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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中庭=마당」과의 재회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진
박영채
자료제공
나카무라 요시후미
진행
이성제 기자
background

「​中庭=마당」과의 재회

구가도시건축이 지은 두 개의 주택을 방문하며​ 

 

이번에 저는 이틀에 걸쳐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이 서울 외곽에서 설계와 감리를 했던 두 채의 주택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두 주택을 찬찬히 견학할 수 있었던 일은 저에게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두 채의 주택을 찾아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공감한’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이 글은 건축 평론이라기보다 어디까지나 견학기(르포르타주)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먼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가 40여년 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1977년 초가을, 제가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겠다 마음먹었을 때, 제가 일하고 있었던 요시무라 준조(吉村順三) 설계 사무소의 소장이자 제가 존경하는 스승인 요시무라 선생님께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건축가 김수근 선생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김수근 선생은 젊은 시절 일본에서 유학했을 때에 도쿄 예술대학교 건축과에 재학하며 요시무라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을 뿐 아니라, 선생님께서 김수근 선생의 일본 내 신원보증인이셨다고도 하니, 그야말로 요시무라 선생님은 김수근 선생에게 있어 ‘은사’임과 동시에 둘도 없는 ‘은인’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요시무라 선생님께서 직접 국제전화로 부탁해주신 덕분에 서울에서는 김수근 선생께 여러 모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지금까지도 제가 깊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저희를 위해 ‘공간’ 사옥 근처에 있던 ‘운당여관(雲党旅館)’이라는 한옥 여관을 예약해준 것입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조선시대의 목공예품이나 도자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용인에 있는 민속촌의 민가를 꼼꼼히 둘러보고, 도시형 중정주택인 운당여관에 묵게 되면서 저의 관심은 한국의 공예에서 건축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민속촌의 포근한 초가지붕, 벽과 천장 전체를 한지로 바른 온돌방, 간소한 평면이면서 다양하게 적용된 단면에 감명을 받기도 하였고, 주위로 담장을 두른 운당여관에서는 내부에 여러 개의 중정이 있는 전형적인 도시형 중정주택(코트하우스)의 공간 구성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묵었던 작은 온돌방은 대문으로 들어와서 바로 보이는 중정을 지나, 안쪽에 있는 또 하나의 중정에 접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 앞을 지나 건물과 담장 사이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면 주방이 있는 또 다른 중정이 있어, 그곳에서는 언제나 아주머니들이 큰 소리로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며 정성스레 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또 중정 한 켠 볕이 잘 드는 마루에서는 다른 아주머니가 손님용 이불깃을 꿰매며 바느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하나같이 부지런히 일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와 동시에 작업 공간인 중정 역시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어, 그 모습을 스케치하거나 사진으로 남겼던 일이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납니다.​ 

 

 

©Yoshifumi Nakamura​​

 

그럼 지금부터가 본론입니다.

2월 24일 이른 오후, 김포공항에서 조정구 소장 일행과 합류한 저는, 그 길로 차에 올라 경기도 파주 주택단지에 있는 파주k 주택으로 향했습니다. 사전에 보내준 자료로 사진과 도면을 미리 보았기 때문에 근처에 오자 파주k 주택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서쪽 도로에서 보면 두 개의 심플한 맞배지붕 측면이 앞뒤로 겹쳐지면서 일종의 리듬감을 만들고 있으며, 본채의 지붕은 거의 좌우 대칭으로 하고, 앞으로 나온 건물 지붕은 비대칭으로 했다는 점, 더욱이 건물의 북쪽(도로 쪽)에는 아예 처마를 내지 않고 남쪽으로만 크게 내고 있는 점 등 의식적으로 균형을 깨뜨려 입면에 약동감을 자아낸 것이라 느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의도대로 성공했다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2층도 남쪽에만 처마를 내고자 했다면 1층과 마찬가지로 박공벽을 처마 끝(이라기보다는 홈통 끝)까지 늘려서 입면적으로는 처마의 존재를 느끼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쳤습니다.

이어서 북측 도로 쪽으로 이동하여, 이 주택의 정면에 해당하는 파사드를 보았습니다. 오른편으로 건물 외벽과 같은 벽돌로 쌓은 낮은 담장과 한 그루만 상징적으로 심은 소나무가 이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파사드 디자인은 적절히 제어되어 고요한 느낌이 감돌았습니다. 회백색 벽돌로 쌓은 벽면에 필요한 만큼만 뚫은 최소한의 창들. 그리고 나무색을 살린 목제 차고 셔터와 현관문, 한식방의 창문. 이 세 개의 개구부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균형을 이룬 벽면 구성은 간소하면서도 아름답고, 고즈넉하면서도 품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담장까지 모두 같은 벽돌로 지어진 파주k 주택의 간소한 자태가 주변에 무질서하게 늘어서서 보란 듯이 과시하고 있는 이른바 ‘호화 저택’에 대한 ‘비평’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통일성을 갖춘 품격 있고 성숙한 주택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가와 클라이언트 모두가 ‘풍경’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파주k 주택

