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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현재적이면서도 즉물적인 단편들

서승모(사무소효자동 대표)
사진
진효숙(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사무소효자동
background

머리말: 뜬금없음, 맥락 없음에 대하여

세계 건축 경향이 비슷해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국가별 관심사나 디자인 특징이 읽히곤 하는데, 유독 한국 건축계에서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너무 다양한 디자인 경향의 혼재로, ‘한국적인 것(건축)’을 판단할 기준이나 흐름을 읽어낼 수 없다 보니 개별 건축 디자인의 잘잘못 또한 이야기하기 어렵다. 소위 건축 강국이라 불리는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건축을 판단하는 특유의 기준들이 있다. 그러한 기준들이 모여 타국과는 다른 변별적인 도시의 풍경을 가진다. 

건축은 서양의 것이며 동시대적이라고 말하거나, 혹자는 ‘한국에는 건축이 없다’고 한다. 또는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며 건축에는 이데아, 개념, 생각이 담겨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토건국가인 한국에서 건축 일반에 대한 담론은 많지만, 정작 한국적인 것(건축)을 논하게 되는 순간에는 벙어리가 되거나, 터부시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물론 타문화와 변별되는 한국 건축 요소는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압축적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한국 건축의 전통적 언어를 근대화할 수 있는 실마리는 왜곡되거나 희미해져, 이론 정립이 불가능하다. 과거의 한국은 조선이고, 고도성장기의 많은 건축물은 서양건축의 무분별한 복각이거나 카피다. 건축물을 잘 사용하기 위한 실천적 고민이나 한국 고유의 도시 이미지 형성을 위한 노력 역시 미약했다. 건축을 설명하는 언어 역시 피상적이어서, 시대-사회적 맥락에서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 지어놓고도 텅 비어버리거나, 외형만 번지르르한 국적불명의 건축들이 많다. 건축 교육에서조차 참고로 하는 서적, 작품 등도 한국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것이다.

 

내가 서촌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조선시대, 식민지시대, 해방 후, 그리고 고도성장기의 건축이 모두 공존하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자료 삼아 한국 건축만의 특징 또는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필지와 골목, 도로 변화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변했는가?’에 대한 시대적 상황과 이유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되면 좋겠다’는 자유로운 상상도 할 수 있다. 강남,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와는 다른 느낌이다. 신도시들은 개발 시기가 다를지언정, 빼다 박은 꼴이기 때문이다.  

 

경양식은 ‘간단한 서양식 요리’라는 뜻으로, 일본이 서양음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어이다. 오무라이스, 하이라이스, 돈까스, 나폴리탄스파게티, 카레, 일본식 샌드위치 등, 이제는 너무나도 일본의 것으로 인식되는 음식들이다. 도입 시기에는 서양의 것이었지만, 오랜 시간에 거쳐 일상에 깊게 스며든 식문화는 이제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 되어 일본의 맛을 대변하고 있다.  

 

서촌은 한국적인 감성으로 충만하다. 궁궐과 골목, 시장,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의 잔재 등 다양한 시공간적 상황이 중첩되어 혼재한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한국적인 정서와 통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이를 발전시켜 보고 싶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한국적인 건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뜬금없거나, 맥락 없는 것들이라도 일본의 경양식처럼 한국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서양의 재료를 한국 육수로 우려낸 건축이라고 할까? 

이어지는 글의 ‘땅, 바닥’, ‘적층, 평면’, ‘골목 구석’, ‘이름 없는 것들’, ‘파사드’라는 소제목은 동네를 거닐면서 어렴풋이 느낀 것들을 실제 건축으로 구체화하면서 정제한 언어이다. 한국성을 찾기 위한 단편이다.

