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본
도시의 모습
THE CITY SHAPED
Urban Patterns and Meanings Through History

도시의 형태는 사회의 구체적 표현이다
도시란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오래 지속되었고, 또 괄목할 만한 성과물이다. 이 책은 도시가 왜, 어떻게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가
생각해 보기 위해 쓰여 졌다. 뛰어난 건축역사가인 저자는 도시가 만들어지는 보편적인 현상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들의 삶과
건축물이 합쳐진 것이 도시라면, 도시는 문화적 의미의 보고이다. 제멋대로 뒤틀린 골목길이나 스카이라인을 만드는 새로운 초고층 건물의 황홀한
모습의 이면에는 도시가 지닌 권력의 역사,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사회적 관습,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절충되는 씁쓰레한
연결고리가 있다. 저자는, ‘유기적’ 패턴, 격자, 다이어그램, 장엄한 기풍의 도시설계, 그리고 스카이라인에 대한 논의에 주목한다. 그리고
도시패턴에 새겨진 숨겨진 질서를 설명하기 위해 건축교육, 문화지리학, 사회사를 한데 섞어버린다.
수백 장의 사진과 도판은
도시만들기에 대한 전 지구적인 모자이크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중세 도시 시에나의 형성과 유기적 패턴, 영국 식민통치의 결정체인 뉴델리의 탄생,
사회주의의 종주를 자임하는 모스크바의 재개발, 그리고 종교와 공공성의 상징이었던 스카이라인의 사유화. 이런 이야깃거리들이 도시만들기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며, 도시가 공동체의 구체적 표현이라는 저자의 전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 사회역사가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책을 흥미진진하게 저술해 주었다.
책속으로
그 형태가 제멋대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계획되지 않은’ 도시는 없다. 아주
이상하게 꼬인 길이나 골목과 잘 만들어진 공공장소의 저변에는, 과거에 땅을 사용하던 방식(그 전에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땅의 모양,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사회적 관계가 쌓여 있다. 또한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절묘하게 절충했기 때문에 질서가 유지된다. _ 본문 52쪽
격자는 역사적으로 계획 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패턴이다. 지리적ㆍ시대적으로 볼 때, (비록 연속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공통으로 나타난다. 전혀 종류가 다른 대지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계획안으로, 토지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수단으로, 또는 토지를 나누어 팔기 쉬운 방법으로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격자보다 더 나은 해법을 추천할 수 없다. _ 본문 95쪽
사회계층 속에서 전해졌든, 또는 국민들을 통치하기 위해서였든, 군대막사ㆍ수도원ㆍ공업도시처럼 특정한 공동체를 다이어그램으로 계획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공동체가, 그물망으로 연합되어 있거나 혹은 기하학을 미처 풀지 못해 작위적인 모습이더라도, 이것이 태동기의 이상 도시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_ 본문 165쪽
장엄한 기풍의 도시설계는 작은 도시에서는 소용이 없다. 쓸모도 없거니와 맞지도 않다. 시원하게 뚫린 긴 조망패턴으로 인식된다. 지형과 기존 도시조직의 관계는 자의적이며, 그 효과는 과장된다. 장엄한 기풍의 도시설계 이면에는 통상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국가가 있는데, 국가의 자원과 확고한 권위는 직선으로 뻗은 대로와 엄청나게 넓고 획일적으로 구획된 광장, 그리고 기념비적 공공건물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들 때문에 도시전망을 과장할 수 있다. _ 본문 240쪽
스카이라인은 도시의 서명이다. 스카이라인은 도시의 정체성을 속기한 것이며, 스카이라인을 통하여 도시가 번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모든 시기에 온갖 종류의 도시들은 그들이 가진 신념과 힘과 그들이 이룩한 특별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특색 있는 랜드마크를 높이 세운다. _ 본문 296쪽
도시 형태를 분석하는 다섯 가지 범주
도시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생겨났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 도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나 학생들 뿐 아니라 도시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특히
건축이나 도시설계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형태는 왜, 어떻게, 누가 도시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카밀로 지테, 조셉 스터븐, 워너 헤그먼을 거쳐 고든 컬런, 케빈 린치, 롭 크리에, 제임스
반스와 마이클 트라이브에 이르기까지 많은 건축과 도시연구가들이 이 문제를 다루어 왔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도시의
형태가 가지는 의미와 형태형성의 배경과 과정을 분석하고 있으며, 또 시대와 지역, 인종과 종교, 민족과 사회에 따라 도시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며, 때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도시의 모습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시형태의 형성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의 틀; 유기적 도시, 격자형 도시, 다이어그램으로서의 도시, 장엄한 기풍의 도시, 그리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통해 도시를 분석하고
있다. 물론 도시 형태를 분석하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이 있으며, 분석의 목적과 기법, 그리고 대상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사용된 다섯 가지의 범주는 모든 시대와 지역은 물론 문화와 사회적 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도시형태의 역사는 도시와 건축을 설계하고
만들어 가는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건축과 도시설계의 실무와 연구, 그리고 교육에 오랫동안 종사해왔던 나는 건축가나 도시설계가가 사용하는
디자인의 어휘나 요소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며,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왜 오늘날까지 우리가 격자나 선형 도시, 방사선 가로와 환상형 도시, 그리고 상징적인 스카이라인의 모습을 도시 속에서 만들고 있으며, 도시의
모습은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변해가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예리한 분석, 풍부한 지적 경험과 광범위한 문헌을 바탕으로 쓴 도시설계 역사분야의 귀중한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도시란
때로는 절대적인 정치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그 곳에 사는 보통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되기도 한다.