 

그럼 외부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드디어 내부로 들어갑니다. 외부의 다소 폐쇄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내부는 깜짝 놀랄 정도로 개방적입니다.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선 순간, 눈앞에는 널찍한 바닥 면과 그곳에서 이어진 잘 가꾼 잔디 정원이 펼쳐집니다. 이런 공간적인 연출은 건축가가 의도한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저는 어쩌면 클라이언트 부부가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건축가 이상으로 그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제가 클라이언트 부부에게 ‘건축가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물었을 때, 답변 속에 건축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곳곳에 배어 나오는 것에서도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크고 시원하게 열린 거실 공간은 그대로 왼편의 부엌과 다이닝 공간으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이 공간의 흐름이 저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 부부는 “한옥이 아니라 한옥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집”을 설계해 달라 의뢰했다고 합니다. 조정구 소장에 따르면, 서까래나 목재 루버를 지붕 경사에 맞춰 노출한 부분이나 거실을 세 칸 대청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이에 응했다고 합니다. 다이닝 앞쪽으로는 온실(실내화된 마당)이 있고, 부엌 앞쪽으로는 다용도실이 있어 각각 한국의 전통적인 주택 건축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집에서 확실하게 ‘한옥’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은 바로 거실 북쪽에 위치한 ‘한식방’입니다. 서쪽에 전용 마당이 있는 차분한 공간으로, 조용히 독서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작은 방입니다. 이 한식방의 입구에는 두 짝으로 된 한식 창호가 넓은 거실 벽면 한쪽에 균형을 이루며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창호는 한식방뿐 아니라 ‘한식(韓式) 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파주k 주택_ 한식방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2층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다시 바깥쪽으로 눈길을 돌려보겠습니다. 바깥으로 나가, 멀리서 보았을 때부터 눈이 가던 독특한 느낌의 회백색 벽돌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듣자 하니, 이 벽돌은 중국에서 수입해온 것으로 대규모 벽돌 건축물을 해체했을 때 나온 고벽돌이라고 합니다. 백고(白古) 벽돌이라 불리는 비교적 구하기도 쉬운 재료라고 하는데, 그저 다소 오래된 벽돌이다 보니 겉표면에 모르타르가 붙어있기도 하고, 색깔이 고르지 못하거나 모서리가 깨져 있기도 하여 벽면 시공이 끝나고 마감 상태를 확인해 보니, 건물 전체가 어쩐지 살짝 지저분해 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시나 클라이언트 부부는 그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결국 외벽 전면을 모두 그라인더 작업으로 다듬어 지금과 같은 깨끗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벽돌 색이나 텍스처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지저분한 상태를 직접 보고 싶었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감상입니다. 어쩌면 외벽에 고벽돌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것으로 내부 공간과의 대비가 지금보다 더 명확해지면서 한층 임팩트가 강해졌을 수도 있고, 건축적으로도 무언가 예상 밖의 의미와 새로운 가치관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한 번 더 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바라보니, 남쪽 담장 앞에 두 개의 의자가 집을 향해 사이 좋게 놓여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 흐뭇한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뒤에서 구가도시건축의 일본인 직원이 “저렇게 부부 둘이 나란히 앉아 집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라고 하네요”라고 귀띔해주었습니다. 그 순간, ‘아,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호흡을 맞춘 정말 좋은 주택을 보았구나!’ 하는 성취감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습니다.​ 

*** 

이틀째 이천의 도예예술촌에 있는 공방주택 열달나흘(이하 열달나흘)이라는 조금 특이한 이름의 주택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조정구 소장은 열달나흘이라는 이름은 “1년 열두 달 중 열 달, 주 7일 중 4일만 일하겠다”, 다시 말하면 “연중 2개월, 주중 3일은 쉬겠다”라는 의미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열달나흘은 조용한 주택지 한 켠의 둥그런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 이 구역에서 경관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로 가까이에 단층 건물과 회랑을 두고, 2층 건물을 도로에서 약 6m 정도 안쪽으로 배치함으로써 주변에 여유 있고 개방적인 공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완만한 곡선을 따라 지나가며 건물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명에 ‘도시건축’이라는 단어를 넣은 조정구 소장의 경관에 대한 ‘예의범절’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러한 경관에 대한 배려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가랑비가 내렸지만, 열주로 지탱하고 있는 경쾌한 회랑과 육중한 벽돌 벽면의 선명한 대비나 도로 지면에서 50cm 높인 중정과 그 안쪽으로 한 단 낮춰서 만든 텃밭, 작업용 마당 등 빗속에서도 건물 외부 디자인에 대한 조정구 소장의 남다른 ‘애착’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달나흘은 단층 건물과 2층짜리 건물이 중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이 두 건물이 회랑으로 이어진 구성입니다. 아마도 이 배치 계획과 공간구성이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안을 검토했겠지요.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찾아 실측 조사를 하고, 전통 한옥 리모델링 작업 등을 하며 조정구 소장은 마당에 주목하여 본인이 설계하는 주택에도 ‘마당’이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왔습니다. 그리고 마당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제껏 쌓아 올린 성과를 한층 발전시켜 열달나흘을 통해 결실을 맺고자 한 것이 도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날의 견학은 단층 건물인 자수 공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자수 작가인 부인을 위한 공방과 가게로,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는 닫혀 있고 중정 쪽으로는 크게 열려 있는 구성입니다. 자수라고 하는 작업의 특성인지 혹은 부인의 성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에는 화사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목조 건물이라는 점과 나무로 마감한 소재들이 많이 사용된 점도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공방 안쪽에 있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그곳은 중정에서 45cm 낮아진 마당(텃밭)임과 동시에 퍼걸러로 된 도예공방으로 가는 연결통로(보조동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가 마당(작업용)이라는 것을 암시하듯이 바닥에는 초콜릿 색깔의 김치 항아리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습니다. 

