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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REVIEW] 도시계획과 도시 이미지 관리를 위한 도구로써의 문화시설

클라스 크레세, 말타 크말로 크레세 바스토스
자료제공
클라스 크레세, 말타 크말로 크레세 바스토스
진행
최은화 기자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산업 그 너머의 박물관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생산하면서 아카이브·전시·교육·연구 활동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성장하겠다”는 포부는 높이 살 만하다. 건축이 문화적 산물이라는 관점과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관점 모두를 아우르며 모호했던 건축 직능 개념을 하나로 포괄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공예품,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는 전통적 문화공간에서 벗어나 문화 정체성을 개발하기 위한 장소이자 공간의 가치와 교육 및 실험의 장소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러한 포부는 한국의 건축 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더하고 건축산업 전반에 긍정적 자극을 준다. 

하지만 국립도시건축박물관과 같은 ‘거물급 제도 장치’를 만드는 것은 건축의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거대한 문화시설은 새로운 경제효과를 창출해내는 힘뿐 아니라 기존의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박물관을 어디에 지을지 결정하는 작업은 도시개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략적 가치가 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종과 같은 행정중심복합 ‘신’도시에서는 박물관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거주적합성(livability)을 향상시켜 지역경제를 다원화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연계해 세종의 매력을 끌어올려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도시계획의 전략적 도구로써 이 박물관의 잠재력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너무 무신경한 처사일 수 있다. 

 

서울과 세종의 주요 건축 및 도시관련 기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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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의 도시계획적 측면 

서울은 인구의 집중이 과속화되고 경제 및 문화 활동이 편중되는 도시화 현상의 중심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경제문제로 이어지며 주거문제, 사회간접자본 투자(social overhead investment) 저조 등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우리 모두가 겪는 것이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여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논리는 오히려 인구 과밀을 가중시키며 문제를 악화시킨다. 정부의 개입과 탈중앙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문화시설을 개선하거나 지방 소도시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형식으로 개입하지만,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거주적합성을 개선하는 등의 유화적 정책을 통해서도 액션을 취할 수 있다. 문화적 제도 장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중앙화를 위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대중의 인식을 바꾼다는 점이다.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문화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문화가 주도하는 도시개발 효과는 스페인 빌바오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빌바오에 일어난 도시 르네상스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구겐하임 빌바오 뮤지엄은 전략적 자산이자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놓았다. 마케팅적으로 빌바오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다. 하지만 프랭크 물라에와 아란차 로드리게스가 언급했듯 ‘빌바오 효과’는 단일 건축물이 이뤄낸 성과가 아닌 “공간 설계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 전략적인 계획 수립 및 거대한 규모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이 통합된 결과다. 사실 거대한 규모의 도시재생 전략은 이러한 메트로폴리탄 계획안의 원동력으로 작동하며, 상품으로써의 문화가 아닌 자원으로써의 문화를 강조한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이 세종에 위치하는 일은 서울의 건축산업에 큰 손실이라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서울과 세종에 위치한 도시건축 관련 주요 문화 인프라 시설의 현황을 통해서 반박하고자 한다. 세종에 비해 서울에는 문화시설, 교육기관, 도시건축과 관련한 시설, 건축 및 도시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많다. 서울에서는 국제적 행사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며, 건축 관련 국립 연구기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종의 문화 생태계는 규모가 작다. 우리 스스로도 문화 행위의 밀도가 높을수록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고, 그렇기에 박물관이 서울에 위치하게 되었을 때 야기할 건축 인프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서울에 그 어떤 새로운 기관이 설치된다고 한들 과연 얼마나 대단한 개선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문화정책과 창조산업

건축과 도시는 도시계획 관점에서 볼 때 흥미로운 문화정책 영역이다. 문화산업 안에서도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기도 한 문화산업 분야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의 전통적 개념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문화 정체성을 전수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제외한다면 직접적으로 이익을 내는 분야는 아니다. 문화산업의 현대적 해석은, 누군가에게는 활력 넘치고 생기가 도는 도시건축 생태계를 일컬을 수도 있지만, 고도로 훈련된 지적 노동자들의 창의성에 의해 돌아가는 이익추구 활동으로, 창조경제 개념에 가깝다. 

