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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과 열린 전시의 가능성: 서울건축문화제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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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시작해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서울건축문화제(이하 건축문화제)가 9월 6일부터 22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이번 주제는 ‘열린 공간’으로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열린 공간에 주목했다. 전시는 주제전을 중심으로 ‘한강건축상상전’, ‘올해의 건축가 전’을 비롯해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SAF 대학생여름건축학교’, ‘건축스토리텔링 공모전’, ‘서울, 건축산책’, ‘UAUS 서울마켙21’이 함께 꾸려졌다. 이 외에도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건축문화투어’, 도슨트투어’, ‘건축설계 잡 페스티벌’이 마련됐다. 이렇게 다양한 전시와 행사들이 올 가을 문화비축기지와 서울 곳곳에 어떻게 안착하여 ‘열린 공간’이라는 주제에 가닿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울건축문화제 2019 전시장 입구, Image courtesy of SAF

이번 건축문화제의 총감독인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는 주제전의 서두 영상을 통해 “지난 400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공간 진화의 핵심은 열린 공간의 성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당인리 발전소, 마포 석유비축기지, 경의선 폐철길 같이 시민에게 돌아간 열린 공간에 주목해 전시와 행사를 준비했다”고 기획의 말을 전했다. 그가 언급했듯 건축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폐쇄된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전환된 경우로 열린공간이라는 주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는 문화비축기지 T6(커뮤니티 센터)의 1층에서 시작해 램프를 따라 2층까지 연속적으로 마련됐다. 관객을 처음 맞는 것은 건축스토리텔링 공모전의 수상작과 ‘서울, 건축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제4회 건축사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좋은집 찾기 공모전(이하 좋은집 공모전), 제5회 중고등학생 건축사진 공모전의 수상작들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제라는 특성 상 서울에 묻혀있는 개인들의 기억과 이야기들로 관객을 초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 한강건축상상전과 여름건축학교, 서울시건축상, 주제전을 차례로 만날 수 있으며, 가장 마지막에 2018 올해의 건축가 민현식 전과 UAUS(대학생 건축과 연합회)의 서울마켙21이 배치됐다. 

이렇게 나열된 전시들은 각각 다양한 주체들이 다른 방식으로 열린 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건축스토리텔링 공모전과 좋은집 공모전, 건축사진 공모전이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서울의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전시에 개입하도록 했다면, 다른 한 축에는 전문 건축인들이 선보이는 전시가 펼쳐진다. 대학생여름건축학교에서는 서울의 새로운 열린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선정된 31명의 대학생들이 5팀의 스튜디오를 이뤄 각 멘토들의 멘토링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한강건축상상전에서는 ‘강: 열리는 새로운 꿈’이라는 제목아래 오픈스페이스로서의 한강을 다루는 건축가들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함과 더불어 세계 여러 나라에게 강을 주제로 선보였던 현대미술 작가들과 건축가들의 기존 프로젝트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선보였다. 여기에는 dRMM, MVRDV, 데이비드 마쿨로 아키텍츠, 가브리엘 레스터 등이 참여했다. 

 

건축스토리텔링 공모전 전시, Image courtesy of SAF

 

주제전에서 ‘기억을 담는 열린 공간’을 제안한 백희성은 열린 공간을 “공공적인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하면서 작품을 통해 건물과 외부 공간의 경계부뿐만 아니라 계단실과 같은 공공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사례로 부산 기장 시장 상가 건물의 계단 복도실을 넓혀 기장 시장의 오래된 이야기를 전시하는 갤러리로 활용되는 모습을 소개했다. ‘The New Open Space: Slow Core’를 선보인 김찬중(더시스템랩 대표)은 “그동안 오픈스페이스, 커뮤니티와 같은 개념들이 피상적으로 다뤄지다가 현대 도시가 고밀화되면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됐다”며, “어떤 건물이든지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이 있는데, 우리는 엘리베이터, 홀, 계단과 같은 공용공간을 열린 공간의 개념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장윤규(운생동 대표)는 열린 공간을 “마음의 경계 없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A Thosand City Plateaus 천 개의 고원’을 통해 그는 하나로 연결되어 경계가 없이 어린아이와 노인이 함께 책을 읽는 공간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소통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또한 조병수(BCHO 파트너스 공동대표)는 “구조물 자체의 열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열려서 사람들이 열렸다고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열림이어야 한다”고 했으며, 윤자윤(BCHO 파트너스 공동대표)은 “공공성을 확보한 열려있는 공간이더라도 개인성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백희성과 김찬중이 공용 공간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기능적으로 열린 공간의 개념을 실현하고자 했다면, 장윤규는 심리적으로 열린 공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이은석(코마건축 대표)은 들린 매스를 활용해 열린 공간의 물리적 구현을 보여주었고, 조병수는 사회문화적인 맥락까지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이 외에도 스티븐 홀, MVRDV, 발렌티노 시바돈(Valentino Sibadon)의 작업이 포함되어 열린 공간에 대한 세계적 건축가들의 관심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열린 공간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과 해석은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을까? 전시는 적절한 표현매체를 통해 관객과 소통을 이루었을까?

 

이은석, ‘들린건축, 열린가치’ ©Chun Euiyoung

 

총감독 천의영은 이번 전시의 형식에 관해 “올해 서울건축문화제처럼 전시 방식을 디지털 형식으로 바꾸고 유튜브나 SNS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일종에 열린 형식이라고 생각된다. 건축문화제 행사 자체를 어떤 열린 구조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건축 전시에서 전시 매체와 연출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건축문화제 또한 미디어 중심의 참여 플랫폼 구조로 바꾸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기존 건축전시에 전시장을 가득 메우던 패널과 모형 등이 최소화되었고, 영상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제전의 경우 공간의 한 쪽 벽면에 재생되는 커다란 영상들과 그 아래 작은 모니터들이 기존의 패널과 모형의 역할을 대체했다. 이에 관객들은 훨씬 쾌적하고 넓은 복도 공간을 올라가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전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도면, 사진, 패널, 모형과 같은 전통적인 전시 매체들이 줄면서 불필요한 정보량과 전시 이후의 폐기량 부분에서 확실히 다이어트된 듯 보인다. 또한 유튜브나 SNS를 통해 영상을 공유하면서 시민들이 전시를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통를 확장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영상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영상 매체 활용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번 건축문화제에서 접하는 영상들은 대부분 건축가 인터뷰 영상이거나, 스틸 이미지와 다이어그램으로 구성된 작품 영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상들은 패널과 모형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 뿐, 영상 특유의 정보 전달 방식이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주목할 말한 부분이 있다면 대학생여름건축학교에서 학생들이 설계의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스토리텔링하여 제작한 영상이다. 하지만 전시의 전체를 끌고 가는 영상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거나, 어떤 문제를 직시하게 하거나, 물음을 던지는 전시 매체로서 작동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또한 건축 정보 언어에 익숙한 전문 건축인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는 단순히 영상 매체로서의 전환이 아니라 세심하게 배려된 표현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전시 이외에 마련된 여러 부대 행사들이 있음에도 ‘열린 공간’이라는 의제를 던지고 공유하는 역할이 전시에 있다면, 그리고 건축문화제가 건축계가 아닌 서울 시민들을 초대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에 따라 어떤 메세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선명한 전략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관객의 경험치와 이해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문화비축기지의 T6의 1층부터 2층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전시를 관람한 일반 시민이 ‘열린 공간’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기억하면서 전시장을 나가게 될지 우리는 깊게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Chun Euiyoung 

Image courtesy of S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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