 

1. 땅, 바닥 

전시 계획에서 주제는 바둑 같으면서도 장기(將棋) 같아야 한다. 왜냐하면 주제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여 읽혀야 하지, 과시적이거나 선험적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치 알 하나하나가 모여 집이 만들어지는 바둑 지형처럼, 주제는 관객의 이성적 뇌작용에 의해 인식되어야 한다. 반면 작품들은 장기의 말처럼, 특징적인 지점에서 주장을 드러내야 한다. 상과 말, 차의 역할이 다른 것처럼, 작업들은 각 지점에서 목소리를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에 열린 우란문화재단 기획전 <율동감각>의 전시 계획에서 우리는 전통과 현대공예,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다른 작품들을 16ⅹ4.5m의 단일 바닥 위에 함께 놓았다. 그리고 높이 90cm의 바닥 주변으로 램프를 계획했다. 램프의 고저 차에 따라 바닥은 높이 20cm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관객은 높이를 달리하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마치 한국 전통 가옥에서 기단, 대청, 문지방, 창, 소반이 갖는 단면의 미묘한 차이처럼, 여러 시대의 작품들을 보는 위치에 따라 작은 율동감이 느껴지기를 바랐다.

바닥 마감은 얼핏 보면 백색 페인트 같지만, 한지다. 일정한 크기로 재단한 한지를 2mm씩 겹쳐 도배했다. 한지 네 장이 포개진 꼭지점이 볼륨감을 갖게 되면서 바닥 전체에 보일 듯 말듯한 그리드가 생기고, 그 위에 공예∙미술 작품들이 놓여졌다. 여기에 조명을 국부적으로 사용하면 한지 바닥은 오브제를 위한 수평적인 배경이 된다. 바닥 모서리는 소반처럼 단부를 살짝 굴려 음영이 지도록 했다.  

 

<몸소> 전시장 바닥

 

<몸소>가 열렸던 전시장은 두 개의 크지 않은 장방형 공간이 이어진 형태였다. 내부에 리셉션 데스크와 서너 개의 단차, 그리고 어수선한 벽들 때문인지 마치 신축 건물의 자투리 공간에 전시장이 계획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품은 현대미술 작품과 화문석, 이와 관련된 아카이빙 자료였다. 화문석은 왕골로 문양을 놓아 짠 (돗)자리이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자리’라는 개념이다. 자리는 공간을 한정하는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건축 언어다. 땅이나 바닥 위에 자리를 펼치면, 그곳은 춤의 무대가 되고, 연회가 열리고, 신에게 기원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리는 행위를 한정하거나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장소화한다. 

‘몸소’라는 전시 제목은 ‘직접 제 몸으로’라는 뜻이다. 시각 이외에도 다양한 감각을 통해 직접 제 몸으로 공간을 경험하길 바랐다. 우선 단으로 분리된 두 개의 공간을 지그재그로 기울어진 바닥으로 엮었다.  10cm씩 높이가 변화하는 일정한 패턴의 바닥 위에서 관객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기울어진 바닥이 ‘서 있다’라는 감각을 배가시키면서, 관객 자신 위치나 자리에 대한 지각은 고양된다.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 자리에 대한 지각은 고양된다.  땅, 바닥, 자리는 모두 평면적인 건축 언어이다. 그러나 땅보다는 바닥이, 바닥보다는 자리가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패턴의 기울어진 바닥, 자리는 하나의 추상적인 작업이며, 동시에 구체적인 바닥으로서 건축적이다.     

 

‘마당 깊은 집’이라거나, ‘한옥은 수직적’이라는 표현은 익숙하다. 이전 작업에서 한옥을 고칠 때 방들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대청 하부의 기단 두 단을 없애고 마당을 높여, 편평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한옥의 무거운 지붕을 받아주는 요소가 사라져, 집이 아주 볼품없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개념적으로는 수평적 확장과 변이가 가능하다는 계획적 평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옥을 잡아주는 결정적 요소가 사라져버렸다는 점에서 반성을 했다. ‘마당 깊은 집’이라는 표현은 평면적인 건축 언어를 말하기도 하지만, 수직적 혹은 단면적인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당보다는 ‘깊은’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마당 같은 평면적인 건축 언어를 수직적으로, 또는 단면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깊은’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통건축의 언어를 현대화하는 하나의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바닥 역시 ‘기울어진’과 결합되면, 평면적이면서도 단면적인 언어가 된다. 

