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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재활용집합체’

자료제공
AZPML, UKST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인터뷰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AZPML 대표, 김유경 UKST건축사사무소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공모는 박물관을 ‘생동하는 박물관’으로서 ‘자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생산하면서 아카이브·전시·교육·연구 활동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성장하는’ 곳으로 만든다는 목표가 있었다. 설계공모 지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했나?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자에라-폴로): 우리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실제 건축물을 담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된 전 세계 최초의 건축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건축물의 일부분이 박물관 건물의 물리적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재활용집합체’는 다양한 건물의 일부분들을 콜라주처럼 포함하고 결합하는 비계로서 계획됐다. 건물의 파사드는, 마치 학예사가 전시장을 다루듯, 미래의 학예사들이 큐레이션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우리는 각 요소들의 뚜렷한 집합체로서 디자인을 다루며, 대중들에게 어떻게 건축이 지어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렇듯 집합체라는 개념을 채택하여 큐레이션에 있어서 거의 무한한 유연성을 제공하고자 한다. 모든 것은 바뀔 수 있고, 이는 건축의 부분들을 배치하기 위한 비계이자 선반이다.

 

최: 설계안 재활용집합체에서는 1960~1970년대에 건설된 고가도로의 교량 구조체를 재활용해 박물관 건물의 주요 구조체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자에라-폴로: 앞서 말했듯 재활용집합체는 건물의 비계처럼, 일종의 메가스트럭처로 구상됐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많은 고가도로가 철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일부 구간을 재활용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동시에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가 1960~1970년대 한국의 낙관주의와 급진적 발전을 기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시기는 한국이 도시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며 놀라운 성과를 보였던 때다. 한국 근대 발전의 상징인 고가도로가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이 간직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최: 이 제안이 실현되려면 우선 교량 구조체인 빔을 구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설계안 제출 당시 서울 노들고가, 광주 백운고가, 서울 상일IC 고가를 후보군으로 제시했던데 지금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앞으로 어떤 절차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가?

자에라-폴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의 조달 시스템에 의하면, 국가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자재들은 새것이어야 하고, 인증을 받은 제품이어야 하며, 정식 입찰을 거쳐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K-뉴딜정책과 관련하여 환경적 목표들을 약속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국가 제도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이상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필수적으로 자재들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건설산업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끄는 아방가르드가 될 수 있으며, 재료를 재사용하는 세계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의 제도와 규정 일부가 일시적으로 중지되거나 유동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유경(김): 남은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철거 예정인 교량을 수급하는 일과 확보한 교량 부재를 구조 부재로 만드는 일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한국도로공사 등과 협의하여 교량을 확보하고, 철거 시공업체와 의논 후에 운송 및 일정 등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관리 주최측에서 계획했던 철거 집행 시점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시기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건물의 구조체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부재를 손상시키지 않고 철거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 등이 있다. 고가를 확보한 이후에도 안전성, 내구성 등을 체크하는 구조해석을 거쳐야 하고 이에 맞춰 절단, 후처리 등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검증된 부재들도 조달 시스템의 적정성을 통과해야 한다는 어려운 관문이 남아있다.

 

 

최: 박물관 내외부 곳곳에 구조체, 창문, 외피의 일부 등이 실물 크기로 오브제처럼 놓인 렌더링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건축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들은 모형, 도면, 사진 등의 콘텐츠를 이용해 건축을 재현하는 반면, 재활용집합체는 실제 건축물까지 그대로 전시한다.

자에라-폴로: 건축박물관과 미술관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건축 큐레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바로, 건축은 주로 모형과 도면을 통해 전시된다는 것과 전시된 대상의 실제 경험에 견줄 만한 체험을 대중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제안은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물 자체가 실물 크기의 건축물들의 집합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19세기 후반 유럽에 세워진 고고학박물관들을 관심을 가지고 조사했는데, 그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인 독일 페르가몬박물관은 실제 건축의 파편들이 건물 구조에 새겨져있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 개념을 박물관의 정원과 선큰 가든으로 확장시켜, 건축 잔유물들의 ‘보물 정원’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 아이디어는 내가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2014)에서 파사드 섹션의 큐레이터로서 겪었던 경험에서 연유한다. 당시 비엔날레는 다양한 건물의 실물 크기 모형을 모아서 대중이 실제 규모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경험을 통해, 19세기 후반 영국과 프로이센이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에 이러한 유물들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컬렉션이 잠재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물들은 아직까지 어떠한 수집가의 소유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이 가능하며, 우리는 이러한 유물들이 아름다움, 우아함, 그리고 역사로 가득 차있다고 믿는다.

