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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도시와 건축의 현주소: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사진
김태윤, 진효숙, 세르지오 피로네
자료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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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7년 첫선을 보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서울비엔날레는 지난 1회의 전시 형식을 그대로 이어 간다. 이번에도 장소 거점형 비엔날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돈의문박물관마을, 세운상가, 서울역사박물관 등 서울 곳곳에서 전시와 각종 행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올해 서울비엔날레는 총감독 체제로 임재용(건축사사무소 오씨에이 대표)과 프란시스코 사닌(시라큐스 대학교 교수)이 진두지휘 한다. 두 명의 공동 총감독이 내놓은 올해 주제는 ‘집합도시’다. 서울비엔날레 측은 집합도시란 “천연자원, 도시 인프라, 교통, 정치, 문화 등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모습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고 밝힌다. 주제에 대한 설명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해 보이는데, 이는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각을 모으고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서울비엔날레 역시 각 도시가 안고 있는 저마다의 생각을 원활하게 수렴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다중적 의미를 주제로 선정한 듯하다. 9월 8일 진행된 주제 강연에서 프란시스코 사닌은 “집합도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보다 현 시점에서 집합도시를 ‘왜’ 다루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거부족, 기후변화, 피난민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오늘날 도시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를 사람 중심으로 회복해야 하고, 건축 및 도시 디자인이 갖는 잠재적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임재용 또한 집합도시를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도시의 공공공간을 시민들이 공평하게 누리는 인간 중심의 도시”라고 말하며 단어의 정의보다는 함의를 언급했다. 공동 총감독의 설명은 이번 서울비엔날레의 두 가지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외 도시 및 건축 전문가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 참여형 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비엔날레는 크게 네 개의 전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주제전, 도시전,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는 개별 큐레이터들에 의해 조직되어 조금씩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으로 집합도시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주제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김태윤 / 이미지 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 새로운 집합 유형에 대한 탐구 

주제전 큐레이터인 베스 휴즈(영국왕립예술학교 건축과장)는 해당 전시를 “집합적 실천과 행위가 어떻게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기존의 공간 생산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자리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초대된 48개 팀의 참가자들은 집합도시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저마다의 관점과 방법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건축가뿐 아니라 사진가, 디자이너, 이론가, 기획자 등 다양한 전문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집합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몇몇 작품은 한국의 현 상황에 주목한다. 아미드.세로9(크리스티나 디아스 모레노, 에프렌 가르시아 그린다)은 한국의 찜질방 문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미래형 주거 유형을 제시한다. 찜질방처럼 소유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전통적 의미의 집을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매스스터디스(박기수, 조민석, 강준구)는 설계공모 당선작인 ‘밤섬 당인리 라이브’를 소개한다. 근대산업 유산, 화력발전소, 예술 공간, 자연 등 각기 다른 독립적 요소들을 집합시키는 프로젝트로, 영상, 패널과 더불어 3단으로 구성된 거대한 건축 모형을 선보인다. 특히 모형의 파급력이 컸다. 최근 건축 전시에서 모형, 도면, 패널 같은 아날로그 매체의 인기가 줄어들고 영상, 디지털 인터랙티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거론되지만, 모형의 직관성과 정보전달력은 여전히 힘이 셌다. 1:100 스케일로 제작된 1,800×3,000×975mm 크기의 모형은 수변 공간의 활용, 동선 체계, 기존 건물의 새로운 기능 등 많은 정보를 함축하고 있어 모형을 자세히 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사진 매체 또한 유효했다. 바스 프린센이 촬영한 팔만대장경 장서각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나무 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선명한 사진 세 점이 2×2m 크기로 나란히 벽에 걸렸다. 정보수집의 의미를 재정립한 작품도 있다. 오픈워크숍은 시대별 기록보관실을 소개한다. 과거의 장서부터 오늘날 우리가 보존해야 할 멸종위기종과 주요 에너지원, 실물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어떤 종류의 정보를 수집해왔고 그 정보를 수집하는 공간은 각각 어떤 모습인지를 개념적으로 접근해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반면 도그마(피어 비토리오 아우렐리, 마르티노 타타라)와 뉴아카데미는 도시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파고든다. 도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런던, 브뤼셀, 헬싱키의 곳곳에 위치시킬 수 있는 저가형 주거 공간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안한다.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실행할 수 있도록 공사법을 매뉴얼화해 책자까지 제작한 점이 특징이다. 켈러 이스터링(예일 대학교 교수)이 제안한 이주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매니’, 탈식민건축미술레지던시(샌디 힐랄, 알레산드로 페티)의 데이셰 난민촌의 기록물, 카담바리 백시가 수집한 기후변화 관련 시위 영상물 등 가지각색의 작품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과 디자인둘레길에 전시된다. “서로 다른 이슈와 그것에 대한 고민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는 베스 휴즈의 말처럼 주제전은 집합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새로운 제안들로 가득하다. 