 

R 아틀리에 한옥 리노베이션. 방들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대청 해부 두 단을 없애고 마당을 높여, 편평하게 만들었다. ©Han Kyungho

 

2. 평면, 적층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숀 코네리가 주인공역을 맡은 포레스터는 흑인 청년과 함께 타자기를 앞에 두고 글을 써나간다. 포레스터는 경쾌하게 타자를 두드리며 써나가는데 반해, 청년은 타자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타자기를 두드리지 못하는 청년을 향해, 포레스터는 “키를 치라”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 “​가슴으로 글을 쓰고, 머리로 글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평면과 적층은 작업을 하면서 처음부터 머릿속에 염두에 둔 단어는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평면에 집중하면서 한국적인 것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발현된 언어이다. 포레스터의 말을 건축으로 직역하면, 마음 가는 대로 평면을 그렸는데,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니 ‘평면을 쌓다. 적층이었다’일 것이다. 일본에서 건축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그 중심에는 항상 평면이 있었다. 생각을 담은 다이어그램과 평면을 정리하고 나면, 단면과 입면, 그리고, 공간의 스케일, 디테일은 평면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따라오는 수순이었다. 

 

M 하우스는 하남 미사 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한 3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주변에는 택지개발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수사의 조형이 난무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구조 논리가 명쾌하게 보이는 주택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미노 이론처럼 ‘세 개의 바닥을 적층하고, 입면에서 바닥의 측면을 돌출시켜 3층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각층의 평면 형식을 의식적으로 다르게 구성함으로써 젠가처럼 적층된 느낌을 배가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도시 한옥 평면에서 대문간, 문간방 평면 형식을 추출하여 1층에 적용하고, 2층은 대청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방의 모습처럼, 내중정을 중심으로 방 세 개를 에워싸듯 계획했다. 3층은 원경의 산을 바라보며, 홑집의 볼륨이 살짝 꺾여 놓여지고, 남은 부분에는 토심을 확보하여 땅에서 멀어진 3층의 약점을 보완했다.  

그렇게 각기 다른 평면 유형 세 개를 각층의 무량판 구조 위에 얹혀 두었다. 벽과 기둥은 층별로 독립적인 구조로 계획함으로써, 단면적으로 얽힌 느낌은 줄이고 평면적인 것을 강조하여, 적층을 표현했다.

 

J 스튜디오 하우스. 1층은 보를 노출하는 철근콘트리트조로, 2층은 중목구조 일부를 채택한 경량목구조로 계획했다.

 

평면과 적층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한 첫 작업은 연희동에 위치한 J 스튜디오 하우스다. 작가 부부를 위한 주택으로 2층과 다락으로 계획했다. 연면적 20여 평밖에 되지 않아, 방 한 개, 화장실 두 개, 거실, 식당과 주방, 그리고 계단을 넣다 보니, 전이 공간 같은 공간적 여유로움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철근콘크리트조와 목조를 적층하여 질이 다른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1층, 2층의 마감변화로 공간의 톤 앤 매너를 조절하는 인테리어 전략이 아니라, 구조적인 접근을 하게 된 것이다. 1층은 보를 노출하는 철근콘트리트조로, 2층은 중목구조 일부를 채택한 경량목구조로 계획했다. 1층은 백색으로 마감된 무기질의 공간으로, 2층은 목재의 온기와 섬세한 구조 모듈이 보여지는 친밀한 공간이 되었다. 노출된 보로 나누어진 1층의 칸과 중목구조의 기둥과 다락을 지지하기 위한 구조재가 형성하는 2층의 칸이 단면적으로 포개져, 전이 공간 부재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1층의 외장재는 별도의 마감 없이, 콘크리트골조 면을 정으로 쳐서 구조의 묵직함을 표면에 드러냈다. 반면, 2층은 외단열 스타코를 차용하여 콘크리트조 위에 올라선 목구조의 가벼움을 나타냈다. 따라서 J 스튜디오 하우스의 평면과 적층은 평면 형식의 적층이 아닌, 각기 다른 가구식 구조의 적층이다. 마감재의 구별로서가 아니라, 콘크리트와 나무가 만들어낸 가구식 구조의 상이함에 의해 공간이 나누어진 예이다.  