 

최: 박물관은 소장하는 물품과 전시하는 물품에 따라 공간의 구성과 스케일이 크게 바뀐다. 재활용집합체는 아주 작은 모형부터 실제 크기의 건축물 일부까지를 전시할 예정인데, 이에 따른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이러한 스케일에 대한 고려가 내외부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자에라-폴로: 대영박물관의 듀빈 갤러리, 페르가몬박물관의 이집트관 확장안의 스케일을 참고해 7.8m의 층고와 16.2m의 스팬으로 설계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키가 큰 요소들을 설치하기 위하여 12.6m의 이중 높이의 아트리움을 두었다. 영구 소장품과 임시 소장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를 위한 공간은 낮은 4.8m 높이로 계획했다. 또한 우리는 높이를 변화시켜 전시실에 공공 행사를 위한 관람석을 만들고, 큰 규모의 예술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선큰 가든과 천창에서 들어오는 측면 채광의 조합은 전시장에 다양한 빛환경을 제공한다. 선큰 가든, ‘보물 정원’, 테라스는 전시 장소의 또 다른 대안으로 간주되며, 그중 일부는 부분적으로 건물 파사드가 되고, 정원에서의 경험이 될 것이다.

 

최: 입지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한국의 도시건축 콘텐츠를 담아야 할 박물관이 서울이 아닌 세종에 지어지는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 두 사람의 생각은 어떠한가?

자에라-폴로: 우리는 그저 설계공모 지침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지방분권을 위해 내린 결정이고, 이렇게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울을 좋아한다. 세종의 경우도 미완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세종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역사가 부재한 장소가 흥미로운 자유를 줄 수 있다!

김: 세종은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의 국가 목표에 의해 서울의 주요 기능을 강제로 이주시킨 신도시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서 새로운 도시 개념을 세우고 도시계획가와 건축가의 참여로 짧은 기간 내에 도시건설을 이루어냈다. 우리는 역사성을 지닌 서울이 아닌 세종에서 새로운 도시건축박물관에 대한 제안을 했고, 이 건물이 지어지기 위해 겪는 과정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도와 행정조직이 이 혁신과 진정성을 허락하여 새로운 실험과 시행착오들이 세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최: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의 도시건축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를 희망하는가?

자에라-폴로: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건축적 표본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된 세계 최초의 건축박물관이 됨으로써, 이 표본들이 건물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도시 광산업과 재활용 및 재사용 건설의 세계적인 사례가 되기를 바라며, 어쩌면 이러한 유형의 건설을 도모하는 국가적 실험이 되어, 향후 모든 국가에게 규범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이러한 운동의 아방가르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 개발에 의해 국가 전체가 완전히 재정의되고 근대와 향후 한국의 기반이 구축되었던 1960~1970년대의 한국 근대 개발 시대를 기념하는 건물이 되길 희망한다.

김: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을 시작으로 건물을 짓는 행위에 있어서 탄소배출 감축활동으로의 자발적 참여가 촉진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재사용 부재에 대한 건축자재 및 조달 시스템의 기준이 확립되어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탄소 저감의 목표를 쉽게 달성하기를 바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OMA에서 일했다. 1993년 런던에서 FOA를 설립하고, 2011년 FOA가 해체된 이후 이를 이어받아 AZPML을 시작했다. 대표 저서로는 『스나이퍼의 기록: X세대의 건축적 연대기』(2012), 『공유도시: 가까운 미래에 대한 도시적 질문들』(2017) 등이 있다.
김유경
김유경은 UKST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서울 소재의 여러 건축사사무소를 거치며 크고 작은 규모, 여러 가지 용도의 건축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 건축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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