건축 및 도시 산업은 세종과 같은 단일 기능 도시의 지역경제를 다원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유물과 관련한 관광산업을 장려하고,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고, 지식기반의 도시건축 창조경제를 새롭게 키워나가며, 지역건축가들의 혁신적이고 실험적 노력들이 쌓이면서 말이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거시적 관점에서 앵커시설로 기능하여 중소형 건축 프로젝트와 도시 관련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자금을 확보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데이비드 헤스몬달프와 앤디 프랫의 아이디어에서처럼, 창조산업에도 깊이가 더해져 문화상품의 생산자, 참여 주체, 소비자를 포함해 모든 관련 산업체 역시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도시계획가, 건축가뿐만 아니라 학예사, 비평가, 사진가, 그래픽 디자이너, 도시지리학자 등 다양한 직업을 아우를 것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건축적 야망을 지닌 중소형 건축 스튜디오들은 종종 문화시설, 대학교,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개설된 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네덜란드는 각 기관의 제도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건축도시 풍경을 만들어냈다. 전략적으로도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을 짓는 것으로 국토개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시도는 현명하다. 다만, 위험이 없지만은 않다. 

 

문화시설과 관련 산업체(도시계획가, 건축가, 학예사, 비평가 등) 

 

위협들

이 전략과 함께 수반되는 위협은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비전문적이고 피상적인 개발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의 입지는 여러 조건을 수행하는 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을 활용한 전략적인 도시개발은 산업혁명이 흔적을 남긴 유럽의 도시인 영국 런던, 독일 에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빌바오 등에서 수행된 것들이다. 유휴지로 전락한 산업혁명 시기의 오래된 건물들이 자산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작업과 실험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시키거나 그 자체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제인 제이콥스는 임대업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오래된 건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인들은 간접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며, 낡고 오래된 건물의 낮은 임대료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종은 새롭게 건설된 행정도시로 신축 건물이 대부분이다. 일원화된 건물 구성과 노후화된 건물의 부재로 인해 새로운 창업자들을 맞이할 충분한 유휴 건물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학교 같은 국가 차원의 기관이 없기 때문에 고용을 창출하고 국제적 수준의 행사를 주최하여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새로운 박물관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새로운 지식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면, 도시건축 분야와 관련된 정책과 기관의 보다 큰 네트워크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는 나아가 비정규직 및 파트타임 일자리, 업무 공간의 임대료 등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고, 이상적으로는 인재 개발을 위한 펀딩 메커니즘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공모 이전인 2009년과 2012년에 건축공간연구원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작성한 문서들을 보면 박물관 설립과 관련한 공모의 취지가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문서들은 각기 다른 기관에서 작성된 것이고, 지금과는 시차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부족한 점들이 세심하게 계획되고 이행된 건축정책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지역경제 다원화, 거주적합성의 개선, 세종에 대한 인식개선 등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국토개발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 불평등 문제 역시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한국에 떨어진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 클라스 크레세, 말타 크말로 크레세 바스토스)

 

 

 

References

1. Hesmondhalgh, D., & Pratt, A. (2005). 'Cultural Industries and Cultural Policy'.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olicy, vol.11(1), 13. doi:0.1080/10286630500067598

2. AURI. (2009).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건축박물관 건립계획 수립연구 ('A Study on Establishment Planning for Urban Architecture Museum in Multifunctional Administrative City'). On, Young-Tae, 621. 

3. Jacobs, J. (1961).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New York: Vintage.

4. Kresse, K. (2016). 'Dutch Architecture Policy and Institutional Infrastructure since the 1990's'. Architectural research, 18(2), 49-58. doi:10.5659/AIKAR.2016.18.2.49

5. Miles, S., & Paddison, R. (2005). 'Introduction: The rise and rise of culture-led urban regeneration'. In: Sage Publications Sage UK: London, England.

6. Multifunctional Administrative City Construction Agency. (2012). 국립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 ('Study on the establishment of the basic plan for the construction of the National Museum'). Kang, Cheol-hee, 116. 

7. National Agency for Administrative City Construction. (2020). International Design Competition for Korean Museum of Urbanism and Architecture. 1, 21. 

8. Rodriguez, A., & Martinez, E. (2003). 'Restructuring Cities: Miracles and Mirages in Urban Revitalization in Bilbao'. The Globalized City: Economic Restructuring and Social Polarization in European Cities, 181-207.


▲ SPACE, 스페이스, 공간


클라스 크레세
클라스 크레세는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네덜란드 네이메헌에 위치한 라드바우드 대학교 경영연구소에서 도시계획 및 토지관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OMA, 서울대학교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말타 크말로 크레세 바스토스
말타 크말로 크레세 바스토스는 한양대학교 도시계획공학과 교수다. 포르투갈 루시아다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에서 도시개발전공으로 부동산 및 주거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OMA, AHH에서 근무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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