이처럼 너무나 다양한 도시의 발생과 소멸,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역사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도시형태의 변화를 관찰하게 되고, 형태가
전해주는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도시가 생겨나서 사라지기도 하고 존속하기도 하며, 형태와 기능이
변화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에 내재된 형태구성의 원리나 질서는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이나 천
년이 넘은 고도의 도시 형태를 볼 때, 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요소들이
모여서 결합되는 방식이 다르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연구가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바로 여기에 건축가들이나
도시설계가들의 역할이 있다. _ 양윤재
출간 배경
1992년 초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에 일 년간 교환교수로 있을 당시, 학교의 구내서점에서 스피로 코스토프 교수가 쓴 『The City Shaped』를 발견했다. 나는 책을
보면 볼수록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까지 10여 년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가르쳐 오면서 항상 나의 관심을 끌었고,
연구의 주제가 되어왔던 도시 형태의 형성과정과 배경에 관해 제대로 쓴 책을 만난 것이다. 1993년 봄 귀국 후, 학생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강의에 중요한 참고도서로 사용하면서 번역의 유혹을 계속 느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해박한 지식의 표현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역사연구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의 여러 언어와 문자, 그리고
고어와 현대어를 넘나들면서 문장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 무척 어렵고 난해한 일이라 선뜻 번역을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 바쁜 일정과 학문탐구에 대한 게으름, 그리고 본인의 학문적 소양의 부족함 등으로 인해 평소 쓰고 싶었던 도시 형태 연구에
관한 책의 집필은 고사하고, 이미 출간된 책이라도 제대로 번역을 해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본의 아니게도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졌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 책의 번역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번역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나자, 이 책과 쌍둥이로 출간된 『The City Assembled』와 함께 두 권의 책이 번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간사에서 그 중
한권인 『The City Shaped』를 출판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이 책이 우리나라의 건축과 도시계획, 조경 및
도시설계관련 학자와 연구자, 학생과 실무에 종사하는 전문가,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좀 더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우리의 도시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이 분야의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의 실무에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_ 옮긴이의 글 중에서
저자 소개
스피로 코스토프Spiro Kostof(1936~1991)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건축역사학 교수였으며, M.I.T.와 예일대학, 콜럼비아 대학과 라이스대학에서도 교수로 활동했다. 그가 쓴 책으로는 『건축가: 전문직업인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1977), 지금은 교과서의 표준이 된, 『건축의 역사: 장치와 의식』(1985), 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엮은
『디자인으로 보는 미국』(1987), 그리고 이 책과 짝을 이루는 『짜맞추어진 도시』(1999)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과, 미국 일리노이공대 대학원과 하버드
대학 설계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 조경 및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이후, 미국의 S.O.M.에서 건축과 도시설계 실무를 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환경대학원과 건축학과에서 도시설계를 가르쳐 왔으며, 미국 워싱턴대학 교환교수, 서울시청계천복원사업본부장과 행정2부시장을 역임했다.
목차
감사의 글
서론
인공구조물로서의 도시
역사 속의 도시
도시란 무엇인가?
1. ‘유기적’ 패턴
계획 도시와 계획되지 않은 도시
공존과 재현
‘유기적’ 패턴의 태동
직선과 곡선:
여러 가지 설계안
모더니즘과 풍경식 계획 도시
2. 격자
들어가면서
역사적 연구
격자를 계획하다
도시와 농촌의 협력체계
폐쇄형 격자: 구조,
강조할 점, 그리고 오픈스페이스
20세기의 격자
3. 다이어그램으로서의 도시
원과 다변형
특별한 환경
정치적 다이어그램
기능적 다이어그램
세속적/사회주의적 다이어그램
4. 장엄한 기풍의 도시설계
들어가면서
역사적 연구
장엄한 기풍의 도시계획
‘바로크’의 구성요소
포스트모던 바로크
5. 도시의 스카이라인
들어가면서
스카이라인의 모습
스카이라인의 설계
근대의 스카이라인
옮긴이의 글
Notes
Bibliography
Acknowledgment for Illustrations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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