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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지역과 제조업의 미래: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2) 더하이브

자료제공
베타시티센터
진행
오주연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베타시티센터에서 지난 6월 시작한 로컬-리콜 시리즈는 ‘도시와 제조업이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큰 명제를 두고 국내외 산학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토크쇼는 제조업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들을 초대해 지금 많은 위기를 겪고 있는 제조업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순서이다. 지난 첫 시간에는 선박 엔진 부품 전문기업인 삼영기계가 선박 산업의 사양화와 더불어 기업의 미래를 위해 샌드 3D 프린터를 개발하게 된 배경, 샌드 3D 프린터를 통해 기업의 핵심인 주조 공정을 혁신하는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상민(더하이브 대표) X 황지은(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최대혁(사단법인 공공네트워크 대표)

 

 

황지은: 오늘은 을지로에 있는 상보기업 직영대리점에 나와 있다.

 

최대혁: 이곳은 상보기업이1987년 상보상사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던 장소이다. 상보기업은 이 자리에서 33년을 이어 온 우리나라 공구업계의 대표 기업이다. 

 

황지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은 더하이브의 이상민 대표이다. 더하이브는 수공구와 전동공구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출을 많이 하고 여러 무역상도 수상하며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을 을지로 지역에서 고민했던 경험이 있어서 초대하게 되었다. 오늘 이 장소가 이상민 대표에게도 특별하다고 들었다.

 

이상민: 사실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상보기업과 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전공이 건축이다. 건축설계를 하는 학생들은 철자, 직각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거기에 보면 ‘SB’라는 로고가 적혀있다. 알고 보니 학생 때 쓰던 그런 자들이 다 상보기업 제품이었다. 오늘 상보의 30년 전 간판을 보니까 감회도 새롭고 굉장히 뭉클하다.

 

황지은: 먼저 더하이브에 대해 소개해달라.

 

이상민: 더하이브는 대한민국 전동공구 제조기업이다.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도 전동공구를 제조하는 기업이 있었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동공구 제조기업 중 하나이다. 전동공구 업계에서도, 바라보는 시장이나 제품개발 콘셉트가 조금 다른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수출이 매출의 약 77%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해외 시장에 도전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본사는 부산에, 공장은 충북 청주시에 있다. 

하이브로라는 전동공구 브랜드를 통해 부품 개발부터 제품 설계, 디자인까지 직접 개발한 제품만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개발하는 데 있어서 주요 콘셉트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usual but unusual)’, 즉 익숙하면서도 뭔가 차별성이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크리에이팅 더 메커니즘: 제품, 시장, 유통, 라이프스타일

 

이상민: 제품의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제품으로부터 파생되는, 그러니까 시장과 유통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전문 엔지니어들이 직접 개발과 시험을 하고 있고, 제품을 조립하면서 작동 검사를 한다. 소비재이기 때문에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포장하고 있다. 포장하고 출고 전 다시 한번 검사를 해서 총 3단계 검사를 거쳐 출고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불량률 0.003%를 유지하고 있고, 또 불량 제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버니어 캘리퍼스 혹은 노비스라고 불리는 것인데, 예전에는 다 이 눈금자를 보는 수동 버니어 캘리퍼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전자 방식이 나왔을 때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것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바꾸는 계기가 된 제품이다. 같은 맥락에서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해 본 이 스크루 드라이버는 15세기부터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한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딸깍하면서 한쪽으로만 돌아가는 래칫 스크루 드라이버가 개발됐다. 굉장히 편리한 기능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라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약 6세기 동안, 유선 전화기에서 스마트폰이 개발되는 동안에 발전되어온 스크루 드라이버 역사의 전부다.

