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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JOBS-ARCHITECT(잡스–건축가)』 북 리뷰

16기 SPACE 학생기자

16기 SPACE 학생기자 12명은 모두 건축 또는 공간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 직업인의 시선에서 건축가를 바라보는 책 『JOBS-ARCHITECT(잡스–건축가)』가 출판되어 이를 학생기자들과 함께 읽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석재 

 

굳어버린 생각을 조금은 유연하게

한석재(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도시공학과)

 

매거진 「B」의 단행본 ‘잡스(JOBS)’ 시리즈는 직업의 의미를 사람에게서 찾는다. 첫 장을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래서 건축가는 OO야!”라고 정의하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이런 일을 합니다”와 같이 재미없는 백과사전을 쓰기보다 매력적인 사람들이 품은 멋진 생각과 직업의식이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책에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생각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겼다.

서론에 담긴 ‘경청’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니, 기억에 남는 정도가 아니라, 약간 충격을 받았다. 어느덧 4년 차 건축학도가 되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지내던 나를 망치로 한 대 때려준 느낌이었다. 그 페이지는 생각이 막힐 때 한 번씩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진도 찍어 놓았다. 그렇게 경청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 책은 뒤이어 다양한 생각들을 와르르 쏟아낸다. 알고 있었지만, 한동안 잊고 지내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며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책장 한 편에 꼭 꽂아 두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얼마나 다양한 건축관이 존재하는지 알려줄 것이고, 머리가 굳은 학생, 더 나아가 현장에서 프로로 뛰는 단계라면 굳어버린 생각을 조금은 유연하게 해줄 것이다.

 

 

ⓒ이유정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회적 역할

이유정(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주기적인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는 일본의 건축가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요구한다. 건축가는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도전한다. 그렇게 건축가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을 넘어 ‘삶’을 설계하는 역할로 나아간다. 매거진 「B」의 단행본 『JOBS-ARCHITECT』에 소개된 이사자와 게이지는 이시노마키에 위치한 ‘이시노마키 공방’을 통해 그 역할을 수행했다.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시노마키 마을은 처참하게 변했다. 재건을 위한 정부 지원 및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물자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이사자와 게이지는 ‘지다이야(時代屋)’에 주목했다. 유일하게 피해 복구를 마친 단층 가게 지다이야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DIY 레시피를 제공해 이들에게 구체적 삶의 방식을 제공했다. 물고기를 낚아서 건네는 게 아니라, 낚는 방법을 전하는 셈이었다. 그의 해법은 주민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고, 이재민들은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마을의 일상을 되찾는 능동적 주체가 되어 갔다.

이 책에서 이사자와 게이지는 건축가란 특정 장소의 잠재력을 발견해내어 그곳을 새롭고 매력적인 환경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공원을 계획할 때에도 일시적 대피 장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할 수는 없을지 고민한다. 이처럼 건축가란 타인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음을 그를 통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서영

인터뷰로 드러낸 직업의식

이서영(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건축가가 자신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여러 건축가의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은 흔하지 않다. 어려운 용어 사용은 피하면서도 이야기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건축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에게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현재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타성적 태도의 방지를 위해 권하고 싶다. 나는 책꽂이에서 손에 가장 잘 닿는 칸에 꽂아뒀는데, 설계를 기계적으로 한다고 느낄 때마다 꺼내 읽을 생각이다.

소개된 일곱 명의 건축가 중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은 느끼되, “지적인 선민의식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 최문규의 말이 그랬다. 건축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난 더 많이 알고, 건축을 공부하지 않은 너희들은 몰라’라는 식으로 대하는 사람을 가끔 마주칠 때가 있다. 건축을 하며 가장 지양하고 싶은 태도인데, 이 책을 통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었다.

이미지로 말하는 인스타그램식 표현법에 익숙한 시대이다. 설계 스튜디오에서도 시퀀스를 차분하게 고민하기보다 스펙터클한 공간을 만드는 데 빠져들곤 한다. 책은 스펙터클이 선사하지 못하는 깊이와 통찰을 준다. 이 책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어서 전문을 읽으며 이 책의 시퀀스를 느껴보길.

 

 

ⓒ안서경

 

건축의 정의와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안서경(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이 책은 건축이란 무엇이고, 건축가란 어떤 직업인지를 여덟 명의 인터뷰와 에세이로 풀어낸다. 읽는 내내 건축과 공간이라는 것을 다루며 일하는 그들이 행복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특히 네임리스 건축과 루카 구아다니노의 인터뷰가 흥미로웠다.

”건축가는 건물을 만드는 사람인가?” 이에 대해 네임리스 건축은 “건축과 맞닿아 있는 다른 경계, 일시적인 파빌리온을 만드는 행위, 출판, 전시 등의 모든 것이 건축 행위의 일부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생각과 의지이다.”라고 답한다. 건축뿐만 아니라 영상, 이미지, 텍스트 작업에 관심 있는 내게 응원이 되는 답변이었다.

책에 소개된 여덟 팀 중 루카 구아다니노는 예상 밖의 인물이어서 놀라웠다. 나는 그를 영화감독으로만 알고 있었다. “많은 공간이 사진을 찍기 위해 만들어지고,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루카 구아다니노의 대답은 “공간은 기본적으로 선과 빛의 체계이다. 건축된 공간 안에서는 누군가 모든 감각을 느끼며 직접 경험한다. 공간 디자인은 결코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공간 디자이너라면 선과 빛 그리고 재료를 이용해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해야 한다”였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의 당연한 부분 중 하나인 ‘공간’을 둘러싼 빛의 움직임, 그곳에서의 경험을 되짚으며 건축의 정의와 그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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