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상실을 일깨우는 베트남 건축”
서울대-목천 강연의 두 번째 작품집
기후 위기와 도시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는 전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가는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통해 기여를 해나갈 수 있을까? 서울대-목천 강연의 두 번째 작품집은 베트남 신진 건축가인 트로피컬 스페이스와 H&P 아키텍츠에 주목한다. 베트남은 도시화와 기후 위기라는 두 가지 이슈가 교차하는데, 이곳의 건축 해법은 서구 중심적 사고와 반대된다. 건물을 밀폐하여 에어컨과 같은 기술과 연대해 ‘기후를 지우는’ 대신, 오히려 밖으로 열어젖힌다. 바람길을 만드는 것은 자연 환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틈을 통한 시선의 교환, 소리, 동선 등 사람 사이의 관계와도 맞물린다. 『트로피컬 스페이스 H&P 아키텍츠』는 건축가마다 이를 잘 드러내는 프로젝트 네 개를 선별해 에세이, 크리틱 등과 함께 수록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잃었던 시원(始原)의 건축을 다시금 상상해보게 할 것이다.
“이번에 서울대-목천 강연에서 소개하는 두 건축가 집단은 1990년대 이후에 교육받은 신진 세대다. 벽돌 쌓기의 현란함이나 기본 도형의 절제된 구성이 그들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첫인상이라면, 건축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사회 공동체를 향한 헌신과 봉사는 그들이 작품과 발화를 통해 되풀이하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베트남 근대건축의 첫 세대들이 갖는 선각자 의식과 전후 세대에게 주어진 부채 의식을 볼 수 있다.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그리고서 문득 자문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었던가, 혹은 무엇을 잃었는가?” - 전봉희(9쪽)
책의 구성
시작을 여는 전봉희의 프롤로그는 베트남의 전반적 역사를 훑으며 역사와 기후 그리고 건축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도큐멘트에서는 서울대-목천 강연의 소개와 함께 책이 나오기까지의 타임라인을 담았다. 에이탄 피치만의 크리틱은 베트남 건축의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트로피컬 스페이스와 H&P 아키텍츠를 비교·분석한다. PART 1과 PART 2에서는 각각 트로피컬 스페이스와 H&P 아키텍츠를 상세히 다룬다. 에세이에서는 각 건축가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고, 크리틱에서는 백진과 서현이 이들의 가치를 짚는다. 건축가별 다섯 프로젝트는 짧은 글과 사진, 도면, 스케치 등을 함께 실었다.
서울대-목천 강연
지역 건축계와 세계 건축계의 소통을 목표로 매해 국제적인 건축가를 초청해 개최하는 강연 시리즈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인 김정식(목천김정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서울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하면서 발족됐다. 2017년 미국과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를 초청해 첫 강연을 열었다.
제2회부터는 문화와 역사, 도시적 상황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시아 건축가를 초청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강연과 함께 건축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모노그래프를 출간하기로 했다. 제2회 강연자로 중국의 건축가 리우지아쿤을 선정해 강연을 열고 서울대-목천 강연의 첫 작품집을 출간했다.
두 번째 작품집은 베트남 건축가를 주목한다. 2019년과 2022년에 각각 트로피컬 스페이스와 H&P 아키텍츠의 강연을 주최하고 학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차례
PROLOGUE 베트남의 역사와 전후 세대의 건축 | 전봉희
DOCUMENT | 전봉희
CRITIQUE 베일, 방패, 그리고 농부들의 지식 | 에이탄 피치맨
PART 1 트로피컬 스페이스
ESSAY 행동하고 반응하고 공유하는 | 응우옌 하이 롱, 쩐 티 응우 응온
CRITIQUE 기후, 윤리, 시원의 건축 | 백진
PROJECT
터미테리 하우스
테라코타 스튜디오
쿠쿠 하우스
프리미어 오피스
PART 2 H&P 아키텍츠
ESSAY 가장 자연스럽게 만든 구조물 | 도안 타인 하, 쩐 응옥 프엉
CRITIQUE 부채 의식 없는 건축 | 서현
PROJECT
브릭 케이브
S 스페이스
응오이 스페이스
타일 네스트
PROFILE
IMAGE LIST
기획 및 엮음
전봉희
전봉희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동 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2004년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과 2010~2011년 풀브라이트 방문연구원(U.C. 버클리대학교)을 지냈으며 『3칸×3칸-한국건축의 유형학적 접근』, 『한옥과 한국 주택의 역사』,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등 한국과 동아시아의 건축 문화에 관한 저서를 다수 펴냈다.
조항만
조항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뉴욕의 그린버그패로우 아키텍처에서 실무를 거친 후, 뉴욕 H 아키텍처의 설립에 참여해 디자인을 총괄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지영과 함께 탈건축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존 홍
존 홍은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디자인 랩 ‘프로젝트 : 아키텍쳐’를 이끄는 건축가다. 그의 작업은 건축계획과 도시계획을 연결하며 도면, 재료, 이론, 컴퓨터 연산 등의 매체를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A 건축상을 15차례 수상했으며, 대표작들은 2014년과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국제 전시나 「아키텍처럴
레코드」, 「뉴요커」, 「아키텍처럴 리뷰」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교수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재직한 바 있다.
최춘웅
최춘웅은 서울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와 2010년 서울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플랫폼 서울 2009: 플랫폼 인 기무사〉(기무사, 2009), 〈플레이타임〉(문화역서울284, 2012), 〈탁월한 협업자들〉(일민미술관, 2013), 〈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아트선재, 2014), 〈보이드〉(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U.C.버클리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미국과 스페인을 거쳐 2007년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트로피컬 스페이스
트로피컬 스페이스는 건축가 응우옌 하이 롱과 쩐 티 응우 응온이 2011년에 설립했다. 응우옌 하이 롱은 호찌민 건축대학교에서 2001년 건축학 학사과정을 마친 후 2008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쩐 티 응우 응온은 2003년 호찌민 건축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열대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건축가는 건축이 주변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고, 작품을 통해 이러한 철학을 전파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지역 기후에 대한 대응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디자인은 조각적이고 단순한 형태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H&P 아키텍츠
도안 타인 하와 그의 동료 쩐 응옥 프엉은 2009년에 H&P 아키텍츠를 함께 설립했다. 도안 타인 하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하노이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2007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는 국제건축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국제건축가연맹(UIA)이 후원하는 다양한 상을 받았다. 또한 2015년, 2016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아시아 건축사 협의회(ARCASIA) 건축상 금메달을 수상했다.
에이탄 피치맨
에이탄 피치맨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과 교육학 학위를 취득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다. 미국 북동부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고, 실무 건축가로 일하면서 보스턴 건축대학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로저 윌리엄스 대학교에서 설계를 가르쳤다. 학창 시절부터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며 2010년부터 베트남인 아내와 함께 하이퐁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금속 가공 마을에서, 그 이후에는 과거 프렌치 쿼터 지역의 주택가 골목에 있는 집을 직접 고쳐서 지내는 중이다. 2011년부터 하노이 건축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사회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고 이들 사이에 잠재된 시너지 효과에서 영감을 얻는다.
백진
백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도쿄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Nothingness: Tadao Ando’s Christian Sacred Space』와 『건축과 기후윤리』 등이 있고, 다양한 저널(「ARQ」, 「JAE」) 등에 건축 역사 및 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서현
서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교 교수로서 건축설계와 건축이론이 전공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실무를 한 후 한양대학교를 거쳐 2019년에 부임했다. 여러 권의 건축 서적을 발간했으며 신문에 기고를 하고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