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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운 글로벌 포럼: 지금 다시, 도시와 제조업 (1) 서울

자료제공
베타시티센터
진행
오주연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베타시티센터)는 2019년 한 해 동안 여러 차례의 집담회와 글로벌 포럼을 통해 세운상가로 대표되는 서울의 도심제조업 현황을 살펴보고, 청계천-을지로 지역과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왔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디지털 전환 등 평소에 마주하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삶의 표준으로의 갑작스러운 이행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위협을 받고 로컬 생산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2020년에는 ‘지역(로컬)을 소환(리콜)’하여 도심제조업의 현황과 코로나19 시대의 나아갈 방향을 탐구하는 집담회 시리즈를 이어간다. 

지난 6월 18일 글로벌 포럼 ‘지금 다시, 도시와 제조업’으로 ‘로컬-리콜’ 시리즈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유튜브로 생중계된 행사에는 2019년 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에 연사로 참여한 서울, 뉴욕, 브뤼셀의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각 도시의 상황과 로컬 이슈,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글로벌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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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서울: 세운상가 제조업의 ‘하이퍼-로컬’ 네트워크

안채원(매사추세츠공과대학 도시계획학과 박사과정) 

 

 

세운상가는 서울 중심에 위치하여 이 지역에 대한 많은 계획이 있어왔다. 1970년대 제조업이 도시적 사용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계획이 있었고, 2003년에는 가든파이브로 이주를 추진했던 논란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재개발 계획이 있었고, 2014년 이후에서야 비로소 ‘다시 세운 프로젝트’와 함께 도심제조업에 수용되기 시작해, 도시에서 제조업이 공존하는 비전에 집중하게 되었다. 세운상가를 도심으로부터 이주시키려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특히 세운 일대의 도심제조업은 다양한 산업의 필수 단지로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유연한 제조과정을 위해 유지되어 왔다. 세운 일대는 약 8천 개 회사들의 보금자리이며 인쇄업 관련 일자리만 해도 1만 6천 자리가 넘는다. 최근에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와 함께 혁신 사업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심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공개적 담화를 끌어내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 지난 3월 공지된 재개발 계획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미 인가된 지역에서는 개발이 멈춰지지 않았고, 도시재정비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앞으로 다른 영역에서도 더 많은 개발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 위기와 동반되었으며 갑작스럽게 국경이 폐쇄되고 로컬 생산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상황에서 일어났다.

 

작년 여름부터 진행한 ‘세운 일대 산업현장 조사’는 세운 일대에서 다양한 산업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었는지, 전통적 산업들이 새로운 산업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현 산업생태계를 구성해온 제조업체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체 사업체 수의 5%에 해당하는 310개 사업체를 표본으로 조사하였고, 제조업, 인쇄업, 도소매업 등의 전통적 산업과 ICT, 디자인 등 새로운 산업을 모두 포함함과 동시에 이러한 산업들의 다양한 생산품 종류를 포함하고자 하였다. 이런 분류를 반영하여, 균일한 공간적인 분포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에 특히 유의하였다. 그 이유는 다른 블록에 있는 산업들은 서로 다른 개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채원 발표자료 

 

 

연구의 결과를 일부 공유하고자 한다. 연구에 따르면 세운 지역은 하나 또는 두 개의 공정 혹은 생산품에 특성화된 작은 공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균적으로 2~3인의 직원이 있으며, 피설문자의 90% 이상이 세입자이고, 본인의 분야에 평균적으로 약 30년의 경험이 있었다. 제조 및 도소매 업체의 32%, 인쇄 업체의 45%는 단 하나의 공정 혹은 생산품을 담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제조업과 인쇄업 공장의 20~25%는 제조뿐만 아니라 상품의 개발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도시에서 상승하는 임대료와 임금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공장의 규모가 작아져야 했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공장들의 규모가 작고 소수의 공정에만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 네트워크에 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들의 업무를 다른 공장들과 협력하여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서 개별 공장의 이러한 협력관계의 정도를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측정했다. 소비자가 어디에 기반하는지, 지역 내에서 얼마나 많은 공장에 하청을 주는지,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세 가지 재료를 어디서 얻는지 물었다. 

제조업과 인쇄업에서는 각각 31%, 41%의 업체가 세운 일대에서 일을 수주하고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ICT, 디자인, 예술 등의 새로운 산업에서는 서울 전역의 발주처를 가지고 있었다. 

하청과 관련해서는 인쇄업의 82%가 세운 일대의 업체에게 하청 발주를 하고 있었고, 제조업과 새로운 산업에서도 각각 42%와 46%로 높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부 제조업체는 서울 외 경기 및 인천 지역으로 하청을 주었고, 새로운 산업은 서울 외 지역보다는 서울 내의 업체에 하청을 맡기는 경향을 보였다.

