤르조그&드 뫼롱 파트너)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메인홀 ⓒKevin Mak
 

​ M+의 운영과 방향성: 미술관 그 이상을 향하여

 

인터뷰 정도련 M+ 부관장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M+는 ‘현대 시각문화’를 주제로 하는 아시아 첫 번째 글로벌 미술관이다. M+가 목표로 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도련(정): 현대 시각문화는 간단하게 둘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현대(contemporary)’라는 시기는 보통 제2차 세계대전 전후부터 현재까지 약 70년의 시간을 지칭한다. 전쟁이 끝난 1945년을 시작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M+는 1949년을 특히 주목한다.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 수립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각문화(visual culture)’는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시각적인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 조각 등의 순수미술(fine art)부터 디자인과 건축, 그리고 영화를 포함한 대중문화(popular culture)까지 모두 포섭하는 ‘뮤지엄’이 되고자 한다. 2006년 M+ 건립이 확정되기 전,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기관의 정체성에 대한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디자인 미술관, 대중문화 미술관, 순수예술 미술관, 홍콩 수묵화 미술관 등 여러 제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그것들을 개별적으로 조성하지 말고 전체를 두루 아우르는 하나의 기관을 만들자고 의견 수렴이 됐다. 20세기 미술관 그 이상(more than museum)의 21세기형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M+’라는 가칭도 붙었었는데 그 자체가 브랜딩이 돼서 공식 명칭이 됐다.

 

최: 오늘날 다양한 예술을 아우르는 미술관은 ‘현대미술관’으로 통용되는데, ‘현대 시각문화 미술관’은 어떻게 다른가?

정: 미술관 혹은 박물관의 역사(history of museum), 큐레이팅의 역사(curatorial history)의 관점에서 봤을 때, M+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완전히 새롭게 시도한 것은 아니다. 20세기의 미술관을 보면, 이미 그때부터 예술이 예술 안에서만 존재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다른 분야와 상호 관계를 맺으려는 실천들을 해왔다. 1929년 개관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설립 3년 만에 곧바로 건축과 디자인 부서를 만들었고, 약 50년 뒤인 1977년 개관한 퐁피두센터는 시작부터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구조를 조직적, 프로그램적으로 구축했다. 우리 앞에 있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궤적의 일부가 되기를 인정하고 열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층 아트리움 ⓒKevin Mak
 

최: 2013년 M+의 부관장으로 임명됐고 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그동안 중요하게 다룬 과제들은 무엇이었나?

정: 크게 네 가지로 나뉠 것 같다. 건물, 스태프, 컬렉션, 프로그램. 우선 건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M+는 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안이 마련됐다. 헤르조그&드 뫼롱이 당선되어 2013년 9월 M+와 첫 번째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할 때 나도 첫 출근을 했다. 큐레이터의 입장에서는 미술관 건물을 새로 만들 때 건축이 우위에 서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를 더 염두에 두길 바라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걱정이 하나도 안 됐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 미술관을 설계한 경험이 많은 스튜디오인만큼 전시 공간의 규모와 비율, 관람객과 직원의 동선, 자연광 같은 환경에 대한 세밀한 조정 등에 대해 너무나도 능숙했다. 디자인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었지만, 시공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전례 없는 유형의 건물이라 홍콩 정부 내의 담당 부서들로부터 이해를 얻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법과 규정을 따라서 허가를 거쳐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호 간의 의견을 나누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최: 미술관 전체 면적의 26%를 차지하는 1만 7000m2가 전시 공간에 할당된다. 총 33개의 갤러리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 M+는 넓은 수평의 볼륨 위에 얇은 수직의 타워가 서 있는 형태다. 수평 볼륨을 플랫폼 혹은 포디움이라고 부르는데, 이곳 2층에 대부분의 전시 공간이 위치한다. 포디움은 동서 방향으로 110m, 남북 방향으로 130m의 크기다. 축구장 두 개를 합친 정도의 아주 큰 규모다. 1층 로비를 거쳐 2층으로 올라가면 사각형 포디움의 중앙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을 기점으로 전시장이 동서남북으로 나뉜다. 1/4의 공간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공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웨스트갤러리(West gallery)는 1600m2 규모의 단일한 공간이다.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라서 특별 전시, 기획 전시를 하는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노스갤러리즈(North galleries)는 작게는 200m2부터 크게는 800m2 크기의 갤러리 아홉 개가 조합되어 있다. 이스트갤러리즈, 사우스갤러리즈도 마찬가지로 저마다 다른 크기와 비율을 가진 공간들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M+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전시들을 돌아가며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갤러리 외에도 중정, 1층의 로비인 메인 홀,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The Studio)와 ‘발견된 공간(found space)’ 등에서도 전시가 가능하다.

 


‘M+ 시그 컬렉션’​ 설치전경 ⓒLok Cheng

 

최: 스태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현재 M+는 어떤 부서, 어떤 사람들로 조직되는가?

정: 너무 많은 부서(department)로 세분화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기관이 커질수록 부서가 고립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지 않는가. 우리는 보다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부서는 세 개뿐이다. 큐레토리얼(curatorial), 수집&전시(collection & exhibition), 미술관 운영(museum operations)이다. 큐레토리얼 부서는 세부적으로 세 팀으로 나뉘는데, 교육을 담당하는 러닝팀(learning team), 리서치부터 수집과 전시를 담당하는 큐레토리얼 어페어스팀(curatorial affairs team), 지금 당신이 하듯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출판을 담당하는 디지털&에디토리얼 콘텐츠팀(digital and editorial content team)이 있다. 그중에서 디지털&에디토리얼 콘텐츠팀이 큐레토리얼 부서에 속하는 것은 국제 미술관계 내에서 조금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기관의 홍보부서나 마케팅부서에 속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큐레토리얼 자체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서 한 팀으로 꾸렸다. 수집&전시 부서는 미술관과 전시의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부서로, 작품의 컨디션과 위치 등을 기록하고 파악하는 레지스트라(registrar), 작품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복원가(conservator), 설치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트 핸들러(art handler)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운영 부서는 기관의 경영과 운영을 담당한다.