 

 

자료제공_더하이브  

 

 

전동공구 시장의 새로운 시대 제안

 

이상민: 그래서 더하이브는 젊은 기업으로서 전동공구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같은 공구이지만 수공구와 전동공구 간의 경계가 조금 있다. 우리는 전동공구를 개발하지만 수공구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을 시작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세계 유수한 제조기업이나 유통기업이 기술협력을 제안할 때면 ‘젊은 청년이 운영하는 조그만 제조기업에 이렇게 큰 기업들이 관심을 갖나’ 이런 성취감이나 짜릿함도 있었다. 한편 그러한 대기업들이 뒤에서 우리와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걸 보면서 ‘이게 사업이구나’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 중국에서 출시된 카피 제품을 한국의 대형 유통회사가 매입해서 유통하려는 것을 보면서 배신감도 들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수하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보다 중국 제품이 메리트가 있다는 건가?’, ‘우리는 콘셉트 자체를 개발한 것인데, 그 가치를 어떻게 이렇게 무너뜨릴 수가 있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지식재산권을 확보만 해놓고 활용을 전혀 안 했는데 이제는 지식재산권을 활용을 해서 보호할 수 있는 시장은 보호해주고, 또 우리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제품 개발

 

이상민: 청계천에 오랜만에 왔는데 사실 사업의 시작이 청계천과 세운상가였다. 요즘엔 3D 프린터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3D 프린터로 목업을 하나 만들어 보려면 현재 프린터 가격을 지불해야 할 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청계천이랑 세운상가를 돌아다니면서 모터, 배터리, 기어박스 등을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그 당시 26살이었는데 “학생 잘못 알고 왔다”고 쫓겨나기도 많이 쫓겨났다. 만들어 줄 사람을 찾지를 못해서 직접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글루건으로 만들어서 볼품없지만 이게 처음에 작동이 됐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재도 보물처럼 본사 입구에 예쁜 조명을 비추며 전시해두고 있다. 오늘 부탁을 받고서 들고 왔는데 이게 아직도 작동이 잘 된다. 여기에 더하이브의 요소 기술이 다 들어있다. 메커니즘은 같다. 

시제품 관련한 일화가 하나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짓이었는데, 이렇게 만든 시제품을 들고 북미 무역사절단에 갔다. 조사를 해보니까 세계에서 가장 큰 공구 시장이 북미였고, 그렇게 큰 시장의 바이어들이 내가 만든 제품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사실 자료나 시험성적서 이런 걸 완벽하게 준비를 해가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 시제품과 카탈로그, 딱 이렇게 들고 갔다. 바이어에게 자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제 케이스는 이렇게 될 건데 아직 없고, 이게 작동이 이렇게 되고 수동도 되고, USB로 충전할 수 있어서 굉장할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것을 만든다면 구입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지금 보면 정말 무모하고 미쳤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들고 가서 만나기도 힘든 바이어를 만났으니. 당시에 7명의 바이어를 만났는데 7명 중 여섯 명의 바이어가 당장 사고 싶다고 했고, 마지막 한 명의 바이어는 내 분야가 아니지만 관련 분야에 소개를 꼭 해주고 싶으니 자료를 달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기에 내가 인생을 한 번 걸어 볼 만하겠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자료제공_더하이브 ​
 

 

더하이브 하이브로 제품 개발

 

이상민: 이 시제품을 토대로 만든 게 2013년 USB 전동 드라이버이다. 반응은 괜찮았는데 내부적으로 좀 실패라고 보는 요인들이 있다. 일단은 기성 부품들을 활용해서 만들다 보니까 제품의 특장점을 살리기가 어려웠고, 또 공구는 공구다워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첫 제품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첫 제품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현재 많이 판매되는 H300이 탄생했다. 부품 하나하나 다 우리가 개발한 것이다. 또 후속작 H400이 작년에 출시되었다. 

 

황지은: H300이 메이커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가 많더라.

 

