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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인터뷰 - 정다영

16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16기 SPACE 학생기자단이 ‘다시 보는 「SPACE」’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콘텐츠는 월간 「SPACE(공간)」에 게재된 프로젝트, 이슈, 인물 등을 되짚어보는 인터뷰 시리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1. 서재원, 이의행(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오렌지주스맛 단단집
2. 이진오, 박인영(건축사사무소 SAAI): 어쩌다가 건축으로 만난 인연들
3.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건축의 일부와 일생
4.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건축으로 교감하기
5.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벌거벗은 진솔함​
6. 정수진(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삶과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집
7. 윤승현(건축사사무소​인터커드): 비움, 채움, 이음 
8.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문화행동이 문화가 되기까지 ​

 

 

 

월간「SPACE(공간)」 2021년 2월 639호 106~107쪽​

 

전시, 건축의 일부와 일생


​인터뷰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 김재희, 안서경, 유아림, 이화연(16기 SPACE 학생기자단​)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안녕하세요. ‘다시 보는 공간’ 인터뷰 프로젝트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프로젝트는 완공된 건물이 지금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되짚어보고, 사용자와 건축가 그리고 저희와 같은 건축학도의 입장을 두루 모으는 시도에요. 이 작업도 건축 아카이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다영: 네. 저는 이런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축물을 조명할 때 중요한 건 “건물의 생애주기에 맞춰서 어떻게 추적하고 기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아직까지는 잘 논의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에는 사람들이 건물의 생애주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또 오늘날 화두인 '재생'도 기록으로 남은 자료, 지난 자료와 현재 상황의 비교, 그에 대한 논의 등을 끊임없이 시간의 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실 무엇을 기록한다는 건 그 대상 자체가 이제 사라질 것임을 예정하고있다는 의미도 있어요. 둔촌주동아파트 같은 경우에도 재개발되어 사라질 환경에 처했고, 그에 관한 기록물이 나왔죠. 앞으로 우리는 “현재 진행형의 건물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생각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최근 건축을 주제로 하는 독립 출판물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정다영: 건축이 어떻게 보면 무거운데, 새로운 출판물이나 시도들을 통해서 건축이 가볍게 소비될 수 있어서 좋게 봐요. 진지한 담론도 중요하지만, 책이 어렵다는 이유로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건축이 부담 없는 소비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해요. 독립 출판물들 덕분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우리 세대가 실제 건물을 가질 수 없더라도 책을 통해서 건축을 소비하고 이야기할 수 있죠. 건축에 대한 소비와 대화의 대상이 경쾌해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16기 SPACE 학생 기자단: 요즘엔 TV 예능프로그램으로도 건축을 다뤄요.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건축탐구-집’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사람들이 공간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증거겠죠?

정다영: 저는 이러한 관심이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방송계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건축계에서 주도권을 잡았으면 해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학교’, ‘오픈하우스서울’ 같은 프로그램들이 지속되면서 건축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아져야 해요. 지금까지는 건축 보다 라이프스타일, 문화 디렉팅 같은 분야에서 이 이슈를 발전시키고 있어요. 건축계가 흥미로운 브랜딩 언어를 개발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건 건축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건데, 지금 상황은 좀 아쉽죠. 이런 부분은 건축가 스스로가 주도할 필요가 있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대중과 건축의 사이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시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들로는 무엇이 있나요?

정다영: 가장 우선시하는 건 전시를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에요. 전시나 작품을 적합하게 설명하는 원고, 작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조명 등 무대부터 제대로 갖추려고 해요. 그렇지 않은 상태로 작가를 초대하는 건 건축가를 존중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이런 것들도 큐레이팅의 영역이에요. 그래서 큐레이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건축 큐레이터는 해야 할 것이 더 있어요. 건축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을 전시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예를 들어 캡션을 달 때도 회화, 조각, 영상 등의 작품들은 그 동안 미술관이라는 제도에서 따른 고유한 문법이 있어요. 저도 이 문법을 대체적으로 따랐지만 어느 순간 그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건축 고유의 문법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우리가 어떻게 고안하고 제안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동시대 건축가들은 도면을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그리잖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파일을 전시나 아카이빙할 때에는 어떻게 명명할 건지 형식적인 지점이 중요해요. 이런 부분 때문에 저는 전시를 볼 때 텍스트가 어디 있는지, 캡션이 어디 붙어있는지 등을 눈 여겨 봐요. 

 

월간「SPACE(공간)」 2018년 10월 611호 26~27쪽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글, 사진, 도면, 모형 등의 전시 자료들을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성할 때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다영: 제가 에디터에서 큐레이터가 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2차원의 지면을 3차원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이었어요. 납작한 평면의 글을 공간으로 옮긴다면 그것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에디터 입장에서 건축가가 표현한 기존의 언어를 해석하고 비문을 고치고 글을 순화시키는 것들은 기본적인 과정이에요. 전시장에서는 이것들을 다시 3차원이라는 전시장에 입체적으로 풀어놓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원고의 시각적인 높낮이같은 것들은 물론, 이미지도 두께가 있는 입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액자의 깊이, 여백 등도 고려해야 하죠. 특히 건축 전시에서는 도면이 중요해요. 도면은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는 이미지에요. 도면을 전시할 때는 선의 두께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생략해도 되는 건지 등의 엄청난 논쟁거리가 있죠. 도면뿐만 아니라 모든 전시 자료들을 최대한 정제하고 순화한 이후에 전시에 맞는 문법으로 3차원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전시는 또 책으로 기록되고, 또 책이 전시되기도 하는데 건축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두 방식의 장단점이 있나요? 