재료 공급과 관련해서는 83%의 인쇄업체가 가장 자주 사용되는 소재를 세운 지역 내의 타 업체로부터 조달하였다. 반면 제조업과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는 약 60%가 지역 내에서 재료를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조사는 세운 일대의 기업 및 도소매업자, 제조업 커뮤니티가 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얼마나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매업체들에 어디서 물건을 주문하고 어디로 공급하는지 물어보았다. 제조업체의 경우 21%의 생산품이 세운 일대의 다른 제조업체로 조달되고 있었고, 나머지는 서울과 경기, 인천으로 조달되었다. 따라서 소매시장이 지역의 생산품과 재료를 광역으로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낼 수 있다. 

놀라운 부분은 이웃 업체들과 형성하는 사업적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 17%만이 세운 일대의 제조업자들과 관계되어 있지 않다 응답하였고, 나머지는 지역 내의 업체들로부터 제조된 생산품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 업체들과 함께 보수, 조립 등의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안채원 ​발표자료(세운산업조사보고서​)

 

 

세운 일대의 관계를 ‘하이퍼-로컬’이라 부른다면, 서울 내의 다른 업체들은 ‘로컬’ 업체, 그리고 다른 지방과의 연결을 ‘광역적’이라 부를 수 있다. 구성을 보자면 세운 일대는 로컬 고객 기반이며 하청에 대해서는 주로 하이퍼-로컬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쇄는 서울과 세운 일대에서 일을 받아 세운 지역 내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거치는 하이퍼-로컬 산업이다. 새로운 산업과 제조업은 대부분의 업무를 서울의 업체로부터 받아 비슷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으나, 새로운 산업의 경우 서울 내의 다른 지역 및 세운 일대 내에서 생산품을 취급하는 반면 제조업은 모든 차원에 얽혀있는 것이 흥미롭다. 제조업은 하이퍼-로컬 업체에서부터 시작하여 로컬 및 광역 시장으로부터 업무를 받아 세운 일대의 하이퍼-로컬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서울 밖의 업체에 하청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형성된 네트워크가 어떻게 새로운 협력의 기회, 혁신과 상호작용하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세운지구 내에 형성된 메이커스 큐브(Makers Cube)는 디자이너, 젊은 기술자 및 기업, 메이커 관련 업체를 위한 테크 인큐베이터로 19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작년에 진행된 ‘을지로 라이트웨이’ 프로그램에는 전등과 가구 등 세운상가 일대의 제조업자와 디자이너들이 협업하여 생산하기로 예정되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렇듯 새로운 산업을 지역 내로 흡수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협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왔다. 이러한 노력이 실제로 얼마나 기업의 일상적 생산과정에 기여하였는지 알아보았다. 설문조사 결과 새로운 산업이 전통적 제조업체와 활발하게 협업을 하였고, 공동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기술개발 등의 협력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전통적 산업과 협력하는 네트워크의 확장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세운 일대에 얼마나 더 있을 것 같은지,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제조업과 판매·유통업체는 5-10년, 인쇄업체는 10-20년 정도의 더 긴 기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새로운 산업의 경우 대부분이 5년 이하의 지속기간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임대료 할인 등의 혜택을 지원받으며 입주했기 때문에 지원에 관한 계약이 종료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세운 일대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한 기간과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10년 이하의 기간을 예상한 경우의 주요 원인은 재개발로 인한 이주에 있었다. 5-10년으로 답한 경우는 매출의 감소 및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점을 이유로 언급하였고, 10년 이상 지속할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에는 재개발이 없거나 건강이 받쳐주는 한 계속 일을 할 것이라 하였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일에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일을 적절히 할 장소가 여기 말고 없으니까", "세운 일대에 형성된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싶기 때문에" 등 세운지역에서 일을 지속하고자 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안채원 ​발표자료(세운산업조사보고서​)

 

요약하자면 세운 일대의 업체들은 특정 공정 및 생산품에 특화된 소규모 기업으로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대와 산업이 들어오고 있고 그들이 30년 이상 일한 숙련된 기술자들과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생산공정은 세운 일대의 협력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는 지역 내 고유한 생산 지식의 집약을 이끌어냈다. 세 번째로 세운상가의 산업생태계가 새로운 산업들에 굉장히 매력적인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네 번째로 이러한 공정의 특성에 의해 시설 노후화, 임대료 상승, 재개발 위험 등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로컬 허브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다수가 세입자로 구성된 기업 소유자들은 대개 노후해가는 시설에 대한 개선 보다는 제도적 지원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운 일대가 개발과 창업의 매력적인 장소가 되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산업이 서로 협력하며 구성해온 네트워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 제조업에 대한 보호는 전통적인 제조업에 대한 보호 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혁신을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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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뉴욕과 브뤼셀의 로컬 제조업 현장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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