 

대전의 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한 D 하우스에서는 J 스튜디오 하우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특히 ‘땅, 외부환경과 어떻게 관계 맺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1층은 안으로 열린 중정형의 ㅁ자, 2층은 원경으로 열린 ㄴ자 평면 형식을 가지며 적층됐다. 16 ~17m 길이의 보(보춤 800mm) 네 개는 우물정자를 이루며, 가마를 지듯 2층을 지지한다. 이로써 내부 공간과 중정 사이에는 구조적 기둥 없이 외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만 처마를 창호보다 높은 곳에 위치시켜 처마가 건축 구조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언어가 되도록 계획했다. 그리하여 처마는 내외부 사이의 미묘한 경계가 되었다.     

 

평면과 적층은 파사드, 볼륨, 매스 같이 익숙하게 쓰이는 서양의 건축 언어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목구조의 전통을, 서양은 조적조의 전통을 갖는다. 조적조에서는 벽돌이나 돌을 쌓아, 벽면(파사드)을 만들고 그 안에 볼륨을 만드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매스의 분절, 파사드의 표정 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목구조는 기초 위에 기둥과 보를 엮어 내부 공간을 형성하고, 내외부는 창호로 막아 분절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평적이고,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외부 관계가 중요하고, 필연적으로 땅과 배치의 문제가 반복해서 등장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면과 적층은 이렇듯 한국적인 건축 어휘의 기본이 된다.

 

D 하우스. 16 ~17m 길이의 보 네 개는 우물정자를 이루며 가마를 지듯 2층을 지지한다.

 

3. 골목, 구석 

서촌에는 골목이 많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 사이로, 한옥, 양옥, 다세대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혼재한다.  조선시대부터 있던 골목은 일제시대와 고도성장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면서 잘리거나 넓혀졌고,  여백으로서의 대지는 세포분열하듯 분할되거나 합필되었다. 이렇듯 서촌의 현재는 과거의 시공간이 중첩되어 그 지형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수형도는 나뭇가지 모양의 그림이다. 또는 사이클이 없는 연결된 그래프를 지칭하기도 한다. 무수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수형도처럼, 골목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점을 만들어낸다. 비슷한 듯 다른 골목길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점과 시퀀스, 그리고 선택 가능한 무수히 갈라지는 동선을 경험하게 된다.  단층 또는 2층, 5층 미만의 벽으로 둘러싸인 골목단면에서 보행자는 한국적인 공간 스케일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골목 사이사이로 부풀어진 구석은 집 내부에 갇혀있던 생활이 베어나는 곳이다. 화분, 자전거, 의자, 같은 일상의 물건이 놓여진 구석은 기능이 주어지지 않은 도시의 여백이며, 커뮤니티를 위한 포켓 공간으로 작동한다. 

 

©Song Jaewook  

O 하우스. 작은 단차로 이루어진 계단의 개수와 위치는 골목길에서 보여지는 완만한 각의 변화처럼, 단면적 혹은 시퀀스적으로 공간 사이사이의 구석으로 작동한다.

 

옥인동의 O 하우스는 골목 네 개가 애매하게 교차하는 구석에 위치한다. 우측으로 45도 잘려나간 매스는 반으로 잘린 2층짜리 목조 적산가옥과 함께 두 골목 사이에서 파노라마를 이룬다. 그리고 그 앞에 넓게 펼쳐진 구석을 만들어낸다. 물론 건축법의 가각전제에 의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45도 각이 만나는 두면은 골목 끝에서 완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주변 건물의 색 정보를 고려하여, 검은색에서 검붉은색으로 변하는 오목한 18ⅹ140mm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했다.  