 

도시전, 돈의문박물관마을 (©진효숙) 

 

도시전: 10개 키워드로 살펴보는 전 세계 도시의 주요 이슈 

도시전은 주제전과는 다른 출발점을 가진다. 주제전이 작가 중심이라면 도시전은 장소 중심이다. 도시전 공동 큐레이터인 임동우(홍익대학교 교수)와 라파엘 루나(한양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 80여 개 도시를 향해 집합도시라는 주제 아래 각 도시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슈를 다뤄 달라는, 다소 광범위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추출된 도시별 주요 이슈들이 몇 가지 키워드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21세기 산업도시, 강과 수변, 시장, 인프라스트럭처, 참여형 어버니즘, 도시밀도, 집합적 유형, 도시 공간의 점용, 상상의 도시와 분석 방법, 집합적 도시 기억과 레이어라는 열 개 키워드는 다시 말해 전 세계 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동시대적 담론을 의미한다. 참여 도시가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47개국에 위치하는 만큼 이번 도시전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도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어떤 현안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비교 대조할 수 있다. 임동우는 “다른 비엔날레가 서양 중심이라면 서울비엔날레는 베네수엘라, 뉴질랜드 등 비서구권 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건축가들이 참여한다”며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전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한, 도시가 세계 곳곳에 흩뿌려져 있듯 도시별 전시 부스 또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건물 열 곳에 나누어 전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지난 1회 서울비엔날레 때 주제전 전시 장소로 사용되었던 반면, 올해는 도시전 전시 장소로 활용되어 전시 콘텐츠와 전시 장소 사이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졌다. 우선 필리핀 마닐라는 개발도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인프라 및 공공서비스 제공의 한계를 다룬다. 도시 차원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역부족이라 상황에 따라 개인, 지방 의회, 민간 기업의 도움을 주고받는 ‘상황 대응형 인프라’를 소개한다. 미국 프로비던스는 도시의 빈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집합 모델을 제시하고, 요르단 암만은 요르단 강 국경지역의 물줄기 방향 전환과 그에 따른 사막화 현상을 조명한다. 모로코 카사블랑카는 시대별 도시 공간 변화에 대한 연구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미완성 대형 쇼핑몰의 다양한 쓰임새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은 공유지와 소유지라는 흑백논리로 도시의 길거리를 재해석한다. 이렇듯 다양한 도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시 부스마다 부착된 QR코드가 눈에 띈다. QR코드를 관람객이 스캔하면 빅데이터로 선호하는 도시와 전시를 분석해준다. 이는 전시가 관람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음을 뜻하는데, 단순히 전시장에 놓인 작품을 감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고 전시와 상호작용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관람객의 데이터까지 한꺼번에 모은 콜렉션을 만드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집합도시, 하나의 도시전이 된다.  