이상민: 감사하다. 더하이브는 전동공구를 개발하고 있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스크루 드라이버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이제는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제품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그러니까 ‘하이브로(HYBRO)’에서 알파벳 H는 3.6V 전동 드라이버 제품군, 알파벳 Y는 7.2V 제품군이다. 향후에는 B, R, O 라인까지 추가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동차처럼 문자 뒤에 붙는 숫자가 이제 그 제품의 성능을 나타낸다. H300은 출시 후에 약 50만 개 이상 판매된 제품으로 단연 하이브리드 스크루 드라이버의 기준이 되었다. 이 제품의 토크가 2 Nm밖에 안 돼서 힘이 너무 약하다며 기술력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기존의 3.6V 제품군이 전부 토크가 4Nm에 회전 속도가 180rpm, 즉 일 분에 180바퀴가 돌아간다. 같은 부품으로 같은 구조를 짜니까 같은 성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조사나 브랜드가 다르더라도 똑같은 성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성인 남성이 보통 스크루 드라이버를 손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토크가 6~8Nm 정도이다. 생각보다 팔의 힘이 굉장히 세서, 그렇게 치면 2Nm이던 4Nm이던 둘 다 약한 건 마찬가지다. 스크루 드라이버는 마지막에 조일 때, 그리고 처음에 풀 때에만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때에만 수동으로 사용하여 힘을 10Nm까지 버티게 만들고, 전동으로 사용할 때는 1분에 280회 정도로 더 빠르게 회전해서 작업속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리고 USB로 충전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다. 

 

 

 

 

H400은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사용을 위해 개발됐다. H400은 기어박스를 형상화하여 수동으로 약 15Nm까지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회로에는 컴퓨터의 CPU 같은 역할을 하는 MCU를 장착해서 디지털로 성능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강력한 모터와 증가된 배터리 용량으로 사용 시간을 늘렸다.

이 부품들 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공구의 품질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마감, 그립 등에 더 신경을 써서 설계했다. 이 앞에 끼워지는 십자, 일자 이런 걸 비트라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비트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비트는 더하이브에서 제공되는 것 말고도 세계 표준규격에 맞춰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그리고 MCU를 통해서 디지털로 토크를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토크 1단은 컴퓨터나 드론 등 민감한 작업에 사용하고, 토크 2단은 가구 조립이나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 공구는 남성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DIY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서 남녀노소 모두가 공구를 사용하고 있다. 공구업계가 굉장히 보수적이라서 변화를 잘 안 주는데, 9월에 한국에서 새로 출시하는 H200은 디자인을 대폭 수정해서 예쁘고 슬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 비쌀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또한 올해 7.2V, 600g 미만의 가벼운 드릴을 출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제조와 유통의 오버래핑 트렌드

 

이상민: 제조업에도 트렌드가 있다. ‘잘 팔릴 제품을 잘 만드는 일’, 이것이 또 하나의 목표이다. 어떻게 보면 유통과 굉장히 겹치는 부분인데, 사실 제조와 유통의 경계가 온라인 시대가 개막되면서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유통업체가 제조를 시작하기도 하고, 제조업체가 최종소비자를 타깃으로 홍보도 하고 판매도 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시절에는 판매자의 의견 혹은 추천에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이 많이 갈렸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온라인에서 제품 상세페이지를 보고 제품을 파악하고 타제품과 비교한다. 그런 똑똑한 소비 패턴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비패턴이 변화함에 따라서 제조기업에서도 반응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 ‘슬기로운 조립 생활’ 채널을 개설하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해서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내수 시장 확대

 

황지은: 지금 글로벌 시장에 여러 가지 위기가 있다. 발표 중에 H200은 청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다고 언급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요처, 공급처, 부품의 공급처와 생산처가 다 흩어져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가? 성장이 곧 확장일 때와 지금은 뭔가 공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이상민: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하는데, 2020년 기준으로 성장에 대한 계획이 다 변경됐다. 우리는 작년 말에 올해의 성장을 예상하고 확장, 심지어 공장을 베트남에 두겠다는 계획을 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하는데 2020년 2월 26일에 일본에서 돌아와서 27일 독일로 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만큼 해외 활동을 많이 하는데, 2월 27일부터 해외 전시 등이 취소, 연기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1분기에도 작년 대비 매출이 올랐다. 실물경제 타격이 2분기부터 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중국의 부품 공장들이 멈추니 부품 수입을 하지 못하고, 부품이 없으니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고 주문이 들어와도 대응이 안 됐다. 그리고 나서부터 주문이 점점 줄기 시작하고, 실물경제가 너무 안 좋아지다 보니까 작년이나 혹은 계획했던 것에 비해 매출이 상당히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의 계획이 변경됐다고 하는 것이, 제조업끼리는 국가를 막론하고 협업을 많이 한다. 베트남에 같이 들어가려고 했던 일본 기업이 있는데, 그 기업에서도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이 또 없으리란 법은 절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보다 오히려 조금 더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로컬에서 제조업을 진행하는 것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베트남 프로젝트가 멈춰 있는 상태이다. 지금 중국에서 생산 공장이 많이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전부 다 복귀되지는 않았다. 현재도 부품 수급이 어려운데, 그렇다고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소형 DC 모터를 생산하는 곳이 없고, 특수 배터리는 삼성이나 LG가 있지만 천만 개 정도 단위가 되어야 움직여준다고 하더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진제공_더하이브 

