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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No.628 2020년 3월호 리뷰

16기 SPACE 학생기자

 

 

 


 

 

시민이 자라는 숲, 도시의 공공공간에 대하여

글 안서경(경희대학교 건축학과)

 

3월호 기사들 중에서 건축사사무소 리옹을 다룬 섹션이 가장 여운이 남았다. 평소 학교에서 다양한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가장 큰 이슈가 도시의 공공공간, 공공건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건축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존재감을 높이거나 기존과 다른 독특함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남개발역사 40년이 지난 현재, 서울은 급격한 도시화를 거쳐 메트로폴리스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도시 서울을 그려보라 한다면, 스스로 뽐내는 건축물들이 서로 부대껴 있는 모습일 것이다.

얼마 전 읽은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라는 기사(https://bit.ly/39JodCI)가 떠올랐다. 국회도서관을 소재로 공공건축과 시대 정신의 관련성을 이야기하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군사정부 시절의 공공건축은 민주주의의 전당이어야 할 공간을 권위의 상징으로 전락시켰다”는 문화평론가 이영미의 지적을 인용하며 국회도서관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시 행정지침으로 인해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여의도 서쪽 지역은 건물 높이가 국회의사당 처마보다 높을 수 없었다고 한다. 국회가 시민들을 대표하며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기관으로 군림했음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위치한 국회도서관 역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권위자의 캐슬처럼 지어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때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던 도서관 5층을 더는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시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도서관을 갖는다”고 하는데, 그의 말은 우리의 도시 문화의 민낯을 돌아보게 하고 애석한 마음이 들게 했다. 우리를 둘러싼 도시의 공공공간들은 프레드릭 로우 옴 스테드가 말했던, 공중위생이나 사회통합을 위한 처방을 제시하는 ‘해독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건축사사무소 리옹(이하 리옹)은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일상의 배경이 되어 사람들을 환대하는 건축을 묵묵히 전개해 나간다. 리옹의 슬로건 ‘일상의 배경이 되는 건축(Architecture as a background of daily life)’는 도시의 공공공간이 가져야 할 일상의 배경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리옹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아이들을 돌보면서 운영할 수 있는 어머니 협동조합에 맡기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 이러한 선택은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시킨다. ‘숭인재’에서는 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건축물의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공원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다. 숲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자라는 곳이며, 도시는 시민들이 신뢰와 포용, 소통과 합의로 연대하며 자라나는 곳이다. 건물은 배경이 되고, 숲을 우선하는 리옹의 태도는 도시의 시민들을 우선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축을 이렇게 정의했다. “건축은 공간의 용어로 표현된 시대 의지다.” 리옹이 공원 안에 건축을 안착시킨 태도는, 공공건축물과 더불어 앞으로의 건축이 건축물 자체보다 그 속의 공간을 향유하는 시민을 우선시하는 가치를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그릇

글 이화연(국민대학교 회화과/공간디자인학과)

 

이번 호는 공공건축을 주제로 다루었다. 건축사사무소 리옹(대표 이소진)이 설계한 세 개의 프로젝트가 단일 건축에 대한 이야기로써 미시적 관점으로 공공건축을 바라본 것이라면, 세종시를 통한 신도시에 대한 논의는 거시적 관점으로 공공건축을 바라봤다고 볼 수 있다.

