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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링을 위한 지속가능한 공간: 코사이어티

김예람 기자
사진
박지훈
자료제공
언맷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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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지금 서울에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범람하고 있는 중이다. 2000년대 후반,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와 사무실 임대 서비스 위워크가 설립된 이후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여러 분야에서 등장했다. 관련 스타트업이 늘어나자 건축 및 부동산 분야에서는 공간 활용도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 개념이 정착됐다. 그 유형은 크게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처럼 다수가 공간을 함께 점유하는 임대형 플랫폼과 취향관, 트레바리처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구독형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여기 공유와 구독의 중간지대에서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성수동에 위치한 ‘코사이어티’다. 코사이어티는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사회’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이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콘텐츠 생산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공간의 설계자이자 운영자인 이민수(언맷피플 공동대표)는 어떤 이유로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기획하게 됐을까?

 

이민수는 에이앤엘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에서 독립한 이후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을 거쳐, 언맷피플(코사이어티 운영법인)의 모태가 된 디자인스튜디오 ‘스튜디오 언맷’을 차렸다. 소규모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그는 건축·브랜딩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1~3인 스튜디오가 시장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밍글링’의 부재를 꼽았다. 밍글링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건축·디자인 분야에 오픈 소스가 너무 없어서 창작자 간의 밍글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 고민을 들어주고 정보와 솔루션을 공유하는 장이 부재하기 때문에 창작 활동을 도모하는 생태계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 그가 속한 언맷피플은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단 밍글링이 꾸준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모이고 공동의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했다.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한데, 언맷피플이 창작자 커뮤니티를 소재로 벤처 금융자본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벤처 금융자본이 불경기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공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나, 언맷피플이 코사이어티를 준비할 당시에는 이 사업에 대한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맷피플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만큼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사를 설득했고, 결국 창작자 커뮤니티의 시장성과 향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확장된 설계 스펙트럼 

언맷피플은 성수동을 코사이어티의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성수동은 대표적인 업무지구인 종로와 강남으로 접근이 용이하며, 준공업지역으로 분류되어 용적률 기준이 높다. 이런 조건 때문에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수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덩달아 산업·문화 공간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언맷피플은 독채면서 마당을 보유한 대지를 10년 장기임대로 계약했다. 당초 예상했던 임대료보다 저렴하게 계약했고 거기서 절약한 비용은 오랫동안 방치된 건물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확보했지만 코사이어티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과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수는 건축과 맞닿은 분야를 탐색하면서 설계의 스펙트럼을 넓혔고, 일관된 비전을 기준으로 대지 선정부터 설계, 운영에 이르는 모든 업무 영역을 자신의 업역으로 확장시켰다. “과거에는 클라이언트가 대지나 프로그램을 선정하지 않은 상태로 설계를 의뢰하면, 관련된 내용이 모두 확정된 후에 불러달라고 했다. 제 영역이 아닌 곳에 개입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건축 업역을 벗어나니까 기획과 컨설팅이 건축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건축가에게 주어지지 않은 업무와 설계를 연결하는 점이 언맷피플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건축가가 부동산 개발, 사업성 검토, 지역 리서치, 공간 운영 등으로 업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민수처럼 사업 계획부터 프로그램 운영에 이르는 건축 프로젝트의 전 범위를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넓은 업무 범위를 아우르는 건축 통합 솔루션을 제공했고 코사이어티가 구축된 이후에도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연한 공간, 변화하는 프로그램