 

 

황지은: 아까 제품군을 늘리고 있고, 또 소비자와 가까워지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8년의 업력에서 오는 자연스런 변화였을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상민: 전 세계 공구 수요량에서 대한민국은 0.8~1%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무조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내수는 상보기업에 의지를 하고 맡긴 경향이 없지 않다. 작년에 와디즈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H400을 국내에 출시했다. 전에는 B2B 거래밖에 안 했었는데, 최종소비자들과 직접 소통을 해보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더라. 고객 응대가 쉽지 않았지만, 배운 게 아주 많다. 칭찬과 꾸지람을 직접 들으며 소비자들이 하이브로 제품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종종 사용자들이 회사로 감사의 전화를 주실 때가 있다. “이런 제품 만들어줘서 내가 너무 편하게 일을 한다.”, “일본 제품인 줄 알았는데 한국 제품이어서 더 반갑다.” 고객들이 직접 이렇게 이야기하면 직원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 그러면 저는 리더로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것도 있고, 소비자들에게 더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선박이나 항공이 단축 운영이 되고 있다. 우리는 거의 매출의 80% 정도가 수출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내수가 40%까지 올라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수 시장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안 했는데, 우리나라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을 통해서 홍보되고 판매될 경우에 그 폭발력이 엄청나다. 사실은 역으로 제안을 받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국에도 이런 전동공구 제조 잘하는 기업이 있다고 한 번은 어필해보고 싶고, 또한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시작 단계부터 소비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같이 만드는 제품을 올해 한번 출시해 보려고 열심히 준비 중이다.

 

황지은: 처음 창업할 때부터 직접 개발을 했다. 회사 내에 개발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나?

 

이상민: 창업 초기에 나도 이쪽 전공이 아니고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보니 직접 전동공구 회사들을 다 찾아갔다. 한국의 더향정, 대한라인사, 오성 그리고 독일 업체, 미국 업체 등을 오가고 기술 협력을 하면서 많이 발전했지만, 현재는 이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들을 섭외하고 있다. 내가 아이디어 제안, 기획을 하면 전문 엔지니어들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를 한다. 

그런데 코로나가 굉장히 상황을 여러모로 어렵게 만들었지 않나. 그래도 이게 평생 가는 것은 아니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또 내년이고 내후년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지금만큼 이렇게 신제품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적이 없다. 항상 생산이 바쁘니까 생산능력을 높이려면 어떡할까, 업무효율 높이려면 어떻게 할까, 여기에 집중을 했다면 오히려 이제는 우리가 다시 한번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기술개발팀하고만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영업팀, 품질팀, 개발팀, 생산팀 등이 같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신제품 기획을 이렇게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황지은: 오히려 같이 있을 시간도 좀 많아지고 그런 것인가? 이상민 대표도 해외 출장을 계속 다니다가 공장에 계속 같이 있게 되니까.

 

이상민: 그렇다.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면 바이어들이 이런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해서 우리가 검토했는데, 지금은 기획단계부터 ‘이걸 만들어 봅시다’ 이렇게 된다.