 

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알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가?

정: 물론이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M+에 직원이 약 20명 남짓했는데 지금은 10배 이상 많아진 약 220명 정도가 있다. 대략 30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홍콩이라는 국제적인 도시에, 글로벌 뮤지엄을 세우려는 미션이 있었기에 여러 나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당연한 전략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의식들이 교류하며 M+의 DNA를 설정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띵스, 스페이스즈, 인터랙션즈(Things, Spaces, Interactions​)> 설치 전경 ⓒLok Cheng

 

최: M+의 소장품과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난 2020년 한국에서 열린 연구포럼 ‘부재하는 아카이브: 디자인, 건축, 시각문화’에서 요코야마 잇코(M+ 디자인건축 학예팀장)는 디자인과 건축에 관련하여 1700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현재는 어떠한가? M+의 작품 수집 현황과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 시각미술(visual art), 디자인과 건축(design and architecture), 영상(moving image)이라는 세 분야를 중점 삼아서 각각 세 개의 컬렉션을 구축하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여 담론을 생성하는 하나의 컬렉션으로 형성해 나아가는 중이다. 우선 ‘M+ 시그 컬렉션’은 본래 스위스 출신의 컬렉터 율리 시그의 소장품이었다가 M+로 기증된 1500여 점으로 구성된다. 아이웨이웨이, 팡리준, 웨민쥔 등 지난 30년간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M+ 컬렉션’은 시각미술, 디자인과 건축, 영상을 모두 아우르는 컬렉션이며 ‘컬렉션 아카이브즈’는 특히 건축과 디자인과 관련한 사진, 도면, 서신 등의 형식으로 된 기록물들이 많이 포함된 컬렉션이다. 마지막으로 ‘라이브러리 스페셜 컬렉션’까지 합쳐서 ‘M+ 컬렉션즈’라고 컬렉션을 복수로 명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컬렉션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건축과 디자인에 관련한 작업들도, 2년 전에 잇코가 말한 것보다 늘어나 지금은 약 2200~2300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5만 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최: 건축 및 디자인 관련 작품들은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는가?

정: ‘컬렉션 아카이브즈’는 기증을 많이 받았다. 건축과 디자인에 관련한 유물들은 안타깝게도 거의 시장 가치가 없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시장성이 없으므로 누군가가 관심을 들여서 다루지 않으면 결국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기관으로서 “기록하고(catalog), 디지털화하고(digitize), 계속해서 연구하고(research), 전시하겠다(exhibit)”고 말하면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흔쾌히 기증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중에서 예외이면서 특히 중요한 예가 되는 것은 아키그램의 1960~1970년대 작업의 거의 90%를 대표하는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국의 기관들이 이렇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아카이브를 소장할 기회를 유보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키그램은 유럽의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20세기 중반에는 상상만 했던 건축들이 지금 아시아에서, 특히 중국과 홍콩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영향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수집을 결심했고,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었다.

 


<홍콩: 이곳과 저너머(Hong Kong: Here and Beyond)> 전시 전경 ⓒLok Cheng 

 

최: 작품 수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가? 결정에 있어서 기준으로 삼는 가치는 무엇인가?

정: 수집은 큐레토리얼 부서가 온전히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사항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와 함께 회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 1년에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데, 그때 우리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수집을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우리 부서 안에서는 지속적으로 ‘이것이 M+의 미션과 부합하는가’, ‘이것이 작가 혹은 건축가의 작품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건축가의 작업일 경우에는 이것을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들을 곱씹는다. 함께 토론하며 작품들을 선별하여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큐레토리얼 부서 안에서 투명하게 공유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각미술, 디자인과 건축, 영상으로 주요하게 다루는 분야는 다를지라도 다른 팀은 어떤 작가, 어떤 주제에 주목하고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 약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M+가 개관했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할 것 같다. M+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정: M+는 2021년 11월 개관했다. 글로벌 뮤지엄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관광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왜 개관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홍콩 정부에 의해, 홍콩 세금으로 세운 공공기관인만큼 우선 홍콩 시민을 위해서 오픈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오픈 이후 하루에 약 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홍콩 인구가 약 75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큰 숫자다. 이곳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요즘 체감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관람객들이 이 커다란 스케일의 미술관에 들어와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지금 이 시기가 M+와 홍콩 시민 모두에게 일종의 교육 기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로컬 퍼블릭을 교육하고, 동시에 우리도 로컬 퍼블릭을 반영하는 과정을 겪을 것 같다. 조금 더 멀리 보자면 계속해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바뀌어가는 과정 속에서 미술관도 적응을 하고, 기존에 우리의 비전과 미션 등을 거듭 확인하고, 공공기관이자 글로벌 뮤지엄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재고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겪을 것 같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정도련
정도련은 M+의 부관장이자 총괄 큐레이터다. M+가 주요하게 다루는 디자인과 건축, 영상, 시각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수집, 전시, 교육, 공공 프로그램, 디지털 이니셔티브 등의 큐레토리얼 활동과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M+에 합류하기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1999~2000), 미네소타 워커 아트센터(2003~2009), 뉴욕 현대미술관(2009~2013) 등에서 일했으며 200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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