 

글로벌 스튜디오, 세운상가 (©세르지오 피로네) 

 

글로벌 스튜디오: 국내외 대학교가 해석한 집합성과 집단성 

글로벌 스튜디오는 지난 1회 서울비엔날레 때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는데 올해는 네 개의 중요 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지난번과 목표는 동일하여, 교육기관의 연구자와 학자가 다 함께 비엔날레의 주제를 확장시키고 중요 담론과 비전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튜디오 큐레이터 최상기(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집합도시를 두 가지 의미로 세분화했다. “집합도시에는 집합이라는 형태적 의미와 집단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데, 흥미롭게도 두 가지가 공존한다. 집합성이 도시의 형태적 결과물이라면, 집단성은 그 형태를 만들기까지의 원인과 과정,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고 언급했다. 두 가지 의미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언어가 아닌 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시각 매체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해당 전시는 실존하는 도시 및 건축이 아닌 이상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들을 선보인다. 홍익대학교는 해당 전시가 열리는 세운상가 일대를 주목한다. 미래에는 제조업의 범위가 물건뿐 아니라 콘텐츠까지로 확대되고, 생산집단 또한 개인 혹은 소규모 집단이 될 거라는 추측과 함께 그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 주택 유형을 제시한다. 매니토바 대학교, 칼턴 대학교, 토론토 대학교는 DNA사슬을 조합하듯 각 도시에서 발견한 특정 공간과 건축 요소를 교배시켜 특정 단위체를 만들었고, 이를 서울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는 인간 중심의 설계가 아닌 계절, 물, 공기, 동물 등에 맞춰 변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안을 한다. 쿠웨이트 대학교, 영국왕립예술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 국내외 대학교 43곳이 참여한 글로벌 스튜디오는 도시에 대한 각각의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현장 프로젝트, 서울역사박물관 (©세르지오 피로네)

 

현장 프로젝트: 다시 시작하는 전통시장 

현장 프로젝트 큐레이터 장영철(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집합도시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시장이라는 도시 공간으로 구체화한다. 그는 집합도시의 근원을 시장이라고 해석한다. “사람들이 물건을 교환하고, 정기적으로 물건 교환 날짜를 정하며 초기 형태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숙박시설도 생기고, 은행, 광장 등이 추가된다”며 도시 발전에서 시장의 역할을 환기한다. 현장 프로젝트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집합도시장〉은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근대시장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 현재 모습에 이르렀는지를 드로잉, 사진, 설치 작업, 소리 등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 〈서울도시장〉이 세운상가부터 청계대림까지 이어지는 보행데크에서 열린다. UAUS(대학생건축과 연합회)와 서승모(사무소효자동 대표)가 설치한 파빌리온이 곳곳에 설치되어 시장이 열릴 때마다 가판대로 사용된다. 여타 전시들이 ‘참여형’이라는 단어를 내걸 때 〈서울도시장〉은 전시 형식 자체를 탈피하여 완전히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주제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김태윤 / 이미지 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글로벌 플랫폼, 시민 참여형 전시, 지속가능한 비엔날레 

이번 서울비엔날레는 지난 1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별도의 시상식을 열지 않는다. 여러 도시, 여러 작가의 의견에 우위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는 베니스비엔날레가 매번 한 국가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하는 태도와는 명백히 다르다. 또한 스타 건축가라 불리는 유명인의 참여도 없다. 한 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를 만드는 대신 다양한 문화권의 여러 목소리를 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올해는 전 세계 80여 개 도시에서 180여 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2년 전 50여 개 도시 120여 개 기관이 참여한 것과 비교해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보였다. 지난 1회 서울비엔날레가 난해한 전시 구성으로 관람객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참여를 유도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비엔날레 콘텐츠와 관람객의 이해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시간별 도슨트,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 QR코드와 빅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비엔날레 차원을 넘어 도시와 건축에 관한 관심 자체를 도모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더 풍성해졌다. 우선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사진 및 영상 공모전을 열어 서울의 공공 공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점을 모았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에는 큐레이터와 참여 작가의 특별 강연 및 주제 강연, 지역별 테마별 투어 프로그램, 영화 및 영상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어 비전문가도 도시 및 건축 콘텐츠를 쉽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시민 참여형 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기술적 전략은 차치하고, 서울비엔날레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비엔날레 재단의 설립 그 자체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회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도 서울비엔날레만을 위한 독립 재단도, 기관도 설립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서울비엔날레의 주최는 서울특별시와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이 공동으로 하고, 실제 운영은 올해 행사만을 위해 새롭게 꾸려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사무국이 담당한다. 이 조직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데이터와 노하우 등이 축적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번 서울비엔날레는 11월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가까운 미래에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서울비엔날레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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