언맷피플은 건축물로 정체성을 표현하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공간을 통해 코사이어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 밍글링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사이어티에는 디자인이 강조된 초기 설계안 대신 네 개의 건물과 이를 잇는 공간으로 구성된 설계안이 적용됐다. 오래된 금속 가공소는 업무 공간(A동), 여럿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라운지(B동), 옛 건물에 사용된 목재로 만든 트러스 구조의 다목적 공간(C동), 실외 영역으로 전환 가능한 파빌리온 공간(D동)으로 리노베이션 됐다. 그리고 브리지와 슬라이딩 도어가 각 동 사이에 설치되어 필요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공간구성은 코사이어티가 앞서 설명한 임대형·구독형​ 공간 플랫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공간 플랫폼은 세입자가 원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고정되어 있는 편이고 그 프로그램은 내부적으로 운영된다. 반면 언맷피플은 전문가로 구성된 밍글링 풀(pool)인 ‘코사이어티 프렌즈’가 프로그램 기획·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 코사이어티는 언맷피플과 프렌즈의 기획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C동은 〈시네마 파라디소〉(2019.9.7)에서 벽면을 영화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상영관이었다가, 〈다가오는 커피: 어 레터 프롬 더 바리스타〉(11.1~3)에서는 공간 중앙에 커피 스테이션을 둔 시음 장소로 활용됐다. 그리고 D동은 〈잡지, 왜 계속 만드는 거죠?〉(10.18)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야외 공간으로, 〈아웃 오브 바디 1.1: 비일상적인 일상에 대하여〉(11.11)에서는 현대무용가의 무대와 ㄴ자형 객석으로 활용됐다. 이런 다채로운 공간 활용만큼 코사이어티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시퀀스다. “좁고 긴 골목으로 걷다가 아담한 정원을 마주하고, 오른쪽에 있는 무주 공간으로 들어온다. 목조 트러스의 열을 따라서 파빌리온 공간으로 가면 열린 지붕을 통해 성수동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다시 무주 공간으로 돌아와 브리지를 통과하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라운지로 들어오게 된다.” 이민수는 이런 경험을 ‘장면의 연속성’이라고 칭했다. 이전에 진행된 프로그램 가운데 장면의 연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는 〈변화구성 배링 텍스처〉(8.9~25)이다. 이 전시는 방문자에게 정원, 파빌리온 공간과 오브제, 무주 공간에 설치된 정물사진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코사이어티를 감상하는 동선을 만들어주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가 참여한 첫 번째 전시는 공간과의 싱크(sync)가 잘 맞는다는 평을 받으며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공간 플랫폼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를 증명하듯 코사이어티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박공지붕 이미지가 전시 기간 내내 인스타그램에 떠돌았다. 하지만 당시 이민수는 이런 반응에 대해 많이 우려했다. 그는 “이 공간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은데 초기에 받은 폭발적인 관심 때문에 이미지 소비가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건축도 상품화되는 세상인데 여기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마저 상품화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던 언맷피플은 많은 관심을 뒤로 하고, 오랫동안 공간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운영 반년 만에 휴지기를 가졌다.

 

 

성수동에서의 코사이어티, 그리고 그 너머

코사이어티 이전에도 성수동에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공간이 있었다. 안전가옥은 2017년 8월에 문을 연 공간으로 장르문학 창작자와 애호가를 위한 공유 스튜디오 겸 시간제 도서관을 운영했다. 장르문학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얼마 전, 창작자의 활동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 공유 사무실 스타트업 헤이그라운드로 이전했다. 2014년 5월에 개업한 보부상회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협동조합이 운영하던 보부상회는 중간 유통망을 없애 창작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전달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조합원 모집과 임대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5년 5월 성수동에서의 운영을 종료했다. 이처럼 성수동에서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언맷피플에게는 나름의 해결책이 있어 보인다. 그들은 루트임팩트, 신촌살롱, 뿐또블루, 성수연방처럼 성수동에서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장소를 파악하면서 그 공간들과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점 단위의 운영을 넘어 연대를 통한 운영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러 활동을 발생시키려는 입장이다 보니, 협업이 가능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주체를 파악하면서 지역 맥락을 읽고 있다. 성수동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곳을 좋은 문화가 발현되는 지역으로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이다.” 이민수의 말에서 언맷피플이 코사이어티를 통해 성수동 커뮤니티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언맷피플은 성수동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수에게 코사이어티의 확장 가능성을 묻자, 그는 지방에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균형’이라는 단어를 또 한 번 꺼냈다. “최근 서울과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경험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는 수요(듀얼 라이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에도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언맷피플은 집객성이 높은 휴양지와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결핍이 있는 지역을 다음 거점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지역 내 창작자와 교류하는 공간을 구상 중이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국내외에 비교할 만한 대상이 있다. 타다의 서비스는 우버와 여기어때의 서비스는 에어비앤비와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코사이어티는 임대와 구독의 중간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선례나 비교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코사이어티를 분류하는 시도는 이르며, 이 공간에서 좀 더 다양한 활동이 누적된 후에야 제대로 그 성격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금속 가공소는 네 개 동의 공간 플랫폼으로 리노베이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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