이소진의 세 프로젝트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숭인재’, ‘배봉산근린공원 숲속도서관’은 모두 굴곡진 지형을 평평하게 밀지 않고 건축을 그 위에 얹듯이 설계되었다. 때문에 산길을 내려오며 건축물의 지붕을 바라볼 수도 있다. 도심에서는 이층 버스를 타야 겨우 지하철 입구의 지붕 정도 볼 수 있음을 떠올린다면 이는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숲속에서는 다양한 샛길로 통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도보와 달리 다양한 경관을 둘러보며 도착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모두가 마치 하나의 건축적 경험으로 연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숲속에 위치함으로써 갖는 이러한 공통된 특징과 달리, 세 가지 프로젝트는 각각의 특색 또한 갖고 있다.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은 이름대로 도서관 성격이 강하고, 숭인재는 정순왕후가 귀양 간 단종을 그리워했던 장소로써 정순왕후 기념 공간이 주민 이용시설과 함께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배봉산근린공원 숲속도서관은 주변에 있던 노후한 공원 관리사무소, 화장실 등을 철거하여 수용하였다. 각각의 위치에서 그에 걸맞은 삶을 담아내는 건축들이었다. 특히, 공원 관리사 한 분이 쉬는 시간에 어린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관련 인터뷰 내용을 보고 공공건축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루의 반찬이 담기고 씻겨지는 그릇처럼 공공건축이란 사람들의 삶을 담아주며 그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갈고 닦아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골자는 세종시를 통하여 신도시 개발에 대해 돌아본 내용이다.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연재의 좌담을 보면, 세종 신도시가 다른 신도시 아파트 위주의 도시계획과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 문제점의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도 공모전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설계안이 공모에서 당선되더라도 그 이후의 시공과정에 설계자 혹은 전문가가 관여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공모 당선작 이미지와는 다른 건축이 실현된 것을 보고 실망한 경험을 수없이 겪었다. 또한 지나치게 공모전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매년 이루어지는 그 많은 공모전에 과연 명확하고 지속적인 평가 기준이 존재할 수 있을까? 공모전 관리부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이미 아이디어의 다양성은 많이 확보되어 있지만 이를 정리하고 하나로 조직하는 과정이 결여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지역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이나 대안에 대해 생각하며 특색을 만들어낼 역할은 그곳에 살고 있으며 살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의 커뮤니티에서는 로컬푸드 활성화라는 특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요리 브이로그 등 식자재를 구해서 음식을 하고 먹는 일상적인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재배, 유통, 구매, 요리 등 삶 속의 많은 과정이 소거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그 공백을 채울 일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 조경, 도시 설계자들의 특권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의견을 고려하며 지혜롭게 잘 쓰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문제의식과 지속적인 논의가 관심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세종, 미완의 계획도시

글 이유정(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야시장을 꼭 들른다. 새 학기가 시작해 동급생과 친해지기 위해 같이 점심을 먹는 것부터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마음을 전하려고 내민 감자까지, 음식은 단순히 먹을 것의 의미를 넘어서며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점에서 낯선 타지의 야시장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곤 한다.

로컬푸드 활성화는 세종시가 내세우는 도시 정책이다. 이곳의 로컬푸드를 말할 때 로컬푸드 마켓인 ‘싱싱장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지역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을 판매하는 싱싱장터는 지역주민을 주로 상대한다. 이 고정 고객들 덕분에 지역 농업인들은 농사에 전념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싱싱장터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충족시킨다. 더 나아가 이 공간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도시민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종살이 1년, 도시읽기 1년’ 마지막 연재를 보면, 싱싱장터가 지닌 한계가 지적돼 있다. 도시 공간에서 싱싱장터의 기능이 대형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연재 기사에서는 자전거나 보행으로 퇴근길에 들러 그날의 식자재를 구입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네덜란드의 작은 마트와 비교됐다. 그런데 이 한계점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보행이나 자전거를 통한 출퇴근은 한국에서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네덜란드는 사람 수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 교통이 활성화된 나라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자전거는 도보와 도로에서 둘 다 환영받지 못한다. 또한, 세종시에서의 생활이 차량 이용을 강제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로컬 푸드 마켓이 대형 마트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는 것은 익숙함과 편리함과 연관된다. 4학년 때 들은 ‘건축과 도시’ 수업에서 ‘당신은 미래에 주택에서 살고 싶은가,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투표 결과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예상과 달리 아파트에 표가 몰렸다. 우리는 성냥갑같이 빽빽한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주입 받는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익숙한 곳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그리고 난방이나 보안 등의 장점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한다. 싱싱마트의 한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세종시의 로컬푸드의 활성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듯 계획도시는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우며 이 점에서 완벽할 수 없다. 도시란 사람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공간이 되어야지 누군가가 계획하고 설계한 뒤에 사람을 넣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계획이 덜 된 미완의 공간 속에서야말로, 그 미완을 통해 사람들의 욕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간들로 인해 도시에는 풍부한 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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