1층에는 구석진 외부공간, 현관, 욕조가 있는 화장실, 세탁실이 있고, 2층은 방 세 개, 3층은 높은 층고의 거실과 다이닝룸, 부엌, 화장실, 4층은 서재로 구성된다. 그리고 전작인 삼선동 S 하우스처럼 골목길 같은 계단으로 각층이 연결된다. 발전된 점이 있다면, 구불구불한 애매한 각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골목길처럼, 두세 개 단차의 계단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석구석을 분절했다는 것이다.  

현관을 거쳐 1층에서 3단을 돌아 내려가면 반지하의 욕조가 있는 은밀한 공간이 나온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안방문과 반을 꺾어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위치한다. 좌측으로 2단을 오르면, 방 두 개가 있다. 끝 방에는 45도의 대각선과 완만하게 깎인 벽을 돌아 위치한 구석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지나쳐온 방의 장지문과 안방 창, 현관의 빛이 드는 채광창이 마주한다. 이 모호한 공간은 외기와 방 세 개, 현관을 이어주는 중의적인 역할을 한다. 상부로 뚫린 돌음계단을 오르면 작은 화장실, 부엌이 있는 층에 이르고, 두 단을 더 오르면 거실이다. 애매한 넓이의 참을 지나 상이한 디테일의 계단실을 오르면 목조로 지지되는 서재가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한옥의 복도 폭은 600mm이고, S 하우스의 계단 폭은 750mm이다.  그런데 실제로 750mm 폭의 계단을 사용해보니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O 하우스의 계단 폭은 800mm를 기본으로 설계했다. 450mm의 창 높이, 1350ⅹ1350mm의 정방형 창 치수는 이전 작업에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나온 것이다. 애매한, 모호한, 중의적, 추상적인 건축 언어는 사실 이전 작업들을 바탕으로 나온 구체적인 치수 값이다. 아마 치수에 대한 감각이 점점 늘어나면서, 애매한고 모호하며 중의적일 수 있는 실제 공간이 계획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단차로 이루어진 계단의 개수와 위치는  골목길에서 보여지는 완만한 각의 변화처럼, 단면적 혹은 시퀀스적으로 공간 사이사이의 구석으로 작동하며, 엄밀하게 계획된 평면에서 여유를 가지게 한다. 그렇게 단면의 작은 변화 속에서도 평면적인 골목길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계단으로, 때로는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서 말이다.    

 

4. 이름 없는 것들 

서촌의 골목을 걷다 보면, 왠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을 보곤 한다. 한옥의 지붕, 다양한 모양의 방범창, 벽돌, 혼재된 재료들, 과하게 장식된 대문 등이다. 건축양식으로 정의되지 않지만, 조형성을 갖거나, 묘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실재하는 것, 익숙한 것, 그리고, 평범한 것들을 나는 ‘이름 없는 것들’이라 말한다. 그렇게 실재하는 것들로부터 정리된 재질과 치수들이 추상적인 틀 사이에 작동하는 구체적인 건축 어휘가 되길 바란다.  

 

체부동 J 한옥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가진 첫 생각은 ‘멋들어진 한옥의 지붕을 받치는 목구조의 비례를 잘 드러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건축가의 의지는 최대한 배제하여 손을 댄 듯 안 댄 듯한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한옥의 기둥과 보는 짜임으로 만나기 때문에, 기둥을 중심으로 보들은 높이를 달리하며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 한옥의 목구조이다. 기둥의 단면 모서리는 수작업으로 살짝 굴리면 손맛이 나곤 한다. 약간 뭉뚝한 자재가 어긋나 만나며, 한옥의 처마를 받치고 있는 모습은 한국적인 맛을 낸다.  