정다영: 책은 ‘기승전결’의 논리 구조를 쉽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이슈를 구조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면, 전시는 파편의 집합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책에서 1장과 2장의 내용이 느닷없이 건너뛰면 어색한데, 전시에서는 배치의 건너뜀에서 오는 시퀀스가 오히려 더 흥미롭게 여겨질 수 있거든요. 물론 독서의 경험도 다양할 수 있지만 책을 선형적으로 읽는 것과, 내용을 약간 건너뛰더라도 배치에서오는 흥미나 대응 같은 것들을 경험하는 전시를 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시는 섬처럼 존재하는 여러 파편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흥미로운 내용을 도출해낼 수 있어요. 그렇지만 결국 지면과 공간이라는 매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요. 그래서 저는 전시 도록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면과 공간이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건축 전시가 비전공자, 대중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정다영: 첫 번째로, 전시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그건 건축전시만의 특수한 사항은 아니고 큐레이터라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하는 상황이죠. 다만 건축은, 전공자들이 출판과 전시의 문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 오는 어려움들이 있어요. 건축 큐레이터들이 그런 부분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비전공자들과 일반 대중들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해요. 두 번째는, 전시의 정확한 세팅이 중요해요. 아주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어서 브로슈어를 제 시간에 준비하고, 정확한 내용의 캡션을 달고, 잘 번역된 글을 준비 하는 등이요. 기본 형식을 잘 짜야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도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건축 전시에서 건축이라는 것보다는 전시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형식적인 것을 제대로 조직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전시는 하나의 자기장 같은 공간이에요. 무언가를 놓음으로써 엄청난 힘들이 생겨요. 전시를 위해 계획된 곳에 특정한 것을 배치하는 것과 그냥 그곳에 두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에요. 전시라는 것은 결국 +-극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판인데 그 판에 발을 디디는 것과 밖에서 그냥 바라보는 것은 다르죠.​ 

 

월간「SPACE(공간)」 2017년 10월 599호 114~115쪽

 

16기 SPACE 학생 기자단: 작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서 전시가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례가 늘어났어요. 온라인 전시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 같은데, 여기서 바라보는 한계점 혹은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다영: 개인적으로 전시는 물리적인 공간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대체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온라인 전시도 단순히 작품이나 공간을 촬영했다고 해서 그게 전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온라인 전시는 그 자체가 완전히 다른 매체이고 다른 경험을 주는 일이라 호명 자체가 달라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다만 최근 온라인 전시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스스로 현상과 주제를 보는 데 있어서 시야가 확장될 수 있었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도시나 건축을 바라볼 때 일반적인 사람의 눈높이가 아니라 드론, 3D스캐너 같은 다양한 시선들로 현상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같은 것들이요. 이처럼 이제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도시를 볼 필요가 생겼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떤 공간을 연구할 때 과거에는현장 연구, 직접 연구, 문헌 연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항공 지도나 디지털 툴을 이용한 빅 데이터 분석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디지털 매체를 결과물이 아닌 방법론으로 끌어들이고자 하고 있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건축 큐레이터를 꿈꾸는 건축학도들에게 조언의 한 마디를 부탁드려요.

정다영: 본인이 속한 세대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봤음 해요. 같은 세대의 건축가, 기획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큰 주제를 잡기보다는 지금 나의 동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챙겨 보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요. 그 세대를 기록하고 관심 있게 추적할 만한 어떤 언어를 발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성공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했거든요. 아무튼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오랫동안 관찰한다면 본인만의 큰 자산이 될 거에요. 예를 들어서,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대표)은 「SPACE(공간)」 기자 때부터 조병수 같은 동시대 건축가들을 계속 취재했고, 20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오픈하우스서울을 통해서 조병수를 주목했어요. 그곳에서 던진 질문들을 보면 한 건축가를 단지 몇 번 만나서는 던질 수 없는 질문들이에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 아주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대상을 설정하고 그 대상을 따라서 자기 관심사를 추적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전공을 정할 때도 굳이 큐레이팅 학과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건축에 대한 무언가를 계속 하고 싶다면 건축학을 전공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아니면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문화기획으로 가도 좋고요. 어쨌든 스스로 평생 공부할 분야라고 생각하고 선택해야 해요. 사실 평생 큐레이터 안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획이라는 범주 안에서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하는 거죠. 다만 저 같은 국공립 미술관의 학예사같은 경우는 학위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어떤 측면에서 저도 석사 학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미술관에서 일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때 만해도 미술관에서는 건축 전공자를 뽑지는 않았는데 제가 대학원 졸업할 때 우연히 기회가 생겼던 거에요. 그러니까 기회가 오기 전에 준비를 해두는 게 중요해요. 너무 어르신 같은 말이지만, 시간은 빨리 지나가니 이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웃음) ​ 

 

정다영 ×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인터뷰 현장 

 


정다영
정다영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건축 부문 전시 기획과 연구를 맡고 있다. 시각문화를 매개로 한 건축의 다양한 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천으로 동료들과 함께 정림건축문화재단의 〈CAW: 건축 큐레이팅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기획한 주요 전시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2014),〈아키토피아의 실험〉(2015), 〈보이드〉(2016),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김중업 다이얼로그〉(2018) 등이 있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를 비롯해 여러 책을 다른 연구자와 함께 썼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해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전을 선보였다. 현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디자인문화연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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