공방주택 열달나흘 ©Yoon Joonhwan

 

계속해서 둘러본 곳은 2층짜리 건물의 1층 부분에 해당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도예공방입니다. 실내는 자수공방과는 대조적으로 쿨한 그레이 톤으로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도예가인 딸의 창작 공간이자 생활공간인데, 무언가 분주해 보이는 분위기여서 재빨리 견학을 마치고 2층의 생활공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주택용 현관으로 들어가 경사가 완만한 직선계단을 올라가면, 그곳이 이 집의 거실입니다. 좁고 긴 계단실의 공간을 빠져나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계단을 끝까지 올라와 보니 2층은 예상보다도 밝고 개방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맞배지붕의 형태가 실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이 공간은 시원하면서도 널찍했고, 남서향인 아트리움은 유리 지붕으로 되어 있어 비 오는 날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자연광이 실내를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2층은 메인 침실과 거실, 다이닝・부엌이 ‘ㄷ’자 형태로 아트리움을 둘러싸고 있는 구성입니다. 거실 중간쯤에 서서, 마치 동영상으로 파노라마 촬영을 하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80。 천천히 시선을 옮겨보면 조정구 소장이 전통적인 ‘한옥’의 마당을 본떠 이 아트리움을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이면서 동시에 내부이기도 한 이 아트리움은 사실 마당인 것입니다. 이 아트리움은 계절에 따라 빛이 내리쬐는 상태나 기온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지 창호로 된 커다란 미닫이 문으로 간단하게 여닫게 되어 있습니다. 

공방주택 열달나흘 ©Yoon Joonhwan

  

이 주택에서 ‘실내를 천천히 돌아다니다 어느 지점에 멈춰 서서 다시금 둘러보게 되는 새로운 즐거움’을 깨달은 것은 건물의 동쪽 구석에 있는 아들 방에서 나왔을 때였습니다. 그곳에 서면, 우측 아래로는 올라오는 계단이 보이고, 거실의 소파 뒤편이 보이며, 왼쪽으로는 아트리움이 보이고, 비스듬하게 안쪽으로는 다이닝과 그 건너편의 부엌이 겹쳐져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각선상으로 실내를 바라보면 평면 구성과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시험 삼아 이번에는 반대로 서쪽에 있는 부엌에서 아들 방 쪽을 바라 보니, 우측으로는 아트리움이 보이고, 거실에서 가족들과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고, 계단의 난간이 보이고, 안쪽으로 아들 방이 보입니다. 주택을 견학하는 즐거움은 이런 자기 나름의 작은 발견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견에 연역하여 건축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주택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면 아마 ‘보람 있는 견학’이라 할 수 있겠지요.

대강 실내를 모두 둘러본 후에 저도 합류하여 훈훈하게 담소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마침 조정구 소장이 왜 전통적인 ‘한옥’의 배치 방식인 마당을 현대화하여 주택에 도입하려고 하는지,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차입니다. 이제까지 저는 조정구 소장에게 여러 번 마당이라는 단어를 들었지만, 솔직히 제대로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참에 마음먹고 조정구 소장과 일본인 직원인 요네다 씨에게 “마당을 일본어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구동성으로 “働く庭 (일하는 마당)!”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42년여 전 초가을에 운당여관에서 엿보았던, 「중정=마당」에서 아주머니들이 일하던 정경이 플래시백처럼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번역자: 이은


나카무라 요시후미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일본의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이다. 1948년 일본 치바현에서 태어났으며,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신지 건축설계사무소(1972~1974)와 요시무라 준조 설계사무소(1976~1980)를 거쳤다. 1981년 자신의 설계사무소인 레밍하우스를 설립하여 주택을 중심으로 한 많은 수의 작업을 해왔다. 제1회 요시오카상(1987), 제18회 요시다이소야상 특별상(1993) 등을 수상하였으며, 주요 저서로 『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을 생각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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