그리고 목구조 사이에 한식시스템창호와 테라코타로 마감한 흰 벽을 채워 넣었다. 손맛이 나는 자재를 사용하면서 높낮이를 달리하는 수평부재와 수직부재가 만들어내는 한국적인 비례를 살려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본채의 현관을 문과 창문을 조합하여, 구조 사이에 끼워 넣었다. 시스템창호 사용시에 문제가 되는 방충망은 유지보수가 용이한 블라인드 천을 이용하여, 베이지색 방충망을 만들었다. 대문은 도로 측으로 살짝 들여 골목길에서 집으로 들어설 때 여유로운 공간을 두었다. 이는 일반적인 도시한옥에서 보이는 내부화된 대문간과는 다르다. 그런 대문간의 내부는 물건이 마구 놓여진 창고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골목과 반씩 나누어 사용하면 집 내외부의 각각 여유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다.

마당의 조경은 원래 있던 식재를 그대로 살렸다. 낮아진 별채 앞에 장대석을 나열하여 자칫하면 주저앉아 보일 수 있는 별채 앞 마당의 단점을 극복했다. 보일러실은 높이를 낮춰 본채 측면과 담장 사이에 두어  한옥의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툇마루 하부의 기단을 연장한 일부를 수돗가로 만들었다.  

한옥이 연접하는 골목에서 문제가 되는 에어컨 실외기와 전기 계량기는 한쪽 벽에 파묻었다. 벽체의 일부로 디자인하여, 골목길 전체의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렇게 해서 J 한옥 역시 이름없는 한옥들 가운데 하나로 골목길의 배경이 되었다. 

 

J 한옥 리노베이션. 높낮이를 달리하는 수평부재와 수직부재가 만들어내는 한국적인 비례를 볼 수 있다.

 

뉴욕이나 런던처럼 오래된 도시를 걷다 보면, 시대별 특징과 양식이 드러나는 건물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촌 역시 조선시대부터 있던 마을로, 다양한 시대별 특징이 혼재해 있다. M 게스트하우스의 건물은 본래 현행 법규의 건폐율을 넘어서 있었고, 두 개의 건물이 어색하게 합체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법상 대수선 범위 내에서 리노베이션을 해야 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층 조적조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의 일부 비내력벽을 덜어냈다. 1층에는 건축주의 주거, 2층은 외국인 도시민박을 위한 실 네 개를 계획하고, 지하는 공방과 게스트룸 유지를 위한 세탁실, 린넨실을 두었다.  

이 건물은 원래 두부공장이었다가 이후 지하와 1층은 쪽방, 2층은 무속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어둡고 습한, 음침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하와 1층이 현관과 함께 엮인 공간의 얼개는 흥미로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반층 내려가면 반지하가, 우측으로 꺾어 반층 오르면 1층이었다. 평면과 단면의 선들이 정렬은 안되었을지언정 공간감은 참 좋았다. 사용자가 필요에 의해 덧붙인 디자인들의 합은 전문가인 나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아마도 신축이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공간이다. 이 공간의 단면을 바탕으로 전체 공간의 얼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어두운 1층에 빛을 넣기 위해 2층 바닥을 절개했다. 그렇게 현관으로부터 지하, 1층, 2층이 시각적인 단면을 이루며 확장되었고, 이는 1층에 빛을 넣는 우물이 되었다. 전면에는 어색한 문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지하와 1층 사용자를 위한 문, 또 하나는 2층 사용자를 위한 문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유지하되, 현관에서 서로 통할 수 있도록 슬라이딩 문을 설치했다.  

이 건물의 외부, 특히 개구부는 고치지 않았다. 한쪽에 몰려 있는 문 두 개는 그대로 유지하되, 나무와 페인트로 마감한 문으로 변경하고, 문 하나의 각을 살짝 튼은 정도이다. 그리고 루이비통 패턴과 비슷한 방범창을 새롭게 제작하여 창 위에 덧붙였다. 아마도,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이 건물이 고쳐진 후에도 외벽으로부터 친숙한 인상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내부는 기존의 공간 골격이 증폭되고 전체 공간으로 확장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어쩌면 M 게스트하우스에서 보이는 사무소효자동의 태도가 이중적[역설적]으로 느껴질 수 도 있다. 파사드는 거의 손 대지 않고, 내부에서 많은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의 공간 얼개는 처음 방문했을 때 바탕이 되는 공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고쳐질 수 없었기 때문에 무명의 디자인, 필요에 의한 디자인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름 없는 것들’이 이 장의 소제목이다. 서촌을 걸으며 나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 요소들이 알게 모르게 작업에 스며들었다. 나에게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요소들을 스냅으로 찍어 보관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모호하고, 평범하고, 익숙하고, 애매한 것들을 들여다 보면서 새롭게 발현될 한국적인 건축 언어를 상상한다.   