 

황지은: 어떻게 보면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사업 영역 확장

 

최대혁: 지난 시간 삼영기계 한국현 대표가 기업을 40년 동안 운영하고 앞으로의 40년을 고민하면서 3D 프린터를 만들게 됐고, 개발해 보니 이제껏 하던 것 말고 새로운 일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고 했는데, 지금 더하이브를 봐도 처음에 공구를 만들었지만 소비자와 소통에 더 힘을 주고 유통도 하게 되고, 제조업 외 다른 영역으로 기회가 펼쳐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상민: 삼영기계처럼 역사와 경력을 보유한 회사는 앞으로의 40년을 걱정하지만, 사실 우리 같은 소기업은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자칫 삐끗하면 정말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긴장감을 갖고서 진행을 하고 있다. 그래도 조금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다 보니까 시대적인 변화나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유연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또 소기업의 장점이 그런 반응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움직여 보자고 했을 때 하나가 돼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모터, 기억회로만 있으면 못 만드는 무선충전 제품이 없다. 진공청소기라든지 헤어드라이어, 이런 것들을 전부 다 만들 수 있다. 더하이브의 로고를 보면 육각형 6개가 하나의 육각형을 둘러싸고 있다. 거기를 하나씩 채워 나간다는 개념으로 처음 시작은 전동공구지만 나중에는 가전기기, 미용기기, 주방기기로 늘려 가고 싶다. 현재로서는 이런 확장보다는 일단 생존해야 할 때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서 다음에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황지은: 장차 꿈은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드는 것인가?

 

이상민: 목표하는 바이다.

 

최대혁: 아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이란 말처럼 ‘똑같은 일상의 그림인데, 익숙한데, 뭐가 다르지?’ 이렇게 하이브로가 숨어 있는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황지은: 유저 그룹을 다양하게 보는 관점도 인상 깊다. 사실 제품을 처음 봤을 때 ‘보험 사은품으로 받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다른 판촉물보다 좋아 보이는 그런 느낌. 지금은 너무 명확하게 어떤 조립을 할 때 이거, 컴퓨터 옆에 저거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조립 가구 매장 계산대 옆에 걸려 있어야 할 것 같은 상상도 한다. 머천다이저들이 이미 그렇게 해왔을 건데, 그보다 ‘슬기로운 조립 생활’ 유튜브 등의 소통을 통해서 생각도 못 한 데서 수요를 만들어 내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창업기업으로 소개했지만, 처음에 섭외할 때 “이제는 창업기업으로 소개받기는 조금 지났다”고 했다. 그런데도 계속 도전정신이나 젊은 기업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 또 그렇게 성과를 내는 것이 너무 보기 좋다. USB로 충전되는 드라이버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거 있는 거 아니었어?” 했는데, 사실 없었고 그걸로 특허를 받고 개발을 한 것에 놀랐다. 그 제품 하나에만 매진해서 지금까지 8년이 지났다. 보통 그러기가 쉽지가 않은데 초창기에 그 아이템을 정한 계기, 그리고 그렇게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왜 어려운 일이었나? 

 

이상민: 건축 공부를 하다가 IT 회사에 입사했다. 버스정류장 상황판을 개발, 제조하는 회사였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버스나 그 정류장에 있는 기기들을 다룰 공간이 굉장히 협소하더라. 그래서 공구를 찾아봤는데 맞는 공구가 전혀 없었다. 업무환경을 좀 개선하겠다고 단순히 생각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작게 만들다 보니 그러면 핸드폰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USB를 달았다. 나중에 회사를 나오고 이 제품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쓰는데, 너무 좋아서, 너무 재미있어서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이걸 만들려고 청계천에 왔다. 청계천에 가면 미사일도,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청계천, 세운상가를 왔는데 사실 아쉬움이 많았다. 누구 하나 명확하게 답을 내려 주는 사람이 없더라. 기어박스 집에 가도, 물론 기어 성격이 조금 달랐겠지만, 이 기어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모터 집에 가도 AC 모터를 다루는 기술자는 많은데 소형 DC 모터는 잘 몰랐다. 일화가 있는데 일본제 모터를 그 제조사에 보내서 모델명을 물었더니, 회사로부터 이건 모조품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실망도 많이 하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하이브로 카피 제품이 한 2년 지나서 나왔는데, 형태는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으나 전동공구는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처음 사용할 때는 비슷해 보이지만 줄곧 사용하다 보면 분명 내구성의 차이가 있다. 그 품질의 차이를 높이는 것이 부품 간의 호환이다. 공구도 어떻게 보면 유기적인 생물체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직접 설계한 사람이나 이 콘셉트를 모르는 사람은 겉보기만 따라 하는 것이다. 

 

황지은: 특허도 갖고 있지 않나?

