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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과 변화: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이성제
자료제공
인천아트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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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제물포조약이 체결된 이후, 인천의 작은 항구로 근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 청나라, 미국·영국 등 서구 열강이 개항장으로 몰려들었고, 조계지에는 외국인 거주지와 각국 영사관, 경찰서·우체국 등 관공서가 들어섰다. 미곡 거래소·세관·은행 등 통상 및 금융 관련 시설, 구락부와 호텔, 외국인 별장도 자리를 잡았다. 당시 조선인들을 사로잡은 근대적이고 이국적 풍경 이면에는 일제의 경제적 수탈과 기존 거주민들의 퇴거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에도 개항장 일대는 번성했지만, 산업화 시기가 지나고 주요 관공서가 이전하면서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거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폐해졌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쇠락한 이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앵커시설로서 기획됐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지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0년을 이어온 창작 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10년은 운영 전반에 체계를 갖추는 시간이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시·교육·국제교류 등 여러 사업이 초기에 기획됐는데, 예산 규모와 인력 면에서 이를 원활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매해 입주하는 서른 명 넘는 작가들에게 거주 및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비평과 연구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창작을 뒷받침하는 일은 상당한 경험을 필요로 했다. 열세 개 동에 이르는 시설 운영도 품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시설 관리 직원을 제외하면 실무를 맡은 인력이 다섯 명 내외에 불과했고, 예산 규모가 1억 원을 밑돌던 시기도 있었다. 국내에 들어선 다른 2세대 창작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더 나은 지원을 바라는 예술가들과의 갈등, 지역사회와 관계 맺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세월 동안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300명이 넘는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된 시설로서 지역 내 공공미술관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품 발표 이외에도 다각적인 기획전과 국제 교류전을 개최하고, 인천의 역사와 환경, 인물 등 지역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언(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지난 10년간 인천아트플랫폼은 안정적인 내부 시스템과 입주작가 중심의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다”며 “개관 초기에는 행정과 기획 시스템의 노하우가 없었고, 넉넉지 못한 예산으로 운영이나 콘텐츠 개발과 수행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레지던시 아티스트들의 창작 공간 제공과 창작 지원에 사업이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예술가들의 창작이 인천 시민과 관람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프로그래밍과 인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개입으로 달라진 원도심

인적이 드물던 원도심에는 아트플랫폼이 개관한 2009년 이후 유동인구가 증가했다. 아트플랫폼을 이용하는 작가와 상주 직원 이외에도 이곳에서 열리는 양질의 전시·공연을 관람하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시민들이 찾아왔다. 월미도·차이나타운만 둘러보던 관광객들도 이 일대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나들이하기 좋은 봄과 가을엔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빈 골목마다 카페와 음식점 등 상업시설이 자리 잡았고, 공방과 민간 갤러리도 몇몇 곳에 들어섰다.

이 지역에서 근대 산업시설(얼음창고)을 개조해 작업실로 쓰고 있는 건축가 이의중(건축공방 대표)은 “이전에는 저녁이 되면 가게 셔터가 대부분 내려지고 거리가 어두컴컴해 생활이 유지되는 가로로 보기 어려웠다”며 “아트플랫폼을 계기로 카페와 문화 공간이 들어서고 근대 건축자산에 대한 지역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처럼 전후 변화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만한 자본들이 들어와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활기는 아트플랫폼을 비롯해 이 일대에서 진행되는 공공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아트플랫폼 개관 이듬해인 2010년, 인천시는 중구 신포동과 인접 지역인 북성동·동인천 일대를 ‘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근대건축물 보전·관리와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적이 결합된 이 정책에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권장 업종(공연장·갤러리·문고 등 문화시설, 공방·양장점 등 수공예업, 기념품점·카페 등 접객·편의업)’을 유치할 경우 저리 융자와 경관 조성 보조금, 각종 세제 혜택이 제공됐다.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중구 생활사전시관 등 공공 문화시설이 설립되고, 2014년부터 항만·철도·음식문화 등을 문화관광 벨트로 연결하는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황폐했던 원도심이 공공의 개입으로 살아났지만, 현 시점에서는 지나친 상업화와 관광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항장이 지닌 역사성을 문화 상품으로 탈바꿈하며 이를 단순·박제하는 건 아닌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트플랫폼 주변이 일상적 공간으로 재생되기보다 거대한 ‘테마파크’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화되는 개항장 문화지구

아트플랫폼의 초기 구상은 이곳에 입주했던 예술가들이 레지던시 종료 후에도 지역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작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지역과 커뮤니티는 회복의 기회를 얻는다. 지역이 비일상적 공간인 관광지가 되고 지가가 상승하는 등의 변화는 아트플랫폼의 주 프로그램인 레지던시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레지던시 참여 후 주변에 문화 공간을 마련해 운영 중인 채은영(임시공간 큐레이터)은 “공공 레지던시 중 유일하게 원도심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은 편의성이 높아서 작가들이 선호하는 창작 공간”이라며 “심리적 거리감이 있던 인천을 레지던시 이후 거주나 창작의 공간으로 다시 보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아트플랫폼 주변이 낮에는 근처 직장인, 밤에는 유흥가 손님, 주말엔 관광객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고 거주민이 많지 않아 예술가나 기획자들의 공간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며 “레지던시 종료 후 작업실이나 거주지를 옮기려는 작가들은 인천의 다른 지역을 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문제 요인이다. 인천시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했다. 2009년 280만 명에서 지난해 3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개항장 일대를 아우르는 신포동의 경우 주민등록 인구가 같은 기간 500명 가까이 감소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구성비도 2018년 기준 인천 평균인 12.3%, 인천 중구 평균 14.3%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지역 또는 지역성을 작업 주제로 삼는 작가들에게 일종의 걸림돌이 된다. 더 나아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꿔가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곳에 어떤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 긍정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10년에 대한 방향성

「SPACE(공간)」는 인천아트플랫폼 공식 개관을 앞둔 시점에 총괄 기획을 맡은 황순우를 인터뷰했었다(「SPACE」 2009년 9월호 참고). 당시 그는 “순환되는 구조 속에서 기존 지역 주민과 새로운 주민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며 “아트플랫폼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작업실이 즐비하게 늘어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0년이 지난 현재, 그의 바람이 실현되었는지 또는 실현될 수 있는지와 별개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며, 그런 시점에 놓여 있다.

아트플랫폼을 둘러싼 현실이 녹록하지는 않다. 하지만 개관 후 시간이 지나며 내부 시스템이 안정되고 운영 노하우가 쌓였다. 예산도 확충되는 등 도약의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개항기부터 이어져 온 지역의 역사와 현재 진행 중인 변화 속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단서들이 자리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야를 개항장 일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확장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채은영은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초기 설립 목표와 위상 등에 관한 재조정이 필요해지는데, 아트플랫폼 그 자체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지역 전체 상황과 연결해 미션과 사업을 재구성하고 물리적 조건과 시설을 리세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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