 

M 게스트하우스. 이 건물의 외부, 특히 개구부는 고치지 않았다.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이 건물이 고쳐진 후에도 외벽으로부터 친숙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5. 대로와 골목에서의 파사드

대로는 사상을 바탕으로 도시 얼개를 이루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그에 반해 골목은 필요에 의해 형성되는 길이다. 유럽의 경우를 보아도 도시 별로 대로 유형에 따른 파사드의 대응 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대로변 건축물은 그 나라의 양식이나 코드에 따라 주요 건축물을 연접시켜 짓기 때문에, 이들이 모여 도시 나름의 변별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골목에서의 파사드는 다르다. 오히려 경직된 양식이나 코드보다는 필요성에 따라 자유롭게 파사드를 구성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면구성이 나타난다. 

 

사실 사무소효자동 작업의 대부분은 도시 맥락이 복잡한 골목길에 위치하기 때문에 파사드에 대해 특별히 의식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대로변에 위치하는 띠어리, 현대카드뮤직라이브러리, 보안여관의 리노베이션을 수행하면서 ‘파사드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솔직히 목조건축의 전통을 잇는 한국건축에서 파사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양건축에서는 조적조의 전통을 갖기 때문에 재료 단위를 쌓아 면을 형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적설법적 공간을 바탕으로 개구부를 뚫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재료적으로도 파사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기둥과 보를 엮어 형성된 가구식구조의 공간에서 파사드는 의장의 일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구조, 재료, 기능을 추구하는 전통적 건축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사무소효자동의 작업들 대부분은 평면을 중시하고, 이를 적층하여 건축 볼륨을 형성해왔다.

 

띠어리 파사드 디자인. 검정 벽과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만들어내는 구조미, 50m의 단차가 만들어내는 세련된 선은 띠어리의 철학과 연결된다.

 

띠어리는 왕복 4차선의 이태원로에 위치한다. 이태원로는 역사적 의미가 깊지는 않지만, 넓은 대로 폭을 갖기 때문에 반대편 보행자로에서 건물 정면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대상지는 이전에 아이리버의 음악문화공간으로서 아이리버의 이미지를 담은 파사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띠어리가 들어서면서 띠어리에 맞는 입면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상업성이 강한 대로에서 어떻게 하면 건축적 본질에 접근하면서도, 띠어리가 갖는 상업적인 이미지를 반영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지하 1층과 1층은 띠어리 숍으로, 2, 3층은 아이리버의 녹음 스튜디오 및 시청 공간을 유지하고, 4층은 카페의 기능으로 구성되었다. 1층의 공용 공간과 외부 공간, 그리고 파사드가 사무소효자동의 업무 범위였고, 내부 인테리어는 띠어리 본사에서 담당했다. 

보통의 파사드 리노베이션이라면 마감재를 털어낸 기존 구조 위에 마감재를 새롭게 덧붙여, 상업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관성적 접근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접근을 하고자 했다. 기존 건축물은 건축한계선에서 3m 뒤로 떨어져 있어서 양 옆의 건물에 비해 한발 뒤로 물러서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인지도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를 보완하고 현행 법규에 맞추어 내진설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전면과 두 측면을 ㄷ자로 감싸는 하나의 벽을 생각했다. 이는 독립기초를 갖는 ㄷ자의 구조 벽으로서, 기존구조를 바깥에서 포옹하면서 내진 역할을 한다. 먼저 기존 벽을 안쪽 거푸집 삼아 바깥쪽에는 새로운 거푸집 틀을 형성하여, 각 층으로 200mm 두께의 벽을 타설했다. 그리고 바깥으로 50mm씩 단차를 이루며 돌출되는 층별 벽을 계획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층간 줄눈을 없앴다. 그렇게 1층은 200mm, 2층은 250mm, 3층은 300mm, 4층은 350mm, 5층은 400mm의 벽 두께가 되었다. 층간에 생기는 50mm의 단차가 만들어 낸 그림자는 새로운 선으로 인식된다. 