 

이상민: 한국, 일본, 미국에 구조 특허가 등록되어 있다. 디자인 별로 한국, 일본, 미국, 중국, 유럽, 전 세계 아프리카 빼고 다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진제공_베타시티센터



질의응답

 

황지은: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창업을 독려하고, 창업이 사회로 나가는 하나의 단계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이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이상민 대표가 창업할 때만 해도 창업이 지금처럼 많이 쓰이는 말은 아니었지 않나. 게다가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은 아직도 드물다. 제조업으로 이렇게 시작한 것에 대해 어떤 소회가 있을까?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가?

 

이상민: 이런 포럼이나 창업 준비자를 위한 강의를 가면 저는 “지금이라도 그만 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박을 노리려면 차라리 로또를 해야지 창업은 아니다. 로또를 하면 적어도 빚쟁이는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그런데 진짜 창업을 한 사람들, 또 할 사람들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다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워낙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IT 분야가 발달해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쪽으로 창업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실은 제조업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거다. 왜냐하면 우리 제품처럼 누구나 ‘USB로 충전되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 하려고 하니까 그 절차를 모르겠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다. 그래서 청계천에 와서 한 바퀴만 돌고 답을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30바퀴, 50바퀴 돌다 보니까 여기선 답이 안 나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부품 등을 수입해서 부가가치를 더한 상품으로 다시 만들어서 수출을 많이 한다. 제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들이 훨씬 더 빠를 거다.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청계천이 중요하다. 제조를 위해서만 중요한 게 아니고 제조업을 위한 부품의 유통도 같이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지은: 소비자를 위한 유통이 아니라, 제조업을 위한 유통인가?

 

이상민: 제조업을 위한 알리바바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배터리가 필요하면 청계천에 와서 실물을 보고 설명도 듣고 하면서 그 부품을 사서 한번 해보는 거다. 이렇게 글루건으로 만든 시제품처럼. 그렇게 해서 주옥같은 제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방법이나 절차들이 너무 어려운 것처럼 맞춰져 있다 보니까 제조업 스타트업을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황지은: 실제로 지금 제조업을 운영하는 CEO들과 만나는 기회도 있을 것 같다. 그들과 네트워킹 하면서 어떤 지혜를 얻나? 혹은 최근에 어떤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가?

 

이상민: 최근 들어서는 제조업이라고 해서 기계 제조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바이오 관련 제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이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 위기가 지났을 때 어떻게 퍼포먼스를 더해 줄까 고민한다. 

한편 전통적인 뿌리산업에는 정말 젊은 인력이 없다. 전수하거나 인수를 받을, 이러한 인력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황지은: 지금 제조업 전체가 위기라 해도, 그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 규모나 입장에 따라 매우 다를 것 같다. 청계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을 창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은 보이지만, 막상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상민 대표처럼 개인이 어떻게든 뚫고 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정부 부처나 기관에서 창업을 진흥하는 여러 제도를 만들고 노력하고 있다. 청계천 일대의 잠재력이 전반적인 제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조금 더 구체적인 의견이 있나?

 

이상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선배 기업과 스타트업 인력 간에 매칭이 잘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에서 이런 매칭을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쉽게도 잘 되지는 않았다. 세운상가가 홍보가 잘 돼서 여기서 자연스럽게 매칭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세운상가에서 청년기업인의 어려운 점을 내가 해소해줄 수 있다면 기꺼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조업에 관한 조언을 얻고 싶을 때 컨설팅 전문가보다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이렇게 매칭이 잘 된다면 도심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제조업이 가장 어려웠던 게 접근성이다. 청계천, 세운상가는 접근성 면에서 굉장히 큰 효과가 있다.

 

최대혁: 방금 컨설팅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컨설팅을 했을 때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었나?

 

이상민: 컨설팅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정말 내가 알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파고든다면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솔루션은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만큼 잘 알기 어렵다. 금융이나 사업계획, 홍보∙마케팅 전략, 이런 부분은 컨설팅 전문가가 전반적으로는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제조업을 시작하려면 어쨌든 실물이 있어야 한다. 작동되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단계에서 홍보∙마케팅이 필요하진 않다. 그래서 첫걸음을 떼기에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대혁: 세운협업지원센터에서 기술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세운상가의 기술자들을 매칭시켜 주는 것인데, 이것이 제조업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질문해봤다.

 

황지은: 그리고 제일 궁금했던 것은, 청계천, 을지로에서 제2의 더하이브가 탄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아니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이상민: 젊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항상 “나는 이상민인데 내 얘기를 듣고 나면 ‘내가 이상민보단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실 아이디어는 개선이 되고 발전이 되고 하는 거다. 의지를 갖고 첫걸음을 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 영어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아주 똑똑한데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게 안타까운 것 같다. 지금 보고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역량이 너무나 큰데 그걸 썩히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체험, 예를 들어 3D 프린터를 가지고 직접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성취감을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해 준다면 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지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자꾸 제공을 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알겠다. 질문을 조금 바꿔서, 을지로와 청계천이 그런 청년들을 배출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뭘 준비해야 할까? 을지로와 청계천의 제조업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그 명성 듣고 또 이곳에 오지 않았나?

 

이상민: 솔직하게 청계천, 을지로가 대한민국 제조업의 메카로 다시 부상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말하자면, 모든 건 준비되어 있는데 상가나 제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조금만 태도를 바꿔 주시면 좋겠다. 물론 바쁘니까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갖고 왔을 때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도와주고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같이 해보려는 태도만 있다면, 다른 모든 것은 이미 완벽하게 구축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황지은: 더하이브가 B2B 사업을 하면서 불친절한 웹사이트를 갖고 있다가 그걸 새롭게 바꾸려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최대혁: 여기에서 계속 일어났던 일들이 더 확산되고 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도 필요하다. 

 

황지은: 제조업의 생리상 작동하는 실체가 있어야 하고, 마케팅이든 뭐든 그것에 막 매진하는 시기, 그리고 그것이 약간 성취되었을 때 더 확산하는 단계를 더하이브가 차례로 겪고 있는 것 같다. 이게 거꾸로 을지로, 청계천 지역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민: 청계천의 네임밸류가 크다. 청계천하면 떠오르는 공구상가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러한 특색이 다시 한번 살아나면 청계천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파생되는 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것들로 인해서 다시 부흥이 됐으면 좋겠다.

 

최대혁: 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자원이 흩어져 있는데, 이걸 뭉친다고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고. 그런 와중에 을지로 재개발로 뭉텅뭉텅 지역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이상민: 영감과 의지, 이런 것들이 여기에 어떻게 다시 활력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 사실 있었다.

 

황지은: 상보기업은 더하이브의 국내 벤더인가?

 

이상민: 더하이브 제품의 총판을 맡고 있다. 이 파트너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계약서를 잘못 쓴다거나,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파트너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느냐, 아니면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느냐, 이게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상보기업은 역사가 있고, 제조와 더불어 유통까지 하기 때문에 브랜딩에 대한 확고한 전략도 있어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았다.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신제품 기획을 할 때 자연스레 의견을 묻게 된다. 더하이브에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상보기업에 의견을 묻고, 조언을 얻고, 미팅도 하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연결이 되고 있다. 

 

황지은: 공급망을 세계 각국에 갖고 있어서, 기술에 대한 시장성도 금방 판단할 것 같다.

 

이상민: 세운 일대에 상보기업처럼 잘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거다. 이런 매칭이 또 이뤄진다면 굉장할 것이다.

 

황지은: 지금 을지로, 청계천 일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공구 유통업이다. 공구 유통업이 어떻게 제조와 연결이 되어 있는지, 제조업을 태동시키기도 했고, 그 태동된 제조업의 제품들이 다시 다른 제조업에서 쓰이는 생태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제품 유통과 제조를 겸하는 기업의 직영 매장, 더욱이 기업이 시작했던 자리에서 여러모로 상징성이 있는 청계천, 을지로 일대 생산의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결국, 우리 도시와 제조업이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음 순서는 산업용 로봇팔을 가지고 예술과 산업 사이를 오가고 있는 BAT를 초청한다. 전통 있는 제조기업 삼영기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점점 성장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제조업을 확장하고 있는 더하이브,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BAT를 차례로 만나며 제조업의 다양한 입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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