일견 단순하게 보여지는 입면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공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조를 일체화하기 위해서, 기존 라멘구조의 철근과 새로운 구조의 철근을 긴밀히 연결하여 엮어낼 필요가 있었다. 또한 타설 시 발생하는 물로 인해 내부 인테리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어, 기존 벽면 위에 새롭게 방수 처리를 해야 했다. 물론 구조 간 결착을 위해서 기둥과 보의 방수는 제외했다. 또한 콘크리트 타설 시 발생하는 횡압을 흡수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메시를 걸어 바이브레이팅 할 때 직접적으로 골재가 벽면을 치는 것을 막도록 했다.  

한편 위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벽을 지지하기 위해 9m 길이의 수직벽을 삽입했다. 검정 벽은 주 출입구와 쇼 윈도우를 분리하는 동시에 건축한계선까지 돌출되어 건물이 뒤로 물러서 있다는 인상을 상쇄한다.  또한 노출콘크리트 벽과 직교하면서 지지하고 있는 검정 벽은 이 건물의 구조적 인상은 더욱 돋보이게 한다. 쇼 윈도우 우측 모서리 기둥을 없애 무거우면서도 가벼워 보이도록 만들었다.   

띠어리의 옷은 단순한 구조미와 세련된 선이 특징이다. 검정 벽과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만들어내는 구조미와 50m의 단차가 만들어내는 세련된 선은 띠어리의 철학과 어딘가 연결된다. 위에서 언급한 시공상의 어려움이 파사드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마치 질 좋은 옷의 안감처럼 무언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맺음말

한국 요리는 손맛이라고 한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지만, 정량화된 레시피 없이는 맛이 고르게 유지되지 않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건축설계 도면은 맛을 고르게 내기 위한 정량화된 레시피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각 작업별 태도와 시작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구조, 평면 형식, 재료, 정량화된 치수로 설명된다. 고르게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반복된 맛과 어휘가 어떤 특이점을 갖게 되면, 작가 고유의 성격이 된다. 위의 작업들이 사무소효자동 고유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 그러나 한국성을 찾는 과정에서 도출된 바닥, 적층, 골목, 구석 등의 단어는 한국성을 표현하는 구체적 매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성 하면 매번 단골로 등장하는 마당의 개념과는 다르다.  

     

나는 스케치보다는 구체적인 치수가 기입된 실시설계 도면을 좋아하고, 개념보다는 대상지의 현장감을 중시한다.  실시설계 도면을 통해 지어질 건축의 디테일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고, 대상지를 통해 빛과 그림자, 온도, 바람, 사용자의 패턴 예측 같은 4차원 정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사무소효자동의 건축은 현재적이면서도 즉물적이다. 현재적이면서 즉물적인 것들이 극단적인 추상성으로 표현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추상성이 한국적인 것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이는 추상적 개념에서 구체화되는 서양 건축의 프로세스와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소효자동의 건축은 개념적이기보다는 기능적이며, 디자인적이기보다는 공예적이다. 동시에 공간이라기보다는 방에 가깝다. 이는 건축 이전의 한국인의 삶과 땅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진행_박세미 기자>


서승모
서승모는 1971년 일본 교토 줄생으로, 경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예술대학 건축학과에서 미술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2년간 동 학교 비상근 강사였으며, 2004년 서울에서 독립했다. 이후, 2010년 사무소명을 사무소효자동으로 개칭하여, 현재 주거, 호텔, 업무시설 등 다방면으로 설계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SJ한옥 리노베이션, 현대카드 바이닐 앤 플라스틱 파사드 리노베이션, C 하우스,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장 디자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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